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오래 전부터 프레베르의 그 시를 좋아했지만
전 늘 제가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사랑의 주체가 나 자신이고, 그것이 잘못되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새가 되기도 했겠죠.
가둬두고 싶지만 가둘 수 없는, 오래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나이가 된 걸까요.
지금은요, 수백 장의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고, 그런 과정들이
너무 막막하고 힘들게만 느껴져요.
전 그냥 누군가 그려놓은 새장 속으로 날아 들어가서
마음 놓고 노래만 부르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죠.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 잘라 가질 수는 없다고.
그러니 사랑에서 기쁨만 잘라 가질 수도 없겠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모든 것이 끝없이 되풀이된다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의외로 전 잃을 것이 별로 없는지도 몰라요.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었으니까.
잃은 게 있다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멈출 수 없었던,
그 불안했던 마음이겠죠. 그렇게 생각할레요."
작가 '황경신'이 '황인뢰' PD에게 보낸 메일 중일부...
그래 이 앞머리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좋아해준다." 고작 그 정도의 조건인데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같은 느낌이 들어.
<P>볼 거리 '영화;허니와 클로버 (ハチミツとクロ-バ: Honey & Clover, 2006)'</P> <P>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 2관(6층)</P> <P>2007년 2월 1일 (목) 18시10분 ~ 20시06분</P> <P>6층 B열 45번(4회)</P> <CENTER><IMG id=userImg8710640 style="CURSOR: hand" onclick=popview(this.src) src="http://blogfiles..
"날 사랑하나요?"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시에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미소가 견딜 수 없어서, 시에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지만 모차르트도 슈베르트도 브람스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 어색하고 슬프고 막연한 침묵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망설이는 사이에 침묵은 점점 깊어져서, 마침내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시에나는 피아노 앞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날 사랑하나요?"
니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서만 맴돌았다. 수백 번 혹은 수천 번 정도 회오리바람을 그리며 맴돌았다. 그렇게 맴돌기만 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문은 언제까지나 홀로 남아버렸다. 꿈에서조차, 니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저 홀로 남아버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물어보지 말아야 했다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시에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말을 꺼낸 그 순간, 사랑은 재빨리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공허만 남아 있게 되리라는 걸, 시에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도 참을 수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쪽이래도 상관은 없었다. 어쩌면 제대로 된 대답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질문은 그런 거였다. 질문 그 자체로 완결되어야만 하는데, 또한 완결될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는 거였다.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고, 몇 번이나 니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 땅을 파고 뿌리를 내리고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누구의 마음 하나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시들어, 다시 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
...
와인을 마신 대니가 소파에서 잠이 든 사이, 시에나와 제이는 정원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그친 하늘은 검은 보랏빛을 띠었다가, 빠른 속도로 암흑 속에 잠긴다.
"시작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이미 시작되어버리는 일들이 있어."
낮은 목소리로, 시에나가 말한다.
"그래서 언제나 노력이 필요해."
"무슨 노력이요?"
제이가 묻는다.
"사랑받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
여전히 TV에서는 글렌 굴드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혹은 피아노가 글렌 굴드를 연주하고 있다. 그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가 몇 번이고 되풀이 되고 있다.
<'페이퍼' vol. 132, '경신 section'의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中>
서랍 속에... 소중히 넣어 놓은 다음에... 그리고...
어쩌다 그걸 발견하면
내 생각을 해줘...
Comments List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면 너무 우울해져요. 물론 많은 분들은 영화못지 않은 현실을 지내지만..
그러니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