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Posted
Filed under 타인의취향/Song&Album


2005년 6월에 정규 1집을 발표했던 '미스티 블루(Misty Blue)'가 약 6개월만에 내놓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원래는 2005년 12월 말에 발매 예정이었으나 미루어지면서 2006년 1월 초에 발매되었습니다.

처음에 주목했던 점은 EP치고는 상당히 많은, 11곡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곡 6곡에 1집의 리메이크 곡 5곡을 포함하고 있다지만 11곡에 EP 가격이라면 놀랄 만한 일이었으니까요. 또 1집이 국내 앨범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일러스트로 장식된 디지팩에 담겨있었는데, 이번 EP에서 더 뛰어난 일러스트의 디지팩이라는 점도 관심사였습니다.

트랙들은 A와 B로 나누어져 있는데 A는 EP에 처음 수록되는 신곡들이고 B는 1집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리믹스'가 아닌 '리메이크' 곡입니다. 수록곡들의 분위기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화창한 겨울날에 어룰리는 곡들이라고 해야겠어요.

첫 곡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 Part 1'은 이 EP의 intro 성격의 곡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메아리 같은 목소리와 몽롱한 연주가 화창한, 나른한 날의 느낌을 줍니다.
'날씨 맑음'은 이 EP에서 가장 발랄한 곡으로 보컬 정은수씨가 상당히 오래전에 만들어 놓았는데 이번 EP에 '미스티 블루 버전'으로 수록되었답니다. 팝적 느낌에 충실한, 신나는 곡입니다.
'Lullaby for Christmas'는 조용한 기도같은 곡입니다. 가사에 나오는 '엄마'는 '성모 마리아'라고 생각되구요.
'Snowberry'도 흥겨운 곡으로 예쁜 가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 Part 2'이 본 곡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차분함과 우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사랑과 이별을 봄과 겨울에 비유한 멋진 곡입니다.
'The Little Drummer Boy'는 유명한 캐롤송으로 많은 들어본 칙칙한(?) 남성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올해 1월 1일부터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씨의 음성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프로젝트 'MINHONG'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홍씨의 미스티 블루와의 조인트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메이크 곡이 수록된 B의 첫번째는 'Daisy'입니다. 이곡은 제가 예약 판매 당시 수록곡 리스트만 봤을 때, '파스텔뮤직 샘플러'에 들었던 'acoustic version'과 착각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acoustic version'이 'album version'과 믹스를 다르게 한 곡이지만 EP 수록곡은 완전히 새롭게 녹음한 것입니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구요.
리메이크된 'Daisy'는 연주가 캐롤 분위기가 납니다. '미스티 블루'의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는 요일, 월, 계절 등이 많이 쓰이는데, 10월의 가을 노래하하는 'Daisy'에 캐롤 분위기의 연주도 잘 어울립니다. 김민홍씨는 이 곡의 기타로도 참여했답니다.
다음곡 'Tuesday in Silhouette'은 제가 이 앨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곡입니다. 1집에는 '화요일의 실루엣'으로 실렸었고 크게 주목하지 않았었는데, 리메이크 되면서 200% 좋아진 곡입니다. 특히 담담해서 더 슬픈 보컬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가 더해지면서 그 애절함이 가슴을 후빕니다.
'Blue Shadow'는 1집에 '푸른 그림자'로 실렸던 곡으로 리메이크되면서 더 acoustic해진 느낌입니다.
'Spring Fever'는 샘플링으로 사용된 두 남녀의 대화(프랑스어? 독어?)가 역설적으로 가사의 의미를 더 강화 시켜줍니다.
'Bubble Trip'은 1집에 '거품'으로 실렸던 곡으로 너무나 맑은 피아노의 음색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수록곡 리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은 12번째 트랙이 있는데 이 트랙이 바로 제가 위에서 혼동했던 곡입니다.

알찬 내용물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러스트 디지팩에 EP의 가격까지, CD를 사는 입장에서 정말, 앨범의 내면적이나 외면적으로 '대단한 앨범'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인디씬의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파스텔뮤직이지만, 그 '악의 축'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역시 '악의 축'다운 앨범이기도 합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 되어버렸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06/01/21 03:27 2006/01/21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