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효(Oohyo)'의 새로운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는 뮤지션이라도, SNS까지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SNS를 통해 미리 예고되었던 싱글인가봅니다.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두 곡이 수록된 싱글로, 두 가지 버전의 '청춘'이 수록되었습니다.
곡을 들어보기에 앞서, 눈에 띄는 앨범 커버(자켓)이 재밌습니다. '자켓'과 '이어폰'이 보이는데, 자켓으로 자켓을 찍은 점이 재밌습니다. 자켓은 클럽에서 입을 법한 모습으로, 클럽 조명처럼 현란하면서도, 세련되기 보다는 복고풍적인 느낌의 색조를 보여줍니다. '청춘'이라는 제목까지 생각하면, 묘하게도 인디씬의 밴드 '글렌체크(Glen Check)'의 앨범 'Youth!'를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벗어진 자켓 위로 놓은 이어폰은 꽤나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많은 사람과 화려한 조명의 클럽에서도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홀로 음악을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됩니다. 노래와 꽤나 잘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노래는 '청춘'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밝은 희망'은 없고 꽤나 쓸쓸하게 흘러갑니다. 'Day'와 'Night' 두 가지 버전의 두 곡을 담고있는데, '밤낮 없는 고독'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이네요. Day는 모던락 버전으로, 밴드의 연주에서 'Radiohead'의 대표곡 'Creep'이 떠오릅니다. Night는 밤과 잘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Day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이질감은 없습니다. Day가 햇살 속에서도 느껴지는 낮의 고독이라면, Night는 화려한 조명 아래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고독처럼 들립니다.
재채있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대표곡들과 비교하면, 가사의 소소한 재미는 부족하지만 진솔함만은 여전합니다. 그녀의 EP와 1집은 꽤 오래, 그리고 꽤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녀의 새로운 앨범이 너무나 기다려지네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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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Day & Night) by 우효 (O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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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오수경 - 파리의 숨결
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남기고, 리더의 유학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던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이 두 번째 정규앨범을 2015년 8월에 발표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기에 최근에야 발표 사실을 알았고 들어보았네요.
앨범 자켓부터 살펴보면 1집 "Salon de Tango"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리의 숨결"이라는 타이틀처럼 '파리(Paris)'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의 날씨처럼 구름 낀 하늘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에서는 묘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
앨범을 여는 '오라투와'는 프랑스어 'oratoire'로 '기도실'을 뜻합니다. 제목만으로는 경건한 느낌이 들지만, 흥얼거림과 간결한 연주에서는 경건함보다는 미묘한 긴장과 비밀이 느껴집니다. 기도실에서 기도와 함께 홀로 독백하는 '비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제목처럼 1집을 아우르는 '탱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픈로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애처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수록 연주는 감정의 흐름은 거세져서, 절정을 향합니다. 2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슬픈 꿈과 같은 곡입니다. 기타리스트 'Joon Smith'와 함께한 '파리의 숨결'은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할 법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시작합니다. 방랑 혹은 유랑 악단을 떠오르게 하는 기타와 아코디언의 조합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비애를 담아냅니다.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처음 듣지만,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트랙입니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어린 시절의 묘한 기억을 떠올리는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현악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탱고'가 테마였던 지난 앨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들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드러운 낭만은 어쩐지 밴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였던 'Alice in Neverland'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어지는 네 트랙 '놀이동산', '원더랜드', '뮤직박스', '회전목마'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리더 오수경이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발표했던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를 통해 발표했던 곡들로, 이번 앨범을 통해 4중주로 되살아 났습니다. 첫 세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기에, 한 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되던 전작과는 비교가 되면서, 이 앨범을 '소품집'처럼 들리게 합니다.
앞선 '장난감 병정의 비행'에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놀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곡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더랜드'의 시작은 손님이 모두 떠나고 불도 꺼진 놀이동산처럼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원더랜드'는 결국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또 다른 '현실 속의 원더랜드'를 찾게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뮤직박스'는 1분이 조금 넘는, interlude라고 할 수 있는 트랙으로, 현악 덕분인지 원곡과는 꽤 다른 느낌입니다. 원곡은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꽤나 쓸쓸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새로운 편곡의 뮤직박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회전목마'도 기묘한 분위기였던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는 느낌인데, '모든 열정이 식어버린 뒤 남은 집착의 광기가 불러온 새드 엔딩'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뮤직박스'와 '회전목마', 두 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르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수록곡들의 다양한 분위기 때문에 정규앨범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소품집'의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수록곡의 절반이 리메이크된 곡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림의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고, 전작의 탱고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반 청자들에게도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제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앨범 자켓부터 살펴보면 1집 "Salon de Tango"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리의 숨결"이라는 타이틀처럼 '파리(Paris)'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의 날씨처럼 구름 낀 하늘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에서는 묘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
앨범을 여는 '오라투와'는 프랑스어 'oratoire'로 '기도실'을 뜻합니다. 제목만으로는 경건한 느낌이 들지만, 흥얼거림과 간결한 연주에서는 경건함보다는 미묘한 긴장과 비밀이 느껴집니다. 기도실에서 기도와 함께 홀로 독백하는 '비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제목처럼 1집을 아우르는 '탱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픈로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애처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수록 연주는 감정의 흐름은 거세져서, 절정을 향합니다. 2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슬픈 꿈과 같은 곡입니다. 기타리스트 'Joon Smith'와 함께한 '파리의 숨결'은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할 법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시작합니다. 방랑 혹은 유랑 악단을 떠오르게 하는 기타와 아코디언의 조합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비애를 담아냅니다.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처음 듣지만,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트랙입니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어린 시절의 묘한 기억을 떠올리는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현악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탱고'가 테마였던 지난 앨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들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드러운 낭만은 어쩐지 밴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였던 'Alice in Neverland'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어지는 네 트랙 '놀이동산', '원더랜드', '뮤직박스', '회전목마'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리더 오수경이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발표했던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를 통해 발표했던 곡들로, 이번 앨범을 통해 4중주로 되살아 났습니다. 첫 세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기에, 한 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되던 전작과는 비교가 되면서, 이 앨범을 '소품집'처럼 들리게 합니다.
앞선 '장난감 병정의 비행'에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놀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곡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더랜드'의 시작은 손님이 모두 떠나고 불도 꺼진 놀이동산처럼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원더랜드'는 결국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또 다른 '현실 속의 원더랜드'를 찾게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뮤직박스'는 1분이 조금 넘는, interlude라고 할 수 있는 트랙으로, 현악 덕분인지 원곡과는 꽤 다른 느낌입니다. 원곡은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꽤나 쓸쓸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새로운 편곡의 뮤직박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회전목마'도 기묘한 분위기였던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는 느낌인데, '모든 열정이 식어버린 뒤 남은 집착의 광기가 불러온 새드 엔딩'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뮤직박스'와 '회전목마', 두 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르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수록곡들의 다양한 분위기 때문에 정규앨범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소품집'의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수록곡의 절반이 리메이크된 곡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림의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고, 전작의 탱고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반 청자들에게도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제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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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영 - 순간의 순간
'좋아서 하는 밴드'는 꽤나 유명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었고 그래서 노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을 발견했을 때, '참 재밌는 이름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지, '좋아서 하는 밴드'와의 연관성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죠.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전(前) 멤버 '백가영'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뮤지션은 'Sentimental Scenery'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듀엣곡에 참여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목소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의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수록곡들을 쭉 들어보았습니다.
앨범 "순간의 순간"을 시작하는 첫곡 '너와 나'는 이 앨범이 소소한 연애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임을 직감하게 합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첫곡답고 목소리와도 어울리게 꽤나 밝고 희망적입니다만, 재밌게도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어떤 '역설'이 느껴집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순간의 순간'과 이어지는 '문제없는 사이'는 이 앨범의 가장 즐겨듣는 트랙들이자 제 취향에 맞는 '슬픈 노래들'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순간들을 노래하는 '순간의 순간'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즐 수 있는 가장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그러면서도 담담하기에 '찬란한 슬픔'이라고 할 만큼 빛이 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인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절절한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사실, 장황한 서술형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들만큼 예외로 하고 싶네요.
'순간의 순간'에서 들려주는 슬픔은 '문제없는 사이'에서 쓸쓸함으로 이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정말 '안녕하신가영'만의 매력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때는 정말 우리 후회 없이 사랑해도 문제없는 사이'는 쓸쓸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남겨두었기에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담고 있는 12트랙들은 대부분 '일상과 그 속의 연애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하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나 밝고 희망차게 결말을 노래하는 '제미없는 창작의 결과'는 톡특한 제목만큼 인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제목 센스도 이 뮤지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과 풍자가 인상적인 '어른인 듯 아닌 듯'과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기도 합니다.
앨범 막바지에서 만나는 '어떤 종류의 환상'도 추천하고 싶은 트랙입니다. 느릿한 멜로디 위로 풀어놓는 첫사랑에 대한 상념들에서는 어쩐지 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날의 달콤씁쓸한 꿈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트랙 '오늘 또 굿바이'는 가사 속 '우리'의 마지막 인사이자 앨범의 청자들에게 보내는 '중의적인 인사'를 전합니다.
장황한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노래들만은 '예외'라고 할 만큼, 가슴의 한 구석을 흔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는 장황함 속에서도 재치있는 발상과 단어 선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발매된 정규앨범에 이어 올해 초에 발매된 EP '좋아하는 마음'도 꽤 좋은 곡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활발한 행보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전(前) 멤버 '백가영'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뮤지션은 'Sentimental Scenery'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듀엣곡에 참여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목소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의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수록곡들을 쭉 들어보았습니다.
앨범 "순간의 순간"을 시작하는 첫곡 '너와 나'는 이 앨범이 소소한 연애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임을 직감하게 합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첫곡답고 목소리와도 어울리게 꽤나 밝고 희망적입니다만, 재밌게도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어떤 '역설'이 느껴집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순간의 순간'과 이어지는 '문제없는 사이'는 이 앨범의 가장 즐겨듣는 트랙들이자 제 취향에 맞는 '슬픈 노래들'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순간들을 노래하는 '순간의 순간'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즐 수 있는 가장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그러면서도 담담하기에 '찬란한 슬픔'이라고 할 만큼 빛이 납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인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절절한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사실, 장황한 서술형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들만큼 예외로 하고 싶네요.
'순간의 순간'에서 들려주는 슬픔은 '문제없는 사이'에서 쓸쓸함으로 이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정말 '안녕하신가영'만의 매력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때는 정말 우리 후회 없이 사랑해도 문제없는 사이'는 쓸쓸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남겨두었기에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담고 있는 12트랙들은 대부분 '일상과 그 속의 연애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하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나 밝고 희망차게 결말을 노래하는 '제미없는 창작의 결과'는 톡특한 제목만큼 인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제목 센스도 이 뮤지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과 풍자가 인상적인 '어른인 듯 아닌 듯'과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기도 합니다.
앨범 막바지에서 만나는 '어떤 종류의 환상'도 추천하고 싶은 트랙입니다. 느릿한 멜로디 위로 풀어놓는 첫사랑에 대한 상념들에서는 어쩐지 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날의 달콤씁쓸한 꿈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트랙 '오늘 또 굿바이'는 가사 속 '우리'의 마지막 인사이자 앨범의 청자들에게 보내는 '중의적인 인사'를 전합니다.
장황한 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노래들만은 '예외'라고 할 만큼, 가슴의 한 구석을 흔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는 장황함 속에서도 재치있는 발상과 단어 선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발매된 정규앨범에 이어 올해 초에 발매된 EP '좋아하는 마음'도 꽤 좋은 곡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활발한 행보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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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OOHYO) - 소녀감성
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가장 즐겨들은 앨범은 바로 '우효(OOHYO)'의 EP "소녀감성"과 정규 1집 "어드벤쳐"입니다. 두 앨범 가운데서 고르자면 '인디음악'다운 풋풋한 감성이 더 진한 EP "소녀감성"을 조금 더 많이 들었네요. EP가 2014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보석을 꽤 늦게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본명은 '우효은'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 별명을 사용하는 경우랍니다. 현재는 20대로 영국에서 유학중이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신디사이저(신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신스팝'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소녀감성'인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곡들로, 본인의 소녀시절을 담고있는 자전적인 노래들이기 때문이랍니다.
EP를 여는 첫 트랙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에서부터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유학파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Moby'가 떠오르는 구석도 들립니다. 불안함과 아련함 같은 감정들도 느껴지는, 바로 지나버린 '소녀감성'을 회상하는 시작이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Motorcycle"도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너(you)'에 대한 노래로, 제목처럼 질주하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Vineyard"는 두 가지 버전(우리말/영어)으로 수록되었는데, 후렴구만 비슷하고 가사의 내용은 두 버전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가사 모두 '복잡하고 미묘한' 소녀의 감정을 간결하게 담하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트랙이 'EDM'스러운 부분이 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신스팝의 시작입니다. 이 곡의 달콤씁쓸(bittersweet)한 분위기를 의미할까요? '포도원'을 의미하는 vineyard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소녀감성 100퍼센트"는 우효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게하는 도입부 가사에서부터 그녀의 재치를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재밌는 추억을 담담히 읊조리는 음성에서는 시크한 매력도 전해집니다. '친오빠'의 조련으로 시작된 '농구 훈련'은 아마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마이클 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역시 Vineyard와 마찬가지로 '알듯말듯 알쏭달쏭한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는 소녀감성 100%의 곡입니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를 모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해낸 그녀의 작사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쓸쓸한 감정을 이어가는 "Piano Dust"도 Vineyard의 영어 버전처럼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노래들이 들려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이런 '1인칭이 아닌 시점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Teddy Bear Rises"에서도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를 고려하면 '테디 베어'를 앞에 앉혀놓고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충고입니다.
'환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소녀의 감성 세계',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지도,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화법으로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이 그녀를 인디씬의 '떠오르는 별'로 만들어준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입니다. 꾸준히 솔직하고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본명은 '우효은'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 별명을 사용하는 경우랍니다. 현재는 20대로 영국에서 유학중이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신디사이저(신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신스팝'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소녀감성'인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곡들로, 본인의 소녀시절을 담고있는 자전적인 노래들이기 때문이랍니다.
EP를 여는 첫 트랙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에서부터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유학파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Moby'가 떠오르는 구석도 들립니다. 불안함과 아련함 같은 감정들도 느껴지는, 바로 지나버린 '소녀감성'을 회상하는 시작이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Motorcycle"도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너(you)'에 대한 노래로, 제목처럼 질주하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Vineyard"는 두 가지 버전(우리말/영어)으로 수록되었는데, 후렴구만 비슷하고 가사의 내용은 두 버전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가사 모두 '복잡하고 미묘한' 소녀의 감정을 간결하게 담하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트랙이 'EDM'스러운 부분이 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신스팝의 시작입니다. 이 곡의 달콤씁쓸(bittersweet)한 분위기를 의미할까요? '포도원'을 의미하는 vineyard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소녀감성 100퍼센트"는 우효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게하는 도입부 가사에서부터 그녀의 재치를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재밌는 추억을 담담히 읊조리는 음성에서는 시크한 매력도 전해집니다. '친오빠'의 조련으로 시작된 '농구 훈련'은 아마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마이클 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역시 Vineyard와 마찬가지로 '알듯말듯 알쏭달쏭한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는 소녀감성 100%의 곡입니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를 모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해낸 그녀의 작사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쓸쓸한 감정을 이어가는 "Piano Dust"도 Vineyard의 영어 버전처럼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노래들이 들려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이런 '1인칭이 아닌 시점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Teddy Bear Rises"에서도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를 고려하면 '테디 베어'를 앞에 앉혀놓고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충고입니다.
'환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소녀의 감성 세계',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지도,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화법으로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이 그녀를 인디씬의 '떠오르는 별'로 만들어준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입니다. 꾸준히 솔직하고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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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스윗 - 계절의 空 (계절의 공)
옥상달빛, 루싸이트 토끼, 랄라스윗, 제이레빗, 스웨덴 세탁소...인디씬의 '여성 듀오'를 생각하면, 활동 중인 팀들이 더 있겠지만,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즐겨 들었던 수준에서는 대략 이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 가운데서도 인지도를 떠나, 가장 '꾸준한 음반 작업과 공연 활동'을 보여주는 팀이라면 '랄라스윗'이 아닐까요?
2010년에 첫 EP '랄라스윗'을, 2011년에 첫 정규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던 듀오 '랄라스윗'은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너의 세계'에 이어 2015년 10월에 두 번째 EP '계절의 空'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음반 구입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 늦게 이 앨범을 발견했네요. 한자 '空(공)'은 우리말로 '공허(emptiness)'나 '덧없음(vanity)'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겨울을 앞둔 10월 말에 발매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밤의 노래'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담고 있는 EP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의 쓸쓸함과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첫곡 '밤의 노래'는 여름이 자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후 다가오는 허무한 쓸쓸함을 노래합니다. 불꽃놀이가 더 밝고 화려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밤은 더 어두울 수록 좋고, 그래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 느껴지는 허무의 깊이는 더 깊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여성 듀오'다운 보사노바 스타일의 '시간열차'는 잡을 수 없는 시간과 청춘에 대한 노래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쌀쌀한 가을의 변화 사이에서 유독 그런 쓸쓸한 감정들이 심해지는데, 쉼 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
마지막 곡은 외국곡을 번안한 'Cynthia'입니다. 원곡은 스웨덴 뮤지션의 곡 'Sincere'이고, 이 원곡을 일본의 여가수 '하라다 토모요'가 'Cynthia'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과 문화적 친근성 때문일까요? 랄라스윗의 리메이크는 원곡보다는 일본 리메이크곡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Sincere'가 리메이크하면서 'Cynthia'가 된 이유는 비슷한 발음 때문이겠죠?
달, 겨울, 그리고 밤...보통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거나, 기원이나 기도를 들어주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노래에서는 '달'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화자가 되어 노래합니다. 의인화된 달이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겨울의 밤은 자연의 섭리를 시(詩)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히 배치된 피아노 연주와 현악 연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더 짙게 합니다. 사실 마지막 한 곡 만으로도 이 음반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곡입니다. 더 좋은 곡들이 가득한, 랄라스윗의 세 번째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
2010년에 첫 EP '랄라스윗'을, 2011년에 첫 정규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던 듀오 '랄라스윗'은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너의 세계'에 이어 2015년 10월에 두 번째 EP '계절의 空'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음반 구입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 늦게 이 앨범을 발견했네요. 한자 '空(공)'은 우리말로 '공허(emptiness)'나 '덧없음(vanity)'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겨울을 앞둔 10월 말에 발매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밤의 노래'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담고 있는 EP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의 쓸쓸함과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첫곡 '밤의 노래'는 여름이 자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후 다가오는 허무한 쓸쓸함을 노래합니다. 불꽃놀이가 더 밝고 화려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밤은 더 어두울 수록 좋고, 그래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 느껴지는 허무의 깊이는 더 깊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여성 듀오'다운 보사노바 스타일의 '시간열차'는 잡을 수 없는 시간과 청춘에 대한 노래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쌀쌀한 가을의 변화 사이에서 유독 그런 쓸쓸한 감정들이 심해지는데, 쉼 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
마지막 곡은 외국곡을 번안한 'Cynthia'입니다. 원곡은 스웨덴 뮤지션의 곡 'Sincere'이고, 이 원곡을 일본의 여가수 '하라다 토모요'가 'Cynthia'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과 문화적 친근성 때문일까요? 랄라스윗의 리메이크는 원곡보다는 일본 리메이크곡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Sincere'가 리메이크하면서 'Cynthia'가 된 이유는 비슷한 발음 때문이겠죠?
달, 겨울, 그리고 밤...보통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거나, 기원이나 기도를 들어주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노래에서는 '달'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화자가 되어 노래합니다. 의인화된 달이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겨울의 밤은 자연의 섭리를 시(詩)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히 배치된 피아노 연주와 현악 연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더 짙게 합니다. 사실 마지막 한 곡 만으로도 이 음반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곡입니다. 더 좋은 곡들이 가득한, 랄라스윗의 세 번째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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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 CHAT-SHIRE
기억이 맞다면,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때는 2009년 상반기 쯤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주목하게 된 이유에는 흔하지 않은 '솔로'로 데뷔한 '여자 아이돌'이라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어느 동영상 때문이었습니다. '여신'이라고 부를 만큼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10대답게 풋풋하고 귀여운 외모의 소녀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에서, 한국 가요계에서는 찾기 힘든 '크게 성공할 만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이 보였고,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싱어송라이터'에 주목한 이유는 그때도 한참 빠져있던 'Taylor Swift'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녀의 '성장'은 아쉽게도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아이돌'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실력파 뮤지션이 되었고, 수 많은 메스컴이 주목하고 수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이름을 하는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본명인 '이지은'보다 예명이 더 친숙한 '아이유(IU)'입니다.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는 다분히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싱어(가수)'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정규 2집부터는 꾸준히 자작곡을 들려주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곡의 작사니 작곡에 참여한 새 미니앨범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었죠. '아이돌'로서의 그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생각하면 언제나 아쉬웠으니까요.
공식적으로는 '네 번째'가 되는 미니앨범의 제목은 'CHAT-SHIRE'입니다. 톡특한 제목인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네티즌들의 추측에 의하면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캣(Cheshire cat)'을 의미한다는데, 앨범의 아트웍이나 사진 컨셉트 그리고 수록곡의 가사까지 고려한다면 꽤나 신뢰할 만합니다. 다만 "왜 변형하여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첫 곡 '새 신발'의 제목에서부터 딱 떠올랐던 곡은 정규 3집의 '분홍신'입니다.(가사에도 역시 '분홍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소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너무 '성숙함'을 정규 3집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기교를 아끼면서도 상쾌하고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이나 그녀가 직접 쓴 시원하고 자유로운 가사는 분명 지난 앨범과는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다분히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내놓은 앨범의 첫 곡이기에 '새 신발'은 적절한 배치입니다. 다만 자작곡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네요.
모든 가사를 그녀가 직접 쓴 만큼, 가사가 꽤 고백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Zeze'는 꽤나 은유적인 표현들이 가득하고 또 꽤나 '야하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사실 이번 미니앨범의 수록곡들은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이보이는데, 이 곡이 '은유'로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녀와 연애를 하다가 더 어린 여자에게 떠난 누군가를 저격하는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맞다면 그 누군가는 꽤나 뜨끔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스물셋'은 타이틀로 Zeze만큼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곡입니다. 컨셉트부터 은유가 가득한 이 앨범에서 비교적 솔직한 곡인데, 경쾌한 진행 위로 풀어내는 그 솔직함이 주는 후련함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연예인'과 '행복하고 싶은 23세 여성'으로서 갈등도 담아냈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변덕스러운 '메스컴과 여론'의 태도를 당당하고 꼬집는 점입니다. 조금 위험해보이는 솔직함이지만, 이제는 이런 변덕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성공한 그녀의 당당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의 노래'로 뽑을 수 있을 만큼, 가사나 곡 모두 '아이돌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작사/작곡 모두 그녀가 해낸, 온전한 '그녀의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총 3곡인데, '푸르던'은 그 시작입니다. 잔잔한 기타 연주 위로 흐르는 여린 그녀의 음성은 딱 그녀의 첫인상을 떠오르게 합니다. 적절한 비유와 서정성은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가 아닐까요? '푸르던'이라는 과거형의 제목부터 가사로 이어지는, 잡을 수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잔잔한 아쉬움'은 꽤나 좋습니다. 다만 이 곡을 반드시 기억하게 할 만한 어떤 '임팩트'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는 점은 아쉽습니다.
음원깡패 '자이언티(Zion.T)'와 함께한 'Red Queen'은 제목에서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릅니다. 스윙째즈풍 연주와 자이언티의 음성은 담배연기 자욱한 바(bar)를 연상시킵니다. 가사는 역시 다분히 은유적인데, 그 가사의 주인공은 남이 아닌 '그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자전적인 느낌입니다.
'무릎'도 온전한 '그녀의 곡'으로 가슴시린 발라드입니다. 이번에는 기타가 아닌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는데, '푸르던'보다 절정이 뚜렷한 곡의 흐름으로 자작곡 가운데서는 가장 사랑받을 만한 곡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지금의 외로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하는 모습에서는 '신인같은 풋풋함'과 '8년차 뮤지션의 노련함'이 교차합니다. '누구'의 무릎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무릎에서라도 잠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자작곡 '안경'도 다분히 은유적이며, 제목 자체는 중이적이기도 합니다. 가사까지 살펴보면 '그녀에 대한 타인들의 삐뚤어진 시선'인 '색안경'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안경'이기도 합니다. 안경 없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스물셋'의 당당함과도 이어지지만, 꽤 적극적인 '스물셋'과는 다르게 이 곡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들립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으로서는 이제 크게 한 걸음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자작곡들로 성공했던 Taylor Swift와는 다르게 꽤나 먼 길을 돌아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녀의 '성장'은 아쉽게도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아이돌'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실력파 뮤지션이 되었고, 수 많은 메스컴이 주목하고 수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이름을 하는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본명인 '이지은'보다 예명이 더 친숙한 '아이유(IU)'입니다.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는 다분히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싱어(가수)'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정규 2집부터는 꾸준히 자작곡을 들려주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곡의 작사니 작곡에 참여한 새 미니앨범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었죠. '아이돌'로서의 그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생각하면 언제나 아쉬웠으니까요.
공식적으로는 '네 번째'가 되는 미니앨범의 제목은 'CHAT-SHIRE'입니다. 톡특한 제목인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네티즌들의 추측에 의하면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캣(Cheshire cat)'을 의미한다는데, 앨범의 아트웍이나 사진 컨셉트 그리고 수록곡의 가사까지 고려한다면 꽤나 신뢰할 만합니다. 다만 "왜 변형하여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첫 곡 '새 신발'의 제목에서부터 딱 떠올랐던 곡은 정규 3집의 '분홍신'입니다.(가사에도 역시 '분홍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소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너무 '성숙함'을 정규 3집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기교를 아끼면서도 상쾌하고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이나 그녀가 직접 쓴 시원하고 자유로운 가사는 분명 지난 앨범과는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다분히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내놓은 앨범의 첫 곡이기에 '새 신발'은 적절한 배치입니다. 다만 자작곡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네요.
모든 가사를 그녀가 직접 쓴 만큼, 가사가 꽤 고백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Zeze'는 꽤나 은유적인 표현들이 가득하고 또 꽤나 '야하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사실 이번 미니앨범의 수록곡들은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이보이는데, 이 곡이 '은유'로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녀와 연애를 하다가 더 어린 여자에게 떠난 누군가를 저격하는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맞다면 그 누군가는 꽤나 뜨끔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스물셋'은 타이틀로 Zeze만큼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곡입니다. 컨셉트부터 은유가 가득한 이 앨범에서 비교적 솔직한 곡인데, 경쾌한 진행 위로 풀어내는 그 솔직함이 주는 후련함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연예인'과 '행복하고 싶은 23세 여성'으로서 갈등도 담아냈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변덕스러운 '메스컴과 여론'의 태도를 당당하고 꼬집는 점입니다. 조금 위험해보이는 솔직함이지만, 이제는 이런 변덕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성공한 그녀의 당당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의 노래'로 뽑을 수 있을 만큼, 가사나 곡 모두 '아이돌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작사/작곡 모두 그녀가 해낸, 온전한 '그녀의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총 3곡인데, '푸르던'은 그 시작입니다. 잔잔한 기타 연주 위로 흐르는 여린 그녀의 음성은 딱 그녀의 첫인상을 떠오르게 합니다. 적절한 비유와 서정성은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가 아닐까요? '푸르던'이라는 과거형의 제목부터 가사로 이어지는, 잡을 수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잔잔한 아쉬움'은 꽤나 좋습니다. 다만 이 곡을 반드시 기억하게 할 만한 어떤 '임팩트'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는 점은 아쉽습니다.
음원깡패 '자이언티(Zion.T)'와 함께한 'Red Queen'은 제목에서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릅니다. 스윙째즈풍 연주와 자이언티의 음성은 담배연기 자욱한 바(bar)를 연상시킵니다. 가사는 역시 다분히 은유적인데, 그 가사의 주인공은 남이 아닌 '그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자전적인 느낌입니다.
'무릎'도 온전한 '그녀의 곡'으로 가슴시린 발라드입니다. 이번에는 기타가 아닌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는데, '푸르던'보다 절정이 뚜렷한 곡의 흐름으로 자작곡 가운데서는 가장 사랑받을 만한 곡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지금의 외로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하는 모습에서는 '신인같은 풋풋함'과 '8년차 뮤지션의 노련함'이 교차합니다. '누구'의 무릎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무릎에서라도 잠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자작곡 '안경'도 다분히 은유적이며, 제목 자체는 중이적이기도 합니다. 가사까지 살펴보면 '그녀에 대한 타인들의 삐뚤어진 시선'인 '색안경'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안경'이기도 합니다. 안경 없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스물셋'의 당당함과도 이어지지만, 꽤 적극적인 '스물셋'과는 다르게 이 곡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들립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으로서는 이제 크게 한 걸음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자작곡들로 성공했던 Taylor Swift와는 다르게 꽤나 먼 길을 돌아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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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곳에서 - '센티멘탈 시너리'의 두 번째 정규앨범 미리보기
길다고 생각하면 꽤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의 팬들에게는 꽤나 긴 시간이었으리라. 두 장의 일렉트로니카 앨범(Harp Song & Sentimentalism, Soundscape)을 발표하고 결정한 군입대는, 그의 미래에 물음표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군대'라는 2년의 경험은 그의 섬세한 감수성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어 음악적 변화를 유발할 수도 있을테고, 그 영향이 팬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부정적인 방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물음표와 함께 해는 세 번 바뀌었다.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더불어 '파스텔뮤직의 향후 10년을 이끌어나갈 뮤지션'으로 뽑았던 센티멘탈 시너리였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그 기대만큼,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예상했던 '10년' 가운데 절반이 지났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예상은 반만 맞았을까? 2015년 3월, 3년을 기다린 답장이 그로부터 날아왔다. 바로 정규 2집의 발매에 앞서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지금 여기, 이곳에서'다.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ter 5"에 수록된 '추억을 걷다'는 팬들의 사연으로 꾸려진 앨범이기에 예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집 맛보기인 '지금 여기, 이곳에서'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점은 '예상했던 변화'를 직접 맞딱뜨리는 상황이 되었다. 눈치가 빠르다면, 영화 '청춘의 증언'의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꾸민 점이나, 'Lucia(심규선)'가 featuring이 아닌 duet으로 참여한 점만으로도 알아챌 수도 있었겠다. 놀랍게도, '지금 여기,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 시적인 가사, 그리고 센티멘탈 시너리와 Lucia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까지, '발라드'는 기대하지 않은 변화의 방향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변화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이름의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경력이나 연주곡 위주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를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그의 재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성숙함이 느껴지는 작사 능력이나 좀 더 다듬어진 보컬 능력은, 3년이라는 공백이 '헛된 세월'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하는 놀라운 부분이다.
이 한 곡만으로 정규 2집을 예상한다면, 앞선 두 장의 일렉트로니카 앨범과는 전혀 다른 색채가 예상된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을 내세운 점에서는 오히려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의 방향성을 이어가는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Lucia' 이후로 '걸출한 신인의 데뷔'에 목말라있던 파스텔뮤직에게 센티멘탈 시너리의 새 앨범이 '제 2의 데뷔'로 그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지켜보도록 하자.
https://youtu.be/lyTpCyJShvM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더불어 '파스텔뮤직의 향후 10년을 이끌어나갈 뮤지션'으로 뽑았던 센티멘탈 시너리였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그 기대만큼,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예상했던 '10년' 가운데 절반이 지났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예상은 반만 맞았을까? 2015년 3월, 3년을 기다린 답장이 그로부터 날아왔다. 바로 정규 2집의 발매에 앞서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지금 여기, 이곳에서'다.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ter 5"에 수록된 '추억을 걷다'는 팬들의 사연으로 꾸려진 앨범이기에 예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집 맛보기인 '지금 여기, 이곳에서'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점은 '예상했던 변화'를 직접 맞딱뜨리는 상황이 되었다. 눈치가 빠르다면, 영화 '청춘의 증언'의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꾸민 점이나, 'Lucia(심규선)'가 featuring이 아닌 duet으로 참여한 점만으로도 알아챌 수도 있었겠다. 놀랍게도, '지금 여기,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 시적인 가사, 그리고 센티멘탈 시너리와 Lucia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까지, '발라드'는 기대하지 않은 변화의 방향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변화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이름의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경력이나 연주곡 위주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를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그의 재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성숙함이 느껴지는 작사 능력이나 좀 더 다듬어진 보컬 능력은, 3년이라는 공백이 '헛된 세월'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하는 놀라운 부분이다.
이 한 곡만으로 정규 2집을 예상한다면, 앞선 두 장의 일렉트로니카 앨범과는 전혀 다른 색채가 예상된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을 내세운 점에서는 오히려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의 방향성을 이어가는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Lucia' 이후로 '걸출한 신인의 데뷔'에 목말라있던 파스텔뮤직에게 센티멘탈 시너리의 새 앨범이 '제 2의 데뷔'로 그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지켜보도록 하자.
https://youtu.be/lyTpCyJSh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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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보물섬
역시 예상대로 EP '유예' 이후 2년이 지나서야 '9와 숫자들'의 새 앨범이 찾아왔습니다. 2009년에 데뷔앨범이 나왔으니 약 5년만이기도 합니다. 팬으로서 너무나 긴 휴식기는 아쉽지만, 1집과 EP 사이에 복고적 취향에서 짙은 감수성으로의 음악적 변화를 경험했기에, 시간의 간격 동안 또 어떤 음악적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2집 '보물섬'은 1집의 복고풍 그룹사운드의 색채 위에 EP의 강점이었던 '취향 저격' 요소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우선 트랙 제목만 살펴보면, 1집의 재치를 이어나가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집에서는 유년기의 향수를 일으킬 만한 단어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보물섬'은 '소년중앙'과 쌍벽을 이루던 소년잡지를 떠오르게 하고, '숨바꼭질/깍쟁이/초코바/북극성'의 단어들도 그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 '보물섬', '실버라인'부터 마지막 '북극성'까지, 꽤 많은 달달한 사랑 노래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보물섬은, 만화 '원피스'가 생각나는 제목이지만, 감정이 절절히 넘실거리는 '2014년의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고 할 만한 트랙입니다. 이어 지는 '실버라인'은 '보물섬'의 감정선을 이어가고, 눈가에 맺힌 아롱아롱 눈물 방울도 같은 아쉬움과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차분한 '창세기'는 제목과는 다르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한 잔잔한 트랙이고, 아마도 히든트랙이 되었을 수도 있는 '북극성'은 9와 숫자들다운 차분한 달달함과 여운으로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EP처럼 전체적으로 꽤나 서정적인 앨범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이사이에는 '건빵 속 별사탕'같은 즐거움들이 끼어있습니다. 바로, '깍쟁이'와 '초코바'와 같은 트랙들입니다. '깍쟁이'는 이미 공연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주했었던 곡으로, 새침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는 20세기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깍쟁이 2편' 혹은 '깍쟁이, 그 뒤 이야기'라고 할 만한 '초코바'는 새침함과 경쾌함에 톡톡 튀는 감정까지 더했습니다. 마치 '고고장'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 밴드가 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곡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불어 뮤지션 9가 이어온 현실에 대한 고찰 또한 놓치지 않고있습니다. 인생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높은 마음'과 중의적인 제목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녹여낸 '잡 투 두'가 그렇습니다.
이 앨범은 유일한 단점이라면 발매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EP 발표 직후, '근의 공식'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지만, 늦어지면서 '보물섬'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과 더불어 더불어 컴필레이션 수록곡이나 디지털 싱글 등으로 몇 곡이 미리 발표되어서 이번 앨범에 대한 신선함을 조금은 떨어뜨렸습니다.
다행히도 9와 숫자들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기존 발표곡들을 앨범으로 들을 수 있는 점도 좋고, 신곡들도 뛰어난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이제는 팬으로서 앨범 한 장으로 '업데이트된 9와 숫자들'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팬들에게는 9와 숫자들만한 '북극성'이 또 있을까요? 별점은 5개입니다.
2집 '보물섬'은 1집의 복고풍 그룹사운드의 색채 위에 EP의 강점이었던 '취향 저격' 요소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우선 트랙 제목만 살펴보면, 1집의 재치를 이어나가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집에서는 유년기의 향수를 일으킬 만한 단어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보물섬'은 '소년중앙'과 쌍벽을 이루던 소년잡지를 떠오르게 하고, '숨바꼭질/깍쟁이/초코바/북극성'의 단어들도 그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 '보물섬', '실버라인'부터 마지막 '북극성'까지, 꽤 많은 달달한 사랑 노래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보물섬은, 만화 '원피스'가 생각나는 제목이지만, 감정이 절절히 넘실거리는 '2014년의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고 할 만한 트랙입니다. 이어 지는 '실버라인'은 '보물섬'의 감정선을 이어가고, 눈가에 맺힌 아롱아롱 눈물 방울도 같은 아쉬움과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차분한 '창세기'는 제목과는 다르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한 잔잔한 트랙이고, 아마도 히든트랙이 되었을 수도 있는 '북극성'은 9와 숫자들다운 차분한 달달함과 여운으로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EP처럼 전체적으로 꽤나 서정적인 앨범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이사이에는 '건빵 속 별사탕'같은 즐거움들이 끼어있습니다. 바로, '깍쟁이'와 '초코바'와 같은 트랙들입니다. '깍쟁이'는 이미 공연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주했었던 곡으로, 새침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는 20세기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깍쟁이 2편' 혹은 '깍쟁이, 그 뒤 이야기'라고 할 만한 '초코바'는 새침함과 경쾌함에 톡톡 튀는 감정까지 더했습니다. 마치 '고고장'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 밴드가 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곡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불어 뮤지션 9가 이어온 현실에 대한 고찰 또한 놓치지 않고있습니다. 인생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높은 마음'과 중의적인 제목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녹여낸 '잡 투 두'가 그렇습니다.
이 앨범은 유일한 단점이라면 발매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EP 발표 직후, '근의 공식'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지만, 늦어지면서 '보물섬'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과 더불어 더불어 컴필레이션 수록곡이나 디지털 싱글 등으로 몇 곡이 미리 발표되어서 이번 앨범에 대한 신선함을 조금은 떨어뜨렸습니다.
다행히도 9와 숫자들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기존 발표곡들을 앨범으로 들을 수 있는 점도 좋고, 신곡들도 뛰어난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이제는 팬으로서 앨범 한 장으로 '업데이트된 9와 숫자들'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팬들에게는 9와 숫자들만한 '북극성'이 또 있을까요? 별점은 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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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오수경 - Salon de Tango
'탱고(tango)'를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연상의 이유가 '왜?'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부분은 '탱고'라는 단어가 열정적인 '춤'을 의미하는 동시에 비극이 공존하는 '춤곡'도 의미하는 점에서 왔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영화들 속에서 탱고가 그런 장면들에 삽입되었기에 발생하는 일종의 '조건 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의 침략과 이주가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굴곡'으로부터 탱고 속에 스며든 '희노애락'이 듣는이에게 전달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희노애락은 역사를 통틀어 꽤 많은 외세의 침략을 겪은 우리민족의 감정과도 닿아있는 부분입니다. 어찌 되었든, '탱고'는 우리에게 역사적/지리적으로는 꽤 멀지만, 감정적/감상적으로는 또 그다지 멀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홍대 인디밴드들의 키보드 세션으로 더욱 유명한 '오수경'의 2012년 9월 발표한 개인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은 '키보드 세션'이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앨범이었습니다. 여섯 트랙의 EP "시계태엽 오르골"은 연주곡만을 수록하고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독특한 그녀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당연히도 그녀의 다음 앨범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난 2013년 10월 그녀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2014년 3월에 앨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오수경'이라는 이름의 솔로 앨범이 아닌 '살롱 드 오수경'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앨범이었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은 전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오수경'을 중심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 첼리스트 '박지영', 그리고 청일점 베이시스트 '고종성'으로 구성된 4중주(quartet) 밴드입니다. 우리말로 '오수경(의) 살롱' 정도가 될 밴드 이름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앨범 제목도 밴드 이름과 비슷한 "Salon de Tango", 즉 '탱고 살롱'으로 '장르는 탱고'라고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여성의 목덜미를 보여주는 사진도 흥미롭습니다. 목걸이를 하는 거친 손이 연주자라고 짐작되는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그 마지막 순간의 뒷모습에서 '비장함' 혹은 '비장한 결의'가 느껴집니다.
첫 트랙 'The Salon is open'은 제목 그대로 앨범 "Salon de Tango"를 시작하는 곡입니다. 앞으로 이 salon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려는지, 피아노 연주는 '영화 상영에 앞선 예고편'처럼 경쾌하며서도 간결합니다. 곳곳에 사용된 꾸밈음은 간결하지만 투박하지 않은, 섬세함을 더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남'은 필연적으로 '사랑 그리고 이별'을 예감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애세포을 간지럽히는 봄 바람처럼, 혹은, 그 봄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처럼 나긋나긋합니다. 그 나긋나긋한 멜로디 속에서도, 불협화음처럼 어긋난 끝음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그리고 도입부의 삐걱거리고, 두드리고, 끍는 소리들도 주목할 만한 장치입니다. 그 효과들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작처럼 작은 소동이라면 '인연의 발단'일 수도, 혹은 '필연적인 이별의 복선'일 수도 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제목은 탱고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농밀한 '에로티시즘(eroticism)'을 상기시킵니다. 영화 "그녀에게"에서 훔쳐보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훔쳐보기'는 '색정적'인 느낌보다는 서글픈 구석이 있습니다.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슬픔과 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고독이 그 서글픔의 발로가 아닐까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의 도입부에서 피아노에서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돌림노래같은 반복은, 두 사람의 '동화(同化)'가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길들여짐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완급의 변화는 그 과정에서 반목과 화해가 반복되는 상황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사랑의 인벤션'은 다음 트랙의 전주라고 할 수 있는 짤막한 피아노 연주입니다. 사랑의 설렘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찬란하게 타오르기 위한 잔잔한 예열' 혹은 '폭풍전야의 고요한 평온함'일 수도 있습니다. '열정적인 사랑'은 제목과는 다르게 활활 타오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는 우아함과 고혹, 비애와 격정까지 모두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찬란하게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이별'은 차갑습니다. 하지만 그 이별의 모습을 '과장된 비극'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담담하고 쓸쓸하면서도 우아한 기품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점은 이 곡의 미덕입니다.
'뫼비우스'는 '만남과 이별', '열정과 냉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랑의 역사'를 의미하리라 생각됩니다. 긴장감있게 몰아치는 연주와 느릿한 연주가 교차되는 구성은 그런 '순환'을 표현합니다. 시작과 끝이 연결되고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끈'처럼, 이별이 남기는 허무함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불빛을 좇는 모습은 인간의 어리석은 본성일까요? '만남'의 철자를 풀어보면 'ㅁㅏㄴㄴㅏㅁ'으로 마지막 철자부터 거꾸로 써도 같은 '만남'이 되는 회문(palindrome)이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시작과 끝이 같으니, 남이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닿는 만남에 있어서 다시 남이 되어야 하는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종착역일 수도 있겠습니다. 'Goodbye'는 마지막 쓸쓸한 미소와 같은 결말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불 속에 파묻혀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piano solo 버전의 '관음증'은 혹시 오수경의 솔로 욕심이 담긴 트랙일까요?
밴드의 리더로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작곡한 오수경 그녀이지만, 연주에 있어서는 과욕을 부리지 않은 점은 이 밴드가 만들어지고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보입니다. '탱고'의 대표적인 악기로 '반도네온'이 떠오르는데, 반도네온이 없는 '피아노 4중주' 밴드에서 소리의 중심은 '바이올린'같이 날렵한 음색의 악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도 그런 점을 받아들이고 소리의 중심에서 물러나 조율의 역할을 한 점은, 그녀의 탁월한 작곡 능력 그리고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 실력과 함께, 이 앨범이 연주 앨범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입니다. 이런 그녀의 현명한 선택은 오랜 시간동안 다른 뮤지션들의 키보드 세션을 했던 경험이 묻어나온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살롱 드 오수경'의 리더이자 작곡자로서 그녀를 또렷하게 기억해야 겠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의 행보가 이 앨범 한 장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홍대 인디밴드들의 키보드 세션으로 더욱 유명한 '오수경'의 2012년 9월 발표한 개인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은 '키보드 세션'이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앨범이었습니다. 여섯 트랙의 EP "시계태엽 오르골"은 연주곡만을 수록하고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독특한 그녀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당연히도 그녀의 다음 앨범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난 2013년 10월 그녀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2014년 3월에 앨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오수경'이라는 이름의 솔로 앨범이 아닌 '살롱 드 오수경'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앨범이었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은 전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오수경'을 중심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 첼리스트 '박지영', 그리고 청일점 베이시스트 '고종성'으로 구성된 4중주(quartet) 밴드입니다. 우리말로 '오수경(의) 살롱' 정도가 될 밴드 이름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앨범 제목도 밴드 이름과 비슷한 "Salon de Tango", 즉 '탱고 살롱'으로 '장르는 탱고'라고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여성의 목덜미를 보여주는 사진도 흥미롭습니다. 목걸이를 하는 거친 손이 연주자라고 짐작되는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그 마지막 순간의 뒷모습에서 '비장함' 혹은 '비장한 결의'가 느껴집니다.
첫 트랙 'The Salon is open'은 제목 그대로 앨범 "Salon de Tango"를 시작하는 곡입니다. 앞으로 이 salon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려는지, 피아노 연주는 '영화 상영에 앞선 예고편'처럼 경쾌하며서도 간결합니다. 곳곳에 사용된 꾸밈음은 간결하지만 투박하지 않은, 섬세함을 더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남'은 필연적으로 '사랑 그리고 이별'을 예감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애세포을 간지럽히는 봄 바람처럼, 혹은, 그 봄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처럼 나긋나긋합니다. 그 나긋나긋한 멜로디 속에서도, 불협화음처럼 어긋난 끝음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그리고 도입부의 삐걱거리고, 두드리고, 끍는 소리들도 주목할 만한 장치입니다. 그 효과들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작처럼 작은 소동이라면 '인연의 발단'일 수도, 혹은 '필연적인 이별의 복선'일 수도 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제목은 탱고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농밀한 '에로티시즘(eroticism)'을 상기시킵니다. 영화 "그녀에게"에서 훔쳐보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훔쳐보기'는 '색정적'인 느낌보다는 서글픈 구석이 있습니다.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슬픔과 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고독이 그 서글픔의 발로가 아닐까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의 도입부에서 피아노에서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돌림노래같은 반복은, 두 사람의 '동화(同化)'가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길들여짐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완급의 변화는 그 과정에서 반목과 화해가 반복되는 상황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사랑의 인벤션'은 다음 트랙의 전주라고 할 수 있는 짤막한 피아노 연주입니다. 사랑의 설렘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찬란하게 타오르기 위한 잔잔한 예열' 혹은 '폭풍전야의 고요한 평온함'일 수도 있습니다. '열정적인 사랑'은 제목과는 다르게 활활 타오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는 우아함과 고혹, 비애와 격정까지 모두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찬란하게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이별'은 차갑습니다. 하지만 그 이별의 모습을 '과장된 비극'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담담하고 쓸쓸하면서도 우아한 기품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점은 이 곡의 미덕입니다.
'뫼비우스'는 '만남과 이별', '열정과 냉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랑의 역사'를 의미하리라 생각됩니다. 긴장감있게 몰아치는 연주와 느릿한 연주가 교차되는 구성은 그런 '순환'을 표현합니다. 시작과 끝이 연결되고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끈'처럼, 이별이 남기는 허무함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불빛을 좇는 모습은 인간의 어리석은 본성일까요? '만남'의 철자를 풀어보면 'ㅁㅏㄴㄴㅏㅁ'으로 마지막 철자부터 거꾸로 써도 같은 '만남'이 되는 회문(palindrome)이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시작과 끝이 같으니, 남이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닿는 만남에 있어서 다시 남이 되어야 하는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종착역일 수도 있겠습니다. 'Goodbye'는 마지막 쓸쓸한 미소와 같은 결말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불 속에 파묻혀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piano solo 버전의 '관음증'은 혹시 오수경의 솔로 욕심이 담긴 트랙일까요?
밴드의 리더로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작곡한 오수경 그녀이지만, 연주에 있어서는 과욕을 부리지 않은 점은 이 밴드가 만들어지고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보입니다. '탱고'의 대표적인 악기로 '반도네온'이 떠오르는데, 반도네온이 없는 '피아노 4중주' 밴드에서 소리의 중심은 '바이올린'같이 날렵한 음색의 악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도 그런 점을 받아들이고 소리의 중심에서 물러나 조율의 역할을 한 점은, 그녀의 탁월한 작곡 능력 그리고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 실력과 함께, 이 앨범이 연주 앨범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입니다. 이런 그녀의 현명한 선택은 오랜 시간동안 다른 뮤지션들의 키보드 세션을 했던 경험이 묻어나온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살롱 드 오수경'의 리더이자 작곡자로서 그녀를 또렷하게 기억해야 겠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의 행보가 이 앨범 한 장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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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 Structure
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한 어떤 가수는 시간이 지나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도 하고, 어떤 싱어송라이터는 파격적으로 댄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제 소개할 싱어송라이터 해오(Heo, 허준혁)는 그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2009년 발표했던 첫 정규앨범 "Lightgoldenrodyellow"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의 새 앨범 "Structure"을 발표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 자켓부터 그런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데, 해오의 지난 활동 이력을 되돌아본다면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올드피쉬(Oldfish)'의 멤버로서 본격적으로 인디씬에 뛰어든 그의 경력에서, '일렉트로닉'은 항상 함께 해온 장르였다.
솔로 뮤지션 '해오'로 활동하기 전, '올드피쉬'시절부터 그가 EP까지 발표했던 또 다른 이름 'yellowmayonaise'까지 포괄적으로 정리했던 그의 데뷔앨범은 '일렉트로닉을 살포시 머금은 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발표된 2009년과 두 번째 앨범이 나온 2014년 사이의 5년을 살펴보면, 지난 앨범처럼 새 앨범 'Structure'도 어느 정도 '정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데뷔앨범이 나온 2009년에 그는 다른 이름으로 EP 하나를 발표했다. 바로 'DJ Gon'과 한 프로젝트 '스타쉽스(Starsheeps)'로 발표한 "Luna"이다. (이 프로젝트에 그는 기타리스트 'Mayo'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는데, 'yellowmaynaise'에서 가져온 별명으로 생각된다.) 이 EP는 그가 2009년 이전부터 일렉트로닉 씬에 대한 관심과 활발한 교류를 알려주는 점이다. 앨범 발매일을 보면 해오 1집의 발매일이 2009년 1월 15일이고 EP "Luna"의 발매일이 2009년 2월 16일로 고작 1개월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실제로 2009년에 그는 인디씬에서는 싱어송라이터 '해오'로, 클럽씬에서는 기타리스트 'Mayo'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스타쉽스의 작업이나 그가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TV Yellow' 활동은 EDM과의 접점으로 볼 수 있는데, 새 앨범 "Structure"는 EDM뿐만 아니라 IDM과 포스트록까지 아우르는 소리들을 담고 있다. '일렉트로닉'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한 장르로 볼 수 있는데, 앨범 "Stucture"도 그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함은 '난잡함'이 아니라 어떤 응집력을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 제목처럼 어떤 Stucture를 완성해가는 앨범이다.
'기초적인 소리'를 의미하는 듯한 제목의 intro인 'Sound of A'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기본인 전자음들로 풀어나간다. 이어지는 'Luna'는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 '스타쉽스'의 EP "Luna"에 수록되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춤추기 좋은 EDM이었던 스타쉽스 버전과는 다르게, 느린 템포로 진행되면서 마치 '디스토피아적이고 황량한 꿈'처럼 들린다. '달' 혹은 '달의 여신'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달의 기운을 받았는지, 굉장히 섹시하게 들리는 해오의 보컬은 상당히 농밀한 섹시함을 숨기고 있다. 'Word of Silence'는 제목과는 다르게 다소 소란스러운데, 몽환적인 여성 보컬과 타격감이 살아있는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이다.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앨범 자켓처럼 어두운 분위기인데, 반어적으로 제목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Good day'도 제목과는 다르게 어둡고도 몽환적이다. 'Reckless'는 아무래도 'Moby'의 곡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트랙이다. 음성변조부터 군더더기 없고 경쾌한 진행 등 여러 점에서 그렇다.
지난 앨범과의 접점을 억지로라도 찾으라면 'All the things are passing by', 이 곡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자음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기타 반주로 이끌어가는 점에서, 일렉트로닉 성향이 짙은 이번 앨범보다는 지난 앨범에 가깝게 들린다. 제목과 가사에서는 인생에 대한 소탈한 깨닮음이 느껴지는데, 1집도 그렇겠지만, 이 앨범이 발매되기까지도 순탄하지 않았음을 예상하게 한다. 'Ride the Wave'는 보컬을 거의 알아들 을 수 없기에, 연주 위주로 진행되는 드림팝 넘버라고 할 수 있겠는데, 높낮이 변화하며 반복되는 파도같이 부드러운 완급조절로 4분이 넘는 시간을 흡인력있게 이끌어 간다. 이어지는 'Hard to Keep'은 러닝 타임이 11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온라인 음원으로는 한 곡으로 판매되었지만, CD에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수록되었다. 파트 1이 '차가운 일렉트로니카'라면, 파트 2의 전반부는 그의 기타와 록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파트2 후반부의 크로스오버를 지나면 파트 3는 앞의 두 파트가 만난 '정반합'의 경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우 긴 곡이지만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도 한 곡으로서 일관성을 잃지 않아서, 11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곡처럼 들리면서 동시에 한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점은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리들이 모여서 구조(structure)를 완성해간다. outro 'in sight of light'는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의 긴 터널' 같았던 이 앨범을 갈무리하는 트랙이다. 제목처럼 다소 밝은 분위기인데, 마치 어떤 소리들을 거꾸로 재생할 때처럼 독특하게 들린다.
공감할 만한 감성적 가사와 어렵지 않은 멜로디를 들려주었던 그의 첫 정규앨범은 비교적 대중성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일렉트로닉으로 가득한 두 번째 앨범에서는 그 대중성과는 멀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 앨범 "Lightgoldenrodyellow"가 '탁월한 감성'을 들려준 앨범이었던 반면, 이번 앨범은 대중성은 줄었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는 그의 이력을 고려한다면,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ambient와 같은 장르를 들려주지 않을까?"라고 재밌는 상상해본다. 별점은 4.5개.
솔로 뮤지션 '해오'로 활동하기 전, '올드피쉬'시절부터 그가 EP까지 발표했던 또 다른 이름 'yellowmayonaise'까지 포괄적으로 정리했던 그의 데뷔앨범은 '일렉트로닉을 살포시 머금은 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발표된 2009년과 두 번째 앨범이 나온 2014년 사이의 5년을 살펴보면, 지난 앨범처럼 새 앨범 'Structure'도 어느 정도 '정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데뷔앨범이 나온 2009년에 그는 다른 이름으로 EP 하나를 발표했다. 바로 'DJ Gon'과 한 프로젝트 '스타쉽스(Starsheeps)'로 발표한 "Luna"이다. (이 프로젝트에 그는 기타리스트 'Mayo'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는데, 'yellowmaynaise'에서 가져온 별명으로 생각된다.) 이 EP는 그가 2009년 이전부터 일렉트로닉 씬에 대한 관심과 활발한 교류를 알려주는 점이다. 앨범 발매일을 보면 해오 1집의 발매일이 2009년 1월 15일이고 EP "Luna"의 발매일이 2009년 2월 16일로 고작 1개월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실제로 2009년에 그는 인디씬에서는 싱어송라이터 '해오'로, 클럽씬에서는 기타리스트 'Mayo'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스타쉽스의 작업이나 그가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TV Yellow' 활동은 EDM과의 접점으로 볼 수 있는데, 새 앨범 "Structure"는 EDM뿐만 아니라 IDM과 포스트록까지 아우르는 소리들을 담고 있다. '일렉트로닉'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한 장르로 볼 수 있는데, 앨범 "Stucture"도 그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함은 '난잡함'이 아니라 어떤 응집력을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 제목처럼 어떤 Stucture를 완성해가는 앨범이다.
'기초적인 소리'를 의미하는 듯한 제목의 intro인 'Sound of A'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기본인 전자음들로 풀어나간다. 이어지는 'Luna'는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 '스타쉽스'의 EP "Luna"에 수록되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춤추기 좋은 EDM이었던 스타쉽스 버전과는 다르게, 느린 템포로 진행되면서 마치 '디스토피아적이고 황량한 꿈'처럼 들린다. '달' 혹은 '달의 여신'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달의 기운을 받았는지, 굉장히 섹시하게 들리는 해오의 보컬은 상당히 농밀한 섹시함을 숨기고 있다. 'Word of Silence'는 제목과는 다르게 다소 소란스러운데, 몽환적인 여성 보컬과 타격감이 살아있는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이다.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앨범 자켓처럼 어두운 분위기인데, 반어적으로 제목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Good day'도 제목과는 다르게 어둡고도 몽환적이다. 'Reckless'는 아무래도 'Moby'의 곡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트랙이다. 음성변조부터 군더더기 없고 경쾌한 진행 등 여러 점에서 그렇다.
지난 앨범과의 접점을 억지로라도 찾으라면 'All the things are passing by', 이 곡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자음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기타 반주로 이끌어가는 점에서, 일렉트로닉 성향이 짙은 이번 앨범보다는 지난 앨범에 가깝게 들린다. 제목과 가사에서는 인생에 대한 소탈한 깨닮음이 느껴지는데, 1집도 그렇겠지만, 이 앨범이 발매되기까지도 순탄하지 않았음을 예상하게 한다. 'Ride the Wave'는 보컬을 거의 알아들 을 수 없기에, 연주 위주로 진행되는 드림팝 넘버라고 할 수 있겠는데, 높낮이 변화하며 반복되는 파도같이 부드러운 완급조절로 4분이 넘는 시간을 흡인력있게 이끌어 간다. 이어지는 'Hard to Keep'은 러닝 타임이 11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온라인 음원으로는 한 곡으로 판매되었지만, CD에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수록되었다. 파트 1이 '차가운 일렉트로니카'라면, 파트 2의 전반부는 그의 기타와 록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파트2 후반부의 크로스오버를 지나면 파트 3는 앞의 두 파트가 만난 '정반합'의 경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우 긴 곡이지만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도 한 곡으로서 일관성을 잃지 않아서, 11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곡처럼 들리면서 동시에 한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점은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리들이 모여서 구조(structure)를 완성해간다. outro 'in sight of light'는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의 긴 터널' 같았던 이 앨범을 갈무리하는 트랙이다. 제목처럼 다소 밝은 분위기인데, 마치 어떤 소리들을 거꾸로 재생할 때처럼 독특하게 들린다.
공감할 만한 감성적 가사와 어렵지 않은 멜로디를 들려주었던 그의 첫 정규앨범은 비교적 대중성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일렉트로닉으로 가득한 두 번째 앨범에서는 그 대중성과는 멀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 앨범 "Lightgoldenrodyellow"가 '탁월한 감성'을 들려준 앨범이었던 반면, 이번 앨범은 대중성은 줄었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는 그의 이력을 고려한다면,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ambient와 같은 장르를 들려주지 않을까?"라고 재밌는 상상해본다. 별점은 4.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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