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의 어느날이었어.

수 많은 양들이 세상으로 나가기 얼마전이었지.

아침이었어.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지.

잠시 기억을 잃었어. 잠시 세상에 없었어.

그 순간의 이전과 이후, 두 세상은 같은 세상인 것일까?

그 순간의 이전과 이후, 나는 같은 사람인 것일까?


어쩌면 그 순간 이후 나는 없는 것일지도 몰라.

세상의 기억 속에서만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 순간 이후 세상이 없어진 것일지도 몰라.

내 기억 속에서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누군가의 예언처럼 1999년에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순간 이후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된 것같아.

그 순간을 기억하는 영광의 상처는 아직 내 얼굴에 남아있지.


1999년 11월의 어느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