쑈쑈쑈나른쑈 in 5월 12일 bookcafe IDEE

올해부터는 작년까지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지만, 직장 때문에 거주지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수도권에 거주할 때는 말로만 들었던 '지방민(?)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홍대 근처 클럽에서 공연을 볼 시간이 있고, 입장료를 지불할 돈도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공연 자체에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클럽에 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커서 볼 수 없는 설움이죠. 보통 한 달에 한 번정도 집에 가기에 그때나 클럽을 찾아볼까하고 있었는데, 현재 거주지에서 서울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대전'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얼씨구나! 올 봄의 첫 인디공연은 대전에서 보기로 결정하고 재빨리 예매를 하였습니다.

5월 12일, 기다리던 공연날이 찾아왔고 공연은 비교적 늦은 오후 8시 시작이었지만 주말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일찍 자가 운전으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교통 체증도 없어서 여유롭게 도착하였고, 미리 알아둔 무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북카페 이데(IDEE)'를 찾아 걸었습니다. 대전을 두 번정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번화가 쪽에는 처음이라서 조금 헤매다가 찾을 수 있었고, 가져간 책과 넷북을 들고 '이데' 근처 공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데'에 자리잡고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밝은 밖에 비해서 책을 읽기에는 조금 어두워 보였기에 근처 조광이 좋은 카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연 시간이 1시간 반정도로 다가왔고, 이데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사람이 도착해있었습니다. 오늘 공연의 제목은 '쑈쑈쑈나른쑈'로 문화예술 월간지인 '월간 토마토'의 창간 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잡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페이퍼'나 '클럽 빵'에서 볼 수 있었던 '보일라'와 비슷한 성격의 잡지가 아닐까 합니다.) 홍대에서는 카페에서 공연하는 일이 이제는 흔한 일이기에 1층 북카페 안에서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있나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공연장소는 바로 그 건물의 옥상이었습니다. (그 건물은 바로 '월간 토마토'의 사옥이었고 북카페 이데는 토마토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면서 리서헐하는 동안 밖았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공연을 보기위해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뭐, 옥상의 공연 공간이 넓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전이고 해서 공연홍보가 덜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히 어두워진 8시가 되었을 때, 다행히도 자리에 앉은 사람은 20여명 정도로, 넓지 않은 옥상 공연장을 넉넉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옥상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공연에서는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경찰이 찾아오기도 한다는데, 공연 제목인 '쑈쑈쑈나른쑈'처럼 관객을 나른하게 만드는 소규모의 노래가 민원이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지난 공연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 1월..헉!) 두 사람이 주는 아우라는 기억 속의 마지막 공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반으로는 나오지 않았고,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헀던 동요앨범의 곡들(룰루랄라, 개나리 본수, 숲...)을 중심으로 컨셉앨범 '일곱날들'의 수록곡(물고기종, 할머니...)과 정규앨범의 몇 곡들(ladybird, 두꺼비)로 공연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언제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신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약 1시간20분 가까이 알차게 진행되었지만, 대전 관객들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는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고, 결국 무려 세 곡의 신청곡을 앵콜로 들려주었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하고 흥겨우면서도 조금은 나른한 '쑈쑈쑈나른쑈'는 아직은 쌀쌀한 봄의 밤을 물들이며 낮잠처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소규모의 노래라면 소음이 아니라 흥겨운 자장가(?)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언제 다시 두 사람의 공연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홍대 클럽에서 만나겠죠? 민홍은 '단편숏컷'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의 프로젝트로 앨범을 준비중이고 그 이름으로 공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 전에 '월간 토마토'와 인터뷰도 있었는데 내용은 바로 월간 토마토에 실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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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3:17 2012/05/29 03:17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언젠가 올 이별들을 위한 인사, 'CIAOSMOS'.

혼성 듀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정말 예상외의 일들이 많았네요. 2004년 12월에 발매된 데뷔앨범 '소의 성공과 2006년의 두 번째 앨범 '입술이 달빛'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무색하게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점이나 전작과는 다른 색채를 보여준 점이 그러했죠. 또 2007년에 세 번째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를 발표하면서 '요조'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표한 점도 그러했고 그 덕분에(?) 세 번째 앨범이 가려진 점도 그러했네요. 2008년에는 여행앨범 '일곱날들'을 발표하면서 '거의 1년에 앨범 한 장'이라는 왕성한 창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을 그냥 넘어간 점도 역시 그러했구요. 당연히 금방 찾아올 새 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겠고, Discography로는 2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지만 간간히 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곡들을 보여주었기에, 네 번째 앨범에 대한 기다림은 더욱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선 제목 'CIAOSMOS'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을 의미하는 'Ciao'와 우주를 의미하는 'Cosmos'의 합성어로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의 제목 역시 'Ciaosmos'입니다. IDM을 연상시킬 만한 조용한 전자음들과 함께 시작하여 보컬 '은지'의 음성이 은은히 울려퍼지면서, 많은 소규모의 팬들 마음 한 구석에 숨겨놓았던, 데뷔앨범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물씬 피어납니다. 소규모의 '음악적 우주'에 접근합니다. 반갑습니다.

'언젠가 올 우리의 이별들을 위해'로 맺음하는 짧지만 강렬한 가사는 엄청난 몰입에 빠져들게 합니다. 4분에 이르는 긴 인트로라고 할 수 있지만 마치 30초 정도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지나갑니다. 'Dream is Over'는 소규모식의 미니멀리즘이 돋보입니다. 단촐한 악기 구성과 간단히 반복되는 구조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적당히 흥겨운 분위기는 2집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중용은 1집에 가깝게도 들립니다.

'Ladybird'는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의 공연들에 참여한 청자라면 들어보았을 곡입니다. 바로 'Bugs fly again'으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가사가 완성되면서 혐오스러울 수 있는 bugs에서 ladybird로 바뀌었나 봅니다. 전자음(삐)과 자연음(새소리)가 어우러진 배경음은 조용한 이 곡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어지는 'Life is Noise'는 여러면에서 'Ladybird'와 한 쌍같은 곡입니다. 이어지는 배경음이 그렇고 연주도 그렇습니다. 이 앨범에서 전체적으로 자연음과 소음(noise)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아예 제목에서 '인생은 소음이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Ciaosmos를 대표하는 모토일까요? 콧소리 섞인 민홍의 목소리는 약간 귀를 거슬리며 '코러스'와 '소음' 경계에 위치합니다.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복잡한 도시를 그려낸 '23 Red Ocean' 역시 독특한 샘플링이 인상적입니다. 명상적이고 정중동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물에 사는 돌'은 어느 트랙보다도 소규모의 '회귀'를 느낄 수 있게합니다. 가장 편안한 구성으로 감동을 극대화하는 소규모의 기교가 빛납니다. '서부간선'은 소규모의 앨범들에 감초처럼 껴있는 '민홍 보컬'의 트랙입니다. 지난 앨범들에서 느끼기 힘든 락킹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에서는 '~것'의 열거와 놀림노래 형식의 믹스로 소소한 재미를 들을 수 있습니다. '던져지고 있는 돌'도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던 곡입니다. 쉐이크와 드럼 소리로 시작되는 공연에서 볼 수있는 '소규모다운' 구성으로 무대 위의 소규모가 그리워지게 합니다. 마지막은 연주곡 'Love on'입니다.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이지만 '사랑은 계속되어야한다'는, 평소 소규모의 철학이 담겨있는 곡이 아닐까 하네요.

오랜만에 찾아온 네 번째 앨범 'CIAOSMOS'는 이렇게 10개의 트랙으로 막을 내립니다. 오랜 기다림과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들을 생각한다면 '10'이라는 숫자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는 영미 인디음악에서나 들을 만한 참신한 시도들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우주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좀 더 황성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5/03 21:31 2011/05/03 21:31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월 17일 숲의 큐브릭

2009년 연말 '타루', '한희정', '미스티 블루' 등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의 공연이 푸짐하게 펼쳐졌던 홍대앞 '숲의 큐브릭'은 2010년이 되어서도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알찬 공연들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12월에 열려 반응이 너무 좋았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 그 두 번째 공연(1월 10일)에 이어서 파스텔뮤직의 간판 밴드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첫 단독 공연이 바로 1월 17일에 숲의 큐브릭에서 펼쳐졌습니다. 사실 작년 10월 31일에 '짙은', '한희정'과 함께 할로윈 공연 '수다쟁이 잭-오 렌턴'에 참여해서 숲의 큐브릭 데뷔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라기 보다는 '더 칼스'로서 오른 무대였기에 이번 공연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곘습니다.

숲의 큐브릭답게 70석 한정으로 예매를 시작하여 순조롭게 매진이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사실 며칠 앞서 개봉한 다큐무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스트도 없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무대많으로 진행되었죠. 사실 '요조'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는 것도 기대해보았지만, 생각해보니 그 영화에서 요조의 역할이 악역(?)에 가까운 것으로 들었기에, 등장했다면 참으로 어색했을 법도 하네요.

오직 민홍과 은지, 두 사람만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에 전반적으로 작년에 '벨로주(Veloso)'에서 있었던 단독 공연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순서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들려준 곡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요. 특이한 점은 첫 곡을 커버곡으로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에 듣고 감명을 받았다는 밴드 'Flaming Lips'의 곡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라는 곡을 은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탁월한 커버곡이었다고 할까요? 전혀 커버곡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의 소리에 녹아들었으니까요.

이어 신곡 '심사숙고'를 비롯하여 지난 앨범들과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신곡들이 이어졌죠. 최근 진행중인 동요 프로젝트의 한 곡을 또 들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동요라고 하기에는 지난번에 들었던 '개나리 본부'와는 다르게 뭔가 조숙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왠지 그 곡을 듣다보면 아이들이 인생무상을 깨닿고 조숙해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듣게되는 2집 수록곡 '슬픈 사랑 노래'는 다시 '두 사람'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 소규모의 신곡들과 어우러져 1집과 2집 초반의 '초기 소규모'의 향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또 다른 커버곡으로 지난 할로윈 공연에서 들었던 'Lou Reed'의 'Perfect day'를 역시 소규모안에 녹아든 모습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수확은 '기타듀오' 소규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이었습니다. 기타를 담당하는 민홍과는 달리, 멜로디언, 키보드, 피아노, 베이스 등 여러 악기 연주를 들려주었던 은지였지만,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공연에서 은지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기타듀오가 된 소규모의 변신(?)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2집의 '사랑'을 기타듀오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신곡 가운데서도 1집 시절 소규모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곡, '다이아몬드 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은 언제쯤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려준 신곡들의 수는 아마도 앨범 하나를 만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빠른 시일에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소규모 다운 공연들도 종종 볼 수있으면 좋겠구요.

2010/02/01 00:16 2010/02/01 00:16

수다쟁이 잭-오 렌턴 in 10월 31일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오픈한 새로운 '카페+클럽'의 복합문화공간(?) '숲의 큐브릭'에서 할로윈 특별공연이 있었습니다. 숲의 큐브릭이 오픈하고 나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으로(첫 번째는 GMF 2009를 위해 내한한 'Maximilian Hecker'의 팬미팅) 제목은 '수다쟁이 잭-오 렌턴'이었습니다. '잭-오 렌턴'은 바로 할로윈이면 자주 볼수 있는 호박에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 속에 전등을 넣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로 그 녀석(?)입니다. 지난 숲의 큐브릭 방문기에서 독특한 인테리어지만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었고, 공연시에는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했었죠. 더구나 이번 공연의 라인업은 '짙은', '한희정',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세 팀으로 예정되어있기에, 예매 시작하자마자 예매를 했습니다.

할로윈 공연이기에 늦은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는, 넉넉하게 약 7시 경에 숲의 큐브릭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착각으로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고 입장 후 맨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이 마지막 곡으로 '손톱'을 '한희정'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한희정'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스피커가 앞쪽에만 있었기에 뒷자리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뒷자리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즈음으로 자리를 옮기니 비교적 잘 들리더군요.

잠깐의 세팅이 지나가고 '한희정'을 대신하여 '레이디 응가'가 등장했습니다. 머리에 '응가'을 올리고 있어서 레이디 응가라나요?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한국'과 '한희정'을 사랑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영어가 조금 어설프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그녀가 아름답다(beautiful)고 표현한 한희정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증스러운 가사의 '드라마'와 고독한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무',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같은 '산책', 이렇게 세 곡이 이어졌죠.

그리고 커버곡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DawnyRoom Live 2'의 미리보기하고 할까요? 첫 번째 커버곡은 놀랍게도 'Radiohead'의 최대 히트 앨범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이었습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앨범 'OK computer'이지만, 'Exit Music'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랍니다. 'For A Film'이라는 꼬릿말이 붙는데 바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크레딧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가사도 딱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나게하죠. 이어지는 커버곡은 'Lady GaGa'의 'Paparazzi'였습니다. 원곡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으로 들으니, 섹시하면서도(Pararazzi를 발음할 때, 마지막 zzi 부분) 단아한 느낌이 그녀에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저에게는 원곡보다 좋더군요.)파파라치같이 집요한 그녀의 팬들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 커버곡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커버곡을 들려줄 듯한 DawnyRoom Live 2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DawnyRoom Live 2 엿보기는 두 곡으로 끝나고 다시 '한희정 모드'로 돌아온 레이디 응가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들려주었죠. 다음 앨범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우습겠지만 믿어야할'과 가장 최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반추'였습니다. '반추'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잠깐 가사가 올라오면서 예고되었던 곡이기도 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입니다. 마지막과 앵콜곡은 서로 상반되는 제목이지만 결국 맞닿아있는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끝'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푸른새벽' 시절과는 다르게 최근 열심히 공연하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DawnyRoom Live 2를 많이 기대해야겠죠?(저는 못갑니다만.)

마지막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대신하여 등장한 '더 칼스(the Kalls)'였습니다. 선글라스에 시크하게 차려입은 민홍형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파격적인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은지누나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장(?)을 위해 신사동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수고를 했다고 하니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더 칼스는 레이디 응가와는 달리 더 일찍 한국어 공부를 해서 유창한(?) 한국어를 들려주었죠.  첫 곡은 소규모의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자주 듣게되는 곡이기도 한데,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랍니다.

이어서 커버곡 퍼레이드과 시작되었습니다. 'Beatles'와  'John Lennon'의 곡들이었죠. 신나는 'Get Back'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노래하는 'Maxwell's silver hammer',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Love', 흥겹지만 Drug(LSD)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까지 영국곡들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은 미국 노래였습니다. 'Velvet Underground'의 'Lou Reed'가 부른 'Perfect Day'였습니다. Beatles 흥겨움은 좋았지만 영국의 로큰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Perfect Day'가 최고였습니다. 소규모 음악의 본질적은 느낌과도 닿아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앵콜곡은 두 곡으로 '두꺼비'와 역시 Beatles의 'Love me do'였습니다.

음향도 아쉬웠지만, 조명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극악의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빵'이나, 얼마전에 역시 버금가는 극악의 조명이었던 '타'와 더불어 '3대 극악 조명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숲의 큐브릭과 어울리는, 그리고 파스텔뮤직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괜찮은 조명이 한 두 개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tra..

2009/11/03 22:44 2009/11/03 22:44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11일 cafe Veloso

5시 폰부스와 한음파 공연에 이어서 8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5시 공연과 마찬가지로, 바로 하루 앞서 있었던, 인디씬의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여파인지 예약이 매진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리는 거의 차더군요.

민홍형과 은지누나 두 사람만의 공연이고 더구나 '단독공연'에 가까웠기에,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죠. 소규모의 1집 시절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 그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할까요?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되어있던 넉넉한 공연 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지도 궁금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긴 편은 아니고, 만담이 폭발하는 두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곡들이 기대되었죠.

공연의 시작은 바로바로 'Hello'였습니다. 바로 1집의 첫 곡이기도 하죠. 너무나 너무나 오랜만에 듣게되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소규모를 지켜봐온 관객들이라면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벨로주는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1집의 히트곡 'So Good-bye'였습니다. 담담히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가 될 법한 말을 전하는 가사는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낭독의 발견' 순서. 얼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두 사람이 준비한 특별한 순서였죠. 첫 번째로 낭독한 책은 바로 '대성당'이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소설로 얼마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표한 '김연수' 작가가 번역을 담당한 소설입니다. 자칭 '연빠' 은지누나의 입김으로 낭독하게 되었죠. 낭독 순서는 총 세 번있었는데, 아마도 모두 은지누나의 책들이었을겁니다.

이어서 어떤 앨범들에도 수록되지 않은 '신곡'들이 이어졌습니다. 1집과 2집 사이 즈음의 감수성들이 담겨있는 '별'과 '바다와 국화'는 모두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곡들로 'So Good-bye'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빠져들 곡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제목과 소규모다운 흥겨움이 느껴지는 '안녕 슈퍼맨'이 이어졌죠. 두 번째 낭독은 '정한아' 작가의 단편집 '나를 위해 웃다' 가운데 '휴일의 음악'이었습니다.

이어서 '2집 퍼레이드'로 세 곡이 이어졌습니다. 2집 수록곡 가운데 신파적 요소가 돋보이는 '고양이 소야곡', 너무나 단순한 가사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사랑' 그리고 '고양이 소야곡'과 더불어 '동물 시리즈'이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라서 너무 신나는 '두꺼비'였습니다. 보통 '두꺼비'에서는 후렴구를 따라하게 마련인데, 이날의 무서운(?) 관객들은 공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소음 모드에 너무도 충실했습니다. 두 사람의 한 음절 한 음절, 한 음 한음에 놀랍도록 집중했다고 할까요? 1부의 마지막은 새로운 '동물 시리즈'인 'Bugs fly again'이었습니다. 영어 가사지만 단순한 가사가 웃음짓게 만드는 곡이죠.

약 10분의 휴식이 있은 후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시작은 신곡의 연속으로 시작되었고 첫 곡은 '던져지는 돌'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던져지는 돌같아서 그런 제목이 붙었다나요? 이어 '이런 찰나'와 '착각'이 이어졌습니다. '착각'은 지난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로, 소규모의 색깔보다는 민홍형의 솔로 프로젝트 '민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과 함께 즉흥적으로 라임(?)을 주고 받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낭독은 '김중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펭퀸 뉴스' 가운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아'였습니다. 앞선 두 낭독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하여 삼촌과 조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민홍형은 바리톤은 삼촌으로서 괜찮았고, 은지누나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좋았죠.

역시 지난 공연들에서 들었던 신곡 'TV에 나온 사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V에 나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종종 그리고 최근 TV를 통해 얼굴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네요. 이어 3집 수록곡으로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가 이어졌습니다. 점점 작사에서 민홍형을 압도(?)하는 은지누나의 탁월한 가사가 좋은 곡이죠.

공연의 마지막은 신곡 두 곡, '개나리 본부'와 'Diamond Book'이었습니다. '개나리 본부'는 단순하고 천진한 가사가 재밌는 곡으로, 선정성으로 찌든 요즘 노래들에 개탄하여 만든 곡으로 무료 배포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 'Diamond Book'은 금강경에서 얻어온 제목으로 영어 가사이지만 '너는 새이고, 나는 바람이다'하는 명상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노장사상'이나 '도교'의 느낌도 나더군요.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2집의 인기곡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이 넘는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숨막힐 듯한 몰입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충분한 곡 수와 많은 신곡들,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진행으로, 이날 벨로주를 찾은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겠죠.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4집을 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런 좋은 공연들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1집 시절의 느낌도 참 좋았구요.

일부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18 12:24 2009/10/18 12:24

파스텔뮤직 + 루비살롱 = 본격만남 @ 상상마당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공연의 마지막날, 1막 3장은 독특한 컨셉의 공연이였습니다. 바로 두 인디 레이블, '파스텔뮤직'과 '루비살롱'의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었죠. 그래서 제목도 '본격만남'이구요. 파스텔뮤직에서는 '어른아이'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루비살롱에서는 '이장혁'과 '국카스텐'의 공연이 예정되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앞선 이틀의 공연에서 기운을 소진하였는지, 공연장은 한적했습니다. 첫 번째로 '어른아이'가 등장했습니다. 작은 체구에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는, 'B TL B TL'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셋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지난 7월에 구로아트밸리에서 있었던 공연과 비슷하게 꾸려나갔습니다. 역시 1집의 '상실'에 이어, '애드거 앨런 포'의 사연을 들려주며 'Annabel Lee'도 노래했습니다. 몇몇 곡에서는 그녀 혼자가 아니라, '한희정'의 단독 공연에서도 특이한 타악기를 연주했던 쿨에이지의 드러머와 언제가 본 적이 있는 외국인 기타리스트 '베니(?)'와 함께 했습니다.

2집의 'Fool'과 'You'가 이어졌고 '아니다'를 마지막으로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조인트 공연을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일반 공연과 차이가 없었죠. 하지만 어른아이는 다음 순서인 이장혁과 함께 올라와서, 그녀의 곡들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강렬한 느낌의, 이장혁의 곡 '누수'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본격만남의 시작이었죠.

이어서 '이장혁'이 등장했습니다. '빵'에서는 홀로 공연하는 모습도 보았었는데, 본격만남에는 밴드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창법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오늘밤은', '청춘',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조' 등을 들려주었는데, 그가 들려주는 노래들에서는 민중가요의 느낌도 났습니다. 본격만남에 충실하게, 아까 어른아이가 그의 노래를 불렀듯이, 그도 어른아이의 노래를 한 곡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Sad thing'이었습니다. 남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곡일텐데, 그래도 무난한 선방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당연히도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스무살'이었습니다. 이 한 곡 만으로도 이장혁의 공연을 볼 가치가 있다고 할 만큼, 그가 전하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세 번째는 루비살롱의 '국카스텐'이었습니다. 가끔 루비살롱의 공연소식이나 웹서핑 등을 통해 자주 접하는 이름인데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죠. 앞선 두 뮤지션과는 다르게,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괴기스러운 느낌을 내는 연주에 독특한 보컬이 어우러져, B급 공포물이나 B급 슬래셔 무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만한 곡들이었죠.

중국식 만화경을 의미하는 독일의 고어에서 유래했다는 밴드 이름처럼,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변하는 모습처럼 왜곡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우스트', '가비알', '미로' 등 제목도 독특했죠. 역시 본격만남의 취지에 맞게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홍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컬을 들려주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고양이 소야곡'이었죠. 역시나 기괴한 느낌이었습니다. 귀엽고 슬픈 고양이가 아니라, 슬픔의 망령이 된 괴물 고양이의 노래였다고 할까요?

마지막은 4집을 준비 중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와는 다르게, 은지누나(송은지)와 민홍형(김민홍), 두 사람만 등장했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나봅니다. 한 동안 함께했던 드러머는 탈퇴했고, '본격만남'을 위해 준비한 국카스텐의 곡은 데이터에 이상이 생겼나봅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오붓하게,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나는, 두 사람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함께 오래한 그들이기에, 두 사람의 불만인 '부부처럼 보이는 모습'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노래가 계속되는 한, 그런 오해도 계속될 거 같아요.

첫 곡 '생각'은 4집에 수록될 신곡인가 봅니다. '랄라라'의 전형적인 후렴구부터가 '소규모'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2집의 인상적인 뽕끼 넘버들(1집 초기나 그 이전부터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르겠지만)과는 많이 다른 '미니멀리즘'한 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소규모의 곡들이 왠지 정겹고도 푸근한, 된장찌개는 아니고 아침의 빈 속을 도와주는 누룽지차같았다면, 그 단조로움은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마시는 결명자차라고 할까요? 이어서 '일곱날들'의 수록곡 '할머니'가 이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소규모가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 중, 유일한 앨범 발표곡이었습니다.

아마도 4집에 수록될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곡들은 크게 2가지 분위기로 나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쪽이 1집의 인기곡들처럼 불 꺼진 방안에서 부르는 독백같은 곡들이었다면, 다른 한 쪽은 지난 펜타포트에서 들려주었던 '소규모식 슈게이징'의 연장선 상으로 보컬로서의 민홍형의 역할이 커진 곡들이었습니다. 어느 쪽도 좋았지만, 두 가지 색이 한 앨범에 녹아들려면 더 손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곡의 제목들에 대한 설명도 재밌었습니다. 'All the dancer'라는 곡은 댄서들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느낌이었고 오내지 '어둠 속의 댄서'가 생각나는 가사였는데, 민홍형이 'older dancer'의 느낌이라는 말을 은지누나가 'all the dancer'로 알아들어서 제목이 그렇게 되었답니다. 'Diamond Book'은 바로 '금강경'에서 유래한 제목이랍니다. '금강석'이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Bug gly again'은 자연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조우한 많은 벌레들에서 얻은 제목인가 봅니다. 'Do you like 벌레? Bugs?' 앞의 두 곡은 소규모가 1집 스타일과 가까지는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지금', '착각', '티비에 나온 사람', '안녕 슈퍼맨', '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녕 슈퍼맨'은 유쾌한 제목처럼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가까워지는 느낌의 곡이었습니다. '춤'은 미디를 사용한 댄서블한 곡이었는데 다른 뮤지션들의 리믹스 버전이 나온다면 흥미로울 곡이었습니다. 두 사람으로 줄어든 소규모는 매우 분주했습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 및 파괴가 돋보였는데, 두 사람모두 보컬과 키보드 연주를 들려주었고, 은지누나는 베이스와 에그쉐이크 민홍형은 기타를 연주하느라 이 밴드의 '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곡 사이사이는 상당히 '동적'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신곡들을 들었기에, 다음 공연이 기대되었습니다. 당분간은 처음처럼 2인조 소규모가 될 듯하네요. 조만간 공연으로 두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본격만남이라는 취지에는 좀 아쉽게, 밴드들 사이에 진정한 조인트 공연은 어른아이와 이장혁의 한 곡 외에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3일간 공연보다 뒷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주말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식구들, 뒷풀이에서 만난 뮤지션들, 아쉽지만 만나지 못한 뮤지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파스텔뮤직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블로그가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2009/09/08 23:00 2009/09/08 23:00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얼마전에 열렸던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그 라인업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연상시킨다하여 '쌈사포트'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같은 기간, 다른 곳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로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포섭되면서, 국내 뮤지션 위주로 꾸려나게된 결과죠. 한마디로 '안습의 펜타', '패배의 펜타'였습니다.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쌈사포트가 되어 조기예매시 3일권을 6만원에 구입할 수있어서 펜타포트를 선택했죠. 하지만 1일 초대권의 남발로 여러곳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조합하면 3일을 다 볼 수도 있어서 '분노의 펜타'가 되어버리더군요.

첫 날 가장 관심가는 밴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공개된 라인업에는 원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순서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벌 시작 1~2일전에 금요일로 바뀌었더군요. 지산쪽으로 분산이 되었을테고, 첫 날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펜타포트는 한산했습니다.

'고고보이스'의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3인조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의 어쿠스틱 공연을 빼면 참 오랜만에 보는데, 민홍형은 역시 기타를, 은지누나는 베이스를 메고 있었고 그리고 요조와 함께 하던 시절 드럼을 담당했던 진호씨가 올라왔습니다. 두 남자는 원래 그 포지션이었지만, 오래 못본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온 베이스를 멘 은지누나의 모습 때문에 어떤 다른 음악적 변신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누나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답니다.) 1집과 2집 사이에서 큰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고, 2집의 색은 3집과 또 다른 앨범인 '요조'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어졌는데, 멜로디언이나 키보드대신 베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5곡 내외를 들려주었는데 모두 신곡이었습니다. 4집에 수록될 곡들로 펜타포트에서 처음 들려주는 곡들도 있다나요. 4집의 첫인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식 슈게이징'이었다고 할까요? 1집이 '제 1기', 2집과 3집 그리고 요조 합작이 '제 2기'였다면 '제 3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보컬은 극히 자제하고 신발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연주에 상당히 중점을 두었기에, 진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규모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선 분위기가 상당히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라서 '락 페스티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소규모의 음악이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쉽게 싱얼롱할 수 있는 소규모만의 특기라고 할 수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그만큼 단순한 가사, 그리고 소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규모만의 마력으로 관객들을 움직였습니다. 관객들은 앞선 밴드때보다도 뜨거웠고, 더욱 많이 모여들어서 '그래도 펜타포트가 완전 망하지느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약 30분의 공연은 너무 짧게도 지나갔습니다. 단독공연이 기대될 뿐이었죠.

소규모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 뒤쪽으로 가니, 다행히도 소규모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관객석을 유심히 보는지, 저보고 맨 앞에서 열심히 봤다고 하는 은지누나의 말은 참 오랜만이고 즐거웠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규모의 단독 공연 뒷풀이때였나, 그때도 그런말을 들었었거든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종이에 싸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고 가더군요.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때문인지, 12시부터 촬영을 위해 쉬러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진호씨는 정식 멤버로 영입이 되었더군요.

KBS1 TV에서 지난주 금요일(8월 7일부터)부터 총 3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여행을 방영하고 있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라는 제목인데, 시골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그들의 편안한 옷차림과 말투, 그 모습들이 시골장의 풍경에 녹아들어서, 마치 '시골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세를 몰아서 가열차게 4집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소규모의 단독 공연, 그리고 4집.

2005년 어느날 공연 뒷풀이에서 받은 사인씨디. 공연사진은 부실하지만 http://loveholic.net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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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22:24 2009/08/10 22:24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4월 19일 루비살롱

4월 19일, 부평에 위치한 루비살롱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단독 공연.

민홍형과 은지누나, 두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 얼마 만인지. 더구나 예전의 소규모로 돌아간 두 사람만의 단독공연이란... 부평에서 있었기에 더욱 좋았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아직 나오지 않은 4집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공연이랄까? 언제나 꾸준하면서도 쉴세 없이 변하는 밴드, '소규모'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공연.

두 사람. 너무 보고 싶어요.

2008/06/17 01:43 2008/06/17 01:43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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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세번째 정규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2집 이후 약 14개월만에 3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이 21개월 정도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3집은 빨리 나온 편이죠. 더구나  '요조'와 함께한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8월의 한 공연에서 3집 발매를 언급했을 때는 '소규모의 충격'이었습니다. 오른손으로 'My name is Yozoh(프로젝트 앨범)'를 스트레이트로 내밀면서 슬그머니 왼손 훅으로 3집을 날리는 격이랄까요.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 발매 후 약간의 간격을 두고 3집이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결국에는 11월 27일 동시 발매가 되네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짧지 않은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요조와 함께 한 앨범의 제목이 My name is Yozoh로 우리 말로 하면 내 이름은 요조입니다 혹은 나는 요조입니다라고 할 수 있으니, 두 앨범이 모두 자기 소개 형식의 제목입니다.

 

첫곡 '기다림'은 '민홍'과 '은지', 두 멤버의 편안한 듀엣이 귀에 잡히는 곡입니다. '롤링 폴링'이라는 큰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에서도 편안함과 '동심'이 느껴집니다. 이런 점은 2집부터 보여준 모든 세대가 즐길 만한 노래를 만드려는 의지의 연속이라 생각됩니다. 보컬, 연주, 가사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은 이 밴드의 이름에 왜 '소규모'가 들어있는지 다시 느끼게 합네요.

 

'너에게 반한 날'에서도 편안함은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수록되었던 '희정'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네요. 한희정의 곡이 '아련한 환희'같았다면 이 곡은 '나른한 포근함'같습니다. 이 차이는 두 보컬의 차이이자 지향점의 차이도 아닐까 하네요.

 

'소녀 어른이 되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민홍의 보컬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는 이어지는 '너'에서도 계속됩니다. 햇살, 빗물, 바람, 사람...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느껴지는 너에 대한 그리움은 수 많은 가요의 '감정의 방출'보다 이런 '울먹이는 미소'에서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나무'는 특별할 것 없지만 독특한 곡입니다. 중고교시절 음악교과서에 실렸을 법한 가곡처럼 느끼는 이는 저 뿐일까요? 가사의 탁월함, 그리고 보컬과 연주에서 가요적 장치들이 배제된 점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My favorite song'은 여러 점에서 1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흩어지는 듯한 은지의 보컬과 뒤따르는 민홍의 코러스도 그렇습니다. 이어지는 Show show show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신나는 곡입니다. 공연에서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하구요. 요조와의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될 듯도 했는데 보이지 않더니 결국 3집에서 듣게 되네요.

 

My favorite song의 한국어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본다면 느린 날이 마지막 곡이 됩니다. 기타 연주 위로 들리는 은지의 보컬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로 노를 저어 흘러가는 조각배를 연상하게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는 살며시 눈을 감게 합니다.  영화 시월애에서 IL MARE를 향하는 조각배를 떠올린 사람이 또 있을까요?

 

사실 서늘했던 1집이나 흥겨웠던 2집에 비해 이번 3집은 좀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한 번 듣고 귀를 사로잡을 만한 트랙이 2~3곡 정도 밖에 되지 않구요. 하지만 두 번째 듣고 세 번째 듣고 들으면서 다가오는 건, 심심함보다는 딱 맞는 옷 같은 편안함입니다. 1집과 2집에 이어 느껴지는 그 편안함이 바로 소규모다움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이번 3집에서 그 편안함은 완성에 가까워졌고, 그래서 그들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가봅니다. 소규모가 부르면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다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정말 단순한 제목이지만, 바로 이 앨범을 정의하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가 만들었고 소규모가 불렀고, 소규모를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아직 앨범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8인의 작가들과 함께했다는 북클릿도 기대해봅니다. 일러스트,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한 북클릿은 어떤 모습일런지요. 유명 작가가 참여한 2집보다 더 멋들어진 작품이 되지 않을런지요.

호평과 혹평의 논란이 많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골수팬들은 편안함에 반가워할 수 있겠지만, 처음 소규모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도 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5 22:46 2007/11/25 22:46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My name is Yo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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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광고매체의 트렌드였던 커다란 사탕을 문 얼굴과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만화같은 말풍선. 독특한 앨범커버의 주인공 '요조'를 아시나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Go Go Chan'를 불렀던 여가수라면 아시려나요?

바로 그 여가수, 바로 '요조(Yozoh)'의 앨범이 정식발매 되었습니다. 이미 인디씬의 인기밴드 중 하나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동작업한 앨범 'My name is Yozoh'가 바로 요조의 데뷔앨범이구요. 직접 방청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인기 가능성을 엿보고, 얼마후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마이네임이즈요조'를 보았던 때가 벌써 1년이나 되었네요. 이만 각설하고 앨범커버처럼 상큼한 노래를 들려주는 수록곡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첫곡 'My Name is Yozoh'는 제목만 봐서는 요조숙녀의 자기소개서가 되겠지만,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는 소개처럼 요조의 엉뚱함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은 동요에서 차용한 느낌이지만 '원하는 걸 줄게'는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의 귀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 애정공세(?)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램프의 요정과도 닿아있습니다.

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4 18:36 2007/11/24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