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관성이 좋아', 앨범 자켓, 또 다른 예술의 세계

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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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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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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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10/09/19 22:32 2010/09/19 22:32

미스티 블루 -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길고 길었던 1년간의 여정,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계절 연작 EP의 네 번째,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우선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친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 '경훈'과 '은수'에게 박수치고 싶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작년 초에 계획되었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1년 사계절을 관통하는 음악 작업을 무사히 끝내고 네 장의 EP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전대미문의 프로젝트와 함께한 지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지난 세 장의 EP들이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매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이하 겨울은 봄의 심장, 혹은 겨울 EP)'은 2월 즈음에 발매될 것으로 생각되었으니, 실제 발매된 3월은 이미 봄이어서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봄을 의식한 듯한 부제 '겨울은 봄의 심장'은 그 '늦음'에 대한 항변으로 보이네요.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EP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미 2006년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을 통해 겨울의 느낌을 물씬 담아냈던 미스티 블루이기에, '겨울은 봄의 심장'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 여정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인트로 성격의 '봄의 심장'은 마치 카세트테잎을 거꾸로 감아서 재생했을 때 들었을 법한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가사를 통해 반복되는 'how'는 토로의 어려움을 노래합니다. 곡 전반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는 미스티 블루가 음악으로 참여했던 '베스트극장'의 단막극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 테마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곡의 앞 부분은 거꾸로 감아서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망각 [Oblivate]'는 이 EP가 겨울을 표방하듯, 앞선 '봄의 심장'과 이어지는 지독한 쓸쓸함으로 시작합니다. 만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겨울의 이미지처럼 '어둠'과 '무덤'이라는 단어는 '기억의 죽음', 즉 제목 그대로 '망각'을 그려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밴드 음악들 가운데 일부를 '슈게이징(shoegazing)'이라고 부르는데, 다분히 '슈게이저'라는 제목은 이 슈게이징에서 차용한 'shoegazer'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기에 '슈게이저'는 조근조근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차분하지만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져서 미스티 블루다운 달달한 쓸쓸함을 들려줍니다.

'조와 울'은 텅빈 공간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공허한 슬픔을 노래합니다. 겨울 EP를 만드는 동안 두 멤버가 얼마나 많은 우울을 겪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행복하니?'라고 묻는 가사와 샘플링하여 수록한 울음소리에서 그 슬픔은 극명해집니다.

'On And On'은 미스티 블루답지 않게도 대부분 영어 가사에 더구나 라킹(Rocking)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어쩌면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이런 사운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낮잠'은 놀랍게도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초로 베이스 '경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말랑말랑한 멜로디들을 잘도 만들어내는 그의 작곡 능력과는 다르게, 그의 음성은 차운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는 겨울 EP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쓸쓸히, 조근조근 읊조리다가 한 순간에 폭발하는 보컬과 사운드는 어떤 시에서 노래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연상시킵니다.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라고 차마 끝내지 못한 여운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담아냅니다. 너의 심장에서 나의 심장으로... 마음과 마음이 끈이 끊이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쓸쓸합니다.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겨울 EP를 통해 약 1년에 가까운 미스티 블루의 긴 여정은 막을 내립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활기 넘치는 봄이 아닌, 겨울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은 슬픔의 봄을 위한 겨울은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해석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안타깝게도 미스티 블루의 마지막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의 음악들은 음반들로 만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겨울 EP가 그렇게도 서럽게 슬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미스티 블루... 별점은 4개입니다.

2010/06/17 13:07 2010/06/17 13:07

미스티 블루 Sentimental talker in 12월 26일 숲의 큐브릭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네 번째는, 정말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하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순서였습니다. 26일과 27일, 이틀간 각기 다른 컨셉의 공연이 예정되었지요. 26일은 'Sentimental Talker'라는 제목으로 팬미팅을 겸한 공연이었고 27일은 'Sentimental Listener'라는 제목으로 제목처럼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컨셉이었죠.

늦은 7시에 시작된 공연은 '미스티 블루'의 '은수'와 '경훈' 외에도 기타 세션으로 예고되었던 '재주소년'의 '유상봉'군과 한희정의 이틀간의 공연에서 세션을 했던 드럼 '홍준'과 피아노 '진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사계절 연작 EP 중 봄에 해당하는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에 수록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1월 미스티 블루의 홈페이지에서 팬미팅을 언급하면서, 팬미팅 제목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쓴 글 제목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가사는 이 날을 위해 특별히 개사해서 불렀기에 더욱 좋았지요.  

이어지는 곡은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의 수록곡인 '빗방울 연주'였습니다. '미스티 블루표' 보사노바라고 할 수 있는 곡이죠. 다음은 봄 EP, 여름 EP 순서였으니 가을 EP인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이하 가을 EP)"의 수록곡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는 바로 '위로'였습니다. 1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이하 시리우스)"의 수록곡으로, 그래도 그 멜랑콜리는 가을의 순서에 어울리는 곡이었죠. 이어 아직 나오지 않은 겨울 EP를 대신하여 미스티 블루의 첫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이하 유리호수)"의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the Little Drummer Boy'로 EP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이 도와주었었는데, 공연에서는 슈퍼세션(?) '유상봉'군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원래는 원곡처럼 '은수'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데, 그만 그의 어둡지 않은, 해맑은 음성덕분에 은수의 보컬은 더 어둡게 들리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Lullaby for Christmas'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곡이었죠. 작은 소녀의 기도같은 가사가 인상적이구요.

2006년 1월초에 발매된 EP '유리호수'의 곡들과 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서 무려 약 4년 만에 열리는 'EP 발매 공연'같은 기분이 들기도했습니다. 앞선 두 곡에 이어 1집 '시리우스'에도 수록되었던 'Daisy'을 EP 버전에 가깝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사계절 연작 EP로 돌아와서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가 '미스티 블루표'인 여름 EP의 'Moderate Breeze'가 이어졌죠. 26일 공연은 팬미팅을 겸했다고 했는데, 진정 팬미팅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미스티 블루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된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순서였죠. 두 팬의 사연이 낭독되었고 소정의 선물이 증정되었습니다. 운좋게도 저도 선물을 받을 수 있었죠.

게스트로는 바로 24일, 25일 같은 장소인 '숲의 큐브릭'에서 단독 공연을 했던 '한희정'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노래르 들려주기 보다는 은수와 함께 듀엣으로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앞선 두 차례의 공연을 본 '파스텔뮤직의 노예(?)'들을 위한 배려였을까요? 한 곡은 하루 지난 크리스마스를 위한 'Santa baby'이었고 다른 한 곡은 두 사람에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커버곡 'Shut up and let me go'였습니다. 사실 지난 Dawny Room Live에서 미스티 블루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같이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 정도를 기대했기에 더욱 놀라웠습니다. 1부의 마지막은 여름 EP의 수록곡 '빨간 벽돌집 바이엘'이었습니다.

사연 소개와 게스트가 있었던 1부와는 달리 공연으로만 진행된 2부는 1부에 비해 짧았습니다. 시작은 가을 EP의 수록곡으로 미스티 블루의 노래답지 않게 긴장감이 가득한 '가을의 용기'였죠. 이어 미스티 블루에게 큰 애착이 있는 곡인지, 공연에서 종종 듣게되는 'Cherry'가 이어졌습니다. 가을 EP의 타이틀 곡 '하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은수가 어린시절 만났던 '이쁜 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상당히 심오한 느낌의 가사에 어리둥절해던 사람들은 이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풀렸을 법합니다.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 곡은 1집과 같은 제목의 곡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였습니다. 마지막 곡으로서 미스티 블루다움이 느껴지는 선곡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단독 공연이었기에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제가 가을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지만 공연은 어느덧 2시간이 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미스티 블루에 대한 기다림이 길었고, 공연이 좋았다는 의미였겠죠. 27일의 'Sentimental listener'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없던 점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2010/01/12 20:50 2010/01/12 20:50

미스티 블루 -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 번째'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2009/11/23 23:10 2009/11/23 23:10

한희정 Dawny Room Live @ SoundHolic

2009년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 있었던 '한희정'의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

올해 5월 EP '끈'을 발표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녀, '한희정'이 지난 6월의 단독공연에서 한, 8월이 끝나기전에 또 공연하겠다는 약속처럼 'Dawny Boom Live'의 후속 공연을 준비했고, 그 제목은 'Dawny Room Live'였습니다. 바로  나흘 전인 수요일(편성표 시간으로, 사실은 목요일 새벽)에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해서 '요조'와 함께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을 멋들어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들려주었기에 기대는 더 했습니다. 딱 1주 전인 23일에는 같은 장소인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요조'의 공연이 있었기에, 그녀들의 음악여행은 더욱 뜻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바로 전주의 결방으로 1주일 연기되어 방송했지만.)

Boom에서 Room으로 바뀐 이번 공연은, 좀 더 편안한 Room같은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그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녁 7시 시작인 공연은, 지난 '요조' 공연처럼 예매 입금 순이었고 저는 '요조의 1번'에 이어 '한희정의 4번'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입장 예정시간인 6시 30분에 가까워가자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발적인 질서 정연함은 다른 공연들에서는 보기 힘든 '파스텔뮤직' 대표 뮤지션들 공연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발적'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그런 방식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죠. 그만큼 뮤지션 층도 팬 층도 두텁다는 얘기.) 입장은 조금 지연되었지만 당연히 앞줄에 앉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 포스터에는 없던 게스트로 '미스티 블루(Misty Blue)'가 등장한다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죠.

입장하고 나서 만나게된 낮선 상황은, 지금까지 사운드홀릭 공연의 마스코트 와도 같았던 프로젝터를 위한 스크린 대신 커다란 천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었던 점이었죠. 지금까지 프로젝터 스크린은 옆으로 무대를 살짝 훔쳐볼 수 있었는데, 이 천은 그야말로 천정에서 바닥까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무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 천 뒤에는 무엇이 기대리고 있을지, 마술상자 만큼이나 궁금했죠.

입장이 완료되고 천 위로 영상이 투사되었습니다. 어디선가 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가는 모습이었고, 공연의 제목대로라면 관객들을 한희정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겠죠. 예상대로 어떤 집의 현관문 앞에서 영상은 끝나고 천은 걷혔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맞은 것은 각종 소품들(?)을 뒤로 하고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죠. 더 놀라운 점은 그녀의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Boyish하게 짧아져있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전의 '음악여행 라라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방송국 개편과 함께 DJ에서 하차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요?

공연 제목 Dawny Room Live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정말로 무대를 그녀의 방처럼 꾸몄습니다. 노트북을 하던 그녀는 웹서핑을 하면서 리플이라도 보고 있었는지 "한희정 못 생겼다고? 거울이나 보고 살라지", 이런 식의 혼잣말을 했습니다. 웹서핑을 마친 그녀는 노래 연습을 시작했고, 어디선가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려왔죠. 사실은 널판지 위에 그려진 각종 소품들(TV, 창문, 빨랫대 등) 뒤에는 세션들이 숨어있었고, 옆에서 살찍 보였습니다.

Dawny Room Live의 컨셉인 편안함을 대변하듯, 편안한 곡 '산책'으로 본격적인 Live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be still my heart, my heart be still'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카피곡 'Be still my heart'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공연연습이 이어졌고, 앞으로 계속 한희정 공연의 오프닝 곡으로 사랑받을 'Acoustic Breath'를 제목처럼,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하게 하는 '잃어버린 날들', 각각 '이별 후,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회상'과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 두 곡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 멘트 없이 이어졌습니다.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하나둘서이너이'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곡 '솜사탕 손에 핀 아이'가 역시 그 하나둘서이너이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들려주던 그녀의 집에 누군가 놀라왔습니다. 바로 같은 소속사이자 절친한(혹은 하다고 생각되는) '미스티 블루'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데려온 미스티 블루는 앨범 홍보와 홍보를 위한 퀴즈를 내어서 드디어 관객들과의 소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희정과 함께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을 들려주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리면 2006년 5월 파스텔뮤직에서는 'Love Summer'라는 제목으로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을 기획했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열렸던 공연으로 각기 다른 장소인 'Live Club SSAM(쌤)'과 클럽 '빵'에서 열렸었죠. 저는 토요일 빵에서 열렸던 공연을 보았어요.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는 두 밴드의 대표곡을 한 곡 씩 같이 불렀고, 바로 이 날 들려준 '화요일의 실루엣'이 그 한 곡이었고 다른 한 곡은 '스무살'이었습니다. 미스티 블루는 아직도 활동하지만, 푸른새벽은 더 이상 지구상에 없기에 두 밴드가 함께했던 스무살은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간직해야했죠. 뭐, 한희정의 지난 공연들에서도 그랬듯이, 그녀는 혼자 푸른새벽의 노래를 하지 않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요. 얼마전에 발매된 여름 EP 홍보곡 '빗방울 연주'를 들려주고 너무 짧아서 아쉬운 게스트 공연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어 EP '끈' 수록곡 '끈'과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들 중에서도 EP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두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러브레터'는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라이브로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아련하네요. 오래된 슬픔은 언제쯤이나 바스라질 수 있을지. 1부의 마지막 곡은 늦었지만 휴가를 떠나는 기분을 위해 '휴가가 필요해'였습니다. '2부를 위한 복선'이었다고 할까요?

1부와 2부 사이에도 역시 스크린을 통해서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상암동 즈음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었어요. 동해일까요? 고속도로를 타고 긴 여정의 끝 스크린이 올라가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1부의 집안 소품들이 사라지고 왠 모닥불이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한희정과 세션들이 그 주위로 둘러앉아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신나는 카피곡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무려 '토요일 밤에'나 '여름 안에서'같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과 '동요 메들리'라는 의외의 곡들까지 카피해서 들려준 그녀였기에 기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들려준 곡은 바로 '여행을 떠나요'로 기대가 컸기때문인지, '임팩트'는 약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의, '캠프파이어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닥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한 그녀가 역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었는데, 즐거운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세션 멤버 소개가 있었는데, 드럼과 베이스의 두 남자는 바로 밴드 '쿨에이지'의 멤버들이었습니다. 귀여운 코러스는 고등학생이라고 하네요. 이 공연의 세션들과 다음 앨범을 녹음할 거라니 기대가 되더군요.

이어서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사가 공개되어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반추'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개하는 신곡이었죠. 이어서 1집과 EP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공연에서 종종 들려주었던 '우습겠지만 믿어야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 초 즈음에 또 다른 EP가 나올 수도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곡이 반드시 실리면 좋겠더군요.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알리는 곡과 정말 제목이 마지막인 곡이 이어졌습니다. '멜로디로 남아'에는 그녀의 노래들, 공연들이 관객들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끝'으로 '정규 셋리스트'는 끝났습니다.

끝났습니다...만 역시나 그녀는 솔직히하게 앵콜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내려갔다 올라오는게 쉬운게 아니라며, 요즘 앵콜곡으로 애용하는 느낌인 '드라마'와 '나무'로 Dawny Boom Live는 막을 내렸습니다. 10월에 예정되어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또 어떤 컨셉일지 기대가 되네요. Dawny Boom Live vol. 2에서 뵙기로 하죠.

2009/09/05 10:11 2009/09/05 10:11

미스티 블루 -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농도 100% 팝,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두 번째 이야기,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미스티 블루가 지난 5월에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이어, 약속대로 여름을 맞아 약 3개월만에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봄 EP가 독특하고 중의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EP도 마찬가지입니다. 'Sentimental Storytell(h)er'는 괄호안에 들은 'h'을 무시한다면 '감성적인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h를 괄호 밖으로 빼내면,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Sentimental Story tell her', 바로 감성적인 '이야기가 그녀에게 말하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커버의 일러스트는 역시 여전히 독특합니다. 얼핏 본 첫 인상은 어두운 푸른색 계통 때문인지, 마치 현상되기 전의 필름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답게 장식된 모자를 쓴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 여자아이는 손으로 모자를 잡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등장은 '역시 미스티 블루'라고 하겠습니다. 또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때문인지, 여름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첫 곡 'Picnic'은 이 여름 EP가 봄 EP와는 다르면서도 연장선에 있음을 알리는, 모순적인 오프닝 트랙입니다. 도입부의 '알람이 나를 깨우며'는 멜로디는 봄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의 일부분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징글거리는 기타 소리는, 이제는 아득한 데뷔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에서 들을 수 있었던 발랄함을 예고합니다. 사실 제목부터 발랄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빨간 벽돌집 바이엘'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취자들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트랙입니다. 제 어린 시절, 바로 '피아노 학원' 열풍이 불던 그 시절, 피아노 입문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바이엘이 들은 피아노 가방' 소절이나, 모 피아노의 CM송을 연상시키는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소절이 그렇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두 멤버도 염두해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관람했던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에서 본 유명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주택가는 대부분 빨간 벽돌의 이층집 주택들이이기도 했지요) 'Picnic'에서 미심쩍었던 발랄함을 확인시켜줍니다.

'Moderate Breeze'는 우리말로 '산들바람'의 하나인 '건들바람'을 의미합니다. 건들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새파란 바다가 닿아있는,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해보세요. 바람에 흔들리는 가사들은 바람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듯한 붓터치로 그려진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알맞은(moderate) 세기의 바람인 건들바람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를 생각하면 ('날씨맑음'만큼이나) 너무 발랄했던 '빨간 벽돌집 바이엘'의 분의기를 환기시킵니다.

'여름, 행운의 지휘'는 여름 EP의 타이틀 곡답게 가장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고민을 던지고, 운명을 이기고, 사랑을 기다리는 진취적 분위기와 소녀같은 설램을 노래한 가사는 데뷔앨범의 '일요일의 오디오'가 생각납니다. 밝은 분위기를 더 빛내주는 브라스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수록곡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두 곡 모두 8월을 위한 곡들입니다. 봄 EP가 역시 데뷔앨범 수록곡들인 'Spring Fever'와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의 연장선이라면, 여름 EP는 바로 '일요일 오디오'와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의 연장선이 아닐까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을 EP는 제가 데뷔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인, 'Daisy'와 '화요일의 실루엣'의 연장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겨울 EP는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수록곡인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의 연장선이라면 좋겠구요.

'빗방울 연주'는 미스티 블루의 보사노바에 대한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데뷔앨범의 'Cherry'에서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애절한 신파극 'Cherry'를 그려냈던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은 여름의 온도에 힘을 얻어 편안하게 즐길만한 보사노바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내리는 여름날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Slow days'는 독특한 컴필레이션 앨범 'Siamese Flowers'에 수록된 곡으로, 'Siamese Flowers'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리기에는 아까운 곡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되어 반갑기까지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음악치고 날카로운 연주와 강한 보컬을 들려주면서도, 미스티 블루다운 감수성을 들려주는 곡이기에, 또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된 '여름궁전'과 더불어 정규앨범에서 보았으면 했던 곡이었지요.

마지막 곡 '여름 몽상'은 이번 EP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여름 몽상'이라는 제목으로만 봐서는 '여름궁전'의 후속편일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보컬과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연주, 열기가 식어가고 바람이 점점 서늘해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분위기는 완연히 '미스티 블루표'입니다. 여름이 끝나가면 여름의 열기가 만들어낸 그 몽상들도 끝이 나겠죠.
 
'봄의 언어' 발매 이후 여름 EP의 알려진 부제는 '여름의 온도'였는데 '여름, 행운의 지휘'로 바뀌었네요. '봄의 언어'가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수록곡과 같은 제목이었는데, 여름 EP도 수록곡 제목으로 맞추려고 그랬을까요? 봄과 여름, 두 조각이 공개됨으로서 큰 퍼즐의 절반이 공개되었습니다. 완성될 그림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네 장의 EP 후 나올 2집은 더욱더 궁금해집니다. 연작 EP의 베스트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만드려나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곡들이 담기려나요? '여름궁전'이나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그 때 즈음에는 수록되겠죠? 봄보다 더 즐길 만한 여름을 들려준 '미스티 블루', 가을과 겨울이 더욱 기대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8/05 00:07 2009/08/05 00:07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with 한희정, 타루) in 7월 10일 구로아트밸리

7월 9일~11일까지 구로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에서 '2009 구로아트밸리 인디락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왜 거창하냐면 '인디락 페스티벌'이지만 공연 기간은 한 곳에서 딱 3일이고, 게스트를 제외한 정식 참여 밴드는 총 8팀(게스트 포함 10팀)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성대함'같은 것되는 당연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의 공연 가운데 가운데,  7월 10일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 주제는 '설레임의 상실'로 참여 밴드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두 밴드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이고 게스트로 역시 같은 소속의 '한희정'과 '타루'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 최근 가장 소식이 뜸했던 밴드들로 두 밴드 모두 올해 5월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연 소속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오랜만의 공연 소식만으로도 상실된 설레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작 예정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공연은 첫 번째 게스트인 '한희정'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6월의 단독 공연에 이어 7월의 게스트 출연으로, 최근 그녀의 음악 행보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자주 공연을 하는 '한희정'은 공연 첫 곡으로 나쁘지 않은 1집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푸른새벽 시절에도 만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담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그녀의 멘트와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새 EP '끈'의 수록곡인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연달아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앞선 두 공연에서 첼로를 비롯한 세션들과 함께했던 '러브레터'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기타연주로만 들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담백하면서도, 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방학이 끝나가는 8월에 또 단독 공연이 예정입니다.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아니라 '미스티 블루'의 보컬 '정은수'가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연작 EP 시리즈 가운데 5월에 첫 번째로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의 첫 번째 보컬곡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희정'과 '정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2006년 5월에 있었던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하네요.  약 3년만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미스티 블루', 이어 1집 수록곡인 '화요일의 실루엣'과 'Daisy'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두 곡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의 곡들입니다.

이번 EP에 참여한 파스텔뮤직의 유망주 '이진우'가 등장하여 EP에 수록된 듀엣곡 '4월의 후유증'과 커버곡으로 'Radiohead'의 'No surprise'를 들려주었습니다.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가 잘 안들린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역시 EP 수록곡인 '동경 센티멘탈 클럽'을 들려두었는데, 이 곡은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미스티 블루의 팬클럽 이름을 이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바꾸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보사노바풍의 반(半)트롯트 'Cherry', 조금 밝은 분위기 '초컬릿', 'Spring fever' 등 1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곡으로, 준비되지 않은, 미스티 블루의 곡 중 가장 밝은 곡인 '날씨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사계절 EP 연작 가운데 두 번째인 '여름의 온도'가 열심히 작업중에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EP가 나오고 네 번째 EP의 발매가 임박했을 때 즈음에는 정식 단독 공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타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앵콜곡 '날씨맑음'은 그 발랄함 때문인지 타루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죠. 굽이 높은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첫 번째 곡으로 제목 미상의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연인의 다툼을 노래한 곡인데, 지금까지 솔로로서 들려준 곡들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공연 당일의 그녀의 생일이었다고 하며, 능청스러운 멘트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생일은 정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녀의 첫 EP 수록곡인 'Love today'와 'Yesterday'였고 역시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월 경에는 그녀의 첫 앨범이 발매되고 쇼케이스도 있을 예정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어른아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는 원맨 밴드인 '어른아이'는 각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마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같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너무 힘든 일상생활을 노래한 'B Tl B Tl'이 첫 곡이었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sad thing'이 이어졌습니다. '상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설레임의 상실'에서 그 상실과 더불어 얼마전 있었던 사고를 떠올리며 공연 셋리스트에 추가되었답니다. 2집 수록곡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 민들레의 심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노래한 '민들레'를 들을 수 있었고, 2집 발매이전에 먼저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온 'Annabel Lee'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 많이 들려준 '미스티 블루'와는 다르게 새로 발매된 2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바보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Fool'과 오케스트라 편곡이 너무나 힘들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You'와 마지막 곡으로 '서성이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앨범처럼 매우 조용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공연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요즈음 그녀가 연습중이라는 커버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100분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약 150분(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상당히 긴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스탠딩이 아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명은 아쉬웠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는 붉은 조명을 얼굴로 받아 달구어진 강철처럼 '달구어진 얼굴'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전까지 종종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은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2008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마치 '파스텔뮤직 레이블 공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앨범을 발표한 세 팀과 곧 발매 예정인 한 팀(타루), 총 네 팀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파스텔뮤직의 2009년 한 가운데 서있는, 레이블로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합니다. 홍대에서도 이런 푸짐한(?)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2009/07/11 14:30 2009/07/11 14:30

미스티 블루 -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

2006년 1월에 발표된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이후, 제목처럼 잠들어 약 40개월만에 동면에서 깨어난 '미스티 블루(Misty Blue)'.

약 40개월만이지만, '미스티 블루'가 완전히 동면만 한 것은 아닙니다. 소속사인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들을 통해 '여름궁전', 'Slow days', '한 쪽 뺨으로 웃는 여자'같이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습니다. 또 'MBC 베스트극장'의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의 배경음악에도 참여했구요. 그 동안 밴드에도 변화가 생겨서  원래 3인조 였지만, 기타리스트가 탈퇴하고 2인조를 유지하고 있지요. 미스티 블루의 멜로디메이커 '최경훈'은 2008년에 '벨 에포크(Belle Epoque)'라는 미스티 블루의 쌍둥이 여동생쯤 되는 팀을 결성해 앨범도 발표했지요.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라는 긴 제목은 지난 앨범, EP와 마찬가지로 여전합니다. 너무나 이쁜 앨범 커버 역시 '김지윤' 작가의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어요. 또 얼굴을 가리고 있지요. 언제나 소녀는 부끄러움이 가득합니다. 'controller'가 아니고 'Con.Troller'입니다. 'con'은 사전을 찾아보면 '반대하여'라는 뜻을 갖고 있네요. 'troller'는 사전에 없지만 'troll'은 '명랑하게 노래하다'라는 뜻이 있구요. '명랑한 노래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스티 블루의 노래 가운데 명랑한 노래는 별로 없었잖아요. 이제, 가장 중요한 수록곡을 둘러보죠.

intro라고 할 수 있는 '04:07:02'는 알쏭달쏭의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시간일지도 모르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컷의 번호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거리 넘어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갑자기 클로즈 업되고 또각거리는 구두는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갑니다.

'봄'과 떼어놓기 힘든 '왈츠',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는 똑딱 똑딱 돌아가는 시계가 아니라 '쿵작짝 쿵작짝' 느리게 흐르는 시계입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는 꼭 '햇살 좋은 날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잎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오프닝 테마같은 느낌입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이 곡의 제목이겠구요.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보컬 '은수'의 노래는 감정기복이 없기에 허전함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가장 잔인한 '4월','4월의 후유증'은 큰 일교차때문에 감기 걸리기 쉬운 4월처럼 변덕스럽습니다. 투명한 느낌의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는 '미스티 블루표'라고 알려줍니다. '이진우'라는 남자 보컬이 참여했는데 그 건조함은 촉촉하지 않은 은수의 목소리가 생기 넘치게 들리게 할 정도입니다. 건조한 명사와 동사의 나열은 결코 문장이 될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될 수 없어요. 진실한 관계나 추억이 될 수 없지요. 4월의 후유증은 어쩌면 4월의 그 건조함을 닮아서 건조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증상일지도 모르겠네요.

'봄'과 '4월', 역시 계절과 달력에 민감한 미스티 블루랍니다.

'여름궁전'이나 '화요일의 실루엣'처럼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제목, '하늘 그네'는 그리움에 대해 노래합니다. 기타 초보처럼 막 치는 느낌의 기타 연주로 시작하여 차오르는 감정처럼 풍성해지는 연주가 이 곡의 심상을 대변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보컬의 기교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미스티 블루의 감정 표현법'일지도 모르죠.  몸도 마음도 이만큼 커져서, 진심보다는 이해타산이 앞서서 마음보다는 머리가 앞서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겠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지면 결국 땅으로 돌아오는 그네처럼, 좇아도 좇아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기억은 언제나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추억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도쿄(Tokyo)'가 아니에요. 하지만 '동경 센티멘탈 클럽'은 일본 순정 만화 제목같습니다. 그리고 순정 만화처럼 미스티 블루다운 '파스텔톤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합니다. 소녀들의 비밀스런 대화같은 곡입니다.

독특한 제목의 '향기 알리섬'은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활기차고 밝습니다. '향기 알리섬'은 사실 꽃의 이름이고 꽃말이 '뛰어난 아름다움'이기에 그렇게나 밝은가 봅니다. 가사에 나오는 'Shirley Valentine'은 영화의 제목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지난 EP에서 노래한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을 이제는 배웠나봅니다. 미스티 블루 속의 소녀도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되려나봅니다.

앨범의 부제인 '봄의 언어'는 아쉽게도 마지막 곡입니다. 계절이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봄이 지나면 봄의 언어는 쓸 수 없겠죠. 봄의 언어는 끝나지만 이 EP의 제목 '1/4 Sentimental Con.Troller'에는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이번 EP는 큰 퍼즐의 1/4일뿐이고 나머지 3/4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4장의 연작 EP가 계획되어 '봄의 언어'가 첫번째 작품으로 앞으로 세 장의 EP가 남았다는 즐거운 이야기죠.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고, 꼭 줄줄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컴필레이션에만 수록되었던 곡들도 수록되길 바랬었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습니다. 혹시 '여름궁전'은 다음 EP에는 수록되려나요? 다음 EP들의 제목도 '언어 시리즈(여름의 언어...)'는 아니겠죠? 개인적으로는 '여름의 우울'을 예상해봅니다. 그럼 여름 EP에서 만나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5/14 01:05 2009/05/14 01:05

벨 에포크(Belle Epoque) - 일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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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을 노래하는 '벨 에포크'의 1집 '일요일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들('Cracker'와 'We will be together')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벨 에포크(Belle Epoque)'의 정규앨범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벨 에포크'에서 '벨(Belle)'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미인(美人)'혹은 '여자 이름(벨)'이기에 '벨 에포크'도 '여자 이름'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의미가 있더군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합니다.

필름카메라를 감고 셔터 누르는 소리로 시작하는 '뷰파인더 세상'은 이 앨범의 '관점'을 대변하는 첫 곡입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조각 조각 사진으로 남아내는 일처럼, '일요일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한 조각들이 펼쳐질 테니까요. 여러분에게도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조각들이 있는지요? 보컬 '조은아'의 목소리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듯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5월의 후유증'은 어쩐지 미스티 블루의 'Slow days'가 떠오르는 곡입니다. Slow days에서 후렴구의 단호한 어조와 이 곡에서 처음부터 시작되는 단호한 어조가 배치만 다를 뿐, 비슷한 느낌 아닌가요? 바쁘게 스쳐지나가는 거리 위의 인파, 그 속에서 느껴지는 5월의 아지랑이와 봄의 열기 그리고 현기증... 그런 -5월만큼이나 따뜻했던-사랑의 후유증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크림샤워', 어떻게 보면 가사와 제목이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추억에 잠겨, 비에 흠뻑 젖은 후 크림샤워와 함께 하는 따뜻한 샤워를 떠올려 보세요.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 단촐하지만 꽉찬 밴드의 연주와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가사가 지리하게 비가 내리는 7월의 밤에 잘 어울립니다.

'별의 속삭임'은 제목에서부터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별의 목소리')이 떠오릅니다. 가사의 내용도 그 애니메이션과 잘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먼 별로 떠난 연인을 그리는 애틋함과 애틋함을 너무나 잘 표현했어요. 도입부의 나팔소리같은 목소리가 궁금합니다. 무슨 말을 한 것일까요?

'Vacation'은 타이틀 곡답게 '일요일들'이라는 제목처럼 여유를 소소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별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결코 쓸쓸하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함이 느껴집니다. 스트링은 경쾌함을 더 강하게 느껴지게 하네요. 찌든 세상에서 벗어난 혼자만의 휴가, 그런 고독함을 꿈꿉니다.

'금단(禁斷)'은 이어지는 'cafe Siesta'의 intro같은 트랙입니다. 'cafe Siesta'는 이 앨범에 유일한 듀엣곡으로 'e.p ho'라는 남성 보컬과 함께 합니다. 'siesta'의 '낮잠'이라는 의미처럼 cafe Siesta에서 보냈던 낮잠같이 달콤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곡입니다.

'아직은', 아쉬움 혹은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제목처럼 아직은 마음에서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기억들를 노래합니다. 단촐하게 기타와 에그쉐이크만 사용한 연주가 '여백의 미'를 더합니다. '나와 같은 너'는 보컬 조은아가 작사, 작곡 모두를 담당한 곡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가사로 고양이 재롱같은 연주가 잘 어울립니다.

'December'는 바로 'We will be together'에도 수록되었던 트랙입니다. 은백색 눈의 이미지와 설레는 12월의 기분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달에 숨다', 유유히 떠있는 달과 그로 인한 광기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4월 아침'에서 등장하는 여러 소품들은 다시 한 번 '미스티 블루'와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계절의 끝', 유난히 계절의 색채가 강한 곡들이 많기에 제목이 더 의미심장합니다. 도입부부터 차디찬 바람처럼 쓸쓸함이 뿜어냅니다. 곡 전반에 반복되는 전자음들은 'Mono'의 'Life in mono'가 연상됩니다. 간주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스트링은 절망의 정점을 향해 역설적인 힘을 더합니다. 노래 중간에 잠시 사용된 '모짜르트'의 레퀴엠 'Introitus'도 인상적입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는 의미가 있는 '레퀴엠'은 '끝'의 이미지와 닿아있습니다. 쓸쓸함의 절정을 달리는 '계절의 끝'은 어쩌면 아름다운 시절, '벨 에포크'의 종결(혹은 1집 '일요일들')에 대한 은유는 아닐런지요.

'We will be together'의 리뷰에서 '벨 에포크'를 '미스티 블루'의 '이란성 쌍둥이 자매'라고 표현했었는데 바로 '미스티 블루'의 '최경훈'이 바로 '벨 에포크'의 멤버이며 두 밴드에서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감수성은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두 밴드가 마냥 비슷하지는 않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1집 수록곡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이 밴드 사운드에 초점이 맞춰있는 느낌이라면, '벨 에포크'의 데뷔앨범은 좀 더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듯합니다. '미스티 블루'에서는 '정은수'가 대부분의 가사를 담당하고 작곡에도 참여했지만, '벨 에포크'에서 최경훈은 작사까지 영역을 넓여 그의 비중은 좀 더 커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차이가 두 밴드의 차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점이 '벨 에포크'의 공연을 더 기대하게 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8/08/04 00:56 2008/08/04 00:56

미스티 블루(Misty Blue) -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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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발표된 앨범들 가운데 기억해야할 앨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여성 보컬을 앞세운 3인조의 전형적인 '한국형 모던락 밴드 구성'을 갖춘  '미스티 블루'는 2005년 6월 데뷔 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를 통해 조용히 등장합니다. 2005년은 이 밴드의 소속 레이블인 '파스텔뮤직'이 다른 레이블 소속 뮤지션의 영입과 새로운 뮤지션의 발굴로 인디씬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보여준 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5년에 '카바레사운드' 소속이었던 '푸른새벽'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을 발표했고,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이거나 새로 영입된 '허밍어반스테레오', '올드피쉬', '티어라이너', '불싸조', '해파리소년', 'Love & Pop' 등 거의 한 달에 한 장 꼴로 수 많은 밴드들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스텔뮤직의 행보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을 영입한 이듬해 초까지 이어집니다.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는 '파스텔뮤직'이 인디씬의 '악의 축'으로 떠오른 시기에, '미스티 블루'의 등장은 그야말로 조용했습니다. 같은 레이블 소속으로, 이미 인기밴드 반열에 오른 '푸른새벽'이나 떠오르는 신예 '허밍어반스테레오'가 더 많은 주목을 끌었고, 조만간 파스텔뮤직이 영입할 '소규모아카시아밴드'도 대단했구요. 하지만 '지나친 확장'으로 레이블만의 색을 잃어가는 듯한 파스텔뮤직에게 '미스티 블루'의 데뷔 앨범은 '파스텔뮤직다움'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였습니다. '파스텔뮤직다움'을 확실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겠지만, '쓸쓸함, 그리움, 설렘의 감정을 진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소녀적 감수성'정도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컴퓨터나 MP3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라디오가 음악생활의 주요 수단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Radio Days', 초컬릿을 건네는 순간의 설렘을 회상하는 '초컬릿'에서 그런 소녀적이고 그리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드럼의 째즈풍 연주와 함께하는 'cherry'에서는 슬픔이 묻어나지만, 화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그 슬픔은 애절함이기보다는 아련함입니다.

이어지는 'Daisy'는 '화요일의 실루엣', '위로' 등과 함께 이 앨범에서 손에 꼽을 트랙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분홍과 하늘빛의 감정들, 바로 미스티 블루의 색이 아닐까요? 나른하고 조금은 무덤덤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녀의 고양이'는 가사를 통해 또 목소리를 통해 보컬 '은수'의 표현 방식을 확고히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곡들에는 계절이나 시간 감각이 명확한 편인데, 앞선 'Daisy'처럼 이어지는 세 곡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Spring Fever'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듬해 발매된 EP에 수록된 '날씨맑음'과 괘를 같이 하고, 미스티 블루로서는  흔하지 않은 발랄한 느낌의 '일요일 오디오'에서는 어느 여름 일요일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인 '화요일의 실루엣'에서 그 감각은 앞선 두 곡에 비해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쓸쓸한 가을의 오후일 듯하네요. 낭송하는 듯한,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한 화법에서 보컬의 매력이 듬뿍 느껴집니다. 감정의 덧없음을 표현한 가사도 일품이구요.

희망차고 경쾌한 '마음을 기울이면'은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귀를 사로잡은 트랙으로 밝은 보컬과 마음에 속삭이는 듯한 코러스의 교차가 인상적입니다. '거품'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에서는 사춘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일 법한 모습을 미스티 블루만의 팝적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푸른 그림자'는 '화요일의 실루엣'만큼이나 쓸쓸함의 그림자가 짙은 곡으로, 제목이나 가사의 '회색 빛 날개'처럼 '미스티 블루식 화법'의 특징 중 하나인 회화적 화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트랙인 '위로'는 대미를 장식하는, 가사와 연주에서 완벽하게 '미스티 블루다운' 곡입니다. '슬퍼도 슬픈게 아냐, 기뻐도 기쁜게 아냐, 울어도 우는게 아냐, 웃어도 웃는게 아냐'라는 후렴구는 그야말로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과 화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가사입니다.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소녀다움이 '파스텔뮤직의 색'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을 '파스텔뮤직 감수성'의 '중심이자 표준'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 감수성은 풋풋하면서도 오묘한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미스티 블루가 이 앨범을 통해 들려주는 노래들은 '농도 100%의 팝'이라고 하겠습니다.

2005년 6월에 발매되어, 처음 손에 들었을 때는 내용물인 수록곡들보다는 이쁜 일러스트가 담긴 디지팩이 더 끌리는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알 수 없는 은근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서야 리뷰를 작성합니다. 2006년에 EP를 발표한 뒤 긴 휴식기에 들어간 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여 간간히 근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꽃피는 봄이 오면, 반가운 앨범 소식을 들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농도 100%의 팝,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11/10 21:26 2007/11/10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