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떠나면서 남긴 선물. 그리고 영화에나 나올법한 4강이 쾌거를 이룬 우리 대표팀.

그 이후 3년이 지났다. 우리 대표팀은 내년에 열릴 또 다른 월드컵을 위해 달리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흔들리는 대표팀을 보면 참으로 아쉽다. 특히 유럽리그에 진출에서 좌절을 맛보고 돌아오는 선수들을 보면 더하다.

레알 소시에다드로 전격 이적했던 이천수. 언론은 크게 떠들었지만 유럽리그팬이라면 누구나 우려했을 것이다. 이천수의 기량이 유럽리그, 더구나 유럽의 3대 리그에 드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통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유럽리그팬들은 'NO'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네덜란드 예레디비지 폐예노르드로 간 송종국. 잘 나가다가 감독과의 불화설 등으로 흔들리며 돌아온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역시 네덜란드 엑셀시오르로 임대되었던 김남일. 구단에서 발목을 잡은 것인지 역시 다시 돌아왔다. 월드컵때의 활약 정도라면 국내리그보다는 유럽리그로 가서 더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는 설기현. 아마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함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유명팀에 깜짝 이적보다는 한 단계씩 자신의 기량을 쌓아가는 그의 모습.

독일에서 뛰고있는 차두리. 역시나 분데스리가 1부 리그 팀으로 간다기에 우려가 컸고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맞는 팀을 찾아 꾸준히 선발 출장한다면, 한국 축구 선수 최고 '하드웨어'를 가진 그의 기량도 발전하리라... 제발 잘 성장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드웨어가 아깝지 않게...

서론이 길었다. 제목처럼 히딩크 감독이 남긴 선물. 바로 PSV 아인트호벤의 듀오, 박지성과 이영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찌보면 이 두 선수는 히딩크 감독을 만난 것이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두 선수가 네덜란드로 간다고 할 때 역시나 우려가 컸다. 우려는 반만 맞았다. 이영표는 비교적 주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윙백을 맞으면서 팀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리그 최강답게 빵빵한 포워드와 미드필드 경쟁에서 밀려 거의 벤치멤버로 지내던 박지성. 그의 성장 가능성이 고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번 시즌 PSV의 공격의 핵심들(케즈만, 로벤, 롬메달)이 이적을 하면서 박지성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히딩크의 안목을 다시 확인시키듯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더구나 팀은 작년에도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스 리그에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예레비디지 선수 평점에서 각각 9위와 14위에 올랐다고 한다. 팀의 베스트 11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순위에서 저 정도 순위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선두 1위는 같은 PSV의 주장 반 봄멜이라고...

오늘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PSV 듀오는 역시 단연 눈에 띠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흔들리는 국가대표팀을 보면 불안하지만 두 선수의 활약을 보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히딩크 감독이 남긴 선물, 바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아닌가한다. 이천수, 김남일, 안정환도 빨리 기량을 되찾아 함께 국가대표 경기에서 뛰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