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끝에 발매된 '페퍼톤스(Peppertones)'의 세 번째 정규 앨범 'Sounds Good!'.

데뷔 EP 'A Preview(2004)'로 'the Next Big Thing'이라고 칭송받았던 남성 듀오 '페퍼톤스'는 등장 당시 인디씬에서는 '파격'이라고 할 수 있어습니다. 당시 가요계서도 흔하지 않았던 EP로 등장하였던 점, '객원보컬'을 전격 채용한 점, 뭔가 심오하거나 무게감 있는 음악을 지향하던 많은 인디밴드들과는 다르게 가볍고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준 점 등이 그러했죠. EP로 쌓아놓은 큰 기대 속에 발매된  1집 'Colorful Express(2005)'는 기대를 뛰어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가까운 앨범이었고, 2집 'New Standard(2008)'는 객원보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여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절반의 성공'에 가까운 앨범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the Next Big Thing'라는 수식어는 어느덧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걸출한 밴드의 등장으로 페퍼톤스에게는 무색하게 된 2009년의 말미에, 이 남성 듀오는 세 번째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Sing!'은 시원하게 질주하는 느낌으로 앨범을 엽니다. 페퍼톤스다운 시원한 상쾌함은 1집의 'Ready, Get set, Go!'를 이어가는 이 트랙에서 새로운 객원보컬 '이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Victory'는 역시 발랄함을 이어갑니다. 2집에서 객원보컬로 합류한 '현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곡이죠. 각종 전자음보다는 밴드 연주가 중심이된 평이한 트랙입니다.

2집에서 'Drama', 한 곡에만 객원보컬로 참여함으로서 입지가 확연하게 줄었던 'deb'은 이번 앨범에서도 'Ping-Pong', 이 한 곡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탁구를 소재로 친구들 사이에서 불붙은 '한판 승부'을 노래하는 가사는 치열한 '자전거 경주'로 얼룩진 1집의 'Bike'와도 닮아있습니다. '지금만큼만은 친구든 뭐든 아무 상관없어'라는 가사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욕이 느껴지지 않나요?

'공원여행'은 마치 실제로 거리를 걷는듯한 기분을 들게합니다. FPS(1인칭 슈팅 게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현민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친절한 안내때문일까요? 묘사적인 전달 때문에, 또 여행을 주제로 했기에, 1집의 'Fake Traveler'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Salary'는 2집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연진'을 다시 만나는 곡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월급날'의 즐거움을 신나는 탭댄스가 떠오로는 째즈풍으로 그루비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루비함은 지금까지 페퍼톤스의 느낌과는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오네요.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이선이 보컬을 담당한 곡으로 1집의 '세계정복'을 생각나게 합니다. '새벽열차'는 deb과 더불어 EP시절부터 함께해온 정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연희(WestWind)'를 들려줍니다. 이 두 곡에서는 이전 앨범들과는 다른, 3집에서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가사'인데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이전까지는 페퍼톤스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니까요.

이어지는 세 트랙은 페퍼톤스의 두 멤버, '사요'와 '노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들입니다. 2집에서 두 사람을 목소리를 상당히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다시 객원보컬들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지만, 두 사람의 보컬에 대한 욕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나봅니다. 사요가 부르는 '작별은 고하며'는 왠지 마지막 트랙이어야할 법한 제목입니다. 노쉘이 부르는 'Knock' 역시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무난하지만, 평화로운 서정성이 매력적입니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겨울의 사업가'는 본인들의 꿈을 노래하는 트랙이 아닌가 합니다. 12월에 이 앨범을 발매한 두 사람이 바로 음반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겨울마다 음반을 내려나요? 하지만 사실 '겨울의 사업가'는 여러모로 Wham의 명곡 'Last Christmas'를 떠오르게 합니다. 남성 2인조라는 점과 겨울 노래라는 점 뿐만 아니라, 곡의 분위기나 사운드, 그리고 튠을 적절히 사용한 보컬까지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겨울의 사업가라는 제목은 이 곡이 겨울마다 두 사람에게 돈을 벌어다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제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세 번째 정규앨범인만큼, 사운드의 양적인 면에서는 1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농밀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들이 EP에서 들려주었던 그 재기발랄함에 걸었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페퍼톤스가 걸어온 모습은 조금 아쉽습니다. 사운드의 질적인 면에서는 그 기대를 채워주고 있지 못하니까요. 별점은 3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