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돈: 타인의취향/Song&Album 카테고리 글 목록http://bluo.net/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2023-11-06T18:31:24+09:00Textcube 1.10.10 : Tempo primo청춘 (Day & Night) by 우효 (Oohyo)bluohttp://bluo.net/19762016-12-16T17:18:43+09:002016-12-16T17:18:43+09:00지난 7월 '우효(Oohyo)'의 새로운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는 뮤지션이라도, SNS까지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SNS를 통해 미리 예고되었던 싱글인가봅니다.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두 곡이 수록된 싱글로, 두 가지 버전의 '청춘'이 수록되었습니다.<br /><br />곡을 들어보기에 앞서, 눈에 띄는 앨범 커버(자켓)이 재밌습니다. '자켓'과 '이어폰'이 보이는데, 자켓으로 자켓을 찍은 점이 재밌습니다. 자켓은 클럽에서 입을 법한 모습으로, 클럽 조명처럼 현란하면서도, 세련되기 보다는 복고풍적인 느낌의 색조를 보여줍니다. '청춘'이라는 제목까지 생각하면, 묘하게도 인디씬의 밴드 '글렌체크(Glen Check)'의 앨범 'Youth!'를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벗어진 자켓 위로 놓은 이어폰은 꽤나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많은 사람과 화려한 조명의 클럽에서도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홀로 음악을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됩니다. 노래와 꽤나 잘 어울리는 선택입니다.<br /><br />노래는 '청춘'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밝은 희망'은 없고 꽤나 쓸쓸하게 흘러갑니다. 'Day'와 'Night' 두 가지 버전의 두 곡을 담고있는데, '밤낮 없는 고독'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이네요. Day는 모던락 버전으로, 밴드의 연주에서 'Radiohead'의 대표곡 'Creep'이 떠오릅니다. Night는 밤과 잘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Day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이질감은 없습니다. Day가 햇살 속에서도 느껴지는 낮의 고독이라면, Night는 화려한 조명 아래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고독처럼 들립니다.<br /><br />재채있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대표곡들과 비교하면, 가사의 소소한 재미는 부족하지만 진솔함만은 여전합니다. 그녀의 EP와 1집은 꽤 오래, 그리고 꽤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녀의 새로운 앨범이 너무나 기다려지네요.<p><strong><a href="http://bluo.net/1976?commentInput=true#entry1976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살롱 드 오수경 - 파리의 숨결bluohttp://bluo.net/19742016-07-05T15:38:10+09:002016-07-05T15:38:10+09:00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남기고, 리더의 유학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던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이 두 번째 정규앨범을 2015년 8월에 발표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기에 최근에야 발표 사실을 알았고 들어보았네요.<br /><br />앨범 자켓부터 살펴보면 1집 "Salon de Tango"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리의 숨결"이라는 타이틀처럼 '파리(Paris)'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의 날씨처럼 구름 낀 하늘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에서는 묘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br /><br />앨범을 여는 '오라투와'는 프랑스어 'oratoire'로 '기도실'을 뜻합니다. 제목만으로는 경건한 느낌이 들지만, 흥얼거림과 간결한 연주에서는 경건함보다는 미묘한 긴장과 비밀이 느껴집니다. 기도실에서 기도와 함께 홀로 독백하는 '비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제목처럼 1집을 아우르는 '탱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br /><br />'슬픈로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애처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수록 연주는 감정의 흐름은 거세져서, 절정을 향합니다. 2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슬픈 꿈과 같은 곡입니다. 기타리스트 'Joon Smith'와 함께한 '파리의 숨결'은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할 법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시작합니다. 방랑 혹은 유랑 악단을 떠오르게 하는 기타와 아코디언의 조합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비애를 담아냅니다.<br /><br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처음 듣지만,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트랙입니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어린 시절의 묘한 기억을 떠올리는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현악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탱고'가 테마였던 지난 앨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들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드러운 낭만은 어쩐지 밴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였던 'Alice in Neverland'를 떠오르게 합니다.<br /><br />이어지는 네 트랙 '놀이동산', '원더랜드', '뮤직박스', '회전목마'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리더 오수경이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발표했던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를 통해 발표했던 곡들로, 이번 앨범을 통해 4중주로 되살아 났습니다. 첫 세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기에, 한 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되던 전작과는 비교가 되면서, 이 앨범을 '소품집'처럼 들리게 합니다.<br /><br />앞선 '장난감 병정의 비행'에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놀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곡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더랜드'의 시작은 손님이 모두 떠나고 불도 꺼진 놀이동산처럼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원더랜드'는 결국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또 다른 '현실 속의 원더랜드'를 찾게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br /><br />'뮤직박스'는 1분이 조금 넘는, interlude라고 할 수 있는 트랙으로, 현악 덕분인지 원곡과는 꽤 다른 느낌입니다. 원곡은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꽤나 쓸쓸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새로운 편곡의 뮤직박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회전목마'도 기묘한 분위기였던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는 느낌인데, '모든 열정이 식어버린 뒤 남은 집착의 광기가 불러온 새드 엔딩'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뮤직박스'와 '회전목마', 두 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르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br /><br />앞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수록곡들의 다양한 분위기 때문에 정규앨범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소품집'의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수록곡의 절반이 리메이크된 곡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림의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고, 전작의 탱고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반 청자들에게도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제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p><strong><a href="http://bluo.net/1974?commentInput=true#entry1974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안녕하신가영 - 순간의 순간bluohttp://bluo.net/19732016-04-18T16:30:57+09:002016-04-18T16:30:57+09:00'좋아서 하는 밴드'는 꽤나 유명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었고 그래서 노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을 발견했을 때, '참 재밌는 이름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지, '좋아서 하는 밴드'와의 연관성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죠.<br /><br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전(前) 멤버 '백가영'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뮤지션은 'Sentimental Scenery'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듀엣곡에 참여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목소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의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수록곡들을 쭉 들어보았습니다.<br /><br />앨범 "순간의 순간"을 시작하는 첫곡 '너와 나'는 이 앨범이 소소한 연애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임을 직감하게 합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첫곡답고 목소리와도 어울리게 꽤나 밝고 희망적입니다만, 재밌게도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어떤 '역설'이 느껴집니다.<br /><br />앨범 타이틀과 같은 '순간의 순간'과 이어지는 '문제없는 사이'는 이 앨범의 가장 즐겨듣는 트랙들이자 제 취향에 맞는 '슬픈 노래들'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순간들을 노래하는 '순간의 순간'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즐 수 있는 가장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그러면서도 담담하기에 '찬란한 슬픔'이라고 할 만큼 빛이 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인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절절한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사실, 장황한 서술형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들만큼 예외로 하고 싶네요.<br /><br />'순간의 순간'에서 들려주는 슬픔은 '문제없는 사이'에서 쓸쓸함으로 이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정말 '안녕하신가영'만의 매력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때는 정말 우리 후회 없이 사랑해도 문제없는 사이'는 쓸쓸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남겨두었기에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로 선택하고 싶습니다.<br /><br />앨범이 담고 있는 12트랙들은 대부분 '일상과 그 속의 연애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하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나 밝고 희망차게 결말을 노래하는 '제미없는 창작의 결과'는 톡특한 제목만큼 인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제목 센스도 이 뮤지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과 풍자가 인상적인 '어른인 듯 아닌 듯'과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기도 합니다.<br /><br />앨범 막바지에서 만나는 '어떤 종류의 환상'도 추천하고 싶은 트랙입니다. 느릿한 멜로디 위로 풀어놓는 첫사랑에 대한 상념들에서는 어쩐지 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날의 달콤씁쓸한 꿈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트랙 '오늘 또 굿바이'는 가사 속 '우리'의 마지막 인사이자 앨범의 청자들에게 보내는 '중의적인 인사'를 전합니다.<br /><br />장황한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노래들만은 '예외'라고 할 만큼, 가슴의 한 구석을 흔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는 장황함 속에서도 재치있는 발상과 단어 선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발매된 정규앨범에 이어 올해 초에 발매된 EP '좋아하는 마음'도 꽤 좋은 곡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활발한 행보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p><strong><a href="http://bluo.net/1973?commentInput=true#entry1973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우효 (OOHYO) - 소녀감성bluohttp://bluo.net/19722016-04-22T16:24:20+09:002016-04-12T16:05:55+09:00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가장 즐겨들은 앨범은 바로 '우효(OOHYO)'의 EP "소녀감성"과 정규 1집 "어드벤쳐"입니다. 두 앨범 가운데서 고르자면 '인디음악'다운 풋풋한 감성이 더 진한 EP "소녀감성"을 조금 더 많이 들었네요. EP가 2014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보석을 꽤 늦게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br /><br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본명은 '우효은'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 별명을 사용하는 경우랍니다. 현재는 20대로 영국에서 유학중이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신디사이저(신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신스팝'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소녀감성'인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곡들로, 본인의 소녀시절을 담고있는 자전적인 노래들이기 때문이랍니다.<br /><br />EP를 여는 첫 트랙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에서부터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유학파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Moby'가 떠오르는 구석도 들립니다. 불안함과 아련함 같은 감정들도 느껴지는, 바로 지나버린 '소녀감성'을 회상하는 시작이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Motorcycle"도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너(you)'에 대한 노래로, 제목처럼 질주하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br /><br />"Vineyard"는 두 가지 버전(우리말/영어)으로 수록되었는데, 후렴구만 비슷하고 가사의 내용은 두 버전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가사 모두 '복잡하고 미묘한' 소녀의 감정을 간결하게 담하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트랙이 'EDM'스러운 부분이 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신스팝의 시작입니다. 이 곡의 달콤씁쓸(bittersweet)한 분위기를 의미할까요? '포도원'을 의미하는 vineyard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br /><br />"소녀감성 100퍼센트"는 우효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게하는 도입부 가사에서부터 그녀의 재치를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재밌는 추억을 담담히 읊조리는 음성에서는 시크한 매력도 전해집니다. '친오빠'의 조련으로 시작된 '농구 훈련'은 아마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마이클 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역시 Vineyard와 마찬가지로 '알듯말듯 알쏭달쏭한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는 소녀감성 100%의 곡입니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를 모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해낸 그녀의 작사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br /><br />쓸쓸한 감정을 이어가는 "Piano Dust"도 Vineyard의 영어 버전처럼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노래들이 들려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이런 '1인칭이 아닌 시점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Teddy Bear Rises"에서도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를 고려하면 '테디 베어'를 앞에 앉혀놓고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충고입니다.<br /><br />'환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소녀의 감성 세계',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지도,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화법으로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이 그녀를 인디씬의 '떠오르는 별'로 만들어준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입니다. 꾸준히 솔직하고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p><strong><a href="http://bluo.net/1972?commentInput=true#entry1972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랄라스윗 - 계절의 空 (계절의 공)bluohttp://bluo.net/19712016-02-15T12:36:48+09:002016-02-03T17:54:45+09:00옥상달빛, 루싸이트 토끼, 랄라스윗, 제이레빗, 스웨덴 세탁소...인디씬의 '여성 듀오'를 생각하면, 활동 중인 팀들이 더 있겠지만,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즐겨 들었던 수준에서는 대략 이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 가운데서도 인지도를 떠나, 가장 '꾸준한 음반 작업과 공연 활동'을 보여주는 팀이라면 '랄라스윗'이 아닐까요?<br /><br />2010년에 첫 EP '랄라스윗'을, 2011년에 첫 정규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던 듀오 '랄라스윗'은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너의 세계'에 이어 2015년 10월에 두 번째 EP '계절의 空'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음반 구입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 늦게 이 앨범을 발견했네요. 한자 '空(공)'은 우리말로 '공허(emptiness)'나 '덧없음(vanity)'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겨울을 앞둔 10월 말에 발매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느껴집니다.<br /><br />'밤의 노래'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담고 있는 EP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의 쓸쓸함과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첫곡 '밤의 노래'는 여름이 자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후 다가오는 허무한 쓸쓸함을 노래합니다. 불꽃놀이가 더 밝고 화려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밤은 더 어두울 수록 좋고, 그래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 느껴지는 허무의 깊이는 더 깊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여성 듀오'다운 보사노바 스타일의 '시간열차'는 잡을 수 없는 시간과 청춘에 대한 노래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쌀쌀한 가을의 변화 사이에서 유독 그런 쓸쓸한 감정들이 심해지는데, 쉼 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br /><br />마지막 곡은 외국곡을 번안한 'Cynthia'입니다. 원곡은 스웨덴 뮤지션의 곡 'Sincere'이고, 이 원곡을 일본의 여가수 '하라다 토모요'가 'Cynthia'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과 문화적 친근성 때문일까요? 랄라스윗의 리메이크는 원곡보다는 일본 리메이크곡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Sincere'가 리메이크하면서 'Cynthia'가 된 이유는 비슷한 발음 때문이겠죠?<br /><br />달, 겨울, 그리고 밤...보통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거나, 기원이나 기도를 들어주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노래에서는 '달'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화자가 되어 노래합니다. 의인화된 달이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겨울의 밤은 자연의 섭리를 시(詩)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히 배치된 피아노 연주와 현악 연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더 짙게 합니다. 사실 마지막 한 곡 만으로도 이 음반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곡입니다. 더 좋은 곡들이 가득한, 랄라스윗의 세 번째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p><strong><a href="http://bluo.net/1971?commentInput=true#entry1971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