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소개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들 중 아마도 '냉정과 열정 사이 blu'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하는 작품이 바로 '안녕, 언젠가'이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 여류작가들에 비해 번역된 작품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그이지만, 이 소설 속에 실린 시구는 츠지 히토나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기 전에 한 번쯤은 읽어 보았으리라.

현대가 아닌 1975년 개발이 손이 닫기 전인 '태국 방콕'이라는 열대의 이국에서 펼쳐지는 사랑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유타카에게 매혹적인 여인 토우코의 등장은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일이었고, '꿈'이기에 깨어날 수 밖에 없다.

지루하고 위태로운 하지만 뜨겁고 매혹적인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젊은 혈기의 불장난으로 끝나고 소설은 25년을 뛰어넘는다. 25년이나 지났지만, 차마 잊지 못해 마음 한 쪽을 떼어놓고 살아온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깊이과 감동을 전한다.

사실 즐겨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의 가볍고 건조한 문체보다는 츠지 히토나리의 서정적이고 분명한 문체가 우리나라 사람의 감성에 더 잘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TV드라마에서나 볼 만한 신파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적절한 시대와 장소 그리고 인물 배경 속에 그려지는 그의 이야기는 '신파'라기 보다는 '로맨틱'에 가깝다.

여러 그의 소설에서 그는 남성들만의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거칠고 무뚝뚝한 세계가 아닌 남성이라는 딱딱함 속에 숨어있는 부드러움을 찾아 보여준다. 그렇기에 역시 남성인 나에게 그의 글들이 마음에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순간에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아니면 사랑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나는 전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