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러 책을 읽었고 읽고 있지만, 장르소설이 아니면 꾸준히 읽기가 어려워서 읽다가 놓곤해왔다.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도 그 놓은 책들 가운데 하나인데, 얼마전 마음을 잡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여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제목부터 왠지 아기자기하게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고 하여서 부부 사이의 작은 거짓말을 이야기할 줄로 알았는데, 거짓말의 규모가 참 '발칙'하다. '발칙'이라는 단어 선택이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발칙'만큼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과거 세대와 비교해보면 미성숙한 어른의 전형 혹은 '키덜트(Kidult)' '루리코'와 '사토시'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가부장적인 지금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나 황혼 이혼나 외도에 의한 이혼이 많은 아버지/어머니 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모순된 모토(?)로 외도를 합리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바다 건너 이웃나라의 세태를 풍자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닮아가는 우리나라이기에, '결혼'과 '그에 대한 환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혼율은 높아지고 결혼 관계에 대해서도 서구적인 개방성이 퍼지는 상황에서, 확실히 발칙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고전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닌, 사랑과 비슷하면서도 사랑과는 조금 다른 어떤 유대감으로 심리적/정신적 안정을 위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동거와는 조금 다른, 또 다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원래는 약 10년전인 2004년에 발표된 소설인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 사회는 이미 10년을 앞서 이런 고민을 해왔다는 말이 되기에 그들은 어떤 해답을 찾았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