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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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에 V20을 구입해서 10월 초부터 사용했으니, 사용기간이 약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사용기를 간단하게나마 적어보겠다.

무한부팅 등 LG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악평들이 있지만, 이미 LG가 구글과 합작하여 만든 '넥서스 4(Nexus 4)'를 작년까지도 사용했고, '넥서스 5(Nexus 5)'를 조금 사용해본 입장에서는, LG 스마트폰에 대해서 그런 선입견은 없었다. 오히려 넥서스 4의 경우에는 구글의 '레퍼런스 폰'으로서 안드로이드의 업데이트가 빠른 편이었고, 하드웨어적인 만듦새도 상당히 괜찮아서 약 3년 동안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형 하드웨어의 느린 속도에 스마트폰 교체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고, 마침 화면이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LG G5를 꽤나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바로 '하이파이(Hi-fi) 모듈'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도로 구입해야하는 부분이나 카메라 모듈도 사용하려면 꽤나 번거롭다는 생각에 주저하고 있었는데, LG의 차세대 플래그쉽 스마트폰의 소식이 들렸다. 바로 V20이었다. 경쟁사들의 제품보다 앞서가는 '듀얼 렌즈 카메라'나 5.7인치의 대형화면, 그리고 G5의 강점이었던 하이파이 모듈을 업그레이드한 'Quad DAC'까지 매력적인 사양으로, 발매 직후 큰 고민 없이 V20을 구입하게 되었다. 물론, 발매와 함께 진행된 기프트팩 이벤트도 구입을 부추키는 요소였다.

약 5개월을 사용하면서 무한부팅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도 아직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톡특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지금까지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4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을 쓰다가 5.7로 넘어오니,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고 '세컨드 스크린'은 화면을 켜지 않고도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꽤나 유용하다. 후면에 있는 지문인식 버튼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번에 화면을 켜고 동시에 진행되는 지문으로 잠금까지 풀 수 있어서 정말 꽤나 편리하다. 앞으로 지문인식이 없는 폰은 답답해서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전면에 하드웨어 버튼이 없는 점이 불만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미 넥서스 4에서 소프트웨어 키만 사용해온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전면의 단순하고 깔끔함이 V20 디자인의 강점이라고 하고 싶다. 시원한 화면에 비해 두께는 얇아서, 처음에는 테블릿 두께에 익숙한 손에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크지만 얇아서 바지 주머니에도 무리없이 들어가는 점은 편하다. 다만, 사진을 찍을 때 얇은 두께가 주는 위태로운 그립감은 손에서 미끄러질 위험을 가능성을 높이는 느낌이다. 케이스를 씌우면 그립감은 나아지는데, 좀 더 두껍더라도 배터리용량을 더 키우고 일체형으로 방수기능을 채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배터리는 탈부착식인 점이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하나, 배터리 소모가 큰 '동영상 감상'은 거의 하지 않아서 배터리 교체할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배터리 용량도 하루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이기도 하지만, 바로 고속충전 덕분에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성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충전기에 연결하면, 1분~1분 30초 정도에 1%씩 충전이 되기에 낮에 1시간만 충전을 해도 배터리 잔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일은 거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 사진을 위해 스마트폰과는 별도로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일은 상당히 번거로워는데, '듀얼 렌즈 카메라' 덕분에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의존을 꽤나 줄일 수 있었다. 아직 어두운 환경에서는 디지털 카메라가 더 뛰어나지만, 일상에서는 이 듀얼 카메라만으로도 더 편하고 더 즐겁게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광각 렌즈는 탁 트인 풍경이미지를 담을 때 편리했고, 일반 렌즈도 꽤 밝은 편이라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자동으로 설정되는 기본 모드도 나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셔터스피드, ISO, 색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어서, 찍는 '손맛'도 약간은 느낄 수 있었다. 기본 메모리 용량이 64Gb이고, 마이크로SD로 확장이 가능해서 고화질 사진과 고음질 음악 파일을 용량 걱정 없이 담을 수 있어서 좋다. 마이크로SD는 삼성의 128Gb 제품으로 장착했다.

마지막은 바로 'Quad DAC'가 자랑하는 음질이다. V20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데, 아스텔앤컨 AK100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스마트폰의 음질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폰이 들려주는 소리라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스마트폰으로에서는 V20을 따라올 기기가 없으리라 생각되고, 아스텔앤컨의 상위 기종을 모르겠지만, AK100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뱅앤올룹슨'과 협업하여 제작했다는 번들 이어폰만으로도 수준급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AK100과 사용하던 '젠하이저 모멘텀'으로 감상하면 , V20의 장점이 또렸하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고출력의 내장 앰프를 장착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별도의 앰프 없이도 헤드폰으로 충분한 음량을 즐길 수 있다. V20을 구입하고는 AK100는 그만 장식용이 되고 말았다. 고음질 음원 가운데 FLAC을 지원하고 APE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AK100과는 다르게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기에 스트리밍 음원이나 NAS에 저장된 음원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은, AK100보다 V20을 선호하게 만든다. 다만 Quad DAC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작동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요즘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제품들이 많은데, 이 점은 차후에 개선되었으면 한다.

쾌적한 화면과 편리한 듀얼렌즈 카메라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음질까지 구현함으로서, 보고 찍고 즐기는 '충실한 기본기로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을 만족시키는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넥서스 4부터 넥서스 5X까지 까다로운 구글과 협업하면서, 하드웨어의 만듦새는 수준급으로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V30에 대한 루머가 벌써 들리는데,  V20의 할부가 끝날 때 쯤에 새로운 V시리즈가 나온다면 또 구입할 계획이다.
2017/02/21 16:02 2017/02/21 16:02
Jaros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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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로 움직이는 자동차'(이하 '뇌파 자동차')의 실현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외국의 발명대회에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이 뇌파로 움직이는 RC카를 구현해냈고, 자동차 업계도 뇌파로 조종하는 이동수단(vehicle)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이미 '자동차(automobile)'이라는 이름처럼 진짜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완성 단계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관련 법규가 비미하고 교통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는 등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뇌파 자동차'는, 운전하는 방법이 손과 발을 이용한 '고전적 운전'이 아닌 뇌파 즉, '생각'을 이용하기에 그런 논란에서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도, 고전적 운전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병행된다면, 일상의 운전 뿐만 아니라 'F1' 같은 레이싱 부문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의사, 특히 재활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도 '뇌파 자동차'는 꽤나 흥미로운 기술이다. 뇌파로 조종 가능한 휠체어나 보조 기구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기능을 비롯한 뇌의 전반적인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척수의 손상으로 사지 혹은 하지를 쓸 수 없는 환자에서 휠체어를 대신하거나 그 이상의 기능을 보여주는 보조 기구로서의 미래가 상당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뇌파 자동차와 더불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엑소슈트'와의 결합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전동휠체어가 척수손상 환자들의 '발'을 대신하고 있고, 예전에 비해 크기는 줄어들었고 배터리 효율도 개선되었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들은 아직도 많다. 계단을 대신할 휠체어 램프가 없는 상황도 많고 가파른 경사가 있는 경우 휠체어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동휠체어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장애인 전용 운송수단이 아니면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다. 하지만 '뇌파로 조종하는 엑소슈트'라면,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다리를 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물론 내구성이나 모터의 강도, 그리고 배터리의 부피와 효율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다. 조금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머지 않은 미래에 상당히 개선 될 것이다. 전동휠체어의 부피와 무게 수준에서 충분히 그것을 대체할 만한 엑소슈트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의학적'인 혹은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해보고 싶다.

인간의 '두 발로 서서 걷는 능력' 혹은 '걷기'는, 평범한 인간이 아주 어린 시절의 '걸음마 단계'를 지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연스럽다'는 우리 인간이 걸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먼 곳을 바라보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심지어 시각과 사고 능력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 책을 읽더라도- 큰 노력 없이 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다른 걸으면서 동시에 하나 혹은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행동에 집중할 때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유지하고 마음대로 보폭이나 속도를 바꿀 수 있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역시 '자연스럽게'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도 있다. '뇌'가 조절하는 '걷기'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유연하게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뇌파로 조절하는 엑소슈트를 이용한 걷기'는 '자연스러운 걷기'와는 뇌의 처리과정이나 뇌파가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사 '걷다'와 그의 타동사 형태인 '걷게 하다'가 다른 것처럼, 뇌에서 명령하는 '걷기'와 '걷게 하기(걷게 조종하기)'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걷기를 시작한다면 뇌의 운동피질, 주로 사지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전기적 신호로 명령이 전달되겠고, 운동피질에서도 뉴런을 통해  척수로 그 명령을 전달하여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측정 가능한 '뇌파'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걷게 하기' 혹은 '(뇌파 엑소슈트를)조종하기'의 뇌의 명령은 '걷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대뇌 피질에서 활성되는 영역이 당연히 다르겠고, 척수로 내려가는 명령도 필요없기 때문에 뇌파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뇌파 엑소슈트'가 상용화된다면 그 조절은 어느 뇌파에 맞추어야 할까?

물론 환자 개개인의 따라, 뇌파 엑소슈트의 조절 뇌파를 '걷기'에 맞추는 경우도, '걷게 하기'에 맞추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의 유연한 작동'을 고려한다면, '걷기'에 맞추는 편이 엑소슈트를 조정하기에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척수 손상이 발생하고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난 환자의 경우에, 뇌가 '걷기'를 생각하고 팔과 다리를 작동하게 하는 과정은 일반인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는 자연스러운 '걷기'가, 척수 손상 환자에게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닌 '상상 속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척수 손상으로 부터 긴 시간이 지났을 경우, 뇌가 '두 다리로 걷는다'는 명령을 잊고 '걷는 상상'으로 대신하여 작동하거나, 뇌의 명령 처리 과정이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척수 손상이기 때문에, 척수를 통해 팔과 다리로 명령이 전달되는 과정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과로 환자가 상상하는 자신의 '바디이미지(body image)'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걷기와 관련된 뇌파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신체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선수들의 경우 특정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동작들과 그 동작들에 사용되는 근육과 관절의 위치(고유 수용감각;proprioception)는 그것들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부위에 강하게 각인된다고 한다. 그래서 숙달된 운동선수들이 상상만으로도 가능한 훈련,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이 가능하다. 수준 높은 운동선수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운동할 때의 활성되는 대뇌 피질 영역과 이미지 트레이닝할 때의 대뇌 피질 영역이 매우 높은 정도로 일치한다. 그렇게 상상만으로, 실제적인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 없이도, 운동 피질을 훈련하고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가 이미지 트레이닝의 근거이다. 물론 아무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효과를 볼 수는 없다. 엄청나게 반복적이고 전문적으로, 흑 '선수 수준으로' 단련한 사람이나 가능한 훈련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하다면, 그 반대로 척수 손상 환자의 바디 이미지 변화와 그로 인한 걷기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의 기능 변화/상실도, 충분히 근거 있는 예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재활의학이 '뇌파 엑소슈트'와 가장 긴밀하게 접촉해야할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표준화 된다면, 뇌파 엑소슈트도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동일한 자동차'처럼 그 자체로는 의사가 크게 간섭하거나 조절할 구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엑소슈트를 작동하는 부분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이 필요하겠고, 바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단순히 작동 뇌파를 선택하는 점 뿐만 아니라, 환자가 척수 손상 후 본인에게 맞는 뇌파 엑소슈트를 착용하기 전까지, '걷기'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를 조절하고 훈련하여, 그 기능을 잃지 않고 뇌파를 유지하는 부분이 재활의학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2017/02/18 11:51 2017/02/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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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우효(Oohyo)'의 새로운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는 뮤지션이라도, SNS까지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SNS를 통해 미리 예고되었던 싱글인가봅니다.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두 곡이 수록된 싱글로, 두 가지 버전의 '청춘'이 수록되었습니다.

곡을 들어보기에 앞서, 눈에 띄는 앨범 커버(자켓)이 재밌습니다. '자켓'과 '이어폰'이 보이는데, 자켓으로 자켓을 찍은 점이 재밌습니다. 자켓은 클럽에서 입을 법한 모습으로, 클럽 조명처럼 현란하면서도, 세련되기 보다는 복고풍적인 느낌의 색조를 보여줍니다. '청춘'이라는 제목까지 생각하면, 묘하게도 인디씬의 밴드 '글렌체크(Glen Check)'의 앨범 'Youth!'를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벗어진 자켓 위로 놓은 이어폰은 꽤나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많은 사람과 화려한 조명의 클럽에서도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홀로 음악을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됩니다. 노래와 꽤나 잘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노래는 '청춘'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밝은 희망'은 없고 꽤나 쓸쓸하게 흘러갑니다. 'Day'와 'Night' 두 가지 버전의 두 곡을 담고있는데, '밤낮 없는 고독'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이네요.  Day는 모던락 버전으로, 밴드의 연주에서 'Radiohead'의 대표곡 'Creep'이 떠오릅니다.  Night는 밤과 잘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Day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이질감은 없습니다. Day가 햇살 속에서도 느껴지는 낮의 고독이라면, Night는 화려한 조명 아래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고독처럼 들립니다.

재채있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대표곡들과 비교하면, 가사의 소소한 재미는 부족하지만 진솔함만은 여전합니다. 그녀의 EP와 1집은 꽤 오래, 그리고 꽤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녀의 새로운 앨범이 너무나 기다려지네요.
2016/12/16 17:18 2016/12/16 17:18
파랑사과

오 저도 요새 우효 매일 듣고 있어요. ㅎㅎ

bluo

정말 질리게 들었네요. 새앨범이 나와줘야할텐데 말이죠. 우효 다음에 안녕하신가영 많이 듣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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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남기고, 리더의 유학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던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이 두 번째 정규앨범을 2015년 8월에 발표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기에 최근에야 발표 사실을 알았고 들어보았네요.

앨범 자켓부터 살펴보면 1집 "Salon de Tango"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리의 숨결"이라는 타이틀처럼 '파리(Paris)'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의 날씨처럼 구름 낀 하늘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에서는 묘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

앨범을 여는 '오라투와'는 프랑스어 'oratoire'로 '기도실'을 뜻합니다. 제목만으로는 경건한 느낌이 들지만, 흥얼거림과 간결한 연주에서는 경건함보다는 미묘한 긴장과 비밀이 느껴집니다. 기도실에서 기도와 함께 홀로 독백하는 '비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제목처럼 1집을 아우르는 '탱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픈로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애처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수록 연주는 감정의 흐름은 거세져서, 절정을 향합니다. 2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슬픈 꿈과 같은 곡입니다. 기타리스트 'Joon Smith'와 함께한 '파리의 숨결'은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할 법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시작합니다. 방랑 혹은 유랑 악단을 떠오르게 하는 기타와 아코디언의 조합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비애를 담아냅니다.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처음 듣지만,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트랙입니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어린 시절의 묘한 기억을 떠올리는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현악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탱고'가 테마였던 지난 앨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들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드러운 낭만은 어쩐지 밴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였던 'Alice in Neverland'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어지는 네 트랙 '놀이동산', '원더랜드', '뮤직박스', '회전목마'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리더 오수경이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발표했던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를 통해 발표했던 곡들로, 이번 앨범을 통해 4중주로 되살아 났습니다. 첫 세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기에, 한 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되던 전작과는 비교가 되면서, 이 앨범을 '소품집'처럼 들리게 합니다.

앞선 '장난감 병정의 비행'에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놀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곡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더랜드'의 시작은 손님이 모두 떠나고 불도 꺼진 놀이동산처럼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원더랜드'는 결국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또 다른 '현실 속의 원더랜드'를 찾게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뮤직박스'는 1분이 조금 넘는, interlude라고 할 수 있는 트랙으로, 현악 덕분인지 원곡과는 꽤 다른 느낌입니다. 원곡은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꽤나 쓸쓸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새로운 편곡의 뮤직박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회전목마'도 기묘한 분위기였던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는 느낌인데, '모든 열정이 식어버린 뒤 남은 집착의 광기가 불러온 새드 엔딩'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뮤직박스'와 '회전목마', 두 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르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수록곡들의 다양한 분위기 때문에 정규앨범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소품집'의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수록곡의 절반이 리메이크된 곡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림의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고, 전작의 탱고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반 청자들에게도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제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2016/07/05 15:38 2016/07/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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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보증 수표라고 할 만한 두 배우 '김래원'과 '박신혜'를 내세운 '의학(이라고 쓰고 판타지라고 읽는다) 드라마' "닥터스"를 잠깐 보았는데,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원장(배우 엄효섭)과 부원장/신경외과(NS) 과장(배우 장현성)이 진료부 회의에서 맞붙는 상황이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원장 : 작년에 230억 적자가 났는데. 신경외과 매출이 꼴지다 분발해 달라. 수입 증대를 위해 노인의료센터(?)를 만들겠다.

부원장/NS과장 : 아니다. 장기이식센터가 의학발전에 도움이된다. 작년에 병원은 적자였지만 부대수익으로 1000억 흑자가 났지 않느냐.

원장 : 병원이 의료로 이익을 내야지, 부대사업으로 연명하면 쓰겠는가?

드라마는 원장을 '지잡대 의대 출신으로 실력 없지만 혈연으로 원장자리에 앉은 돈에 눈이 먼 의사'로 대놓고 비하하려고 한다. 그에 반해 부원장은 의로운 인물로 만드려고 애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의사나 의료인 혹은 관련 전문가라면 좀 이상하다고 느낄만 하다. 부대수익이 아닌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내서 병원을 운영해야한다는 '악역' 원장의 말은 어디를 봐도 흠잡을 부분이 없다. 병원도 기업이고, 기업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정직한 생산활동으로 정부의 지원금/보조금 없이 자생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가?(사회적 기업 타령하는 좀비들은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의로운 사람으로 보이는 부원장의 말은 이상하다. 충분히 부대사업 수익으로 병원을 운영하자는 뉘앙스로 들리는데, 이건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민영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를 옹호하는 발언이다.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안인데, 결과가 바르다면 과정은 바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정을 섞어서 교묘하게 옳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여러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뒷통수를 치는 악역으로 자주 등장했던 배우 '장현성'인데, 역시나 교묘하게 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치고있다.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작가가 영리하게 의도하였을까? 아니면 그냥 멍청한걸까?
2016/07/04 22:52 2016/07/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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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밴드'는 꽤나 유명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었고 그래서 노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을 발견했을 때, '참 재밌는 이름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지, '좋아서 하는 밴드'와의 연관성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죠.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전(前) 멤버 '백가영'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뮤지션은 'Sentimental Scenery'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듀엣곡에 참여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목소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의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수록곡들을 쭉 들어보았습니다.

앨범 "순간의 순간"을 시작하는 첫곡 '너와 나'는 이 앨범이 소소한 연애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임을 직감하게 합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첫곡답고 목소리와도 어울리게 꽤나 밝고 희망적입니다만, 재밌게도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어떤 '역설'이 느껴집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순간의 순간'과 이어지는 '문제없는 사이'는 이 앨범의 가장 즐겨듣는 트랙들이자 제 취향에 맞는 '슬픈 노래들'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순간들을 노래하는 '순간의 순간'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즐 수 있는 가장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그러면서도 담담하기에 '찬란한 슬픔'이라고 할 만큼 빛이 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인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절절한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사실, 장황한 서술형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들만큼 예외로 하고 싶네요.

'순간의 순간'에서 들려주는 슬픔은 '문제없는 사이'에서 쓸쓸함으로 이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정말 '안녕하신가영'만의 매력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때는 정말 우리 후회 없이 사랑해도 문제없는 사이'는 쓸쓸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남겨두었기에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담고 있는 12트랙들은 대부분 '일상과 그 속의 연애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하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나 밝고 희망차게 결말을 노래하는 '제미없는 창작의 결과'는 톡특한 제목만큼 인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제목 센스도 이 뮤지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과 풍자가 인상적인 '어른인 듯 아닌 듯'과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기도 합니다.

앨범 막바지에서 만나는 '어떤 종류의 환상'도 추천하고 싶은 트랙입니다. 느릿한 멜로디 위로 풀어놓는 첫사랑에 대한 상념들에서는 어쩐지 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날의 달콤씁쓸한 꿈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트랙 '오늘 또 굿바이'는 가사 속 '우리'의 마지막 인사이자 앨범의 청자들에게 보내는 '중의적인 인사'를 전합니다.

장황한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노래들만은 '예외'라고 할 만큼, 가슴의 한 구석을 흔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는 장황함 속에서도 재치있는 발상과 단어 선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발매된 정규앨범에 이어 올해 초에 발매된 EP '좋아하는 마음'도 꽤 좋은 곡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활발한 행보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6/04/18 16:30 2016/04/18 16:30
파랑사과

오.. 저도 요새 안녕하신가영 듣고 있어요. 저도 발랄하면서 쓸쓸한 느낌이 참 좋더군요.

bluo

단편집 싱글도 꽤 좋더라구요. 형용할 수 없는 먹먹함을 참 잘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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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가장 즐겨들은 앨범은 바로 '우효(OOHYO)'의 EP "소녀감성"과 정규 1집 "어드벤쳐"입니다. 두 앨범 가운데서 고르자면 '인디음악'다운 풋풋한 감성이 더 진한 EP "소녀감성"을 조금 더 많이 들었네요. EP가 2014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보석을  꽤 늦게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본명은 '우효은'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 별명을 사용하는 경우랍니다. 현재는 20대로 영국에서 유학중이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신디사이저(신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신스팝'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소녀감성'인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곡들로, 본인의 소녀시절을 담고있는 자전적인 노래들이기 때문이랍니다.

EP를 여는 첫 트랙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에서부터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유학파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Moby'가 떠오르는 구석도 들립니다. 불안함과 아련함 같은 감정들도 느껴지는, 바로 지나버린 '소녀감성'을 회상하는 시작이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Motorcycle"도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너(you)'에 대한 노래로, 제목처럼 질주하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Vineyard"는 두 가지 버전(우리말/영어)으로 수록되었는데, 후렴구만 비슷하고 가사의 내용은 두 버전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가사 모두 '복잡하고 미묘한' 소녀의 감정을 간결하게 담하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트랙이 'EDM'스러운 부분이 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신스팝의 시작입니다. 이 곡의 달콤씁쓸(bittersweet)한 분위기를 의미할까요? '포도원'을 의미하는 vineyard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소녀감성 100퍼센트"는 우효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게하는 도입부 가사에서부터 그녀의 재치를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재밌는 추억을 담담히 읊조리는 음성에서는 시크한 매력도 전해집니다. '친오빠'의 조련으로  시작된 '농구 훈련'은 아마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마이클 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역시 Vineyard와 마찬가지로 '알듯말듯 알쏭달쏭한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는 소녀감성 100%의 곡입니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를 모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해낸 그녀의 작사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쓸쓸한 감정을 이어가는 "Piano Dust"도 Vineyard의 영어 버전처럼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노래들이 들려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이런 '1인칭이 아닌 시점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Teddy Bear Rises"에서도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를 고려하면 '테디 베어'를 앞에 앉혀놓고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충고입니다.

'환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소녀의 감성 세계',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지도,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화법으로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이 그녀를 인디씬의 '떠오르는 별'로 만들어준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입니다. 꾸준히 솔직하고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2016/04/12 16:05 2016/04/12 16:05
ezs

가끔 찾아왔는데 막상댓글을 남기지 않았군요; 그나저나.. 저도.. 우효 앨범들 근래에 좀 자주듣곤했습니다 :)

bluo

저눈 장거리 운전하게 되면 꼭 듣는 앨범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사가 너무 재밌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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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루싸이트 토끼, 랄라스윗, 제이레빗, 스웨덴 세탁소...인디씬의 '여성 듀오'를 생각하면, 활동 중인 팀들이 더 있겠지만,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즐겨 들었던 수준에서는 대략 이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 가운데서도 인지도를 떠나, 가장 '꾸준한 음반 작업과 공연 활동'을 보여주는 팀이라면 '랄라스윗'이 아닐까요?

2010년에 첫 EP '랄라스윗'을, 2011년에 첫 정규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던 듀오 '랄라스윗'은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너의 세계'에 이어 2015년 10월에 두 번째 EP '계절의 空'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음반 구입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 늦게 이 앨범을 발견했네요. 한자 '空(공)'은 우리말로 '공허(emptiness)'나 '덧없음(vanity)'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겨울을 앞둔 10월 말에 발매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밤의 노래'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담고 있는 EP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의 쓸쓸함과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첫곡 '밤의 노래'는 여름이 자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후 다가오는 허무한 쓸쓸함을 노래합니다. 불꽃놀이가 더 밝고 화려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밤은 더 어두울 수록 좋고, 그래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 느껴지는 허무의 깊이는 더 깊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여성 듀오'다운 보사노바 스타일의 '시간열차'는 잡을 수 없는 시간과 청춘에 대한 노래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쌀쌀한 가을의 변화 사이에서 유독 그런 쓸쓸한 감정들이 심해지는데,  쉼 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

마지막 곡은 외국곡을 번안한 'Cynthia'입니다. 원곡은 스웨덴 뮤지션의 곡 'Sincere'이고, 이 원곡을 일본의 여가수 '하라다 토모요'가 'Cynthia'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과 문화적 친근성 때문일까요? 랄라스윗의 리메이크는 원곡보다는 일본 리메이크곡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Sincere'가 리메이크하면서 'Cynthia'가 된 이유는 비슷한 발음 때문이겠죠?

달, 겨울, 그리고 밤...보통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거나, 기원이나 기도를 들어주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노래에서는 '달'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화자가 되어 노래합니다. 의인화된 달이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겨울의 밤은 자연의 섭리를 시(詩)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히 배치된 피아노 연주와 현악 연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더 짙게 합니다. 사실 마지막 한 곡 만으로도 이 음반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곡입니다. 더 좋은 곡들이 가득한, 랄라스윗의 세 번째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
2016/02/03 17:54 2016/02/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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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인기 작가'답게 꾸준히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는 작품들의 국내 출간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말부터 꾸준히 읽기로 했다.

이번에 읽은 '소란한 보통날'은 '장미 비파 레몬'보다도 앞선 1996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고작 4년 차이지만 꽤나 '옛날 생각'의 느낌이 짙다. 이유는 '1990년대'나 '20세기'가 주는 '시간적 차이의 무게감'일 수도 있겠지만, '소란한 보통날'의 주인공이 19세 정도로 어린 나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소설은 작품 속 화자 '고토코(셋째)'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매들 '소요(첫째)', '사마코(둘째)', '리쓰(막내)' 그리고 네 남매의 부모가 풀어나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1996년에 발표된 점을 생각하면, 적어도 9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일 수도 있을 만큼, 이야기 속 네 남매의 생활은 '디지털'이나 '스마트'라는 단어와는 멀다. 더구나 짬짬히 등장하는  '네 남매의 더 어렸던 시절'에 대한 회상은 '진짜 옛날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8,90년 대를 기억하는 지금의 30, 40대의 유년기나 청소년기와 겹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으리라.

보통 가족의 이야기지만, '소란한'이 붙은 만큼 마냥 평범하지 많은 않은 네 남매의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다. 작가는 네 남매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을 담고 있는데, 첫째 소요를 통해 '이혼'과 둘째 사마코를 통해서는 '독특한 연애'와 더불어 '미혼모', '입양' 등 이전 세대에게는 낮선 소재들을 담고 있다. 그나마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고토코'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지 않은 상태이고 막내 '리쓰'는 '은둔형 외톨'이나 '왕따'는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성적인 청소년들'이다.

이제는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그리고 기억 속에서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점이 좋았고, '나도 형제자매가 더 많았다면 즐겁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또,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일본 사회의 성숙함에 다시 놀랐다. 90년대 초중반이 배경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첫째 '소요'의 이혼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 '쿨'하다. 미국 소설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고 게다가 약 20년 전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혼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도 더 성숙한 분위기다.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 '일본 사회의 성숙함'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서구화를 겪었기 때문이겠지만, 결코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선진국민으로서의 여유와 질서  그리고 존중'이 느껴지기에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난다.
2016/01/19 14:56 2016/01/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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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일각 '창조론'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둘 다 깊게 파고 들면 한 뿌리에서 만나게 된다. '한 종을 이루는 염색체와 유전자는 불변이어여 한다'는 사고가 그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물학이나 유전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뿌리가 망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유전자는 이 시간에도 변하고 있다. 어떤 유전자 변이는 염색체 스스로 교정하지만, 어떤 변이는 스스로 교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나무의 한 가지에서 자란 과일이라도 과일 하나를 이루는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유전자 단위에서는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도 발견될 수 밖에 없다.

인류를 비롯한 지금까지 생존한 많은 동물들은 이렇게도 유전자적으로 다양하고 불안정한 식물들을 먹고 살았지만, 아직 멸종하지 않았고 이렇게 번성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화론의 맥락에서 본다면 'GMO'도 진화의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GMO를 견뎌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사실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온 풍랑들 가운데 조금 더 파고가 높은 파도일 뿐이다. 그 파도를 견디지 못하면 침몰하고 그 바닥에는 멸종이 기다리겠지만, 인간은 또 언제나 그래왔듯이 견뎌낼 것이다.

사실, 범지구적인 혹은 생태학적인 시각으로 보면, '인류 자체'가 지구와 생태계에게는 'GMO'에 가깝다. 지구와 생태계가 잘 버텨내야 할 텐데, 이 'GMO(Global Murder Organization)'가 아직은 하나 뿐인 숙주를 매우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는가?

peace or piece..?

2015/12/27 13:23 2015/12/27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