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에 대한 단상

쇼미더머니6(Show Me the Money 6, SMTM6) 보다가 드는 잡생각.

1. CJ E&M의 뮤직 비즈니스.

아주 오래전 예상대로, 영화판은 CGV를 통한 제작/배급 수직 계열화로 독점적 위치에 올랐고, 음악에서도 음악전물 채널 및 스트리밍을 하는 Mnet으로 최고의 위치를 노렸는데, 유튜브의 강세로 삐걱거리는 모양세. 아이돌 기획사들과의 콜라보를 유지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마이너였던 '힙합/랩'의 대중화에도 어느 정도 공로가 있음.
초기에는 아이돌 3대 기획사, SM/YG/JYP와 콜라보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 그 연결고리가 매우 느슨해진 느낌. 가장 몸집이 컸던 SM이 이탈했고(최근에 자체 제작해서 스트리밍으로 배포하는 눈덩이 프로젝트만 봐도) YG도 위너/아이콘의 데뷔 과정을 마지막으로 상당히 소원해진듯. SM/YG는 이전부터 예능 제작 프로듀서들을 영입했다는 걸로 봐서는 이탈이 거의 확실. (제작은 따로 하지만 배포는 아직 Mnet 채널도 이용 중으로 확인됨)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JYP는 '식스틴'으로 탄생한 '트와이스'로 재미를 봤고, 그래서 프로듀스 101 시즌 1에 출연한 3대 기획사의 유일한 출전자 '전소미'로 마지막 의리를 지킨 듯. 시즌 2 YG케 이플러스는 흡수/합병한 자회사이므로 예외.

이렇게 3대장이 멀어지면서 다른 아이돌 기획사들과 협업했지만 큰 재미는 못본듯하고, 차라리 마이너인 힙합이 뜨면서 SMTM이 생명을 다해가는 음악전문채널의 마지막 동아줄로 보임. 그리고 그 동아줄을 잘 타서 큰 인물이, 이제는 SMTM의 절반이라고 할수 있는 두 레이블 '일리네어'와 'AOMG'. AOMG는 CJ가 지분을 갖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일리네어도 연결고리가 확실할 듯.

2. SMTM

프로그램의 수명이 끝에 가까워진듯. 우선 재미가 없다. 도전자들의 무게감도 지난 시즌보다 확 떨어지는 느낌. 지난 시즌에서 발굴한 아까운 재능들로 재탕하는 느낌. 지난 시즌의 실력만큼 건방진 씨잼이나, 수도승의 얼굴을 하고 목사 같은 설교랩을 하는 비와이 같은 임팩트가 없음.
이제는 힙합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타이거JK와 다듀, 지코까지 등장한 점은 시청자를 40대에서 10대까지 아우르려고 한 거 같은데 무리수. 2000년 이후 한국 힙합에서 언제나 탑3로 꼽을 만한 다듀와 도끼가 같이 등장하는 점도 이제 더 보여줄게 없겠다하는 생각이 들게함.
SMTM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리네어 도끼와 AOMG 박재범을 같은 팀에 넣어버린 건 무슨 생각이었을지. 인기로 보나 최근의 커리어로 보면 우승하라고 한거 같은데 과연?

더 한다면 시즌7 정도도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심사위원 격인 프로듀서팀 이런거보다는, 전 프로듀서/전 시즌 우승자 등등 제한 없이, 모두 계급장 때고 대국민 경연해서 한국 힙합씬의 킹왕짱을 가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법한데...

3. 박재범

90년생 도끼야 아주 어린나이에 데뷔해서 일리네어 설립하고, 도끼는 몰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연결고리' 하나로 힙합씬의 거목이 되어버렸지만, 교포출신 박재범이 더 재미있는 케이스.
2PM의 리더였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탈퇴했는데, 원래 미국에서도 힙합을 했었고 크루도 있었다는데, 아무래도 자유분방과는 거리가 있는 아이돌 생활이 맞지 않았을 듯. 나와서 한동한 방송 못타다가, AOMG를 설립하고 화려하게 재기. 거의 유일하게 아이돌 그룹에서 불미스럽게 나와서 전혀 다른 장르로 대성한 케이스일듯. (현재 AOMG에 과거 크루의 멤버들도 다수 영입)

이미 검증된 댄스 실력과 더불어, 솔로 데뷔의 근간이 된 R&B과 중간 이상은 한다는 랩까지...힙합의 토털 패키지라고 할 만한 인재. 한국의 '크리스 브라운'이라고도 불림. 더구나 엄청난 하드워커, 워커홀릭...앨범도 음원도 꽤나 많고 15년에는 랩 앨범을 16년에는 R&B앨범을 발표한 점도 특이함. 2017년 올해도 이미 싱글 5장 발표했으니 해가 바뀌기 전에는 랩 앨범 하나 나오지 않을지.
2017/08/17 22:00 2017/08/17 22:00

컨트리(country) 음악 입문을 위한 간단한 안내서 1

최근까지 '백인들의 전유물'에 가까운 음악이었던 'Country(컨트리)'는 비교적 그 특징이 뚜렷하다.

특징적으로, '역사상 가장 음반을 많이 판매한 컨트리 가수(약 1억 3천만)'이자 '컨트리 음악의 대부'라고 할 만한 'Garth Brooks' 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주로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하는 다른 장르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조국에 대한 사랑(애국)'과 '신에 대한 믿음(신앙)' 그리고 '변치않는 우정'처럼 '고전적인 미덕'들이 노골적으로 녹아있다.

매년 '미국 컨트리 음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Nashville에서 열리는 'CMA(Country Music Awards)'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더불어 권위있는 음악 시상식이자, 당연히 '백인들의 음악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상식에서 가장 큰 영광은 바로 'Pinnacle Award'라는 상이다. 이 상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점은 어찌보면 '공로상'과 비슷하지만, 공로상과는 다르게 '컨트리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에게 그 이름처럼 '정점'에 수여되는데, 매년이 아니라 약 10년에 한 번 정도 수여되는 될 정도로 컨트리 뮤지션들에게는 일'생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상이다. 2013년에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가 수상했는데, 바로 전 수상자가 2005년 Garth Brooks였다.

나의 10대 중후반였던 90년대 후반, 인터넷이 걸음마를 때던 시기여서 외국음악을 접할 방법이 많지 않았고, 그 적은 방법들 가운데는 팝음악 잡지 '월간 GMV(지구촌영상음악)'과 홍콩의 'Channel [V]'가 있었다. 매주 토요일 밤 Channel [V]의 빌보드 차트와 월간 GMV의 빌보드 차트, 그래미 어워드 기사, 연간 음반 판매량 정보를 흥미롭게 봤는데,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Channel [V]에도 소개되지 않는 가수이면서 매년 음반 판매량 상위권이고 빌보드 차트도 순위권이던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Garth Brooks였다. 지금처럼 'mp3 내려받기(구입)'나 '온라인 스트리밍'은 생각할 수도 없고 '음원의 구입'은 곧 '음반 구입'을 의미하던 90년대 중후반, 발표하는 앨범마다 '1천만장'(거의 대부분 북미에서만)을 팔아치웠고, 다른 장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미국 컨트리 음악'의 명맥을 지켰던, Garth Brooks도 전성기가 지난 2005년이 되서야 수상했는데, 고작 정규 앨범 4장을 발표한 풋내기 Taylor Swift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Garth Brooks도 넘지 못한 '세계의 벽(세계인의 음악적 취향의 벽)'을 Taylor Swift가 넘어 '컨트리 음악의 세계화'에 공헌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전통 컨트리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변질된 컨트리이기는 하겠지만)

미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미국적인 특징'을 버려야하는, 어쩔 수 없는 진화라고 해야할까? Taylor Swift로 대표되는 최근의 '젊은 컨트리'에서는 '애국'이나 '신앙' 같은 고전적인 색채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젊은 세대 컨트리 음악에도 뚜렷한 공통적 특징들은 남아있다.

high teen romance :

'세계화'되면서 사랑노래가 많아지는 점은 당연한 수순일까? 미국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혹은 학업을 위해 드넓은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서 기인한 특징일까? 아니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분가하던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일까? '10대 시절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이 꽤 있다.

geography :

하나의 표준시대에 모든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어림잡아 6개 정도의 표준시간대가 존재하는 광활한 국토에 사는 만큼, 도시 각각의 지리환경적 특징이 뚜렷하고 도시들마다 발달과정에 따라서 그 특징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일까? 비유나 은유의 대상으로 도시나 지명이 자주 사용된다. (예, 바람의 도시 = 시카고)

comparision :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음악적 혹은 언어적(문학적)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가사에서 비교와 대조가 꽤 많이 사용된다. '연적인 그(그녀)'와 '나'를, 도시/지명 혹은 사물/행동 등으로 다양하게 비교하거나 대조시킨다. 특히 앞서도 언급한 도시나 지명 등으로 비교하는 경우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특징이 녹아있는 Taylor Swift의 곡 'White Horse'로 첫 번째 안내를 마친다.


2014/08/06 16:16 2014/08/06 16:16

홍성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을 돌아보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홍대 죽돌이 생활'을 청산한 나오게는 그때부터 작년까지 새로운 음악을 접할 방법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 혹은 온라인샵을 통한 음반구매 정도였다. 하지만 가히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새롭고 취향을 만족하는 음악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 듣거나 구입하는 음원과 음반의 절반 이상은 기존에 들었던 뮤지션이나 밴드의 후속 앨범이나 꽤 연관성이 강한(같은 레이블이라거나, 탈퇴/해체 후 만든 앨범이라거나)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오랜만에 찾은 음악 페스티벌인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은 음악적 견문을 넓혀주는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내 '음악감상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까? 온라인만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와 레전드에 대한 예우, 그리고 페스티벌 문화까지 "페스티벌의 매력"를 발견한 점은 큰 수확이었다.

사실 수 년동안 홍대 라이브클럽 공연을 봐왔던 입장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각종 페스티벌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물론 음악팬의 입장에서야 티켓 하나로 2~3일동안 평소 보고 힘들었던 수 많은 밴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홍대 클럽들과 '밥그릇 싸움'처럼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약간의 비약을 더해서 '현재의 의료 시장'에 비유하자면, '소규모 의원들(=홍대 라이브클럽들)'과 '대형 병원들(=각종 페스티벌)'이 경쟁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클럽들이 동네 의원들처럼 '적당한 진료비에 각각의 전문 분야의 질환을 하나씩 치료해주는 격'이라면, 페스티벌은 거의 모든 전문과을 진료하는 대형 병원이면서 의료 시장과는 다르게 '(다른 의미의 '포괄수가제'로서) 몇 배 비싼 진료비에 일괄적으로 모든 질환을 치료해주는 상황'이라는 할 수 있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 (금전적 이유 및 접근성 등에 의해) 아무래도 클럽 쪽의 인구가 페스티벌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의료시장'과는 다르게 '라이브클럽 문화'는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공통적으로 소비되는) '인디음악'를 지탱하는 밑거름으로, 스포츠의 '유소년 시스템'에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면 결국 '인디음악'의 기반인 라이브클럽이 흔들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음악시장 전체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마치 '유럽 축구'에서 유소년 시스템이 약한 리그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한 비슷한데, 유럽 통합으로 국경이 희미한 유럽 축구에서는 '자본력'으로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하지만, 경계가 '대한민국'으로 명확하게 한정적이고 그 기반도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본력이 아무리 커봐야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물론 자금력에 따라 섭외하는 해외 뮤지션들의 (개런티와 비례하는) 인지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외의 라인업을 채우는 국내 뮤지션들은 사실 '돌려쓰기(혹은 돌려막기)'로 여러 페스티벌에 겹치기 출연이 허다한 상황이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페스티벌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고, 작년이 그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 페스티벌들의 경쟁이 뜨거웠는데, '펜타포트'에서 분리되었던 '지산 밸리'가 다시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로 분리되어, 세 페스티벌이 라인업 경쟁을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휴유증으로 슬그머니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가 취소되면서 '공멸' 양상을 보여줬다. 어쩌면, 부지 마련부터 막대한 홍비 비용까지 '과도한 몸집 부풀리기'와 개런티만 천정부지로 올리는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라인업 경쟁까지, '치졸한 밥그릇 싸움'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올해 7월의 '홍성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는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원래 작년에 가평의 자라섬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을 홍성으로 옮겨왔는데, 지역 축제와 결합하여 '음악 페스티벌'의 또 다른 대안으로 보였다. 홍성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고기/돼지고기'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이자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로서, '소통'과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우선 지역 축제로서 지자체와 협력하여 기존 시설인 '대학교 인조잔디 구장'을 부지로 사용하여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편안한 관람을 위한 실속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3일의 축제 기간 동안, 하루의 라인업을 한 레이블에 온전히 할당하면서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섭외 개런티도 상당히 절감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비용 절감은 '(예매 기준으로) 1일권 2만원'이라는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음악성을 인정받은 레이블들을 섭외해서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안정성'과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실속'을 모두 잡았다고 하겠다. 참여 레이블 입장에서도 '레이블 콘서트'를 겸하는 '레이블 홍보'의 무대로서 꽤 괜찮은 페스티벌이 아니었을까?

다만, 서울에서는 조금 먼 '충남 홍성'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홍보가 부족했을까? 꽤 괜찮은 라인업과 저렴한 티켓 가격을 생각한다면 관람객이 많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축제와 결합한 페스티벌의 첫 걸음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펜타포트와 안산 밸리의 '진흙탕'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인조잔디 구장'은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교통/숙박 및 기타 부대 시설을 확충하고, 라인업을 늘려서 오후 3~4시나 되어야 시작했던 공연을 조금 더 당긴다면 더욱 알찬 페스티벌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2014/07/29 01:49 2014/07/29 01:49

그대를 보내는 방법

첫 이야기는 '그대를 보내는 방법'. 처음부터 쓸쓸한 주제네요. 한 곡 듣고 시작하죠. '클래지콰이'의 보컬로 더 유명한 '호란'의 밴드, '이바디'의 그리움입니다.



호란은 묻습니다. "...사랑한 당신을 어떻게 보내요?", 그대를 보내는 방법을 묻습니다. 또 다른 한 곡을 들어보죠. 'Angel'이라는 곡으로 유명한 'Sarah McLachlan'의 'Do what you have to do'입니다.



Sarah McLachlan 역시 말합니다. "I don't know how let you go", "당신을 어떻게 보내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시작과 끝이 땔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듯, 사랑이 죽거나 혹은 사람이 죽거나 사랑에는 반드시 이별이 따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그림자처럼 슬그머니 말이죠.

호란은 "내겐 너무 큰 의미였죠. 마지막 인사도."라는 가사로 이미 이별이 지나갔음을 암시합니다. "Do what you have to do"라는 제목처럼 Sarah McLachlan은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라"고 합니다. 이별하는 방법을 모르는 그녀에게 그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I have the sense to recognize"라고, '깨닳을 정도의 눈치는 있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호란이 들었던 '마지막 인사'처럼, 먼저 이별의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닐까요?



'Lara Fabian'의 'Broken vow'로 '깨진 맹세'라는 제목부터 이별을 암시합니다. 그녀도 말합니다. "Tell me the words I never said", "내가 결코 말하지 않았던 그 말을 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역시 짐작처럼 '안녕'이라는,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말이겠죠.

하지만 "I'll let you go, I'll let you fly", "그대를 보내주겠어요. 그대를 훨훨 날려 보내주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그대를 보내는방법', 그 방법을 알고 있을 법도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말합니다. "I'd give away my soul to hold once you again and never let this promise end", "그대를 붙잡기 위해 내 영혼을 버고, 이 약속이 결코 끝나지 않게 하겠다"고 외칩니다. 지금은 이별하지만 다시 만날 것이라는 다짐,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나봅니다.

영혼을 버려서라도 붙잡고 싶은 '그대', 그리고 결코 끝나지 않길 바라는 '약속', 사랑을 진행 중인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쑥 찾아오는 이별은 또 어찌하나요?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일부분과 함께 이 글을 마칩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그리움'은 '이바디'의 정규앨범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이번에 나온 EP 'Songs for Ophelia' 수록곡 중 '오필리어'도 상당히 좋더군요.

*'Sarah McLachlan'은 역시 'Angel'이라는 곡으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1998년 즈음에 그녀의 앨범 'Surfacing' CD를 구입한 기억이 있습니다. 'Do what you have to do'는 'Angel'가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나이가 늘어가면서 Angel보다 더 좋아지더군요.

*'Lara Fabian'의 'Broken vow'는 'Josh Groban'이 부른 남성 버전도 있습니다. 가사 역시 남성 버전이구요. 두 곡 다 너무 좋습니다. 뛰어난 가창력과 멋진 가사가 이별을 아름다움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느낌입니다.

<2009년 경에 썼던 글들을 옮겨온 글입니다.>

2012/11/22 04:33 2012/11/22 04:33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 'Yiruma & Piano'

오랜시간 이전 소속사와 법정 공방을 하던 대한민국 대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얼마전 법정 공방을 끝내고 새 소속사 소니뮤직과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와 시작과 함께 신곡을 수록한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 : 10년의 회상'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를 데뷔앨범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소속사는 그의 새로운 출발에 찬 물을 끼얹는 듯,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고 새 소속사의 앨범이 나온지 몇일 지나지 않아 이런 비슷한 성격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네요.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이점은 우리나라 음반 시장의 매니지먼트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2005년 가수 '이수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해에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하고 7집을 발표했는데, 새 앨범 발표보다 바로 하루 앞서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그녀의 이전 소속사는 4.5집, 5.5집, 6.5집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사골 우려먹듯 우려먹었고 불과 몇개월 앞서 발매되었던 6.5집이 이미 베스트 앨범 성격의 앨범이었기에 어처구니가 없었죠.

이번 이루마의 베스트도 그렇습니다. 2010년 4월 이미 이루마의 이전 소속사는 그의 기존 정규앨범을 6 CD짜리 박스세트로 발매한 (기존 팬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경력이 있기에, 이 베스트 앨범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이루마 팬들의 주머니를 끌어오기 위한 한 수였는지, 박스세트에 수록되지 않아 아쉬웠던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이 수록되어있는 점이 유일한 소장가치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팬이라면 이 앨범보다는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한 앨범을 우선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보다는 말이죠.(저는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을 한정판/초판 한 세트와 일반판 한 세트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박스세트까지 앨범당 3장을 갖고 있네요.)

이루마의 팬으로서, 음반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음반 수집인으로서 이 앨범에 다시 분노합니다.

2011/11/23 21:55 2011/11/23 21:55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Michelle Branch'의 "Everything Comes and Goes"

2001년의 메이저 데뷔앨범 'the Spirit Room'과 2003년 두 번째 앨범 'Hotel Paper'로 들려준 감성적인 Pop-Rock으로 'Michelle Branch'는 제가 그 당시 가장 선호하는 여성 뮤지션이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까지도 기다리던 세 번째 앨범 소식은 들리지 않았죠.

그렇게 기다림이 지쳐갈 때 즈음,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그녀는 다시 찾아옵니다. 바로 그녀가 친구 'Jessica Harp'와 결성한 Country Duo 'the Wreckers'의 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가 바로 그 모습이었죠. 그리고 그녀다운 Pop적 감성이 녹아든 Country로 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2007년 즈음에 the Wreckers는 활동을 중지하고 각자 솔로 앨범 준비에 들어갑니다. 사실상 해산이었죠. Jessica Harp는 2009년에 싱글을 발표했고 Michelle Branch 역시 공식 사이트를 통해 앨범 작업 현황을 알려왔습니다. 2009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앨범에 수록될 두 곡 'Sooner Or Later'와 'This Way'가 그녀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곡들과 그녀의 메시지를 통해 아마도 2009년에 그녀의 세 번째 full-length 앨범의 녹음이 모두 완료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죠.

그리고 앨범 발표는 이듬해인 2010년 초로 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예정일은 미뤄지기 시작했고 2010년 상반기가 다 지나가도록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그녀의 새 앨범은 full-length가 아닌, 6곡이 담긴 Six-pack으로 즉 EP(extended play)로 발매되었습니다. 바로 EP 'Everything Comes and Goes'로, 안타깝게도 당시 국내에는 라이센스는 커녕 수입되지도 않았고 온라인음원으로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2011년이 되어서야 겨우 수입이되어 이렇게라도 들을 수 있다니, 감격이네요.

그녀의 앨범 발표가 미뤄지고, full-length가 아닌 EP로 발표된 점은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네요. 우선 그녀를 발굴했고 그녀가 솔로 뮤지션으로 두 장과 the Wreckers로 한 장, 총 세 장을 앨범을 발표했던 레이블 'Maverick Record'가 2009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점도 들수 있겠습니다. 이 레이블을 설립자이자 뮤지션으로 더 유명한 Modonna가 법정 분쟁을 통해 레이블을 떠났고, 2009년 이 레이블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했던 Alanis Morissette이 떠나면서 Maverick은 Waner Music에 완전히 흡수되었으니까요. 더불어 Alanis를 이어 Maverick을 대표할 만한 기대주였던 Michelle에 대한 대중의 미지근한 반응과 미국 음악시장의 악화도 겹쳐져,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나 합니다.

This Way를 비롯해 앨범에 실리지 못한 곡들은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고 최근 새 싱글 'Loud Music'를 발표한 그녀에게 건투를 빌 뿐입니다.
2011/06/16 02:07 2011/06/16 02:07

아이돌 그룹에 팽배한 매너리즘을 여실히 보여준, 빅뱅(Big Bang)의 네 번째 미니앨범

개인적으로 '빅뱅'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미니앨범과 정규앨범 모두와 라이브 앨범 몇장 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고, 당연히 네 번째 미니앨범은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그 기대에는 '빅뱅'이라는 네임밸류도 있겠지만 빅뱅 멤버들의 솔로활동에서 보여준 실망감과 작년부터 느껴지는 YG의 매너리즘 때문에 더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음악보다도 음악 외적으로 시끄러웠던 G-Dragon의 1집이나 1+1=2 또는 3을 기대했건만 1.X정도 밖에 안되는 GD & TOP 1집과 역시 혼자서는 임팩트 부족을 보여준 '승리'의 미니앨범은 '빅뱅'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 시키기에는 분명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태양'만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듯했죠.

그리고 매너리즘...이 문제는 비단 YG 만의 문제는 아닐법합니다. 국내 3대 기획사라고 할 수 있는 SM, YG, JYP를 포함한 '아이돌'이라는 장르 모두의 문제로 보입니다. YG는 작년 즈음, 2NE1의 미니앨범 이후로 뚜렷하게 느껴졌고, JYP도 우연인지 몰라도 재범 사건이후로 2AM이나 2PM 모두에서 창의력 고갈과 하향세가 느껴졌습니다.(역시 아끼전 2AM, 2PM의 음반도 그때부터는 구입중지) miss A의 경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렴한 사운드였구요. SM의 경우 보이밴드들에서, 팬이 아닌 일반 국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곡들(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인지?)을 쏟아내는 모습이 역력했구요.

개성 넘치는 5명이 모인 빅뱅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죠. YG에서도 어느 때보다도 막대한 홍보와 앨범 발매전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을 이어 발표하면서 마치 거대한 축제의 서막을 장식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솔로 앨범들이 오히려 예봉을 꺾은 형국이네요. 개개의 솔로 앨범에서 느낀 실망을 만회할 만한 반전과 앞선 미니앨범들처럼 '재기발랄'함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저 '솔로앨범의 연속' 정도네요. 최근에 발매된 'GD & TOP'이나 '승리'의 앨범들에서 연장선 위에 있는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으로 들립니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합해 1+1+1+1+1=5을 뛰어넘는 어떤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아쉽게도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빅뱅을 기대려온 팬들은 '어쩌라고', '어쩌란 말이냐?'...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을 법인데, 빅뱅의 본격적인 내리막길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드네요.

*전반적인 아이돌 그룹들의 메너리즘 덕분에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톡톡튀는 그룹들이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의 '카라'나 최근의 '시크릿'처럼요.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가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게 아니고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라고... 어떻게 보면 자체 소속사 생산곡과 외국 작곡가들의 수입곡으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내는 '소녀시대'을 보유한 SM이 진정한 강자라는 생각도 드네요.

2011/02/24 22:38 2011/02/24 22:38

제 2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작 살펴보기

2007년 제 18회부터 '싸이월드'와 함께 해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21번째 본선 무대가 2010년 11월 20일, 작년과 같은 장소인 한양대학교 백남 음악관에서 펼쳐졌습니다. 

총 10팀이 영광스러운 본선 무대에 올랐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6개 부문(작곡상, 작사상, 연주상, 가창상, 싸이월드음악상, 대상)에 대한 수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작년 본선 수상자들의 음반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또 다른 수상자들을 만난다는 점이 어색합니다. 하지만 과거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음반이라는 결과로 나오기까지, 수상 후에도 짧게는 2~3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작년 수상자들에 대한 기다림은 아직 이르겠죠. 그 기다림을 대신해 줄, 아니면 또 다른 기다림을 불러올 노래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 2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수상곡들을 살펴보죠. 소개 순서는 '순위'와는 무관합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홍보하는 곡들을 자주 접할 수 있죠. 그 멜로디를 평가하는 '작곡상'의 수상자는 남성 솔로 뮤지션 '김선욱'입니다. 기타 한 대와 어우러진 남성의 목소리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무난한 구성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가 그의 기타와 함께 들려주는 '길'은 기승전결의 구성이 뚜렷한 곡입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향하는 '90년대 즈음의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가요'에 부합되지요. 그 기승전결 속에서 완급조절을 하는 기타연주보다 더 귀를 사로잡는 점은, 사실 '가사'입니다. 작곡상을 받은 곡에서 가사타령이 좀 우습지만, 진취적이고, 다분히 '삶에 대한 투쟁적'이라고 들릴 수도 있는 가사는 소위 '랩을 포함하는 힙합음악'에서 들었을 법합니다. 가사의 시작이 모두 명사(아침, 기차, 스무 살 역)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전리품'부터 '타협', '싸움'이나 '절대 가치' 등 보통 가요에서 들을 수 없던 단어들의 선택에서도 그렇습니다. '거라고, 남더라도', '모를 뿐, 바랄 뿐'이나 '나이, 묻지, ~는 지, 있을지'과 같이 다분히 라임(?)을 맞추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구요. 포크를 가장한 힙합이라고 할까요? 힙합 스타일로 리믹스되어도 재밌을 법하네요.

음원으로만 음악을 감상하다고 공연장을 찾았을 때, 그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은 아마 아름다운 연주일 겁니다. 그 연주를 평가하는 '연주상'의 수상자는 혼성 4인조 '새의 전부'입니다. 피아노와 신디사이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젬베로 이루어진 이 4인조의 수상곡은 '흙에서 묻고 웃자'입니다. 구성악기에 젬베가 있는 점에서도, 제목에 '흙'이 들어가는 점에서도 '제 3세계 음악', 소위 '월드뮤직'의 향기가 예상됩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화로운 농촌 마을의 풍경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의 북소리만큼이나 젬베의 푸근한 소리는 이른 아침 논두렁을 걷는 농민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을 그려냅니다. 기타 연주는 그 논 주위를 굽이굽이 사행하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맑은 피아노 소리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만들어내고 신디사이저는 자욱한 안개가 되어 공간을 채웁니다. 하지만 어떤 악기보다 인상적인 악기는 바로 여성 보컬의 목소리입니다. 가사를 풀어내는 목소리는 노래라기 보다는 악기에 가까운 소리가 되어 어우러집니다. '슬픔도 미움도 흙에 묻고...'라는 가사에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인 '한(恨)'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들이, 이 팀의 이름 '새의 전부'라는 이름처럼, 하늘을 나는 새의 눈에서 제 3자의 시각으로 그려집니다.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가창상'의 수상자는 남녀 혼성 2인조 'F#m7'입니다. 이름이 독특한데 포털 검색을 해서 찾아보면 어려운 운지법으로 악명이 높은 기타 코드 가운데 하나랍니다. 어려운 코드를 능숙하게 연주하듯, 실력을 뽑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남녀 혼성 2인조라는 점과 남성이 보컬을, 여성이 피아노를 담당하는 점은 작년 이 상의 수상자들과 일치합니다. 멋들어진 보컬의 목소리는 'Brown eyed soul'의 '정엽'이 떠오릅니다. '나의 일상'이라는 제목은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떠올리게 하구요. 피아노 연주위로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멋진 째즈바의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합니다. 가창상을 받는 것은 당연했구요.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가사를 평가하는 '가사상'은 여성 솔로 뮤지션 '이경원'이 수상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남녀 각각 솔로 뮤지션은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는 '작곡상'과 '작사상'을 가져갔네요. 떡파는 할머니의 모습을 수필처럼 그려낸 가사는, 간결하지만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호소력이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할머니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떡 사이소, 떡 사가소'라는 소절은 짧지만, 굽이굽이 굴곡진 할머니의 긴 하루, 긴 인생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올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본선에 오른 팀은 10팀이고 상은 6개 부문이지만 수상팀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동시 수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인기상'에 해당하는 '싸이월드음악상'과 으뜸에게 주어지는 '대상'이 혼성 3인조 '하늘'에게 돌아갔습니다. 하늘은 여성보컬 겸 피아노, 남성보컬 겸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젬베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작년 대상 수상팀 '둘이서 만드는 노래'도 젬베가 있었고 올해 '연주상'을 받은 '새의 전부'도 젬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인기상과 대상을 거머줜 이 팀에도 젬베가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실력을 기준으로 수상이 되었겠지만, 혹여나 '젬베=수상'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밴드 이름과 동일한 수상곡 '하늘'의 피아노, 기타, 그리고 젬베가 어우러진 연주는 다분히 '월드뮤직'의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밝고 진취적인 분위기는 '두번째 달'이나 'Alice in Neverland'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월드뮤직의 바탕에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가사의 자연친화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은 역시 'Bard'의 음악이 떠오릅니다. (Alice in Neverland와 Bard는 모두 두번째 달에서 분리된 밴드들입니다.) 작년 대상팀 역시 월드뮤직의 색채를 띠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로써 심사위원들의 기호가 노출된 건 아닐까 합니다. 대상을 위한 어떤 공식이 말이죠. 분명히 듣고 좋고 잘 만들어진 곡으로 인기상을 받기에 충분한 흡인력을 갖고 있지만, 대상으로서는 아쉽고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하지만 작사, 작곡, 연주, 가창의 모든 면을 보았을 때, 월메이드 가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수상하지 못한 입상팀들의 곡들도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요소에서 충분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점, 기성 가요와는 다른 출전팀만의 매력이 부족한 점이나 확연한 인상을 줄 만한 임팩트가 부족한 점 등이 아쉽습니다.  이상으로 모든 수상곡을 살펴보았습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의 이미지가 강한 점은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뮤지션들을 꾸준히 배출하지 못하는 점도 그렇구요. 무엇보다도 과거보다 줄어든 수상의 메리트(대표적으로 상금의 감소)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생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숨은 고수들에게 출전 동기로서 부족해 보입니다. 일회성의 상금 지급으로 그치지 않고, 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음반제작 지원과 같은 후속 조치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전문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등용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0/11/26 19:39 2010/11/26 19:39

소피 마르소와 조지 윈스턴



너무나 슬퍼서 심금을 울리고 눈물샘을 자극해버리고 마는, 그리고 너무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 하지만 내가 'Thanksgiving'이라는 제목과 이 곡의 연주자가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얼마전이다. 조지 윈스턴의 앨범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작이라는, 사계절 연작 앨범 가운데 하나인 'December'의 수록곡으로, Thanksgiving은 수록곡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감상적인 피아노 곡의 제목이 Thanksgiving이라는 점은 어쩌면 의외라고 할 수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Thanksgiving'은 'Thanksgiving day'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그 뜻은 '추수 감사절'로 우리나라의 '한가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을 '추수 감사절'이라고 부르기엔, 추수 감사절이 담고 있는 풍요로움과 즐거움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

Thankgiving의 또 다른 뜻은 '감사식, 감사제'이다. 이 정도의 뜻을 갖고 마음대로 해석해보면 조금은 어울릴까? 그대를 보내며 그대에 대한 '감사식'이라고. 그래야만 이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해석되지 않을까?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입가에 맴도는 단어들을 차마 말할 수 없는 슬픔...

그런데 어쩐일인지, 제목을 알기도 전부터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꼭 소피 마르소가 떠오르곤 했다. 소피 마르소가 나오는 영화에 이 곡이 나왔던가?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는 '안나 카레니나' 정도이고 그 유명한 '라붐' 등은 아주 어렸을 때 봤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찾았다 소피 마르소와 조지 윈스턴이 조우한 작품(?)을.



손발이 오글오글? 지금 생각해도 한국 CF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점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 엄청난 지명도를 생각하면 CF 자체의 수준은 정말 눈물겹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는 뉴에이지의 대가 조지 윈스턴의 Thanksgiving을 들을 수 있다. 뛰어난 여배우와 한 장르의 대가가 만났지만 그 결과물은 참담하다고 할까? 아무튼 이 CF 덕분에 Thanksgiving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소피 마르소가 떠오르는 '조건 반사'가 형성되었나보다. 이제 여러분도 '파블로프의 개', 아니 '드X의 개'가 될지도 모르겠다.

2010/09/19 22:50 2010/09/19 22:50

'그 일관성이 좋아', 앨범 자켓, 또 다른 예술의 세계

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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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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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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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10/09/19 22:32 2010/09/19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