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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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는 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한국 영화다. 개봉은 이미 한 달 전에 했는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밀려서 이제야 보게됐다.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두 남자 배우 '이선균'과 '조진웅'을 내세운 작품이기에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기대는 했었다. 이선균의 경우, 브라운관(이제는 LCD 혹은 LED라고 해야할까?)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대박'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없었지만 흥행성과 작품성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넓혀나갔기에, 그의 첫 '단독 주연'에 가까운 이 영화가 더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미 영화 '체포왕'으로 꽤 괜찮은 '형사 연기'를 보여주었고 지금까지 비교적 견실한 이미지의 배역들을 연기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가 완성되어가는 그이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 '형사 고건수'도 훌륭하게 소화한다면 현재 충무로의 '독보적인 넘버 1 액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를 잇는 액션 스타의 탄생을 완성하는 작품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선균'과 '조진웅',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지만, 포스터를 봐도 예고편을 봐도 이선균이 주연이고, 조진웅은 주연과 조연 사이의 '주조연' 혹은 '주연급 조연'으로 봐야 옳겠다. 물론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출연시간(분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여러 영화들에서 조연과 주조연급 위치를 오가며 연기력을 확인시킨 그였고, '끝판왕급 비리경찰'인 '박창민'을 연기하기에는 그만한 배우가 없었으리라. '양아치 기질이 넘쳐나는 민중의 지팡이'로 끼를 보여준 그의 연기에서는, 차후 그가 '최민식'의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간직한 캐릭터'를 잇는 적자가 될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비리)형사 '고건수'가 뺑소니 살인범으로 추락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쩐 장치로 그가 누명을 썼음을 대략적으로라도 짐작하게 한다. 영화 초반의 촛점은 '그의 누명'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꽤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지만, 조명과 소품으로 시체를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런 논란을 피해간다. 그리고 장치들은 그가 쓰는 누명의 '작은 기여 요소'가 된다. 시체를 은폐하는 과정은 쫄깃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니다. 아마도 작년의 '더 테러 라이브' 이후 이렇게나 긴장감을 준 영화는 처음이겠다. 조진웅의 배역 '박창민'을 꽤나 숨길 법한 뉘앙스를 풍겼던 예고편과는 달리, 그의 정체는 빨리 드러나고 이제 두 사람 사이 갈등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우연히 엮인 두 비리 형사/경찰의 이야기다. 영화의 발단인 교통사고부터 클라이막스를 마무리하는 일발의 총격까지, 각본을 허술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우연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우연들과 엮여진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복선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관객들이 그 허술함을 깨닳고 하품을 하기 전에,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게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와 영상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돌렸고 그 작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업 영화이지만,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편당 1시간짜리 TV 드라마로 만든다면 충분히 10편에서 20편정도까지 끌 수도 있는 이야기를 약 2시간 정도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제목처럼 끝까지 가야할(봐야할) 영화였다. 별점은 4.5개.

*개인적으로는 악인들이 가득했던 영화, '비열한 거리'가 떠올랐다. '고건수'와 '박창민' 두 사람 모두 '죄의 경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들이고 결국 모두 '나쁜 놈들'이다. '의리가 사라진 뒷골목(주먹) 세계'를 보여준 '비열한 거리'처럼, 이 영화 속에서도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경찰 조직'에게 정의란 없다. '민중의 지팡이'는 어느덧 '민중을 억압하는 몽둥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악당'이라고 할 만한 '박창민'의 모습에 비추면, 고건수를 비롯해 역시 비리가 만연한 강려계의 형사들은 '잡범'나 '평범한 소시민'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아이러니하다. '공무원'이며 '민중의 지팡이'이기도 한 '경찰' 조직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당연하고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공직 사회에 팽배한 부정부패와 국민의 불신이 느껴저 씁쓸했다.

**영화 초반의 폭발물 시연 장면에서 등장한 폭탄이 다시 중요하게 사용되리라는 점은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필자는, 박창민이 고건수의 집에 방문하면서 딸에게 준 선물에 그 폭탄을 숨겼고, 영화 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헛물이었다. 하지만 비극적 엔딩이었다면 폭탄이 그 선물 속에 있지 않았을까?
2014/06/27 02:20 2014/06/2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