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수개월 앞서 공개된, '가족'과 '우주여행'이라는 테마를 결합한 예고편은 큰 궁금증을 유발했다. 더불어 '우주'라는 다분히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목적에 '가족'이라는 감성적인 접근을 더한 점은,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소설을 원작으로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던 영화 '콘택트(Contact)'가 떠오르기에 충분했기에, 그 '감상적인 우주'를 클리스토퍼 놀란이 약 20년 가까이 지난 시간만큼 '얼마나 다르게 그려내느냐'가 감상 포인트였다.

물론 '이성적인 과학(우주)'과 '비이성적인(감정적인) 신념(가족)'이라는 두 상반되는 테마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를 잡기란 사실 쉽지는 않은데,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영화 '콘택트'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그 균형을 잡았기 때문이다. '콘택트'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우주'와 그 너머에 '아직 알지 못하는(언젠가는 알게 될) 우주' 사이에서, 'SF(Science fiction)'답게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타협한 영화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콘택트'를 의식했을까? 콘택트에서 주인공 '조디 포스터' 다음으로 비중있는 역할이었던 '매튜 매커너히'가 바로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뚜껑을 연 인터스텔라는 어떨까? 

가까운 미래에 자연재해와 식량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종말을 앞둔 묵시록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를 대신할 '대안'을 찾는 과정을 풀어낸다.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우주 여행'의 시작을 그리는 초반은,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잔잔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주 여행에서는 SF 영화다운 영상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에서는 애틋한 감정의 파문을 일으킨다.

지구의 대체 행성을 찾는 과정에서 모이게 되는 4명이 인물의 성격과 구도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4명의 모습은 '우주 개발'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의 상대성' 덕분에 24년에 가까운 시간을 우주선에서 기다리면 관측을 한 '로밀리(데이빗 기아시)'의 모습은 인간의 우주에 대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과 가깝다. 깜짝 등장하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닥터 만'의 '대의를 위한 희생'을 내세우면서도 '사리사욕'을 탐하는 모습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체주의'가 떠오른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주는 '미국적인 가족애'는 '강한 애국심'과도 관련이 있고 전통적인 '보수주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쿠퍼'와 함께 마지막까지 생존하지만, '지구로 복귀'가 아닌 연인이 있는 행성을 선택한 '브랜드(앤 헤서웨이)'는 '우주 개발'의 '기본적인 목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낭만주의'나 '진보주의'라고 볼 수 있다.

블랙홀의 중력을 버티는 우주선의 모습이나, 블랙홀을 통해 시간의 틈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딸에게 힌트를 주는 '순환하는 우주관'은 조금 황당하지만, 'SF 영화'의 애교로 봐주자. 지금까지 놀란 감독이 보여주었던 '블록버스터다운 기대 이상의 스펙터클'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콘택트'의 '감성적인 우주'에서는 '십수 년 동안 업데이트된 과학적 지식'만큼 한 발자국 정도는 더 나갔다고 본다.

'시간의 상대성' 덕분에 10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자신을 기다릴 가족이 사라진 '쿠퍼'가 떠나는 모습에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한 '열린 결말'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앤 해서웨이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그녀의 캐스팅 이유는 충분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지구의 대안'이지만 먼저 도착했던 연인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홀로 남겨진 행성에서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그 먹먹함은, 그녀의 깊은 눈이 아니면 또 어떤 여배우가 표현할 수 있었을까? 별점은 3.5개다.
2014/12/09 15:16 2014/12/09 15:16
Posted by bluo
타인의취향/etc.2014/12/04 16:50
요즘 IT 업계의 회두는 '헬스케어(Health Care)'다.

애플, 구글, 삼성 등 IT 업계의 공룡들도 미래의 먹거리로 낙점한 상태다.

이 열풍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원지는 '미국'이다.

미국의 지나치게 높은 '의료비 지출'을 생각하면 열풍의 근원에 대한 답을 생각할 수 있다.

높은 비용으로 의사와의 면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요법과 자가치료'가 'IT와 융합하고 상업화'된 결과물이 바로 헬스케어 열풍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복지가 튼튼한 유럽 국가들처럼 '주치의 제도'가 있을 경우에는

헬스케어 상품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주치의와 만나서 상담하는 쪽이

환자의 만족감도 더 높고, 건강 습관 개선에 대한 동기부여도 더 강할 것이다.

주치의 선에서 해결할 수 없어서 상급 의료 기관으로 의뢰가 필요한 문제들은

최첨단 IT 기술이 모인 '스마트 밴드'라도 별 수 없다.

스마트 밴드는 '건강 관리(헬스 케어)'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처럼 병원의 문턱이 낮은 국가에서는 수십만 원짜리 헬스케어 제품을 살 돈으로,

병원에서 종합 건진 한 번 더 받는 편이 더 '헬스케어적'이리라.

적어도 한국에서는 낮은 의료 수가 덕분에 헬스케어 제품들이 쏠쏠한 재미를 보기가 쉽지 않다.

정부까지 IT와 융합된 헬스케어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천명한 상황은 흥미롭다.

약간의 비약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제품이 의료 서비스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상황'을 없애야하고,

그러려면 '의료 수가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역설적 결론'에 도출된다.

의료비 지출 상승을 유발하는 '의료영리화'를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이라는 기조가 깔려있으리라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

물론, 의사로서 헬스케어 산업의 트렌드와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이야 필요하겠지만.
2014/12/04 16:50 2014/12/04 16:50
Posted by bl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