'도쿄타워' 이후 오랜만에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이번에도 역시 '에쿠니 가오리 전문 변역가'라고 할 만한 '김난주'씨의 번역이었고 첫장으로 보니 일본에서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었다.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번 책은 총 6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첫번째 '손가락'은 '여고괴담', '고양이를 부탁해'같은 영화들에서 느꼈던 '여고시절'에 대한 동경(?)이 다시 고개를 들게 하는 이야기다.

'교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을 완벽하게 가려준다.'는 소설 속의 문장처럼 교복은 여고생들에게는 남고생들과는 또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 남고생들에게는 소속감과 동료애의 상징 정도라면, 여고생들에게는 자신을 가려주는 차단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신발달 상 사춘기 시기에 남성에 비해1~2년 빠른 정신적 성숙을 보인다는 여성인 만큼, 여고생들은 같은 옷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고생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 서먹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처음에는 밤이라 볼 수 없었고 다음에는 겨울이라 얼어버려 볼 수 없었던 닛코의 폭포처럼 알 수 없는 어른들의 마음과 세계, 그리고 그와는 동떨어지게 유유히 흘러가는 여고시절.

여고생 '키쿠코'가 늦 가을부터 겨울까지 만났던 '여성 치한' 아키바 치하루. 그녀의 이름에 들어가 가을(秋)과 봄(春), 키쿠코가 그녀를 알지 못했던 '봄'부터 '가을'까지 그녀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