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