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연말 '타루', '한희정', '미스티 블루' 등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의 공연이 푸짐하게 펼쳐졌던 홍대앞 '숲의 큐브릭'은 2010년이 되어서도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알찬 공연들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12월에 열려 반응이 너무 좋았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 그 두 번째 공연(1월 10일)에 이어서 파스텔뮤직의 간판 밴드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첫 단독 공연이 바로 1월 17일에 숲의 큐브릭에서 펼쳐졌습니다. 사실 작년 10월 31일에 '짙은', '한희정'과 함께 할로윈 공연 '수다쟁이 잭-오 렌턴'에 참여해서 숲의 큐브릭 데뷔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라기 보다는 '더 칼스'로서 오른 무대였기에 이번 공연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곘습니다.
숲의 큐브릭답게 70석 한정으로 예매를 시작하여 순조롭게 매진이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사실 며칠 앞서 개봉한 다큐무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스트도 없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무대많으로 진행되었죠. 사실 '요조'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는 것도 기대해보았지만, 생각해보니 그 영화에서 요조의 역할이 악역(?)에 가까운 것으로 들었기에, 등장했다면 참으로 어색했을 법도 하네요.
오직 민홍과 은지, 두 사람만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에 전반적으로 작년에 '벨로주(Veloso)'에서 있었던 단독 공연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순서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들려준 곡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요. 특이한 점은 첫 곡을 커버곡으로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에 듣고 감명을 받았다는 밴드 'Flaming Lips'의 곡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라는 곡을 은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탁월한 커버곡이었다고 할까요? 전혀 커버곡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의 소리에 녹아들었으니까요.
이어 신곡 '심사숙고'를 비롯하여 지난 앨범들과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신곡들이 이어졌죠. 최근 진행중인 동요 프로젝트의 한 곡을 또 들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동요라고 하기에는 지난번에 들었던 '개나리 본부'와는 다르게 뭔가 조숙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왠지 그 곡을 듣다보면 아이들이 인생무상을 깨닿고 조숙해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듣게되는 2집 수록곡 '슬픈 사랑 노래'는 다시 '두 사람'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 소규모의 신곡들과 어우러져 1집과 2집 초반의 '초기 소규모'의 향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또 다른 커버곡으로 지난 할로윈 공연에서 들었던 'Lou Reed'의 'Perfect day'를 역시 소규모안에 녹아든 모습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수확은 '기타듀오' 소규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이었습니다. 기타를 담당하는 민홍과는 달리, 멜로디언, 키보드, 피아노, 베이스 등 여러 악기 연주를 들려주었던 은지였지만,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공연에서 은지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기타듀오가 된 소규모의 변신(?)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2집의 '사랑'을 기타듀오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신곡 가운데서도 1집 시절 소규모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곡, '다이아몬드 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은 언제쯤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려준 신곡들의 수는 아마도 앨범 하나를 만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빠른 시일에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소규모 다운 공연들도 종종 볼 수있으면 좋겠구요.
extra..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공연의 마지막날, 1막 3장은 독특한 컨셉의 공연이였습니다. 바로 두 인디 레이블, '파스텔뮤직'과 '루비살롱'의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었죠. 그래서 제목도 '본격만남'이구요. 파스텔뮤직에서는 '어른아이'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루비살롱에서는 '이장혁'과 '국카스텐'의 공연이 예정되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앞선 이틀의 공연에서 기운을 소진하였는지, 공연장은 한적했습니다. 첫 번째로 '어른아이'가 등장했습니다. 작은 체구에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는, 'B TL B TL'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셋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지난 7월에 구로아트밸리에서 있었던 공연과 비슷하게 꾸려나갔습니다. 역시 1집의 '상실'에 이어, '애드거 앨런 포'의 사연을 들려주며 'Annabel Lee'도 노래했습니다. 몇몇 곡에서는 그녀 혼자가 아니라, '한희정'의 단독 공연에서도 특이한 타악기를 연주했던 쿨에이지의 드러머와 언제가 본 적이 있는 외국인 기타리스트 '베니(?)'와 함께 했습니다.
2집의 'Fool'과 'You'가 이어졌고 '아니다'를 마지막으로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조인트 공연을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일반 공연과 차이가 없었죠. 하지만 어른아이는 다음 순서인 이장혁과 함께 올라와서, 그녀의 곡들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강렬한 느낌의, 이장혁의 곡 '누수'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본격만남의 시작이었죠.
이어서 '이장혁'이 등장했습니다. '빵'에서는 홀로 공연하는 모습도 보았었는데, 본격만남에는 밴드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창법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오늘밤은', '청춘',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조' 등을 들려주었는데, 그가 들려주는 노래들에서는 민중가요의 느낌도 났습니다. 본격만남에 충실하게, 아까 어른아이가 그의 노래를 불렀듯이, 그도 어른아이의 노래를 한 곡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Sad thing'이었습니다. 남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곡일텐데, 그래도 무난한 선방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당연히도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스무살'이었습니다. 이 한 곡 만으로도 이장혁의 공연을 볼 가치가 있다고 할 만큼, 그가 전하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세 번째는 루비살롱의 '국카스텐'이었습니다. 가끔 루비살롱의 공연소식이나 웹서핑 등을 통해 자주 접하는 이름인데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죠. 앞선 두 뮤지션과는 다르게,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괴기스러운 느낌을 내는 연주에 독특한 보컬이 어우러져, B급 공포물이나 B급 슬래셔 무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만한 곡들이었죠.
중국식 만화경을 의미하는 독일의 고어에서 유래했다는 밴드 이름처럼,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변하는 모습처럼 왜곡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우스트', '가비알', '미로' 등 제목도 독특했죠. 역시 본격만남의 취지에 맞게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홍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컬을 들려주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고양이 소야곡'이었죠. 역시나 기괴한 느낌이었습니다. 귀엽고 슬픈 고양이가 아니라, 슬픔의 망령이 된 괴물 고양이의 노래였다고 할까요?
마지막은 4집을 준비 중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와는 다르게, 은지누나(송은지)와 민홍형(김민홍), 두 사람만 등장했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나봅니다. 한 동안 함께했던 드러머는 탈퇴했고, '본격만남'을 위해 준비한 국카스텐의 곡은 데이터에 이상이 생겼나봅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오붓하게,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나는, 두 사람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함께 오래한 그들이기에, 두 사람의 불만인 '부부처럼 보이는 모습'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노래가 계속되는 한, 그런 오해도 계속될 거 같아요.
첫 곡 '생각'은 4집에 수록될 신곡인가 봅니다. '랄라라'의 전형적인 후렴구부터가 '소규모'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2집의 인상적인 뽕끼 넘버들(1집 초기나 그 이전부터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르겠지만)과는 많이 다른 '미니멀리즘'한 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소규모의 곡들이 왠지 정겹고도 푸근한, 된장찌개는 아니고 아침의 빈 속을 도와주는 누룽지차같았다면, 그 단조로움은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마시는 결명자차라고 할까요? 이어서 '일곱날들'의 수록곡 '할머니'가 이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소규모가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 중, 유일한 앨범 발표곡이었습니다.
아마도 4집에 수록될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곡들은 크게 2가지 분위기로 나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쪽이 1집의 인기곡들처럼 불 꺼진 방안에서 부르는 독백같은 곡들이었다면, 다른 한 쪽은 지난 펜타포트에서 들려주었던 '소규모식 슈게이징'의 연장선 상으로 보컬로서의 민홍형의 역할이 커진 곡들이었습니다. 어느 쪽도 좋았지만, 두 가지 색이 한 앨범에 녹아들려면 더 손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곡의 제목들에 대한 설명도 재밌었습니다. 'All the dancer'라는 곡은 댄서들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느낌이었고 오내지 '어둠 속의 댄서'가 생각나는 가사였는데, 민홍형이 'older dancer'의 느낌이라는 말을 은지누나가 'all the dancer'로 알아들어서 제목이 그렇게 되었답니다. 'Diamond Book'은 바로 '금강경'에서 유래한 제목이랍니다. '금강석'이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Bug gly again'은 자연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조우한 많은 벌레들에서 얻은 제목인가 봅니다. 'Do you like 벌레? Bugs?' 앞의 두 곡은 소규모가 1집 스타일과 가까지는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지금', '착각', '티비에 나온 사람', '안녕 슈퍼맨', '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녕 슈퍼맨'은 유쾌한 제목처럼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가까워지는 느낌의 곡이었습니다. '춤'은 미디를 사용한 댄서블한 곡이었는데 다른 뮤지션들의 리믹스 버전이 나온다면 흥미로울 곡이었습니다. 두 사람으로 줄어든 소규모는 매우 분주했습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 및 파괴가 돋보였는데, 두 사람모두 보컬과 키보드 연주를 들려주었고, 은지누나는 베이스와 에그쉐이크 민홍형은 기타를 연주하느라 이 밴드의 '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곡 사이사이는 상당히 '동적'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신곡들을 들었기에, 다음 공연이 기대되었습니다. 당분간은 처음처럼 2인조 소규모가 될 듯하네요. 조만간 공연으로 두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본격만남이라는 취지에는 좀 아쉽게, 밴드들 사이에 진정한 조인트 공연은 어른아이와 이장혁의 한 곡 외에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3일간 공연보다 뒷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주말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식구들, 뒷풀이에서 만난 뮤지션들, 아쉽지만 만나지 못한 뮤지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파스텔뮤직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블로그가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세번째 정규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2집 이후 약 14개월만에 3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이 21개월 정도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3집은 빨리 나온 편이죠. 더구나 '요조'와 함께한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8월의 한 공연에서 3집 발매를 언급했을 때는 '소규모의 충격'이었습니다. 오른손으로 'My name is Yozoh(프로젝트 앨범)'를 스트레이트로 내밀면서 슬그머니 왼손 훅으로 3집을 날리는 격이랄까요.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 발매 후 약간의 간격을 두고 3집이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결국에는 11월 27일 동시 발매가 되네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짧지 않은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요조와 함께 한 앨범의 제목이 ‘My name is Yozoh’로 우리 말로 하면 ‘내 이름은 요조입니다’ 혹은 ‘나는 요조입니다’라고 할 수 있으니, 두 앨범이 모두 자기 소개 형식의 제목입니다.
첫곡 '기다림'은 '민홍'과 '은지', 두 멤버의 편안한 듀엣이 귀에 잡히는 곡입니다. '롤링 폴링'이라는 큰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에서도 편안함과 '동심'이 느껴집니다. 이런 점은 2집부터 보여준 모든 세대가 즐길 만한 노래를 만드려는 의지의 연속이라 생각됩니다. 보컬, 연주, 가사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은 이 밴드의 이름에 왜 '소규모'가 들어있는지 다시 느끼게 합네요.
'너에게 반한 날'에서도 편안함은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수록되었던 '
'소녀 어른이 되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민홍의 보컬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는 이어지는 '너'에서도 계속됩니다. 햇살, 빗물, 바람, 사람...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느껴지는 너에 대한 그리움은 수 많은 가요의 '감정의 방출'보다 이런 '울먹이는 미소'에서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나무'는 특별할 것 없지만 독특한 곡입니다. 중고교시절 음악교과서에 실렸을 법한 가곡처럼 느끼는 이는 저 뿐일까요? 가사의 탁월함, 그리고 보컬과 연주에서 가요적 장치들이 배제된 점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My favorite song'은 여러 점에서 1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흩어지는 듯한 은지의 보컬과 뒤따르는 민홍의 코러스도 그렇습니다. 이어지는 ‘Show show show’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신나는 곡입니다. 공연에서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하구요. 요조와의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될 듯도 했는데 보이지 않더니 결국 3집에서 듣게 되네요.
‘My favorite song’의 한국어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본다면 ‘느린 날’이 마지막 곡이 됩니다. 기타 연주 위로 들리는 은지의 보컬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로 노를 저어 흘러가는 조각배를 연상하게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는 살며시 눈을 감게 합니다. 영화 ‘시월애’에서 ‘IL MARE’를 향하는 조각배를 떠올린 사람이 또 있을까요?
사실 서늘했던 1집이나 흥겨웠던 2집에 비해 이번 3집은 좀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한 번 듣고 귀를 사로잡을 만한 트랙이 2~3곡 정도 밖에 되지 않구요. 하지만 두 번째 듣고 세 번째 듣고 들으면서 다가오는 건, 심심함보다는 딱 맞는 옷 같은 편안함입니다. 1집과 2집에 이어 느껴지는 그 편안함이 바로 ‘소규모다움’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이번 3집에서 그 편안함은 완성에 가까워졌고, 그래서 그들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가봅니다. 소규모가 부르면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다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정말 단순한 제목이지만, 바로 이 앨범을 정의하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가 만들었고 소규모가 불렀고, 소규모를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아직 앨범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8인의 작가들과 함께했다는 북클릿도 기대해봅니다. 일러스트,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한 북클릿은 어떤 모습일런지요. 유명 작가가 참여한 2집보다 더 멋들어진 작품이 되지 않을런지요.
호평과 혹평의 논란이 많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골수팬들은 편안함에 반가워할 수 있겠지만, 처음 소규모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도 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