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를 관람했습니다. 정말 볼거리는 많네요. 모든 면에서 확실히 지난 에피소드1, 2보다 좋았습니다.

내용은 오리지널 3부작과 이번 3부작의 '잃어버린 고리'같은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정말 처참하네요. 이번 에피소드3는 역시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의 마지막 장면들을 이어서, 시종일관 우울로 가득 차, 결국 절망으로 치닫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띠는 '오비완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극명한 흑백대비의 의상이나 영화전반에 걸쳐서 보여지는 표정의 차이는 이미 어긋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사제관계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아나킨과 다스 시디어스에 의해 무참히 학살되어 결국 우주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가는 제다이들의 모습은 처참하고 아타깝기만 하구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스 베이더의 탄생과 파드메의 쌍둥이(루크와 레아) 출산과 죽음은 우울과 슬픔과 절망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기나긴 이야기는 슬픔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약속을 암시합니다. 전혀 다른 행성, 다른 환경에서 자라날 쌍둥이 남매는 언젠가 찾아올 '새로운 희망 (New Hope)'을 약속하고 있으니까요.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에피소드3였기에, 예상이 가능했던 내용임에도, 인상적이었지만 영화에 쓰여진 수많은 그래픽들은 정말 눈돌아가게 하더군요. 시작 부분의 우주전쟁 장면이나 중간중간의 전투장면, 포스의 세력과 다크 포스 세력의 검투장면도 볼러기 가득했지만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들은 여러행성들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 때 였습니다. 엄청난 스카이 라인을 자랑하는 행성, 황량한 사막 행성, 거대한 식물로 장관을 이루는 행성,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행성 등 다채로운 자연환경과 종족들이 거주하는 모습들도 아름다웠고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그 행성들의 '하늘'이었습니다. 낮동안에도 거대한 달이 여러개 떠있는 모습, 밤하늘을 장식한 두 개의 달, 그리고 지평선 끝에 걸린 두 개의 태양은 정말 황홀하더군요.

스타워즈 시리즈를 인류의 신화와 역사를 재구성한 작품이라도 합니다. 아나킨과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등 많은 신화에서 보여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예로, 제우스와 크로노스)에서 차용하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다이(특권과 혈통, 기사)에 대항하는 비특권계층의 반발과 혁명, 그리고 이어지는 다스 시디어스(참주)의 등장과 제국의 탄생은 중세 봉건주의의 몰락과 시민계급의 등장, 이어지는 절대왕정의 성립 등 유럽역사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구요.

오랜만에 보는 화려한 볼거리와 그에 걸맞는 배경음악, 그리고 탄탄한 내용을 갖춘 정말 충실한 블록버스터라고 생각됩니다. 이 기나긴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듯하네요. 오리지널 3부작을 다시 보아야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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