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에 V20을 구입해서 10월 초부터 사용했으니, 사용기간이 약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사용기를 간단하게나마 적어보겠다.

무한부팅 등 LG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악평들이 있지만, 이미 LG가 구글과 합작하여 만든 '넥서스 4(Nexus 4)'를 작년까지도 사용했고, '넥서스 5(Nexus 5)'를 조금 사용해본 입장에서는, LG 스마트폰에 대해서 그런 선입견은 없었다. 오히려 넥서스 4의 경우에는 구글의 '레퍼런스 폰'으로서 안드로이드의 업데이트가 빠른 편이었고, 하드웨어적인 만듦새도 상당히 괜찮아서 약 3년 동안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형 하드웨어의 느린 속도에 스마트폰 교체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고, 마침 화면이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LG G5를 꽤나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바로 '하이파이(Hi-fi) 모듈'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도로 구입해야하는 부분이나 카메라 모듈도 사용하려면 꽤나 번거롭다는 생각에 주저하고 있었는데, LG의 차세대 플래그쉽 스마트폰의 소식이 들렸다. 바로 V20이었다. 경쟁사들의 제품보다 앞서가는 '듀얼 렌즈 카메라'나 5.7인치의 대형화면, 그리고 G5의 강점이었던 하이파이 모듈을 업그레이드한 'Quad DAC'까지 매력적인 사양으로, 발매 직후 큰 고민 없이 V20을 구입하게 되었다. 물론, 발매와 함께 진행된 기프트팩 이벤트도 구입을 부추키는 요소였다.

약 5개월을 사용하면서 무한부팅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도 아직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톡특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지금까지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4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을 쓰다가 5.7로 넘어오니,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고 '세컨드 스크린'은 화면을 켜지 않고도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꽤나 유용하다. 후면에 있는 지문인식 버튼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번에 화면을 켜고 동시에 진행되는 지문으로 잠금까지 풀 수 있어서 정말 꽤나 편리하다. 앞으로 지문인식이 없는 폰은 답답해서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전면에 하드웨어 버튼이 없는 점이 불만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미 넥서스 4에서 소프트웨어 키만 사용해온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전면의 단순하고 깔끔함이 V20 디자인의 강점이라고 하고 싶다. 시원한 화면에 비해 두께는 얇아서, 처음에는 테블릿 두께에 익숙한 손에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크지만 얇아서 바지 주머니에도 무리없이 들어가는 점은 편하다. 다만, 사진을 찍을 때 얇은 두께가 주는 위태로운 그립감은 손에서 미끄러질 위험을 가능성을 높이는 느낌이다. 케이스를 씌우면 그립감은 나아지는데, 좀 더 두껍더라도 배터리용량을 더 키우고 일체형으로 방수기능을 채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배터리는 탈부착식인 점이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하나, 배터리 소모가 큰 '동영상 감상'은 거의 하지 않아서 배터리 교체할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배터리 용량도 하루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이기도 하지만, 바로 고속충전 덕분에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성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충전기에 연결하면, 1분~1분 30초 정도에 1%씩 충전이 되기에 낮에 1시간만 충전을 해도 배터리 잔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일은 거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 사진을 위해 스마트폰과는 별도로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일은 상당히 번거로워는데, '듀얼 렌즈 카메라' 덕분에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의존을 꽤나 줄일 수 있었다. 아직 어두운 환경에서는 디지털 카메라가 더 뛰어나지만, 일상에서는 이 듀얼 카메라만으로도 더 편하고 더 즐겁게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광각 렌즈는 탁 트인 풍경이미지를 담을 때 편리했고, 일반 렌즈도 꽤 밝은 편이라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자동으로 설정되는 기본 모드도 나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셔터스피드, ISO, 색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어서, 찍는 '손맛'도 약간은 느낄 수 있었다. 기본 메모리 용량이 64Gb이고, 마이크로SD로 확장이 가능해서 고화질 사진과 고음질 음악 파일을 용량 걱정 없이 담을 수 있어서 좋다. 마이크로SD는 삼성의 128Gb 제품으로 장착했다.

마지막은 바로 'Quad DAC'가 자랑하는 음질이다. V20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데, 아스텔앤컨 AK100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스마트폰의 음질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폰이 들려주는 소리라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스마트폰으로에서는 V20을 따라올 기기가 없으리라 생각되고, 아스텔앤컨의 상위 기종을 모르겠지만, AK100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뱅앤올룹슨'과 협업하여 제작했다는 번들 이어폰만으로도 수준급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AK100과 사용하던 '젠하이저 모멘텀'으로 감상하면 , V20의 장점이 또렸하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고출력의 내장 앰프를 장착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별도의 앰프 없이도 헤드폰으로 충분한 음량을 즐길 수 있다. V20을 구입하고는 AK100는 그만 장식용이 되고 말았다. 고음질 음원 가운데 FLAC을 지원하고 APE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AK100과는 다르게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기에 스트리밍 음원이나 NAS에 저장된 음원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은, AK100보다 V20을 선호하게 만든다. 다만 Quad DAC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작동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요즘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제품들이 많은데, 이 점은 차후에 개선되었으면 한다.

쾌적한 화면과 편리한 듀얼렌즈 카메라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음질까지 구현함으로서, 보고 찍고 즐기는 '충실한 기본기로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을 만족시키는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넥서스 4부터 넥서스 5X까지 까다로운 구글과 협업하면서, 하드웨어의 만듦새는 수준급으로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V30에 대한 루머가 벌써 들리는데,  V20의 할부가 끝날 때 쯤에 새로운 V시리즈가 나온다면 또 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