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끌어온 '아프간 피랍 사건', 그리고 최근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사건'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학력 위조 사건'.
서로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두 사건 다 '내실이 아닌 외형'에 치중하다 발생한 촌극들이니까요.
'아프간 피랍 사건', 발생 당시 언론의 X물교회의 발표만 믿고 '의사와 간호사 다수가 포함된 의료봉사단'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의사는 없고 간호사만 2~3명 포함되어있다고 바뀌더군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진정한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언론이 아무리 의료봉사단이라고 우겨도 국민 대다수는 선교단이라고 믿는 것은 왜일까요?
정말 선교단이라면 그 짧은 기간에 과연 진정한 선교를 할 수 있을까요? 불교 국가인 태국에 가서 한 달 동안 선교를 한다고 칩시다. 과연 태국인들이 개종을 할까요? 아니, 한 스님이 동네 교회에 들어가서 한 달 동안 목탁을 친다고 합시다. 과연 개신교도들이 개종을 할까요?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지역도 아닌 여러 지역에 다니면서 문화와 배경의 다른 그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요? 과연 의료봉사라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점은 덮더라도, 정말 선교할 생각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제사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있었던 건 아닐까요?
여기서 말하는 '잿밥'은 물론 X물교회의 '교세 확장을 위한 홍보수단'이겠죠. 만약 아프간 선교가 무사히 끝나고 귀국했다면 X물교회는 분명히 '위험지역 선교'라는 선전문구를 교세 확장에 이용했을 겁니다.
내실이 없는 걷만 번지르르한 행동들, '학력 위조 사건'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X물교회가 노렸을 점은 '경력 위조'에 다름없으니까요. 겉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종교계와 문화예술계까지 퍼졌다는 점은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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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그런것 같지만.. 느껴온건..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손대는 이상... 그 속에 결함은 존재하게 된다.. 는 거더군요. 부디.. 순수성이 크게 회손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 ㅠ_ㅜ
역시 인간의 모든 악의 근원인 걸까요? 정말 인류가 없다면 지구는 더 살기 좋은 곳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각계 각층 많은 사람들의 허위 학력 문제가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CCTV는 “한국 공인의 80%는 학력 위조를 했다’고 보도할 정도다. 다음 글은 2005년 1월 5일자 중앙일보 (뉴욕판)에 발표했던 글이다.>
‘초졸의원’과 학벌사회
그 (이 상락)는 너무나 가난했다. 그래서 학교엘 못 다녔다. 겨우 초등 학교를 마친 후, 곧장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노점상, 목수, 포장마차, 밑바닥 인생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했다.
그러다가 빈민 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 때 얻은 별명이 ‘거지 대왕’, 그 ‘거지 대왕’은 똘마니들에게 한컷 폼을 잡느냐고 악의없는‘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래뵈도 고등학교를 나왔다구~”
그 ‘거지 대왕’이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금배지를 달았다. 시대의 바뀜을 보여주는 한 상징이었다. 당당히 39.2%의 득표를 했다. 시의원, 도의원 세 번을 거쳐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력하는 사람”, “의정 활동에 너무나 성실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인물평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허위 학력 /고교 졸업장 위조 혐의로 금배지를 떼이고 감옥엘 갔다. “피고인이 학력을 속인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교 졸업 증명서를 TV 토론에서 제시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 판결문의 요지다.
자,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선, “이제 공인은 눈꼽만치의 거짓 말도 용납치 못한다”는 사법부 판결을 두 손 들어 환영한다. 거짓 말을 떡 먹듯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큰 경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 경우, 그의 악의없는 이 거짓말이 그 누구에게 얼마만한 피해를 주었을까? 상대 후보에게? 아니면 유권자에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가 얻은 표는 결코 그의 학력을 보고 던진 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작 “고교를 졸업했다”는 거짓말이, 진정 “죄질 불량…엄정 처벌” 대상이고, “금 배지 박탈…1년 징역”감이 될 것인가?
고개가 갸웃둥 해진다. 물론 그는 실정법을 위반했다. 그런데 그 위반 사항이 겨우 ‘고교 졸업’ 행세다. 국/내외 석/박사 고학력이 넘쳐나는 사회, 그들이 보기엔 참으로 웃으꽝스런 학력 과시다.
여기서 필자는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가치 척도의 다름을 새삼 확인한다. 배운 자에겐 별 것도 아닌 일이, 못 배운 사람들에겐 생애를 몽땅 앗아가는 이 가치의 다름, 그러면 한국같이 학벌이 일종의 패권주의가 되어있는 사회에서 못 배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선 안된다 (must not)”고 처벌을 일삼는 법만으로써는 이 세상은 너무나 살벌해 진다. 그리해서 미/일등 여러 나라엔 법을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 도덕/윤리적인 의무를 강요하는 ‘착한 사마리안인 법 (the Good Samaritan Law)’이란 것이 있다.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법을 넘어선 인정이고, 동정심이고, 약자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배워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아는 힘 (knowledge’s power)’을 그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치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이 없어 삶의 터전에서 숱한 불이익 (disadvantage)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만치 바쳐야 한다. 그것은 마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 그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당위와 맥을 같이 한다. ‘참 지식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다.
이에 비추어, ‘고졸 행세-금배지 박탈-1년 징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한국 의 법체계가 대륙법/ 실정법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법관들이 진정 ‘참 지식인’ 었다면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죄질 불량…엄벌 대상이나…피고가 지금까지 살아 온 생애의 정상을 참작…국회 의원 재임 기간 중에 반드시 고등 학교 과정을 이수토록 하라”.
이런 멋진 판결이 나왔다면, 군사 독재 시절 시국 사범에 대해 외부에서 날아 오는 ‘형량 쪽지’를 보고, 거기에 적힌대로 “징역 1년, 2년, 3년…” 꼭두각시 판결을 했던 사법부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으리라.
(추기: 국회의원 웹사이트 명단에 그의 학력은 “독학”으로 되어있다.)
<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뉴욕판) 01/05/05 일자>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아, 멋진 새 한국”(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