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뮤직'은 창사 7주년을 기념하여 9월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공연 시리즈를 준비하였습니다. 총 4개의 'Stage'로 구성되었고 첫 번째 Stage가 9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상상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역시 7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의 발매기념 공연이었습니다. 이 컴필레이션의 부제는 'Hommage to Moonrise'로 이 부제처럼,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얼마전 파스텔뮤직을 통해 재발매된 '스위트피(김민규)'의 첫 번째 앨범 'Neverendingstories(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에 오마쥬가 담긴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전 컴필레이션 앨범 '크래커'나 '12 songs about you'의 발매기념 공연에서 앨범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공연에 참여했던 것처럼, '발매 기념 공연'이라고 하여 모든 뮤지션들이 등장한 것을 기대한다면 큰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발매 기념 공연'에는 참여 뮤지션 중 상대적으로 최근 공연이 없거나 좀 한가한(?) 뮤지션 세 팀이 참여했습니다. 바로 순서대로 '루싸이트 토끼', '재주소년', '짙은'이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의 시작, 1막 1장의 오프닝을 담당한 '루싸이트 토끼'는 꿈같은 공연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지, '꿈에선 놀아줘'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소박한 연애감정을 노래하는 '비오는 날'이 이어졌죠. 두 멤버와 키보드의 세션의 소개도 있었는데, '뭐뭐를 담당한 누구'로 소개하는데 그 담당 영역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리나 멘트 담당이 있었던거 같은데 이번 소개에서는 빠졌더군요. 그리고 카피곡으로 'Joni Michell'의 'Big Yellow Taxi'가 이어졌습니다. FPM이나 Mondo Grosso의 노래를 카피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곡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보컬 조예진의 음역 변화로 깜짝 놀랐습니다.

모 건전지의 광고에 등장하는 북치는 토끼에서 영감을 얻어, 토끼의 애환을 담은 '북 치는 토끼'와 '12월'이 이어졌습니다.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12월에 대한 일화로, 2007년 12월 즈음에 라디오 방송에 나간적이 있는데 PD가 12월이 다갔다고 타박을 주었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앨범 발매가 2007년 12월 초여서 충분히 홍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그래서 '루싸이트 토끼'는 '뒷 북 치는 토끼'가 되어버린거죠.

역시 '12월'처럼 9월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른한 봄을 노래하는 '봄봄봄'과 마지막 곡이자 2집에 수록될 '손 꼭 잡고'로 순서는 끝났습니다. 10월 경에 앨범 발매와 쇼케이스가 예정되어있는 '루싸이트 토끼'로서는 1집을 정리하는 의미의 공연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다음 공연부터는 2집의 신곡 위주로 꾸려나갈테니 1집의 수록곡은 몇몇만 들을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재주소년'이었습니다. 문라이즈 레코드에 소속되어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발매한 EP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갖고 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두 명의 남자로 이루어진 팀으로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었던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이 오르고 세 곡 '오사카', 'Heart', '마르세유'을 연속으로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 '마르세유'의 프랑스의 도시 마르세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사실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조용조용한 곡들을 들려주는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활동하였으니 약 6~7년 정도의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멘트에서는 수줍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이 서로의 멘트를 중간에 잘라서, 마치 달리기를 하는데 왼발이 오른발에 걸려, 오른발이 왼발에 걸려 자꾸 넘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물론 재밌었지만요. 이른의 아침의 조깅같은 '간만의 외출'과 너무나 멋들어진 제목의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을 들려주었습니다. 재밌는 듀오였지만, '그래서 그런지...'에서 은근히 진지한 목소리도 좋았습니다.

7주년 컴필레이션에서 '요조'가 리메이크했던 '귤'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조 버전과 비슷한 감성이었죠.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신곡 '농구공'과 '이분단 셋째줄'을 들려주고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은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의 사장이었던 '김민규'가 붙여준 이름이랍니다. 처음 문라이즈 레코드로 데모 테잎을 보냈을 때, 겉에 써있던 '제주대 1학년...'을 보고 '재주소년'이라도 지어주었다네요 '제주'가 '재주'가 된 것은 '지역색'을 지우기 위해서라네요. 저도 '재주소년'이 '제주도'에서 유래되었다고 읽은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번다'에 빗대어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이 번다'는 실없는 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재주소년의 음악에서는 야구만화라기보다 야구를 차용한 성장만화였던 'H2'의 작가 '마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처럼 여백의 미가 있으면서도 진중하게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느껴집니다. 언제쯤 '재주소년'은 '재주청년'이 되어있을까요? 갑자기 '재주중년'이 되어버리지는 않겠죠?

마지막은 '짙은'으로 미모의 첼리스트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세 팀다 조용한 음악이고 뭔가 '매니악'한 구석도 있어 보이는데 '루싸이트 토끼'가 세 명의 '동인녀'같았고, 재주소년이 그야말로 건프라와 비디오 게임의 '오덕후'같았다고 한다면, 짙은은 'AV 매니아' 정도는 붙여줘야할 법했습니다.(물론 농담입니다.) 개인적으로 짙은의 EP 'Rock Doves'를 발매한 날 클럽 '롤링스톤스2'에서 공연을 보고 EP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그의 보컬에서는 어떤 '과잉'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공연에서 과도하게 사용한 '바이브레이션'이 그 과잉이었죠. 그렇게 좋지 않은 첫인상 때문인지, 이후로 그의 공연은 찾아가지 않게 되었죠.

첫 곡으로 '나비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들려준 '동물원'은 바로 7주년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토마스 쿡(정순용)'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어쩌면 슬프게도, 이번 공연에서 그가 들려준 어떤 곡들보다도 좋았습니다. 밴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기에 '혹시 밴드 이름처럼 술을 마시면 짐승으로 변하기라도 하나' 이런 망상을 했지만, 역시 어림없었습니다. 미모의 첼리스트는 얼마전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Eterno 지송'이라고 합니다. 첼로의 고수라고 하는데, 역시 대단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싱글로 발표된 'December'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December는 바로 12월로 어찌보면 루싸이트 토끼와 같은 제목이 되네요. 드라마 '트리플' OST에 수록된 'Feel Alright'과 1집의 타이틀 곡 '곁에'가 이어졌습니다. 그가 아끼는 EP 수록곡 'Wonderland'도 들을 수 있었고, '괜찮아'로 첫 째날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제가 그에게 느꼈던 '과잉의 첫 인상'은 이제 지워야겠습니다. 왠지 클라이막스가 나와야할 법한 곡에서 그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 나름대로의 '절제의 미덕'을 갖춘 지금의 모습에서 그의 다음 공연이 조금은 기대가 되더군요. 짙은은 'Stage 2'에서 단독 공연이 9월 26일에 예정되어있습니다. 관객들이 퇴장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공연이 있는 'Swinging Popsicle'이 공연을 위해 상상마당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