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의 최근작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고 상당히 실망한 후로,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받아보았을 때 다시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수필같은 산문집에 거의 실망한 일이 거의 없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정체가 궁금하고, 또 조금은 부럽기도한 'J'에게 부치는 그녀의 이야기들과 멋진 시구들... 수필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편안함이 있다고 할까? 결국 나는 작가 '공지영'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수필'이 작가와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어느 한적한 찻집에서의 '대화'라면, '소설'은 가면을 쓴 작가를 찾아서 그 작가가 그런 가면을 쓴 이유를 이리저리 궁리해야만 하는 '가면무도회'라고 할까?
빗방울처럼 혼자였던 그녀의 삶... 하지만 혼자 내리는 빗방울은 결코 없듯이 수많은 빗방울들과 비를 이루며, 가족, 친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그녀의 이야기.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가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J는 누구일까? 남편일까? 아니면 그녀는 천주교 신자이니 'Jesus'의 J일까? 둘 다 아닌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