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가요계는 '(통칭)댄스음악'과 '아이돌'이라는 양대 키워드가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발라드가 중심이었던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90년대 싱어송라이터가 중심이된 가요의 적통은 지금의 댄스와 아이돌로 대변되는가요계보다는, 오히려 언더그라운드 음악, 소위 인디음악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90년대 가요계의 적통을 계승하는 사람들은 홍대앞 인디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하거나, 좀더 높은 꿈을 가진(메인스트림에 합류등) 사람들은 가요계로의 등용문으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문을 두드려왔습니다.

가요계에 세련된 화법을 도입한 '유재하'를 추모하며 1989년부터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1회 '조규찬(금상)', 3회 '강현민(현재 러브홀릭스, 은상)', '유희열(현재 TOY, 대상)', 5회 '이한철(동상)'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뮤지션들을 배출하며 90년대 초중반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경연 무대로 자기매김합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대중에게 두드러지는 뮤지션들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갔죠. 하지만 최근 몇년간 매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디씬이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받게되었고, '디지털 음악의 중심'을 표방하는 '싸이월드 뮤직'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진행에 참여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죠. 더불어 최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오지은', '노리플라이', '허민', '임주연' 등이 인디씬에서 호평을 받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TV 등 대중매체에 소개되면서 이 경연대회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2009년 10월 31일 한양대 백남 콘서트홀에서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려 본선에 오른 10팀의 공연과 6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되었습니다. 6개 부문에서 수상한 6개 팀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도록 할게요. '대상'을 제외한 5개 부문은 '가요'를 이루는 각 부분을 평가한 상이기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소개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향하는 '가요'를 다른 음악들과 구분지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 있는 멜로디, 그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을 평가한 '작곡상'은 남성 2인조 '김태균, 염정업' 팀의 '지난 얘기'가 수상했습니다. 맑은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남성 이인조의 구성이기에 17회 대회에서 수상했던 '노리플라이'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두 팀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지만,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이승환'같다면, 김태균이 작곡한 '지난 얘기'는 '윤종신'이나 '유희열'에 가깝다고 할까요? 두 사람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홍대 빵에서 다른 멤버들과 밴드 활동을 한 경력도 있다고 합니다. 청명한 멜로디를 감상하러 가보시죠. 클릭!

유재하표 가요에서 비단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들이지만, 그것을 언어의 마법으로 승화하여 누구나 세련된 표현으로 바꾼 것이 유재하의 노래들이었으니까요. '작사상'은 '김민지'의 오늘은 '어떤가요'가 수상했습니다. 10명의 본선 진출팀 가운데 여성 솔로는 무려 세 팀이나 되었는데, 여성 솔로라면 으레 피아노 반주가 떠오르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일렉트릭 기타 연주한 그녀의 모습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네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몽롱한 꿈길을 걷는 듯한 기타 연주 위로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모습은 홍대 인근에서 수 많은 공연을 거친 실력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가사와 '너의 조각들'이라는 가사 참 좋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하나의 '곡'의 완성되기 위해서는 작곡과 작사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곡'이 청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소들, 연주와 가창이 필요합니다. 세밀한 가사보다도 여백과도 같은 연주가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있죠. '연주상'은 '김재훈'의 '믿음'이 수상했습니다. 연주상을 받은 곡이기에 연주에 집중해야겠지만, 우선 그의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옵니다. 바로 저음에서 심히 '김동률'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력을 보니 뉴질랜드에서 작곡을 공부하다가 이번 대회를 위해 날라온 유학파랍니다. '피아노'라는 음악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악기를 통해 사랑의 격렬한 감정을 유려한 연주로 완급을 조절하여 표현했기에 수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불타는 사랑 같은 연주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마도 청자에게 가장 쉽게, 가장 가까이 전달되고, 그렇기에 가장 명확하게 평가되는 요소가 바로 '가창'이 아닐까 합니다. '가창상'은 '홍수정, 반광옥' 팀의 '너의 기억'이 수상했습니다. 얼핏 '정엽'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반광옥'은 화재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도전자로 등장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실력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그가 본선에 오를 때부터 가창상은 따온 당상이 아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남성은 가창력 상위 1%만이 노래 잘 한다고 인정받지만, 여성의 경우 남녀의 본질인 차이로 인해 상휘 10%만 되어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수상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멤버 홍수정의 탁월한 작사 및 작곡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깊은 음색을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여도 청자들이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오래 기억될 수 없겠죠. 인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음악상'은 '황서윤, 이선영' 팀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수상했습니다. 이 여성 듀오의 피아노 멜로디와 과도한 기교는 자제한 보컬의 어울림은, 웰메이드 가요로서 본선에 오른 어떤 곡들보다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부분 부분 보컬과 코러스의 화음도 어필할 만한 점이구요.  싸이음악상 후보를 투표하는 이벤트에서 저도 이 팀을 지목해서 상품을 받았답니다. 싸이음악상 투표 이벤트에 이어 축하메시지 이벤트가 진행중이네요. 클릭!

마지막 이 대회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은 둘이서 만드는 노래'의 '空(공)'이 수상했습니다. 팀 이름은 '이해인 수녀'의 시에서 인용했다고 하고 사랑을 의미한답니다. 사실 두 사람은 대학생이고 결혼한 부부인, '학생 부부'라네요.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요즈음, 대학생 부부인 두 사람의 조화된 호흡이 대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피아노 반주에 여성 보컬로 평이한 시작이지만, 점점 호흡을 빠르게 하는 피아노 연주는 아프리카 민속 악기 '젬베'와 어우러져 월드뮤직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다는 두 사람이기에 다른 참가곡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라고 할까요? 이런 월드뮤직의 기운은 가깝게 에스닉퓨전 밴드 '두번째 달'에서 잘 느껴볼 수 있는데, 아마도 비슷하게 피아노와 젬베의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이리쉬 휘슬까지 있었다면 정말 청자를 녹여버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광활한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연주 위로 두 목소리의 하모니는 세상을 가득 채운 평화롭고 진취적인 기운처럼 들립니다. '비움'을 의미하는 '공'이지만, 비움으로서 더욱 평온하고 충만해지는 이치가 담긴 노래라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감상하시죠. 클릭!

이상 수상곡들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투표 이벤트를 놓친 많은 사람들이 음원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12월 중에 공개가 된다고 하네요. 당분간은 동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점점 더 대중의 관심과 뜻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참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가요제'라고 불릴 만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