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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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해외편-
기타,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기본 밴드 구성에, 브라스와 현악, 그리고 코러스까지 더해져 무려 14명이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압도적인 느낌의 'the Polyphonic Spree'. 그런데 이 밴드 원래 멤버가 20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밴드란다. 14명이면 대다니 조촐하게 무대에 올랐다고 해야할까? 멤버 대부분이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고 그 규모에 맞는 빵빵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교회 성가대' 혹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생각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Hold me now' 이 곡에서 압권이었는데, 상당히 감동적이면서도 선동적인 '떼창'을 부르는 곡이었다.
- Cat Power
안산까지 온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Cat Power'. 사실 아는 곡은 영화 'My Blueberry Nights'의 OST 수록곡 'the Greatest' 뿐이지만 라인업에 올라온 그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꼭 라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아는 노래들은 없었지만 공연은 좋았다. 1995년에 데뷔했다는데, 그 연륜에서 느끼지는 원숙함과 구성진 보컬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 할당된 시간은 너무 짧았고, 꼭 단독공연으로 내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녀와 함께한 대부분이 여성인 투어 밴드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으로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았다.
- Vampire Weekend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게된 밴드 'Vampire Weekend'. 밴드 이름만으로는 무시무시한 메탈이나 하드코어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상당히 말큼한 옷차림으로 올라온 이들은 모두 뉴요커로, 뉴욕에서 결성된 밴드란다. 경쾌한 음악에 독특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랩의 음악적 요소를 더하는 라임처럼, 보컬을 가사 전달과 더불어 좀 더 악기처럼 사용한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Step'이라는 곡이 가장 인상적.
- the XX
빅탑에 오른 Vampire Weekend에 이어 그린스테이지에 오른 'the XX'. 오히려 'Vampire Weekend'라는 이름에 잘 어울릴 만큼 모두 검은 의상으로 맞춰입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멤버 구성도 독특했는데, 보컬/기타를 담당하는 여성 멤버와 보컬/베이스와 디제잉을 하는 두 남성 멤버들로, 그들의 음악처럼 '미니멀'했다.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음악, 그들의 무대 의상과 조명까지 상당히 잘 짜여진 쇼를 보는 보는 기분이 들었다. 첫 날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을지.
- the Cure
첫 날의 헤드라이너, 1979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아직까지 활동중이니 브릿팝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만한 'the Cure'. 리더 '로버트 스미스'도 여장한 변태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그 시절에는 섹시 스타였단다. 놀라운 점은 오래된 밴드이고 오래된 음악인데도 전혀 '올드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점.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모던락/팝락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곡들을 주구 장창 들려주었다. 30년을 기다렸다는 팬들이나 30년동안 에너지를 유지하는 밴드나, 모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무대였다.
- Prisciilla Ahn
록페스티벌에서 들려주기에는 잔잔한 곡들이지만, 한국계 아티스트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들려주었기에 꼭 보고 싶었던 그녀. 그녀 역시 이번에 안산까지 오도록 만든 이유였다.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최근 상당히 자주 내한하고 있는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최근에 발표된 3집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들려줬고, 한국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단독 공연으로 꼭 다시 보고싶다.
-Steve Vai
거장 기타리스트 Steve Vai. 광기어린 속주같은 건 보지 못했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 만으로 때로는 구슬프게, 또 때로는 매혹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원숙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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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국내편-
첫 날은 뜨거운 햇살덕에 힘들었다면, 두 째날부터는 비가 내려서 그마나 말랐던 땅이 더욱 질척해졌다. 바다 근처라서 더욱 습하기까지 해서 날씨는 여러모로 너무 아쉬웠다.
- 디아블로 & 램넌츠오브더폴른
빅탑 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에서 연달에 벌어진 하드코어/메탈 계열 밴드들의 공연. 슬램도 벌어지고 메탈매니아들에게는 신나는 자리였을 듯. 첫 날이고 평일 낮시간이라 아직 관객은 적었지만, 분위기를 달구기에는 좋은 라인업이었다.
- 참깨와 솜사탕
어느덧 최근 1~2년사이에 빅밴드로 성장한 '데이브레이크'의 피해자 '참깨와 솜사탕'. 데이브레이크와 겹치는 바람에, 더구나 가장 작은 뉴텐트 스테이지라서 관객은 적었지만, 적당히 달달한 노래들로 굳세게 공연을 마쳤다. 아무래도 참솜은 록페스티벌보다는 GMF나 BML같은 무대에서 더 좋을 듯하다.
- 아시안 체어 샷
두 째날의 첫 밴드였던 '아시안 체어 샷'. 음악보다도 그 뒤에 있었던 기괴한 영상이 더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오프닝으로서 흥을 돋구기에는 충분했다.
- 불싸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불싸조. 큰 무대에 올랐다는 점보다도 아직도 해체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신기했다. 역시 이 밴드의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고, 록페스티벌에서 들으니 더 꿀맛이었다. 음원으로 들었을 때는 그 맛이 안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 9와 숫자들
이렇게 큰 무대에서는 처음 만나는 '9와 숫자들'. 시간이 짧았던지라 인기곡 위주로 꾸려갔고,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뜨겁게 싱얼롱할 곡이 없다는 점. 오히려 '그림자궁전' 시절의 곡이 싱얼롱하기에는 더 좋기에, 그림자궁전이 한 5년정도만 더 늦게 활동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한희정
확실히 2집의 수록곡들이 록페스티벌에는 그나마 잘 어울렸달까. 페스티벌을 위한 그녀의 신의 한수? 밴드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 의상도 인상적. 얼마전에 보았던 '뮤즈 인시티'와 비슷한 셋리스트였다. '흙'은 참 묘하게 중독적이다.
- Nell & Pia
두 밴드가 같은 날 다른 무대에 섰는데, 공연시간이 10분 정도 겹친 일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었다. 두 밴드 모두 '괴수인디진'에 들어가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는 올랐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전의 앨범들이 더 좋았기에 '애증의 밴드'가 되어버린 두 팀이다. 피아가 하드코어/메탈계열의 밴드답게 남성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면, Nell은 여성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 이진우
좀 으슥한 곡에 있었던 뉴텐트 스테이지에 오른 또 다른 피해자 '이진우'.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1집만큼이나 공연은 안정적이었다. 역시 봄이나 가을 페스티벌에서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
- 두번째달
음반은 수 없이 들었지만, 정작 공연은 보지 못했던 '두번째달'을 드디어 보았다. 사실 '록'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인지라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섰는데, 신나는 곡들로 뜨거운 분위기를 식히는 '소방수'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얼음연못'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 앨범을 준비중이라는데, 작년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팬들이 밴드에게 묻고 싶은 말)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와 가수 '혜이니'와 함께한 곡도 들려주었다. 빨리 나와라 2집.
- 페퍼톤스
수 년 혹은 십수 년후,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오를 국내 밴드를 꼽으라면 빼먹어서는 안될 밴드로 성장한 '페퍼톤스'. 인기는 꾸준히 좋았지만, 록밴드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4집은 '신의 한수'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도 들려주었지만, 싱얼롱하기 좋은 '행운을 빌어요'와 '21세기의 어떤 날'은 앞으로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빠질 수 없는 곡들이겠다. 당연히도 싱얼롱으로 화답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만 신재평의 티셔츠에도 적혀있던 'Bikini'를 듣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다.
기타 잠깐 본 밴드들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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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in 6월 2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6월 22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있었던 '9와 숫자들'의 단독공연.
최근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몇년 전부터 봄부터 여름까지는 소위 '잘 나가는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시즌(혹은 전국 '수금'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9와 숫자들'도 투어를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투어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오랜만에 지방 공연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 공연은 '아트스테이지 소리'라는 연작공연의 하나로, 여러 인디밴드들을 초대해서 열리는 공연으로, 9와 숫자들은 16번째였다.
주말 공연 시간으로는 좀 늦은, 저녁 7시보다 넉넉하게 도착해서 둘러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예술의 전당'이 생각날 정도로 겉보기에는 꽤나 크고 근사한 곳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연지홀'의 규모도 상당했고, 전주 외각에 위치했기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주차장도 넉넉했다. 연지홀 공연장 내부도 생각보다는 큰 규모였지만, 이전에 가보았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들보다는 공연을 즐기기에는 좀 더 좋은 느낌이었다. 보통 지자체의 시설들이 규모는 크지만 인디밴드의 공연보다는 오케스트라나 뮤지컬같이 큰 규모의 공연이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면, 연지홀은 객석의 높이나 무대의 규모가 인디밴드가 공연하기에 더 편해보였다.
관객 구성도 눈에 띄였는데, 보통 홍대 근처에서 공연을 보면 '여자들끼리 온 경우(친구 혹은 팬클럽)', '남녀 커플이 온 경우', 그리고 '남자 혼자 온 경우'정도가 대부분인데, 전주 공연에서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와 '가족이 온 경우'까지도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도 있었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온 경우도 보였다. 이런 다양한 관객 구성은 '9와 숫자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셋리스트는 작년 말에 보았던 단독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집과 EP 수록곡, 그리고 '겨울 독수리', '깍쟁이', '북극성'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관객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점이다. 전주에서는 9와 숫자들의 인기가 아이돌 그룹 수준인지, 아니면 전주 시민들이 너무나 공연에 목말라 있었는지, 공연 막바지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특히 가운데 맨 앞에 앉은 남자 3명의 반응은 최고였다.) 9 의 '맨체스터 댄스'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했다.
당연히 앵콜이 있었고, 뜨거운 분위기에 화답하기 위해, 원래 준비했던 '착한 거짓말들'대신 한 여름에 듣는 캐롤송 '산타클로스'를 들려주었다. 밴드와 관객이 뜨겁게 교감하는 '깜짝 선물'같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9와 숫자들의 치솟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전국 투어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연지홀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형적인 시설에 비해 소리(사운드)는 좀 아쉬웠다. 음량부터가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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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뮤즈 인시티(Muse incity) 페스티벌 in 6월 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타루
정말 오랜만에 보는 타루의 공연. '파스텔뮤직'에서 '올드레코드'로 소속사를 바꾸고, 올해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Puzzle'의 수록곡들 위주로 들려주었다. 드디어 그녀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고 싱어송라이터로서도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다만 여러 의미로 너무 많이 변한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
-윤하
그녀가 국내에 발표한 음반들은 꾸준히 사고 있지만,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가 정말 작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3년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해온 DJ의 내공인지 멘트고 뛰어났다. 역시 최근에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려주었다. 타루와 마찬가지로 단독공연의 홍보를 빼놓지 않았는데,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있을 단독공연도 꼭 보고 싶더라. 그리고 정규 3집 이후 앨범들은 사놓고 안들었는데, 다시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Lisa Hannigan
'리사 해니건'이라니! 이번 공연을 예매한 이유였던 그녀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처음 보았을 때, 참으로 놀랐다. 꼭 공연을 보고 싶었던 그녀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공연한다는 점과 그녀를 캐스팅한 기획사의 기획력에 놀랐달까?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이름 쌀아저씨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와 불과 4주 차이를 두고 내한한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개런티가 참 적었는지, 그녀는 밴드가 아닌 매니저와 단 둘이 내한했고, 홀로 공연을 꾸려나갔다. (처음에 세팅을 위해 후덕한 아주머니 외모를 가진 여자가 올라왔을 때, '설마 저 사람이 해니건? 사진이랑 저렇게나 다르단 말인가?'하고 경악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매니저였다.) 홀로 올라선 무대였지만, 그녀에게는 넓은 무대를 채우는 엄청난 아우라가 있었다.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아티스트의 모습, 때 마침 열기를 식혀줄 바람이 불었고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이었다. 데미안 라이스와 함께 하던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더 이상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어쩐지 더 슬프게 느낀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그녀의 입장에서는 정말 작은 공연이었을 수도 있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성의가 느껴졌는데, 어디서도 발표하지 않았던 'all new song(말 그대로 신곡)'도 들려주었고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를, 그녀의 공연을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홍보하는 멘트에 '데미안 라이스의 뮤즈'라는 말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알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최소한 생각 좀 하고 예의 좀 갖자.
-요조
리사 해니건에 이어 또 다른 아이러니를 선사한 요조. 라인업에 올라온 '요조'의 이름까지 보았을 때, 과거 한 소속사에 있었던 '홍대 3대 여신'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의 기획사로서는 꽤나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효리'의 이름을 보았을 때, 경악하고 말았다. 요조와 이효리가 한 무대라니! 기획사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소속사를 옮겼고 곧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데, 기존의 곡들과 신곡들을 섞어서 무대를 꾸려갔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 였더라'와 'Selfish' 등 기존 곡들도 '화분', '안식 없는 평안' 등 그녀는 스스로 별루일 거라는 신곡들도 괜찮았다. 다만 어쩐지 그녀는 점점 더 자기만의 세상으로 빠쪄든 느낌이고 좀 더 쓸쓸해진 모습이었다.
-한희정
오랜만이기도 하고, 바로 몇일 전에 새 앨범을 발표한 그녀라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가 참 기대되었던 그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너의 다큐멘트'와 '우리 처음 만난 날'로 그녀답게 시작하더니 어느덧 정규 2집에 담긴 곡들과 함께 '댄스머신'이 되어있었다. 기묘한 분위기로 '무소음 시계'의 황당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곡을 들려준 '무소음'과 '흙흙흙'거리는 소리가 인상적인 '흙',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어항'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더 큰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점잖게 돗자리 깔고 보는 공연이라 관객의 반응이 좀 아쉬웠는지, 그녀가 발레를 보여주지 않은 점은 좀 아쉬웠다.
-Lenka
몇 년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본 기억이 있는 그녀는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도 못 본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무려 2번째라니. 그녀도 개런티가 부족했는지, 펜타포트 때보다는 함께온 밴드가 적어진 느낌이었다. 말끔한 외모의 기타리스트와 영화 감독 '피터 잭슨'의 모습이 떠오르는 트럼펫 연주자가 함께 왔는데, 내 기억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세션들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어쩐지 비교적 가까워서 자주 오나보다!)에서 왔다는 그녀는 역시 밝고 쾌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한 분위기와 좋은 무대 매너는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노래들은 '참 착하고 쉬운 곡들'이었다. 유년기나 사춘기의 이야기들로 쓰여진 곡들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착한 곡들이었고, 그녀의 영어는 정말 아이들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발음이나 문법에서 듣기 편한 느낌이었다. 많은 곡을 들려주었지만, 그녀의 대표곡들이 빠져서 아쉬웠는데 역시나 앵콜 요청에 신나는 아이처럼 장난이었다며 다시 등장했고, 그녀의 대표곡 'everything at once'와 'the Show'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고의 무대였다.
뒤에 '이효리'와 '리사 오노'의 순서가 남았지만, 교통편의 문제로 도중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대보다는 좋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초대권을 남발했는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All in for #mygirls'라는 문구가 세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끼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의 무료 입장이었나보다. 얼리버드 구매자로서, 기껏 예매했더니 뒤에도 각종 할인 혜택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허탈했는데, 이제는 분통이 터지는 대목. 이렇게 초대를 남발할 것이면 티켓 가격이나 내리지. 수익을 위한 후원사와의 협력 차원이라지만, 무분별한 무료초대는 자재했으면 좋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유료 입장자들이 다시 찾고 싶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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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Date with Allegrow '그대의 봄과 함께' in 5월 25일 cafe Ben James
참으로 오랜만에 홍대 나들이를 했다. 내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 공연은 바로, 얼마전에 EP를 발표한 '알레그로(Allegrow)'의 '1st Date with Allegrow - 그대의 봄과 함께'였습니다, EP 'Nuit Noire'를 들으면서 라이브가 궁금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재빨리 예매를 마쳤습니다. '그대의 봄과 함께'는 전문 공연장이 아닌, 카페에서 열리는 40석 한정의 소규모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장소는 홍대역보다는 합정역에 가까이 위치한 카페 'Ben James'였습니다.
40석의 예매가 모두 매진되었는지, 공연이 시작하는 6시가 되었을 때는 아담한 카페 Ben James에는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연은 6시가 조금 지나 시작했고, '알레그로'의 첫 EP 수록곡 'Sunflower'로 공연은 시작했습니다. 노래와 함께 키보드를 연주하는 알레그로 본인 외에는 기타리스트 한 명 뿐인 단촐한 세션에서 오랜만에 소규모 클럽 공연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D로 듣던 그 곡과는 약간 다른 음정이었습니다. 편곡이 달라진 일인지 아니면 첫 곡이라 실수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다른 편곡이었겠죠? 이어 들려준 곡은 바로 EP의 outro '잔향'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알레그로'의 친절한 설명이 있었는데, '잔향'은 바로 'Sunflower'의 멜로디로 쓴 곡이랍니다. 해바라기는 원래 향기가 없는 꽃이기에 '잔향'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잔향'은 'Sunflower'에 대한 슬픈 대답이라네요. 이런 친절한 설명은 계속 이어져서, 마치 이 공연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EP 발매 기념 공연'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알레그로의 발표곡들 가운데 반응이 가장 좋았던 '어디쯤 있나요'도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쨰 커버곡은 '성시경'의 데뷔곡인 '내게 오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알고 있던 가사와 조금 달랐기에 좀 불안불안했지만, 음이탈 없이 무난했습니다. EP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다는 'Under the Fake Sunshine'은 가사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 창 밖으로 지나가는 밤의 풍경을 보고 쓰게된 곡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CD처럼 신디사이저의 소리가 빠진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EP의 타이틀인 'Urban Legend'였습니다. EP에서 그나마 가장 락킹한 곡이기에, 밴드와 함께하는 공연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공연의 게스트는 예고처럼, 알레그로와 마찬가지로 '파스텔뮤직' 소속인 '비스윗(BeSweet)'이었습니다. 알레그로나 비스윗이나, 음반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공연에서는 처음보는 얼굴들인데, 신인답지 않은 입담을 들려주는 알레그로만큼이나 그녀도 재밌는 입담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분위기를 가라않게 할 수 없다면 들려준 첫 곡은 바로 'Can't Stop'이었습니다. 그녀가 파스텔뮤직에 들어와서 EP를 발표하기에 앞서, 발표했던 1집의 타이틀이기도 했던 곡으로 공연으로 꼭 보고 싶었던 곡이었습니다. 사실 마냥 밝은 곡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녀가 준비한 다른 곡들에 비하면 밝은 느낌이기는 합니다. 이별 후에 떠오르는 잘못에 대해 노래하는 '잘못'에 이어 따끈따끈의 그녀의 신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사진을 보다'로, EP 수록곡들과는 다른 느낌의 곡이었습니다. 그녀가 부른 마지막 곡은 '부탁'이라는 곡이었습니다. 고백을 위한 노래라고 하는데, 여기서 그녀가 공연마다 한다는 이벤트를 이번에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남자 관객 한 명을 그녀의 바로 앞에 앉게하고 그녀가 '부탁'을 불러주는 이벤트였습니다.
게스트 공연이 끝나고, 경쾌한 퇴근길을 기분을 담은 'PM 7:11'로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알레그로의 데뷔곡이라고 할 수 있는 'Love Today'에 이어서 두 번째 커버곡 '토이'의 '좋은 사람'을 들을 수있었습니다.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이었는데, 그만 이 곡에서도 1절과 2절의 가사를 혼동하는 실수가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의 분위기가 '팬미팅'의 느낌도 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P 수록곡 '봄의 목소리'에 이어 공연을 찾아와준 관객들을 위한 알레그로의 선물이 있었는데, 비스윗처럼 따끈한 신곡이었습니다. 바로 공연의 제목과 같은 곡 '그대의 봄과 함께'였습니다. EP의 마지막 보컬곡인 '너와 같은 별을 보며'로 공연은 끝났습니다.
실수가 많은 공연이었지만, 팬미팅 겸 EP 발매 기념 공연의 성격으로 40명의 관객들과 함께한 소규모 공연이었기에 분위기는 무척 좋았습니다. 더구나 알레그로의 '역사적인 첫 단독 공연'이었기에, 앞으로 더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소규모 공연은 모두 3부작으로, 아직 날짜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두 번의 공연이 더 있다고 합니다.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공연을 도와준 세션 기타리스트는 그의 팬클럽 카페 회장이라고 하네요. 오랜만에 즐거운 공연이었고, 그의 셋리스트에 들어갈 곡들이 더 많아지고, 더 큰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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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단독 공연 '수고했어, 올해도!' in 12월 23일 Lotte Hotel World Crystal Ballroom
작년 12월 23일, 초대로 다녀온 '옥상달빛' 단독 공연 '수고했어, 올해도!' 후기.
콘서트홀이 홍대쪽이 아니고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월드'라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달뮤직' 이벤트 응모에 당첨되었기에 먼 거리지만 다녀왔다. 사실 음반으로만 듣던 '옥상달빛'이기에 공연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후 6시 시작이었고 약간의 여유를 두고 도착했는데, 공연이 열리는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의 입구 앞은 이미 인파로 북적거렸다. '왜 정식 공연장도 아니고 더구나 거리도 먼 잠실에서 단독 공연을 할까?' 궁금했는데, 입장하기 전에 확인한 좌석 배치도를 보니 알겠다. 대략 1500석 이상의 좌석배치를 보니, 가뜩이나 대목을 노리고 공연이 많이 열리는 연말이라 그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장소는 얼마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라 그런지 뒤쪽에 가깝게 앉았는데, 앞쪽의 1000석 정도는 유료 관객, 뒤쪽은 무료 초대로 구분되는 듯했다. 아무튼, 인디 밴드의 단독 공연으로는 엄청난 규모임에는 틀림 없었다.
홍보나 무대는 꽤나 신경을 쓴 공연으로 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공연이었다.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20곡이 되지 않는 곡수로는 단독 공연을 꾸려가기에는 곡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을 노래로만 채우기에는 부족했는지 두 사람의 이야기(멘트)는 많았다. 라디오 활동을 통해 '옥상달빛'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노래로 알게되고 음반으로만 접해왔고 그들의 라이브가 궁금했던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큰 규모에 비해 '들을 것'은 없었다고 할까나?
모델 출신으로 최근에 음반을 발표한 사람이 게스트로 나온다고 하길레, 누구나 기대한 '그녀'가 아닌 홍진경이 나온 점도 그랬다. 라디오 팬들에게는 좋았을 수 있겠지만, 좋은 음악이 듣고 싶었던 나에게는 '완벽한 무리수'였다. 초대로 가서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잠실까지 가는데 든 시간이나 공연의 규모에 비해 내용은 아직 부족했다. 옥상달빛이 한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다음, 열릴 공연들이나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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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유예' 발매 기념 콘서트 in 12월 22일 Rolling Hall
'롤링홀'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는데, '9와 숫자들'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기에 오랜만에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 제목은 "9와 숫자들 두 번째 작품 '유예' 발매 기념 콘서트"로 거창한 제목이지만, 사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이기에 '발기 기념' 및 '연말 정산(?)' 공연이라고 봐도 되겠다. 물론 12월 22일이라는 날짜는 좀 애매하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으리라.
7시 시작인 공연은 6시 30분부터 입장을 시작했고, 예매순서로 입장순서가 정해지기에 '얼리버드'로 빨리 예매했지만 빠른 입장번호는 아니었는데도 다행히 앞쪽에 앉을 수 있었다. 이미 12월 초에 단독공연과 비슷한 '공청회'를 보았기 때문인지, 공청회와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셋리스트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더불어 오랫만에 듣는 게스트들의 이름에서 근황이 궁금해졌다.
궁금했던 두 오프닝 게스트 가운데 첫 팀은 바로 '한강의 기적'이었다. 생각해보면 데뷔앨범은 잘 들었지만 공연을 본 기억은 없는데, 같은 레이블(TuneTable Movement)인 '9와 숫자들'을 통해 처음 공연을 보았다. 밴드로 기억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슨 사정인지 프런트맨만 무대로 올라왔다. 밴드 이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한강의 기적'을 포함하여 2~3곡의 짧은 무대였다. 이름 덕분에 '대통령 테마주'처럼 새로운 대통령의 '수혜 밴드(?)'가 될 수도 있겠는데, 2013년에는 활발할 활동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 게스트는 바로, 외모와는 다르게 달달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티어라이너(Tearliner)'였다. 과거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처음 알게되었고, 레이블 공연에서 몇 번 보았던 밴드이다. 파스텔뮤직에서 데뷔앨범도 발매하고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OST로 파스텔뮤직의 부흥과 본인의 음악적 커리어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 활동이 뜸하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데뷔앨범과 EP를 '파스텔뮤직'에서, EP를 '해피로봇레코드'에서 발매했는데, 이번에는 9와 숫자들의 앨범을 유통하는 '파고뮤직'과 함께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다고 한다. OST 참여로 쌓인 곡들이 꽤 될 듯한데, 그 곡들 가운데서 몇 곡 들려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공연으로 만나는 밴드인데 기타리스트도 그대로였고, 사실 '티어라이너'의 2집보다는 티어라이너와 그 기타리스트가 함께한 'Low-end Project'가 왠지 더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시작된 본 공연 '9와 숫자들'의 무대는 '연날리기'로 문을 열었다. 지난번 공청회처럼. 4인조 밴드 구성에 키보드 세션(오수경)이 함께 공연을 진하리라 예상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한 명의 세션이 더 있었다. 바로 기타리스트 '유정목'의 형이자, 그의 원래 밴드 '프렌지'의 드러머 '유성목'이었다.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드러머가 두 명이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공연에서 그는 드럼이 아닌 퍼커션과 다른 보조 악기들을 담당해서 더욱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이었다. 이어 '칼리지 부기', '오렌지 카운티', '몽땅', '말해주세요'를 연이어 들려주었고 1집의 공연처럼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1집의 곡들과 다르게 EP 수록곡들은 공청회처럼 차분한 어쿠스틱 공연이 확실히 좋았는데, 이 콘서트에서도 EP 수록곡들은 어쿠스틱으로 들을 수 있었다. '유예'를 시작으로 '아카시아꽃', '플라타너스', 그리고 컴필레이션 수록곡 '서울 독수리'까지 어쿠스틱으로 들려주어, 공청회에 초대받지 못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단독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는 9가 빠진 숫자들 '넘버스'의 특별 공연이 있었고, 30세 전후의 팬이라면 기억할 '쿨'의 '어떤 그리움'을 들려주었다.
9가 다시 무대로 올라왔고 2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평소에 보기 힘든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9가 커다란 안경을 쓰고 '그리움의 숲'을 부르는 모습이라던가, '석별의 춤'을 부르면서 자칭 '맨체스터 댄스'를 추는 모습이 그랬다. 단독 공연에 찾아온 팬들을 위한 '특별 선물'이었다고 할까? 2부에서도 아직 어떤 앨범에도 수록되지 않은 '깍쟁이'를 비롯하여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들을 들려주었고, 2장의 앨범으로 풍성해진 셋리스트를 느낄 수 있었다.
꽤 많은 곡을 들려주었고, 그만큼 짧은 않은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오랜만에 깊게 몰입되었던 공연이어서 짧게 느껴졌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당연히 앵콜 요청이 있었고, 앵콜로 '슈가 오브 마이 라이프'와 신곡 '산타클로스'를 들을 수있었다. 신곡 '산타클로스'는 기존의 '9와 숫자들'의 곡들과는 다른 재치가 느껴지는 곡으로 이 밴드의 또 다른 색깔을 들을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요즘 청년들의 '늘어난 유년기'에 대한 자아성찰이었다면, EP '유예'는 진중한 '성장통'이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2집에 담기에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EP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는데, 2집에서는 '깍쟁이'처럼 흥겨운 곡들로 1집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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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유예' 공청회 (& 달.콤 커피 방문기) in 12월 2일 Veranda Live
'9와 숫자들'의 EP '유예'가 발매되면서 몇몇 온라인샵에서 '발매 기념 공청회' 초대 이벤트가 진행됐었다. '공청회'라니, 무슨 정부기관의 정책 발표회나 고위 공직자의 인사 청문회가 생각나는 어색한 단어인데, 음반을 같이 듣는 모임이 아니라 '9와 숫자들'이 직접 수록곡들을 들려주고 팬들과 이야기하는 일종의 '팬미팅' 같은 자리이기에 다녀왔다. 그런데 장소가 특이했다. 공연장이나 클럽이 아니라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달콤 커피'란다. 처음 듣는 장소라, 홍대 근처에 많은 이쁜 카페 같은 곳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곳은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프렌차이즈였다. 처음 듣는 브랜드인데, 모델은 무려 '신세경'! '달콤 커피'라고 해서 맛있는 커피를 의미하나 했는데 영어로 'dal.komm coffee'라고 쓰고 우리말로는 '달.콤 커피'란다.
이번 '유예' 공청회도 '9와 숫자들'의 유통사인 '파고뮤직'에서 장소를 잡아서 진행하는 이벤트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실은 '달.콤 커피'에서 진행되는 '카페 라이브 프로젝트'인 'Veranda Live'의 하나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 Veranda Live는 '달.콤 커피'와 '달뮤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라는데, '달'로 시작되는 이름에서 두 회사가 계열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달뮤직', 생소한 이름이라 바로 검색을 해보니 온라인 음원 제공 업체( http://www.dal.co.kr/ )였다. 그리고 달뮤직은 바로 우리에게 피쳐폰 시절에 벨소리와 통화 대기음 서비스로 알려진 '다날'의 계열사(?)였다.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벨소리나 통화 대기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벨소리와 통화 대기음으로 쌓인 '음원 서비스'에 대한 경험으로 달뮤직을 열었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는데, 이처럼 '달.콤 커피'와 '달뮤직'을 연계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괜찮은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상품이라 '달.콤 커피' 늘어날 수록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이 밖에도 음악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매장 곳곳에서 보였다. 해드폰으로 유명한 브랜드 '젠하이저'와 연계하여 제품들을 청음해 볼 수도 있었고, 매장에는 통기타가 비치되어있어 고객들이 직접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자세히 보면 달.콤 커피의 로고(맨 위 사진) 뒤 쪽에 보이는 스피커들의 유닛이나 로고 자체도 콩나물 모양의 '음표'를 커피잔과 합쳐 놓은 모습에서 달.콤 커피가 음악을 테마로 하는 카페라는 점을 상징하고 있었나 보다.
'유예' 발매 기념 공청회는 넓지 않는 공간을 가득 채운 팬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1집과는 다르게 EP '유예'가 어쿠스틱 느낌이 나게 녹음된 곡들이 많기 때문인지, 9와 숫자들도 차분히 많은 상태에서 공청회를 시작했다. (키보드 세션은 얼마전에 솔로 뮤지션으로서 EP를 발표한 '오수경'이었다.) EP 수록곡들로 셋리스트를 꾸려갔지만, EP와는 역순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첫 곡은 '낮은 침대'였다. 그리고 '공청회'라는 이름처럼 밴드의 연주 뿐만 아니라, 음반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EP 제작과 수록곡에 관한 뒷이야기와 팬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곡과 곡 사이마다 있었다.
'낮은 침대'에서는 멤버들의 침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아카시아꽃'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과수원길'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착한 거짓말들'에서 너무나 궁금했던 '알파벳'도 9의 입으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의미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역시나 '몽땅'에서는 내부에서도 '19금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슬기롭게(?) 피해간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관객과 밴드 모두 앉은 자세에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공청회'는 뮤지션과 팬들이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아주 오랜만에 '9'가 솔로 뮤지션으로서 가끔 '프리마켓'이나 '빵'에서 차분하게 앉아 로 공연하던 모습이 겹쳐졌다. 아마도 9가 음악 생활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때가 바로, '9와 숫자들'의 지금이기에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도 싶다. 2005년부터 들었던 그의 음악들에서 지금의 음악이 가장 그의 진솔한 음악이기에 그러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http://youtube.com/bluoxetine 영상은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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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콘서트 'Ten Years After : Live' - 파스텔 올스타즈 @ 11월 11일 Interpark Art Center
11월 11일, 마침 'XX로 데이'와 겹친 10주년 기념 콘서트의 두 번 째 'Ten Years After - 파스텔 올스타즈'는 토요일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시작되었다. 리퀘스트쇼와 마찬가지로 '파스텔뮤직의 이단아' 예슬로우의 사회로 시작되었고 진행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리퀘스트쇼와 올스타즈의 다름 점이라면, 리퀘스트쇼에서는 각각의 뮤지션이나 밴드가 각자의 노래를 불렀지만 올스타즈에서는 4개의 팀을 이뤄 자유롭게 무대를 꾸며나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입장할 때 각 팀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는데, 요즘 TV 프로그램의 대세인 '경연' 형식을 차용하여 4개의 팀이 경연이 바로 올스타즈에서 펼쳐졌다.
본격적인 올스타즈의 경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파스텔뮤직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여성 3인조 아이돌(?) 밴드가 등장했다. 원래는 각자 파스텔뮤직에 입사(?)했지만 우연히 팀을 이루게 되었고, 아직 밴드의 이름은 정하지 못했단다. 한 곡을 들려주었는데, 바로 '캐스커'의 준오가 준 '너를'이라는 곡이었다. '캐스커'표 음악다우면서도, 세 명의 여성 보컬로 듣는 노래는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의 여성 뮤지션들과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 여러 명의 프로듀싱이 가능한 뮤지션들이 소속된 파스텔뮤직이기에, 이 여성 3인조 아이돌 밴드의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팀의 이름은 '크로스오버'로 한희정, 융진, 루시아, 그리고 비스윗, 이렇게 네 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모인 팀이었다. 이름에서부터 네 명이 뭔가 협연을 펼치리라 예고하는 모습인데, 사실 여성 보컬을 좋아하고 네 뮤지션의 노래들 역시 좋아하는 나에게는 무조건 가장 기대되는 팀이었다.
조명이 들어오고 한 명의 뮤지션만 등장했는데, 바로 이 팀에서 가장 늦게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비스윗(BeSweet)'이었다. '크로스오버라는 누구의 노래를 들려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노래 '잘못'으로 시작했다. 그녀의 공연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의외였다. 그렇다면 노래 중간에 깜짝 반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한 곡의 다 불렀다. 그리고 다음 곡을 위해서 '융진'이 등장했고, 비스윗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비스윗의 연주와 융진의 목소리로 들려준 곡은 비스윗의 데뷔앨범에 수록되었던 'Can't Stop'이었다. 크로스오버의 의미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그런데 가사가 달랐다. 원곡이 그리움을 담은 슬픈 가사였다면, 바뀐 가사는 사랑에게 다가가는 노래랄까? 게다가 다정다감하게 불러주는 융진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솔로들의 마음을 후볐을 법했다. 곡이 끝나고 비스윗은 내려가고 홀로 남은 융진은 캐스커 5집에 수록된 '네게 간다'를 들려주었다. 사뿐사뿐 초원을 걷는 기분이 들게 하는 노래는 행복감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서 홀로 등장한 '루시아(심규선)'가 들려준 두 곡은 '한희정'의 '어느 가을'과 '입맞춤, 입슬의 춤'이었다. 루시아의 실력을 볼 수 있는 훌륭한 커버였고, 특히 원래 댄서블한 느낌이 있었던 '입맞춤, 입술의 춤'은 루시아의 특별한 제스쳐와 어우러져 열정으로 무대를 채웠다. 그녀를 처음 보고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으리라. 루시아가 남은 무대에 예상대로 한희정이 올라왔고, 함께 '멜로디로 남아'를 불렀다. 리퀘스트쇼에서 한희정의 목소리가 덜 풀린 듯하다고 했었는데, 이 날 공연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랐다. 목이 풀린 올스타즈의 한희정은 어제와는 다른 사람같았다. 이 팀의 마지막 곡은 한희정이 부른 루시아의 새 EP 수록곡 'I Still Love'였다. 하지만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노래가 아닌, 그녀가 노래 마지막 즈음에 보여준 일명 '오지명 춤'이었다. 단독 공연에서도 가끔 의외의 곡들을 불러서 의외의 모습(혹은 나사가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였는데,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맞이하여 그 정점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큰 준비는 없었을 지 몰라도, 그녀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투표는 2팀에게 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나의 한 표는 이 팀에게 갔다.
두 번째 팀은 '슈파스텔K'로 이름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을 차용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90년대 가요들 위주로 들려주었는데, 넉넉한 인적 자원에도 아쉬웠다. '무리수' 혹은 '참사'라고 해야할까? 파스텔뮤직의 뮤지션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랜 팬들은 즐겁게 봐줄 수 있는 무대였지만, 이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파스텔뮤직을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었을 듯했다.
세 번째 팀은 19금이었다. 사회자이자 '파스텔뮤직의 이단아'인 예슬로우가 포함된 팀이라 서로 다른 색깔을 어떻게 융합해갈지 궁금했다. 첫 순서는 바로 예슬로우였다. 드럼에 앉은 그는 드럼 연주와 더불어 랩을 풀어나갔고, 그가 들려준 곡은 그의 디지털 싱글 수록곡 '별'이었다. 이름만 알고 있던 '예슬로우'라는 뮤지션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였달까? 랩퍼로서 곡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그가 들려주는 감성은 분명 파스텔뮤직에 닿아있었다.
이어서 공연에서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트램폴린(차효선)'이었다. 어떤 '바바리맨'같은 남자와 등장했는데, 그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임꼭병학'이란다. 독특한 제목과 야릇한 가사로 '19금'에 걸맞는 곡 'Be My Mom's Lover'를 두 사람의 아주 특별한 퍼포먼스와 함께 풀어나갔다. 아이디어와 완성도 면에서 '파스텔 올스타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무대였다.
이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순서였다. '민홍'과 '은지' 두 사람이 패티쉬한 복장으로 나와서 깜짝 놀라게 했고, '19금 판정'을 받은 사연과 함께 그 곡을 들려주었는데, 그 19금 곡이 바로 '사랑'이었다. 말도 안되는 잣대로 19금을 판정하는 심의위원회를 풍자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예슬로우와 트램폴린, 은지가 함께하는 무대였다. 19금에 대한 노래 '19금'을 들려주었는데, 아마도 올스타즈 콘서서트를 위해 준비한 곡 같았다.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의 콘서트에서 보통 찾아보기 힘든,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나의 다른 한 표는 이 팀에게 갔다.
마지막은 '화성학개론'이었다. 모두 남자로만 이루어진 팀으로, 라인업에서는 상당히 화려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첫 곡은 놀랍게도 '동방신기'의 'Hug'였다. 이어지는 곡도 충격이었는데, '리퀘스트 쇼'에서 '헤르쯔 아날로그'와 멋진 듀엣을 들려주었던 '소수빈'이 여장을 하고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을 들려주었다. 메들리도 들려주었는데,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가 '백아연'을 위해 쓴 '머물러요'와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그리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오늘'이 이어지는 '머물러 다시 사랑한다 말할 오늘'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곡은 그럴싸하게 어우러졌지만, 사실 마지막 곡까지 이으려고 한 점은 역시 '무리수'였다. 마지막 곡은 무려 '카라'의 'Rock U'였다.
마지막 팀의 순서가 끝나고 모든 뮤지션들이 무대로 올라와 각 팀에 대한 인터뷰와 무대인사가 있었다. 정말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뮤지션들이 모인 무대였기에, (공연장 안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였지만)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다. 이틀의 공연은 분명 파스텔뮤직의 팬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더불어 10주년이 되서 제법 성장한 '파스텔뮤직'의 위상을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퇴장하면서 관객들은 두 팀에게 투표를 하였고, 투표 결과는 몇 일 후 파스텔뮤직을 통해 공개되었다. (1등은 당연히도 '화성학개론'이었다.)
이 날은 퇴장하고 콘서트에 등장했던 뮤지션들의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구입하지 않은 음반은 딱 한 장 뿐이었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내가 구입한 한 장의 음반은 좋은 인상을 심어준 '파스텔뮤직의 이단아', '예슬로우'의 EP 'Nice Dream'이었다.
12주년 혹은 15주년 즈음이 되어야 할까? 언제가 되었든, 나는 파스텔뮤직의 팬이고 즐겁게 공연장을 찾을 듯하다. 또 언젠가 찾아갈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을 기대하며, 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콘서트 'Ten Years After : Live'의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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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콘서트 'Ten Years After : Live' - 파스텔 리퀘스트쇼 @ 11월 10일 Interpark Art Center
합정역 바로 옆 '메세나폴리스'라는 주상복합건물 안에 위치한 '인터파크 아트 센터'는 5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던 백암아트홀과 비교한다면 아담한 규모였다. 하지만 파스텔뮤직 소속의 국내 뮤지션으로만 꾸며진 라인업은 지난 어떤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보다 알차서, 요 몇년 사이 부쩍 성장한 파스텔뮤직의 입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파스텔뮤직의 입지만큼이나 성장한 인지도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콘서트를 예매해야 했고, 운 좋게 이틀 모두 앞쪽 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같은 자리였다.
자칭 '파스텔뮤직의 이단아', 파스텔뮤직 소속의 유일한 레퍼인 '예슬로우(Yeslow)'가 사회로 등장하여 유창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달군었는데, 조용한 이미지가 강했던 파스텔뮤직의 기존 공연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10주년 콘서트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공연은 '러블리벗'의 곡 '그 손, 한 번만'으로 시작했다.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노래를 부른 '강현준'과 등장한 러블리벗은 키보드를 연주했다. 공연이 궁금한 뮤지션이었는데, 한 곡만 들려주고 내려간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 등장 인물이 많다는 의미일 터이니,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두 번째는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어른아이'의 무대였다. 2006년과 2009년에 1집과 2집을 발표한 그녀는 꽤나 오래 파스텔뮤직과 함께한 뮤지션이라고 하겠다. 첫 날 공연은 '리퀘스트쇼'로 팬들이 신청한 곡들을 들려주는 날인데, 최근 소식이 없었던 어른아이였지만 누군가 잊지 않고 그녀의 노래를 신청했나보다. 두 앨범의 대표곡 'Annabel Lee'와 'Sad Thing'을 들려주었다. 파스텔뮤직의 첫인상인 잔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그 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였다.
다음은 놀랍게도 이 공연을 위해 '긴급 재결성(?)'한 남성 듀오 '재주소년'이었다.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에서 재주소년의 글을 읽었거나, 재주소년 해체를 알리는 글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기억할 '지났을 줄이야'를 멘트로 언급한 Sabo는 공연장을 웃음으로 채웠다. 'Afternoon'이라는 이름으로 파스텔뮤직에서 솔로 EP를 발표했던 경환은 '박경환'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앨범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런데 파스텔뮤직이 아닌 다른 레이블이란다. '타루', '요조', '루싸이트 토끼'에 이어 또 다른 뮤지션을 떠나보낸다니, 조금은 서글펐다.(이 여성 세 팀은 모두 지금, 과거 파스텔뮤직에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올드피쉬'가 설립한,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소속이다. 인디 레이블 사이에서도 EPL의 맨유와 위성구단 같은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서글픔도 잠시, 소년에서 청년이 된 두 남자는 소년 시절의 히트곡 '귤'과 '이분단 셋째줄'을 들려주고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언제가 무대 위에 함께 오른 두 사람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무대는,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안방마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파스텔뮤직과 오래 함께한 '한희정'이었다. 그리고 첫 곡은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다. '푸른새벽'의 해체 후, 솔로로 시작한 그녀의 첫 히트곡이라 할 이 노래를 들으면서 2005년 '사운드홀릭'애서 있었던 레이블 공연에서 처음 보았던 '푸른새벽'의 모습이 스쳐갔다. 그떄가 그렇게나 오래된 일이라니, 파스텔뮤직의 오랜 팬으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어서 '잔혹한 여행'과 '드라마'를 들려주고 그녀는 내려갔다.
다음은 몇 년째 '앨범 준비 중'인,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만년 기대주'라고 할 수 있는, '이진우'의 무대였다. 그런데 앨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서 곧 나온다고 했다. 이제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게 된 그는,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그의 히트곡(이라지만 음원으로 공개된 곡은 이 곡 뿐) '스무살'과 그의 첫 앨범에 수록될 '사랑은 이별을 부른다'를 들려주었다. '스무살'은 언제나처럼 그의 정규앨범을 기대하고 만들었고, '사랑은 이별을 부른다'는 그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했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까? 1부의 마지막은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의 순서였다. 음반으로만 듣던 그의 음악을 공연으로는 처음 보게 되는데, 많은 여성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왔는지,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인디밴드로서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이후, 음반 판매량과 공연의 관객 동원에서 명실상부 '파스텔뮤직의 기둥'이라고 불릴 만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기 배우이자 가수인 '이승기'의 음반에 참여했다는 소식(더구나 이승기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는)과 이제는 '인디음악의 대세'가 되어가는 모습은 파스텔뮤직을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도 뿌듯했다. 세 곡을 들려주었는데 2집 수록곡 '초보비행'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곡은 '이화동'이었다. 그리고 이 곡을 위해 앞서 공연했던 한희정이 다시 무대로 등장했다. 그의 공연이 궁금했고, 특히 세 곡이나 '한희정'과 함께한 듀엣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전 무대에서도 목이 덜 풀렸는지 조금 불안했던 한희정의 목소리는 고음을 요구하는 이 곡에서도 왠지 불안했다. 마지막 곡은 지금의 에피톤 프로젝트를 있게 한 곡들 가운데 하나인 '눈을 뜨면'이었다.
휴식시간 없이 이어진 2부의 오프닝은 파스텔뮤직의 새 가족이된 '참꺠와 솜사탕'이었다. 3인조 혼성 밴드이고 남녀 보컬을 들려주 팀인데, 만화 제목같은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진지한 감성의 두 곡, '공놀이'와 '비마음'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단독 공연이 보고 싶었지만 빈번이 기회를 놓쳤던 '캐스커(Casker)'의 무대였다. 그리고 당연히 전자음을 기대했는데, '융진'의 옆자리에 '준오'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았다. 그리고 들려준 곡은 '향'이었다. 음반이 아닌 공연으로 보는 두 사람의 어쿠스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융진'의 뛰어난 보컬은 놀라웠다. 명료한 발음과 특별한 음성을 들려주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라이브가 아닌 음반을 듣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어지는 곡도 역시 어쿠스틱으로 들려준 '나의 하루 나의 밤'이었다. 원래 앨범에서는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의 '정순용(aka Thomas Cook)'이 불렀던 곡으로 융진의 보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앨범에서 정순용의 목소리는 피로하고 지친 기분이 역력했다면, 융진이 부른 느낌은 그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있었다. 마지막 곡은 최근에 발매된 새앨범 수록곡인 '나쁘게'였다. 이 곡만은 어쿠스틱이 아닌 DJing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5집의 '물고기'랑 느낌이 비슷하지만 가사의 내용은 전혀 다른 곡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는 가장 많은(듀오로는 5번째이지만) 6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와 노련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음은 '에피톤 프로젝트'와 'Sentimental Scenery'를 잇는 파스텔뮤직의 '차세대 기대주'라고 할 수 있는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였다. 그런데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진보다 후덕한 모습은 사실 좀 충격이었다.(소개 없었다면 못 알아볼 뻔했다.) 곧 발매할 1집 수록곡 '오랜만이다'와 이미 발매된 EP 'Prelude' 수록곡 '살고있어'를 들려주었는데, EP 수록곡들 가운데 남성 듀엣이 인상적이었던 '살고있어'는 EP에서 함께 부른 '소수빈'이 등장하여 듀엣을 보여주었다. '살고있어', 곡의 끝맺음이 아쉽지만 남성 듀엣은 좋았다.
두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정화의 순서는 바로 '루시아(심규선)'이었다. 뮤지컬의 주연이기도 했던 그녀이기에 공연에서 모습이 참 궁금했었는데, 그녀에게 매혹될 수 밖에 없는 무대였다. 최근에 발표한 (무려 10곡이 수록된) EP '데칼코마니'의 타이틀 'Savior'로 시작하여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데뷔 앨범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와 '부디', 총 3곡을 들려준 짧은 무대였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을 뚜렸했다. 열정적인 보컬과 더불어 연주를 손으로 표현하는 듯한 그녀만의 독특한 제스처는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그녀의 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10일 공연에서 최고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두 사람을 꼽는다면 앞서 언급한 캐스커의 '융진' 더불어, 바로 '루시아'였다.
마지막은 역시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수있는 '짙은'이었다. 행복전도사같이 환한 웃음으로 등장한 그는 대부분 우울한 곡들을 들려주었던 앞선 뮤지션들과 다르게, 행복 가득한 'Sunshine'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역시 그 기운을 이어가는 Feel 'Alright'이었다. 아마도 이 공연을 잘 즐기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안도하게 만드는 짙은의 모습이었으리라. 마지막 곡은 'TV Show'였고, 그렇게 즐거운 쇼는 끝나가고 있었다. 당연히 관객들은 앵콜을 연호했고, 앵콜로는 '백야'를 들려주었다. 곡 중간에는 이 날 공연에 참여했던 모든 뮤지션들이 등장하여,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뮤지션들을 한 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었다.
나오는 길에 이 날 공연했던 뮤지션들의 앨범이 팔지 않았던 점은, 파스텔뮤직의 유일한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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