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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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름에 올라간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이름을 보고 눈치챘어야했다. 9년마다 한 편씩 찍어서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삼부작'을 완성한 '장인 정신'이 투철한 감독이라는 점을. 사실 '현대카드 고메위크'로 예약한 런치와 디너 사이에서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고, 상영작들 가운데서 시간도 맞고 상영시간도 꽤 긴 영화가 바로 '보이후드(Boyhood)'였다. 그리고 전문가 평점도 꽤 좋았고, 잔잔한 영화로 보인 점도 선택의 이유였다. '남자의 유년기와 소년기'를 뜻하는 '보이후드'라는 제목은 '소년적 감수성'을 건드렸고, '건전한 남성이라면 한 번 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Coldplay'의 익숙한 노래 'Yellow'로 시작하는 영화는 제목처럼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려낸다. 장르가 드라마이니 만큼 갈등이나 위기가 있기도 하지만, 상식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비교적 잔잔한 영화다. 그 잔잔함으로 총 상영시간 165분을 이끌어가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6살짜리 소년 '메이슨'이 12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놀랍게도 그 12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배우의 교체가 없다는 점이다. 성인도 아닌 아역 배우는 1년이 다르게 성장하기 마련인데, 배우의 교체가 없다는 점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 감독과 배우들이 진짜 가족처럼 모여서 12년 동안 촬영을 했다는 뜻이다. 물론 12년 내내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6세부터 18세까지 1년마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평범하게' 담은 영화는 '비범하게' 보이고, 작가의 '미칠 듯한' 장인 정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소년의 12년은 현실의 시간과도 많이 비슷해서 영화의 엔딩은 작년 정도로 볼 수있다. 그 현실성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중문화의 모습도 현실적이다.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는 2000년대 초의 미국 팝음악의 아이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부르고, 메이슨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일본의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드래곤볼'을 보고 있다. 또 두 남매는 성장하면서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듣고, 더 성장해서는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발매 행사에도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게임기는 '닌텐도 게임보이'에서 '닌텐도 Wii'와 'X-box'로 변해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배경음악도 연도에 비슷한 인기곡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막바지에는 너무나 유명한 'Gotye'의 노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까지도 들을 수 있다. 어른들의 모습에서는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 침공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란 미국 중산층의 몰락도 보여진다. 매년 변하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사회의 모습을 (고증이 아닌 실시간으로) 담아낸 점에서는 미국 중산층을 그려낸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느껴지고, 각본을 쓴 감독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여 각본을 각색했을 지도 궁금해 진다.

소년의 성장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가족의 변천사도 흥미롭다. 6살의 시작부터 주인공 메이슨의 부모는 이혼 상태이고 메이슨과 누나는 엄마와 살고, 아빠는 가끔 만나고 있다. 12년이 지나면서 엄마는 또 두 번 재혼하고 모두 아이 없이 이혼한다. 아빠는 뒤늦게 (메이슨이 13~14세 즈음에) 재혼하고 아이를 낳고 두 번째 결혼을 튼튼하게 유지한다. 이혼 상태로 시작한 영화는, 엄마와 아빠의 재혼을 통해 '미국식 가족'의 정형적인 단편을 보여주려 했을 수도 있겠다. 메이슨의 '첫번째 새아빠'도 '새엄마와 그녀의 가족들(조부모)'도, 혈연과 관계 없이 자녀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대하는 모습은, 우리의 정서에서는 꽤나 놀랍다. 혈연적 유대와는 관계 없이 '법적으로 모인 가족' 속에서의 결속은 꽤 단단하지만, 또 두 번을 더 이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 가족도 유동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혈연'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점에서는 꽤 성숙하지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미숙하기도한 '미국식 가족'의 모습은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라고도 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성장 과정을 겪는 대부분의 소년은, 크게 어긋나지 않고 대부분 비슷하.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비교해보면 다들 비슷한 '단순한 과정'이지만, 그 단순한 과정 속에서 각 소년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와 성숙의 과정은 결코 단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메이슨도 마지막에는 어엿한 청년이 되지만 아직도 세상은 낯설고 어렵다. 아마도 세상 속에서 세상과 맞서 살아가는 모든 소년들도 그럴 것이다. 남자는 성숙하지 않고 그러는 척만 할 뿐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남자는 언제나 소년이고, 모든 소년은 언제나 근본적으로 외롭다. (하지만 그 근본적 외로움과 호기심은 인류의 발전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소년기를 지나온 남자로서도, 또 소년(아들)을 키울 부모로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한 번은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별점은 4개다
2014/11/11 15:26 2014/1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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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가? 아니면 좋은 음악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가? 따로 팔았다면 둘 다 망했을 확률을 큰 영화와 음악이 만나 상승효과를 보여준 음악영화로, 영화 자체를 아주 긴 '뮤직 비디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음반 프로듀서(기획자/제작자)와 뮤지션의 만남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는 '영화적/음악적 완성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보았다. 약 10년 전, 음악 자체는 그다지 큰 소질이 없었지만 음악 감상을 좋아했던 나는 주말마다 홍대 근처 인디밴드들이 공연하는 클럽들을 꽤 많이 돌아다녔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밴드나 뮤지션도 생기고, 그러면서 그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들이 공연하는 클럽이나 레이블에 대한 상황들도 조금씩은 알게 되어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는 밴드들이 작은 클럽 공연을 시작으로 점점 유명해지면서 음반을 발표하고 전국구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밴드를 발굴하는 일도 참 재밌고 보람차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재능을 발굴하는 영화 속 (과거에 잘 나가던) 프로듀서 '다니엘(마크 러팔로)'의 모습은 자꾸 그 시절을 떠올렸다.

영화 포스터만 보면 프로듀서 댄과 뮤지션의 여친에서 진정한 뮤지션이 되려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러브 스토리(물론 3류)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상실'에 빠진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만나서 각자의 상실을 극복해 가는 훈훈한 (가족용 영화같은) 이야기니 오해는 없도록 하자.

키이라 나이틀리의 가창력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을 고려해도 아쉽다. 그녀의 미모가 아니었으면 프로듀서에게 발굴되었을 지는 역시 의문이다. 그렇다고 곡이 꽤 좋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하짐나 키이라 나이틀리와 무난한 곡이 만나서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영화의 '스토리'라는 살이 붙어서 이 음악영화를 완성한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친구나 연인과 즐길 만한 영화는 분명하다. 당연히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 좋겠다. 별점은 3.5개.
2014/11/05 19:19 2014/11/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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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꽤 오래전에 구입했었는데, 이제서야 읽은 조경란의 중단편집 '풍선을 샀어'.

그녀의 글은 독특하다. '비현실적인' 혹은 '초현실적인'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시각이 그녀가 쓴 소설들의 매력이다. 그녀의 책 가운데는 중단편집이 많은데, 길지 않은 호흡으로 최대한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점이 그녀가 쓴 글들의 매력이다. 8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풍선을 샀어'도 그렇다.

이 책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그녀가 발표한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약 5년에 걸쳐서 쓰내려간 글들이기에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쓴 연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느슨하게 관련성이 있는 글들이다. 서른과 마흔 사이, 그 가운데서도 마흔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고, '인생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 가운데서도 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하는 '실존주의'와 '니체'에 관한 이야기들이며, 삶의 가운데 즈음에서 찾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 즈음에 독일 여행을 다녀오거나, 독일에 머물렀을까? 니체를 비롯해 유명한 철학자들을 배출한 독일의 도시들이 등장하고, 작품들 전반에 니체와 실존주의의 사색이 깔려있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첫 이야기 '풍선을 샀어'부터 대부분의 소설들이 독백과 사색을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화 주위로 진행되는 '인기 좋은 장르소설' 익숙한 독자에게는 적응기간이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문체에 익숙해지면 꽤 끈끈한 몰입감으로 읽어나갈 만한 소설이다. 그리고 막 서른 중반 즈음에 있는 '나'라는 독자에게는 더 가까이 생각해 볼 만한 화두를 던진 책이었다.
2014/09/29 22:33 2014/09/2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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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베스트셀러 '세계대전 Z'의 작가 '맥스 브룩스'의 책은 두 권이 더 국내에 번역되었는데, 모두 '세계대전 Z'와 관련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세계대전 Z 외전'이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작가가 '세계대전 Z'를 발표하기에 앞서 내놓은 책으로 가상에 바탕을 둔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분류되는 점이 흥미롭니다. '덕(덕후) 중에 최고의 덕은 양덕(양키 덕후)이고, 양덕 가운데서도 밀덕(밀리터리 덕후)가 으뜸이다.'라고 하는데, 보통 총기 등의 무기류의 소유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 '밀리터리 덕후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정에 맞는 '생존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가상의 적으로 '좀비'를 내세웠지만, '좀비'가 아니더라도 '치사율이 높은 심각한 전염병'이나, 핵전쟁 혹은 핵발전소 폭발 같은 '방사능 유출 사고', 아니면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대규모 폭동이나 전쟁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지식들로 가득하다. 앞서 밀덕을 언급했듯이, 무기와 전투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물론 인간으로서 생존에 필수적인 지식들도 포함되어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밀리터리 덕후 +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될 수 있게 하는 안내서라고 할까? 물론 진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서적을 통한 학습과 훈련, 그리고 실전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헤매지 않고 지름길을 알려주는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입문서'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밀리터리 덕후는 물론 생존 전문가와는 더욱 동떨어진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책이 쓰여진 시간적 순서대로 '세계대전 Z'보다 먼저 읽으려면 상다히 따분한 내용일 수도 있는데, '세계대전 Z'를 먼저 읽고나서 읽는다면 그 내용들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심각한 망상에 빠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비관주의자거나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커다란 사태에 대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법하다. 물론, 지금 당장 '세계대전 Z'에 대한 대비를 시작하지 않더라도, 읽고 숙지한다면 몇 일 혹은 몇 주는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겠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무지'이니까. '가이드'라는 이름처럼 일종의 '실용서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좀비에 대비하는 지식을 얻으면서 따라오는 '마음의 평안' 혹은 '든든함' 덤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기록에 남은 좀비 공격 사례'를 읽고 있으면 '좀비'는 가상의 질병이 아니라, 형체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현실로 다가온다. 꽤 많은 사례들이 실려있는데,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기록되었고, 꽤 여러 민족과 문화에서 좀비 혹은 그와 비슷한 존재들에 관한 전설이나 민담 등이 전해져 내려오는 점을 보면 단순히 공상으로 치부할 수도 없지 않을까? 우리가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일처럼, 좀비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세계대전 Z 외전'은 제목처럼 '세계대전 Z'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다. 다만 보고서나 다큐멘터리 같았던 원작에는 실릴 수 없었던 다른 성격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본편이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체험담을 전달하는 형식이었기에, 인터뷰 형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거나 인터뷰로는 밝혀질 수 없는내용들을 담았다. 본편에도 작품 속 저자가 수집한 내용들 가운데서 삭제된 부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삭제된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는 책이 이 외전일 수도 있겠다.  특히 인간이 아닌 종족의 입장에서 바라본 좀비 전쟁은 신선했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사가(Twilight Saga)'처럼 뱀파이어 열풍에 편승한 느낌도 있지만, 판타지가 아닌 다분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생존'의 문제에서 바라본 좀비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은 참신하다. 더불어 맥스 브룩스라는 작가의 다른 역량도 조금 살펴볼 수 있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혹시 이런 현대 판타지물이 되지 않을까?
2014/09/05 10:23 2014/09/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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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제는 "믿고 보는 마블 스튜디오"가 되었기에 개봉일에 심야상영으로 보았습니다. 인구가 적인 지방 도시의 영화관이라 평소에는 관객이 꽤 적은 편인데, 최근에는 '군도', '명량' 같은 국산 대작들과 더불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개봉하면서 관객이 많네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한 다섯 영웅으로,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대는 '우주판 어벤져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상당히 강하다는데, '어벤져스'와의 조인트 이벤트를 염두했는지 캐릭터들의 능력은 '은하의 수호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상당히 약화된 느낌입니다. 그 엄청난 강함 때문에 원작에서는 '스타로드(Star Lord)'라고 불리던 주인공도, 영화 속에서는 '자칭 스타로드'가 된 점으로도 약화는 뚜렷합니다. 스타로드와 동료들의 힘은 전체적으로 약화되었지만, 그 스케일만은 '어번져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어벤져스'에 속하는 작품들이 '히어로'라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SF+판타지' 정도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여러 행성과 은하를 무대로 하는 '스타워즈'급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급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했는데, 여러모로 '스타워즈 시리즈' 가 떠오릅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마블 스튜디오' 로고 대신 스타워즈 로고를 넣는다면, '스타워즈'의 새로운 스핀오프로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점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와 '스타워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Lucas Film)"을 모두 인수한 "디즈니(Disney)"가 만들어낸 '접점'이라도 생각됩니다. 개성이 뚜렷한 행성들을 배경으로하는 '스케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도 스타워즈를 떠오르게 하는 점이 존재합니다.

나사가 빠진 듯한 유머와 동시에 주인공다운 진중함도 보여주는 '스타로드'는 다분히 '스타워즈'의 '한 솔로'를 떠오르게 합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티격태격하는 동식물인 듀오 수다쟁이 '로켓'과 우직한 '그루트'는 'C3PO'와 'R2D2'의 콤비가 연상되고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드랙스 더 디스트로이어'는 듬직한 '츄바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과거를 갖고 있는 '자모라'는 역시 '레아 공주'와 연결됩니다.

'어벤져스'와의 균형을 위한 '캐릭터들의 약화'만큼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결성 과정은 아쉽습니다. 이해관계로 얽혀서 급조된 팀으로 설정되었는데, 다분히 '디즈니답다'고 할 만큼, 더 넓은 연령층이 관람하도록 눈높이를 낮춘 느낌입니다. '골룸', '킹콩'에서 최근의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시저'까지 '크리쳐 전문 배우'인 '앤디 서키스'에 비교될 만한 여배우 '조 샐다나'는 행보는 놀랍습니다. '아바타 4부작'의 '네이리티'와 '스타트렉 시리즈'의 '우후라' 그리고 이제 시작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자모라'까지 'SF & 외계인/우주인 전문 여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녀가 등장하는 세 프렌차이즈 모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라는 재료에 '루카스 필름'이라는 양념을 추가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다채롭고 맛깔나는 요리'가 분명합니다. 다만 '디즈니'라는 '가장 대중적인 그릇'에 담기면서 고급 양념만 추가되지 않고, 눈높이가 낮아진 점은 약간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첫 편의 성공으로, 앞으로 이어질 이 시리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벤져스'와의 억지스러운 조인트 이벤트보다는 자체 시리즈로서의 확장이 더욱 기대되는 팬들도 많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13 15:16 2014/08/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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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백인들의 전유물'에 가까운 음악이었던 'Country(컨트리)'는 비교적 그 특징이 뚜렷하다.

특징적으로, '역사상 가장 음반을 많이 판매한 컨트리 가수(약 1억 3천만)'이자 '컨트리 음악의 대부'라고 할 만한 'Garth Brooks' 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주로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하는 다른 장르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조국에 대한 사랑(애국)'과 '신에 대한 믿음(신앙)' 그리고 '변치않는 우정'처럼 '고전적인 미덕'들이 노골적으로 녹아있다.

매년 '미국 컨트리 음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Nashville에서 열리는 'CMA(Country Music Awards)'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더불어 권위있는 음악 시상식이자, 당연히 '백인들의 음악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상식에서 가장 큰 영광은 바로 'Pinnacle Award'라는 상이다. 이 상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점은 어찌보면 '공로상'과 비슷하지만, 공로상과는 다르게 '컨트리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에게 그 이름처럼 '정점'에 수여되는데, 매년이 아니라 약 10년에 한 번 정도 수여되는 될 정도로 컨트리 뮤지션들에게는 일'생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상이다. 2013년에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가 수상했는데, 바로 전 수상자가 2005년 Garth Brooks였다.

나의 10대 중후반였던 90년대 후반, 인터넷이 걸음마를 때던 시기여서 외국음악을 접할 방법이 많지 않았고, 그 적은 방법들 가운데는 팝음악 잡지 '월간 GMV(지구촌영상음악)'과 홍콩의 'Channel [V]'가 있었다. 매주 토요일 밤 Channel [V]의 빌보드 차트와 월간 GMV의 빌보드 차트, 그래미 어워드 기사, 연간 음반 판매량 정보를 흥미롭게 봤는데,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Channel [V]에도 소개되지 않는 가수이면서 매년 음반 판매량 상위권이고 빌보드 차트도 순위권이던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Garth Brooks였다. 지금처럼 'mp3 내려받기(구입)'나 '온라인 스트리밍'은 생각할 수도 없고 '음원의 구입'은 곧 '음반 구입'을 의미하던 90년대 중후반, 발표하는 앨범마다 '1천만장'(거의 대부분 북미에서만)을 팔아치웠고, 다른 장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미국 컨트리 음악'의 명맥을 지켰던, Garth Brooks도 전성기가 지난 2005년이 되서야 수상했는데, 고작 정규 앨범 4장을 발표한 풋내기 Taylor Swift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Garth Brooks도 넘지 못한 '세계의 벽(세계인의 음악적 취향의 벽)'을 Taylor Swift가 넘어 '컨트리 음악의 세계화'에 공헌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전통 컨트리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변질된 컨트리이기는 하겠지만)

미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미국적인 특징'을 버려야하는, 어쩔 수 없는 진화라고 해야할까? Taylor Swift로 대표되는 최근의 '젊은 컨트리'에서는 '애국'이나 '신앙' 같은 고전적인 색채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젊은 세대 컨트리 음악에도 뚜렷한 공통적 특징들은 남아있다.

high teen romance :

'세계화'되면서 사랑노래가 많아지는 점은 당연한 수순일까? 미국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혹은 학업을 위해 드넓은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서 기인한 특징일까? 아니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분가하던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일까? '10대 시절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이 꽤 있다.

geography :

하나의 표준시대에 모든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어림잡아 6개 정도의 표준시간대가 존재하는 광활한 국토에 사는 만큼, 도시 각각의 지리환경적 특징이 뚜렷하고 도시들마다 발달과정에 따라서 그 특징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일까? 비유나 은유의 대상으로 도시나 지명이 자주 사용된다. (예, 바람의 도시 = 시카고)

comparision :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음악적 혹은 언어적(문학적)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가사에서 비교와 대조가 꽤 많이 사용된다. '연적인 그(그녀)'와 '나'를, 도시/지명 혹은 사물/행동 등으로 다양하게 비교하거나 대조시킨다. 특히 앞서도 언급한 도시나 지명 등으로 비교하는 경우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특징이 녹아있는 Taylor Swift의 곡 'White Horse'로 첫 번째 안내를 마친다.


2014/08/06 16:16 2014/08/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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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기원 혹은 조상에 대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류의 기원과 역사'라는 주제는 인간이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진 후로 '우주의 기원과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호기심의 영역에 있었다. 두 주제는 모두 20세기까지도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 기원에 관해 수 많은 '설'이 존재했고 또 그만큼 많은 반론이 존재했다. 하지만 물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천체물리학도 발전하면서 20세기에 우주의 탄생에 관한 '빅뱅 이론'으로 그 기틀은 갖춰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더 많은 부분들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빅뱅 이론'은 이제 우주 탄생에 관한 정론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인류의 기원도 20세기까지 밝혀진 부분은 많았다.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원하여 지구 곳곳의 대륙으로 퍼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빅뱅 이론'만큼 기초 과학 상식이 되었지만, 어떤 경로로 어떻게 거의 전 지구에 퍼졌는지는 20세기 말까지도 의문점으로 남아있었다. 더구나 인간처럼 뛰어난 지능과 적응력으로 지구 곳곳을 이동한 동물은 이전까지 없었고, 인류의 이동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 문제를 결정하는 '자연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농업과 항해술 같은 기술 발달이나 인간 사이의 갈등(대표적으로 전쟁)에도 영향을 받았기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 사료로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최소 수십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에서 만 년이 채 되지않는다. 그러다가, 모든 동식물에 존재하는 게놈, 유전자(gene), 그리고 DNA가 밝혀지면서 이 기원을 추적하는 강력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세기 말까지도 기술적인 측면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 단서들을 대규모로 이용하기에는 제한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되면서, 이 단서를 탐구하는 '유전학'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는 원제 "Deep Ancestry inside the Genograhic Project"처럼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염색체와 DNA 단위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거댄한 범지구적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스펜서 웰스'가 집필한 전작 "The Journey of Man : A Genetic Odyssey(2004)", 국내 번역판 '최초의 남자'의 연장선에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최근 발견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동시에 참여를 호소하는 책이다. 모계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와 부계 유전되는 'Y 염색체'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내용들은, 일반인들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으나 생물학이나 유전학의 지식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의예과 시절에 배웠던 '유전학' 지식들을 새록새록 되살려냈다.

연구의 최근 발견들은 역시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지만, 그 이동 과정은 예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진 연구여서 그럴까? 아프리카 기원에 관한 내용은, 이 책보다 나중에 출간되었지만 먼저 읽었던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과 교차점이 된다. 그리고 이 인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복잡하고 방대한 작업은 단순히 유전학적 지식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단다. 인류의 유전학적 발자취를 돌아보는 일은, 실제로 인류가 지구 위에 남긴 흔적들을 탐구하는 '고고학'과 '인류학'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재밌다. 생각해보면, 전세계에서 모은 염색체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발견한고 추론해낸 '유전학적 연대'는 실제 현장에서 알아낸 '고고학적 연대'와 일치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은 당연하겠다. 실험실의 기초 과학을 벗어난 물리학이 천문학과 만나 천체물리학이 되는 모습과도 비슷한데, 현대의 수 많은 과학기술 학문들은 이제 서로 얽히고설켜서 점점 더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최근 범죄 현장에서 남겨진 머리카락이나 신체 일부 속에 있는 DNA로 범인을 알아내는 방법처럼, 이제 조만간 역사학과 인류학의 고증에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유전학적 검증이 필요한 시대가 열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논쟁도 유전학을 통해 종결되는데,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으로 이주하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은 유전적으로 우리의 조상들과는 매우 다른 아종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선조가 아닌 셈이다. 인류와의 생존 경쟁에서 뒤쳐져서 멸종했다는데, 정말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적인 도태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서론을 시작으로 최근의 연구 내용을 도표와 더불어 업데이트하는 본론, 그리고 연구 참여자, 연구 방법, 연구 윤리, 연구의 한계점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결론은 꽤나 장황하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한 편의 '연구 논문'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 연구와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읽기 쉽게 쓰여졌을 뿐이다. 이 연구는 이 책이 발간된 2007년에도 진행 중이었고 2010년에 종료 예정이라는데, 연구의 최후 결론을 알리는 후속 도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재밌는 점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웹사이트(https://genographic.nationalgeographic.com/)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송비를 제외하고 약 16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DNA test kit'을 구입하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유전학적 기원'을 알 수도 있다. 참여는 이 키트를 이용해 '구상상피세포'를 채취해서 다시 돌려보내면 간단하게 가능하다. 160달러를 지불하고 또한 염색체를 제공하여,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이 '비영리 프로젝트'를 위한 기부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참여자 자신을 포함한 인류의 기원을 알아내는 연구에 참여하는 test kit이기에 정식 명칭은 'DNA Acestry Kit'라고 한다. 이 Kit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2014년 6월에 올라왔고, "Geno 2.0"이라는 주제가 붙은 점으로 볼 때 2010년에 전 단계의 연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2010년까지 완성된 인류의 '유전자 계보'를 바탕으로, 참여한 일반인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유전학적 족보'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프로젝트의 입장에서는 윤리적이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되게 '유전자 풀(gene pool)'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나온 Kit라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인류 모두를 위한 거대한 연구에 참여하는 '킥스타터'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2014/08/05 01:30 2014/08/0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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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의 후속편이 '마블(Marverl) 히어로' 라인업이 빠져있는 7월을 틈타 개봉했습니다. 전작은 아주 오랜만에 갔었던 종로 '서울극장'에 보았기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리부트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데, 꽤 성공적인 리부트로 평가받은 전작 덕분에 제작이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혹성탈출'이라는, 국내에 수입되면서 원작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 제목을 처음 붙인 사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제목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까지는 한국판 제목 '혹성탈출'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혹성' 이나 '탈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너무나 엉뚱할 따름입니다.
 
전작에 이어 주인공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이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중간계 시리즈의 '골룸'과 영화 "킹콩" 속 '킹콩'으로 '괴수 전문 배우' 혹은 '모션 캡쳐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보다도 '앤디 서키스, 그를 위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수 많은 유인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영화보다 그의 '모션 캡쳐'의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유인원 '시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 만큼 풍부해진 표정과 내면 연기까지 모션 갭쳐에 관한 그의 연륜과 내공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류 수준의 문명을 이뤘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는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족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영특했던 시저와는 다르게 다른 유인원들의 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보이지는 않고, 전작으로부터 약 1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룬 수준은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더구나 전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던 시저가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산속으로 은둔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소수가 살아남은 인류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갈등은 시작됩니다.

인류와 평화를 지키려는 온건파 '시저'와 전쟁을 통해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코바'의 대립은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를 연상시킵니다. 더구나 시저가 그의 이름(Caesar)처럼 심복 코바에게 배신 당하는 모습은, 결국 유인원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고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리라고 예상하게 합니다. 코바의 반란을 수습했지만, 이제 시작된 전쟁은 멈출 수 없다는 시저의 마지막 대사는 3부작의 마지막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유인원들의 지도자로 복귀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시저를 뒤로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착한 사람 '말콤'의 모습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르는 유인원과 역사의 뒤로 사라지는 인류를 대비시키는 듯하여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02 20:22 2014/08/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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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시작하면서 '홍대 죽돌이 생활'을 청산한 나오게는 그때부터 작년까지 새로운 음악을 접할 방법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 혹은 온라인샵을 통한 음반구매 정도였다. 하지만 가히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새롭고 취향을 만족하는 음악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 듣거나 구입하는 음원과 음반의 절반 이상은 기존에 들었던 뮤지션이나 밴드의 후속 앨범이나 꽤 연관성이 강한(같은 레이블이라거나, 탈퇴/해체 후 만든 앨범이라거나)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오랜만에 찾은 음악 페스티벌인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은 음악적 견문을 넓혀주는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내 '음악감상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까? 온라인만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와 레전드에 대한 예우, 그리고 페스티벌 문화까지 "페스티벌의 매력"를 발견한 점은 큰 수확이었다.

사실 수 년동안 홍대 라이브클럽 공연을 봐왔던 입장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각종 페스티벌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물론 음악팬의 입장에서야 티켓 하나로 2~3일동안 평소 보고 힘들었던 수 많은 밴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홍대 클럽들과 '밥그릇 싸움'처럼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약간의 비약을 더해서 '현재의 의료 시장'에 비유하자면, '소규모 의원들(=홍대 라이브클럽들)'과 '대형 병원들(=각종 페스티벌)'이 경쟁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클럽들이 동네 의원들처럼 '적당한 진료비에 각각의 전문 분야의 질환을 하나씩 치료해주는 격'이라면, 페스티벌은 거의 모든 전문과을 진료하는 대형 병원이면서 의료 시장과는 다르게 '(다른 의미의 '포괄수가제'로서) 몇 배 비싼 진료비에 일괄적으로 모든 질환을 치료해주는 상황'이라는 할 수 있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 (금전적 이유 및 접근성 등에 의해) 아무래도 클럽 쪽의 인구가 페스티벌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의료시장'과는 다르게 '라이브클럽 문화'는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공통적으로 소비되는) '인디음악'를 지탱하는 밑거름으로, 스포츠의 '유소년 시스템'에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면 결국 '인디음악'의 기반인 라이브클럽이 흔들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음악시장 전체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마치 '유럽 축구'에서 유소년 시스템이 약한 리그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한 비슷한데, 유럽 통합으로 국경이 희미한 유럽 축구에서는 '자본력'으로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하지만, 경계가 '대한민국'으로 명확하게 한정적이고 그 기반도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본력이 아무리 커봐야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물론 자금력에 따라 섭외하는 해외 뮤지션들의 (개런티와 비례하는) 인지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외의 라인업을 채우는 국내 뮤지션들은 사실 '돌려쓰기(혹은 돌려막기)'로 여러 페스티벌에 겹치기 출연이 허다한 상황이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페스티벌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고, 작년이 그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 페스티벌들의 경쟁이 뜨거웠는데, '펜타포트'에서 분리되었던 '지산 밸리'가 다시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로 분리되어, 세 페스티벌이 라인업 경쟁을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휴유증으로 슬그머니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가 취소되면서 '공멸' 양상을 보여줬다. 어쩌면, 부지 마련부터 막대한 홍비 비용까지 '과도한 몸집 부풀리기'와 개런티만 천정부지로 올리는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라인업 경쟁까지, '치졸한 밥그릇 싸움'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올해 7월의 '홍성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는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원래 작년에 가평의 자라섬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을 홍성으로 옮겨왔는데, 지역 축제와 결합하여 '음악 페스티벌'의 또 다른 대안으로 보였다. 홍성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고기/돼지고기'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이자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로서, '소통'과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우선 지역 축제로서 지자체와 협력하여 기존 시설인 '대학교 인조잔디 구장'을 부지로 사용하여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편안한 관람을 위한 실속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3일의 축제 기간 동안, 하루의 라인업을 한 레이블에 온전히 할당하면서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섭외 개런티도 상당히 절감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비용 절감은 '(예매 기준으로) 1일권 2만원'이라는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음악성을 인정받은 레이블들을 섭외해서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안정성'과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실속'을 모두 잡았다고 하겠다. 참여 레이블 입장에서도 '레이블 콘서트'를 겸하는 '레이블 홍보'의 무대로서 꽤 괜찮은 페스티벌이 아니었을까?

다만, 서울에서는 조금 먼 '충남 홍성'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홍보가 부족했을까? 꽤 괜찮은 라인업과 저렴한 티켓 가격을 생각한다면 관람객이 많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축제와 결합한 페스티벌의 첫 걸음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펜타포트와 안산 밸리의 '진흙탕'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인조잔디 구장'은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교통/숙박 및 기타 부대 시설을 확충하고, 라인업을 늘려서 오후 3~4시나 되어야 시작했던 공연을 조금 더 당긴다면 더욱 알찬 페스티벌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2014/07/29 01:49 2014/07/2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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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 난사 사고 이후 재발을 위한 방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 헛소리로 보인다.
그저 희생양을 찾고 있을 뿐이다.
군대 총기 난사 사건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마 5년 후, 10년 후에도 반복되리라.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병 임금의 현실화 뿐이다.
공식적인 휴가를 빼면 사실상 24시간 근무라고 볼 수 있는 현재의 징병제에서,
식비, 의복비 등은 국가에서 제공하니
하루 8시간씩 잡고 30일을 곱해서 240시간 정도의 월급은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해야 정상 아닐까?
적절한 보상이 없는 의무는 애국심을 가장한 착취일 뿐이다.

분명 지금 군에는 첨단 과학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하지 않고 있다.
왜냐면 한달에 10만원 수준의 사병 월급은 그런 첨단 장비들을 도입하고, 유지보수하는 비용에 비교한다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노동의 가치가 0에 수렴한다면, 사병은 소모품이 된다.
식당에서 그릇 세척을 모두 '식기 세척기'에 의존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효율적인 면에서 최저임금이 저렴하기에 인력을 사용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정상 수준의 임금이라면, 사병의 가치는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닌 보호해야할 자원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로 생각해도,
값어치 있는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좋은 무기와 좋은 보호구가 지급됨은 당연하고, 복리 후생도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또, 군의 전반적인 보건복지와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미국의 Surgeon General 수준의 지위와 권한은 갖는 의사-군인이 필요하다.
징병제에 따라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대부분의 남성이 군인으로 복부하는 상황에서 그 보건의료정책은 민간의 정책과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국가 위기 상황과 같은 비상시 상황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 보건의료 정책의 구심점이 이 직책이다.
이는 전문가를 그 분야의 중책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과 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시한 근본적인 해결책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런 해결책을 정부의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낙관적인 시각으로 봐도, 이런 주장들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고 본다.
나를 포함해서 어떤 다른 사람들은 이 땅에 새로운 국가가 세워지거나, 그 수준의 대격변이 있어야만 가능하리라 본다.
2014/07/14 17:06 2014/07/14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