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비 내리는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뒤척인다.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아 설거지를 한다.

뽀득뽀득 지워지는 접시의 얼룩처럼,

어떤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토독토독 씻겨가는 창가의 먼지처럼,

그런 슬픔을 씻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2017/07/09 21:53 2017/07/09 21:53

청진기와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봉직을 시작하면서 PK 때 구입해서 레지던트때까지 쓰던 청진기를 다시 꺼냈다. 당시 꽤 비싼 제품을 공구 형식으로 구입했는데도 십수만원을 지불했던 제품이다.

그렇게 수 년을 썼지만 이상없이 쓰던 제품인데, 이 직장에 가져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어플러그? 이어팁? 한 쪽이 사라졌다. 꽤 단단하게 연결되어있는데 가운 주머니에 넣었다가 사라져서 황당할 뿐이다.

이어플러그가 구입할려고 검색을 해보았다. 내가 쓰는 제품은 수년 동안 가격이 내렸는지, 정품 최저 가격이 수년전 공구가격하고 비슷하다.

그런데, 이어플러그 가격이 꽤 비싸다. 정품일 필요도 없는 부분인데, 국내 오픈마켓에는 정품만 보이고 가격도 1만원 수준. 청진기 전체가 20만원도 안되는데 가장 저렴한 부품이 1만원이라니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 기회에 저렴하기로 유명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직구에 도전해보았다. 키워드는 'stethoscope earplug'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가격은 10달러 정도로 무료배송이다. 한국 오픈마켓의 '1만원 + 배송비 2500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구입하면 1쌍(2개)가 온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 제품은 10개(5쌍)이 온다. 대국의 인심에 감동! 배송이 좀 오래 걸리지만 해외직구니 그럴려니 한다.

더구나 결제도 미국 직구처럼 간편하다. 한국 오픈마켓의 거지같은 exe 설치도 없다. 가입부터 결제까지 너무나 간편하다. 정말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한국 오픈마켓의 불편한 온라인 결제 부분은 관피아들의 소행같다. 간편한 결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리가 없다.

**해외직구 배송 속도의 갑은 아이허브다. 한국에서 주문이 얼마나 많은지 거의 매일 한국으로 항공배송을 보내는 분위기다. 거의 육지의 제품을 구입한 제주도민의 배송 체감 속도와 비슷할 듯하다.
2015/07/12 11:44 2015/07/12 11:44

텔레파시의 가능성

인간의 감각도 결국에는 전기신호다. 인간이 가장 의존하는 시각과 청각도 말초신경을 거쳐 대뇌에 도착하면서 전기신호로 바뀐다는 말이다.

대뇌활동이 전기신호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인간과 기계를 연결해주는 부분이고, 더 나아가서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텔레파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부분이다.

특정 시각적 혹은 청각적 자극은 말초신경을 따라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대뇌에 전달되고 그 신호는 대뇌 피질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게 된다. 특별한 기계 장치로 그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그대로 재현하고, 자극되는 대뇌피질 또한 똑같이 자극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텔레파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기계를 사용해서 특정 단어나 문장 혹은 사물이나 풍경을 생각할 때 활성화 되는 대뇌 피질의 패턴을 읽어 전기신호로 바꾸고, 그 전기신호를 타인의 대뇌로 전달하여 읽을 수 있다면 '완벽한 텔레파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세상 모두가 스마트폰 하나로 이어지는 모바일 혁명은 100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 발전을 생각한다면, 분명 100년 후 쯤에는 가능할 '텔레파시'도 헛된 꿈은 아닐 것이다.
2015/07/10 16:23 2015/07/10 16:23

Quantum Love

언젠가 나의 별이 지고

네 곁에서 널 지켜줄 수 없는 날이 오면

그땐 너의 우주에서 너를 기다릴게.

...

우리 사이의 양자적 연결고리는 결코 우리 사이에 놓인 공간 때문에 약해지지 않을테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5/04/01 01:53 2015/04/01 01:53

stargazer

우리 우주의 탄생이 한낱 '신적 존재'의 불꽃놀이에 불과하고,

우리 우주의 역사가 순간 피어났다 사라지는 불꽃의 수명에 불과하다면.

우리 존재가 그 불꽃 속 에너지와 미립자가 작용하는 찰나에 불과하고,

우리의 꿈은 그 원리와 법칙에 불과하다면.

...

우주의 나이는 대략 140억년.

하지만 그 시간의 개념이 지금 우리의 시간과 같을까?

시간이 흐름이 인력의 영향을 받는다면,

우주의 밀도가 훨씬 더 높았던 시기의 '시간의 흐름'은 지금보다 더 느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주가 더욱 팽창하여 밀도가 더욱 낮아지고 인력도 더 약해진다면,

시간의 흐름은 지금보다 매우 빨라져서,

지금 우리에게 수십 년, 수백 년인 시간도 결국에는 찰나로 수렴하지 않을까?
2015/01/08 11:12 2015/01/08 11:12

스마트한 세상의 시간 도둑

엉뚱한 상상 하나.

지금은 디지털 시대.

네트워크로 세상이 연결되면서, 기존에 컴퓨터 OS정도만  '시간 서버'와 연동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 기기들까지 확장되었다.

바야흐로 시침과 분침이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 속 '아날로그 시간'이 아닌 '스마트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있겠다.

만약 그 시간 서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서버의 조절자가 어느 기업의 사장이나 경영자라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업무 시간에는 시간 서버를 슬쩍 느리게 만들어서 실제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일하게 만들고,

저녁 6시 퇴근 후부터 오전 9시 출근 전까지 나머지 시간에는 시간 서버를 슬쩍 빠르게 만들어서,

업무 시간에 빼먹은 한 시간을 보충한다면 어떨까?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진 우리가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까?

지구는 둥그니까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기에 현실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는 하지만.

평소 잘 맞던 아날로그 시계가 자꾸 시간이 틀린다면,

의심해볼 만도 하지 않을까?
2014/10/20 13:49 2014/10/20 13:49

음악의 이해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 나온다.

우리말 노래, 영어 노래에 프랑스어 노래, 일본어 노래까지, 다양한 언어들이 흐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우리말과 영어 조금은 알아 들을 수 있지만,

프랑스어와 일본어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언어를 모르더라도 음악은 좋아할 수 있다.

가수의 어조와 음색, 행간의 정적, 멜로디의 흐름과 연주의 구성까지,

의미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렴풋한 감정은 느낄 수 있다.

언어를 모르더라도 음악은 사랑할 수 있다.

사람도 그럴 수 있을까?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2014/09/22 14:25 2014/09/22 14:25

스콧 피츠제럴드와 무라카미 하루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누군가는 헛소리를 하지만,

가까운 일본 출신으로 유럽쪽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을 보면,
유년기나 청년기의 긴 시간을 유럽에서 보냈더라.

아마도 유럽에서 보낸 긴 시간이 유럽에서 통할 만한,
즉 '전형적인 일본 냄새'가 나지 않는 작품이 나오게한 원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은
그저 어떤 국수주의 자의 '뇌내 망상'일 뿐일지도.
그런 망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노벨 문학상'은 영영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

'무라카리 하루키'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스콧 피츠제럴드'이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개츠비'로 익숙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름은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도 자주 언급될 정도이고,
하루키의 작품 세계에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어떤 색 꿈을 꾸는가?
한 언어로 또 다른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
평생을 홀로였던 어떤 사람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을까?
2014/08/13 13:51 2014/08/13 13:51

'국립재활원'에서

다시 세미나 참석차 방문한 서울 '국립재활원'.

지난 방문 때, 견문을 넓혀주었던 곳.

꽤 오랜만인데, 아마도 약 4년만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활전문병원답게 휠체어 이용자를 배려한, 낮은 세면대와 아래로 기울어진 거울.

어쩌면 '배려'는 아주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주 작은 생각의 변화로도 이런 배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제 다른 재활병원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를 비롯한 많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점은 바로 이것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지어지는 긴 '램프', 휠체어 체험 뿐만 아니라 보행 훈련에도 충분한 '체험관'.

'국립재활원'이 '국내 최고'의 재활병원은 아니더라도 '모범'은 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

하지만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모범'이 아닌 '표본'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슬프다.

부족하고 부실한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과 터무니 없는 건보공단의 '저수가'로는 꿈도 꿀 수 없는 현실.

교과서적인 '모범'을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표본'으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

어쩌면 이 나라의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대한 기본 모토는 '늙고 병들었으면 죽어야지'일지도.

침몰해가는 '대한민국 의료號(호)'에 탈출구는 없어보인다.
2014/06/27 06:10 2014/06/27 06:10

익숙해지지 않는 것

이제 혼자임에 익숙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쓸쓸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맨발에 굳은살이 배기더라도
그 발이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발이듯

아무리 굳게 먹은 마음이라도
결국 그 마음의 주인은 불완전한 사람이어서

거친 자갈들을 막아냈지만
예고없이 찾아오는 쓸쓸함의 가시는 어쩔 수가 없다.

2013/05/06 00:53 2013/05/06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