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Posted
Filed under 타인의취향/Song&Album
'좋아서 하는 밴드'는 꽤나 유명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었고 그래서 노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을 발견했을 때, '참 재밌는 이름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지, '좋아서 하는 밴드'와의 연관성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죠.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전(前) 멤버 '백가영'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뮤지션은 'Sentimental Scenery'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듀엣곡에 참여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목소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의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수록곡들을 쭉 들어보았습니다.

앨범 "순간의 순간"을 시작하는 첫곡 '너와 나'는 이 앨범이 소소한 연애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임을 직감하게 합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첫곡답고 목소리와도 어울리게 꽤나 밝고 희망적입니다만, 재밌게도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어떤 '역설'이 느껴집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순간의 순간'과 이어지는 '문제없는 사이'는 이 앨범의 가장 즐겨듣는 트랙들이자 제 취향에 맞는 '슬픈 노래들'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순간들을 노래하는 '순간의 순간'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즐 수 있는 가장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그러면서도 담담하기에 '찬란한 슬픔'이라고 할 만큼 빛이 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인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절절한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사실, 장황한 서술형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들만큼 예외로 하고 싶네요.

'순간의 순간'에서 들려주는 슬픔은 '문제없는 사이'에서 쓸쓸함으로 이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정말 '안녕하신가영'만의 매력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때는 정말 우리 후회 없이 사랑해도 문제없는 사이'는 쓸쓸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남겨두었기에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담고 있는 12트랙들은 대부분 '일상과 그 속의 연애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하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나 밝고 희망차게 결말을 노래하는 '제미없는 창작의 결과'는 톡특한 제목만큼 인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제목 센스도 이 뮤지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과 풍자가 인상적인 '어른인 듯 아닌 듯'과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기도 합니다.

앨범 막바지에서 만나는 '어떤 종류의 환상'도 추천하고 싶은 트랙입니다. 느릿한 멜로디 위로 풀어놓는 첫사랑에 대한 상념들에서는 어쩐지 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날의 달콤씁쓸한 꿈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트랙 '오늘 또 굿바이'는 가사 속 '우리'의 마지막 인사이자 앨범의 청자들에게 보내는 '중의적인 인사'를 전합니다.

장황한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노래들만은 '예외'라고 할 만큼, 가슴의 한 구석을 흔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는 장황함 속에서도 재치있는 발상과 단어 선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발매된 정규앨범에 이어 올해 초에 발매된 EP '좋아하는 마음'도 꽤 좋은 곡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활발한 행보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6/04/18 16:30 2016/04/18 16:30

내 20대의 비망록...

내 20대의 비망록...

내 20대의 비망록...

내 20대의 비망록...

파랑사과

오.. 저도 요새 안녕하신가영 듣고 있어요. 저도 발랄하면서 쓸쓸한 느낌이 참 좋더군요.

bluo

단편집 싱글도 꽤 좋더라구요. 형용할 수 없는 먹먹함을 참 잘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같아요.

Posted
Filed under 타인의취향/Song&Album
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가장 즐겨들은 앨범은 바로 '우효(OOHYO)'의 EP "소녀감성"과 정규 1집 "어드벤쳐"입니다. 두 앨범 가운데서 고르자면 '인디음악'다운 풋풋한 감성이 더 진한 EP "소녀감성"을 조금 더 많이 들었네요. EP가 2014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보석을  꽤 늦게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본명은 '우효은'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 별명을 사용하는 경우랍니다. 현재는 20대로 영국에서 유학중이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신디사이저(신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신스팝'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소녀감성'인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곡들로, 본인의 소녀시절을 담고있는 자전적인 노래들이기 때문이랍니다.

EP를 여는 첫 트랙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에서부터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유학파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Moby'가 떠오르는 구석도 들립니다. 불안함과 아련함 같은 감정들도 느껴지는, 바로 지나버린 '소녀감성'을 회상하는 시작이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Motorcycle"도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너(you)'에 대한 노래로, 제목처럼 질주하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Vineyard"는 두 가지 버전(우리말/영어)으로 수록되었는데, 후렴구만 비슷하고 가사의 내용은 두 버전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가사 모두 '복잡하고 미묘한' 소녀의 감정을 간결하게 담하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트랙이 'EDM'스러운 부분이 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신스팝의 시작입니다. 이 곡의 달콤씁쓸(bittersweet)한 분위기를 의미할까요? '포도원'을 의미하는 vineyard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소녀감성 100퍼센트"는 우효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게하는 도입부 가사에서부터 그녀의 재치를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재밌는 추억을 담담히 읊조리는 음성에서는 시크한 매력도 전해집니다. '친오빠'의 조련으로  시작된 '농구 훈련'은 아마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마이클 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역시 Vineyard와 마찬가지로 '알듯말듯 알쏭달쏭한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는 소녀감성 100%의 곡입니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를 모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해낸 그녀의 작사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쓸쓸한 감정을 이어가는 "Piano Dust"도 Vineyard의 영어 버전처럼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노래들이 들려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이런 '1인칭이 아닌 시점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Teddy Bear Rises"에서도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를 고려하면 '테디 베어'를 앞에 앉혀놓고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충고입니다.

'환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소녀의 감성 세계',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지도,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화법으로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이 그녀를 인디씬의 '떠오르는 별'로 만들어준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입니다. 꾸준히 솔직하고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2016/04/12 16:05 2016/04/12 16:05
ezs

가끔 찾아왔는데 막상댓글을 남기지 않았군요; 그나저나.. 저도.. 우효 앨범들 근래에 좀 자주듣곤했습니다 :)

bluo

저눈 장거리 운전하게 되면 꼭 듣는 앨범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사가 너무 재밌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