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 정도로, 수 많은 유명 인디 뮤지션들의 키보드 세션을 담당해온 '슈퍼세션' '오수경'이 깜짝 선물같은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로 찾아왔습니다. 이미 2009년 여성듀오 '1984'의 멤버로 EP를 발표했고, 오랫동안 키보디스트로만 보여진 그녀이기에 밴드가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 음반을 발표한 점은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1984'에서 보컬을 담당했던 '김정민'이 'Mother Country'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표했기에, 그에 자극을 받아서 발표한 앨범일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제목 '시계태엽 오르골'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명한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한 오마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르골'이 주는 훗훗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이 겹쳐져서 오묘합니다. 첫 곡 '오르골'은 오르골이 주는 그런 전형적인 오묘함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사연과 함께 버려진 놀이동산이나 대저택을 배경으로하는 B급 공포영화에서 오프닝으로 들을 법한, 쓸쓸한 오르골의 연주를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에 본 '환상특급'같은 TV 시리즈가 심어준 무의식 속 기억일지도 모르지만, '오르골'이 주는 이미지는 '놀이동산'과 많이 닿아있는데, 그녀에게도 그런 이미지인가 봅니다. 두 번째 곡 '회전목마'는 버려진 놀이동산에서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처럼, 미스테리한 기분이 들게합니다.

'슬픈 탁상시계'는 곳곳에 배치된 소품같은 악기들의 소리로 치밀한 짜임새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슬픈 탁상시계가 흘린 투명한 눈물방울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마주치는 곡은 '놀이동산'입니다. 오르골이 '동심의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낸다면, 더 밝은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아코디언'과 함께하는 '놀이동산'은 그야말로 어린 시절 꿈꾸던 아이들의 천국을 그려냅니다. 아코디언의 경쾌한 연주가 '아이들의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면 심장박동처럼 울려퍼지는 심벌즈의 소리는 그 아이들의 '두근거리는 마음'같습니다. '원더랜드'는 조금 쓸쓸한 도입부를 지나 밝은 결말로 달려가는 모습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맏이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전형적인 디즈니(Disney) 장편 애니메이션들 보는 기분이 들게합니다. 마지막 곡 '뮤직박스(Music box)'는 네덜란드어인 '오르골(Orgel)'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결국 이 앨범은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제목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곡만큼 기묘하지는 않지만, 역시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 오르골이 들려주는 연주처럼 쓸쓸합니다.

총 6 트랙으로 두 곡을 제외하면 1분 내외의 짧은 곡들이지만, '오수경', 그녀가 심어진 이미지는 또렷합니다. 영화 제목을 떠올리는 앨범의 제목이나 곡 제목으로 수미상관을 보여주는 곡 목록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정신세계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이제 여러 뮤지션들의 세션이 아닌, 뮤지션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