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인턴의 막바지를 응급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평일에는 보통 100여명 주말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서, 병동이나 수술방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응급실에 있다보면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바로 구급차(앰뷸런스)의 사이렌이었다. 언제나 응급실 환자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잠잠해질 때면 찾아와 인턴들을 괴롭힌다.

구급차에 응급실 문 앞에서면 응급실 입구의 문이 열리고 응급실용 베드가 입구로 끌려와 대기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준비가 필요하지는 앉은 법. 사실 구급차가 응급실 앞에 서는 모습만으로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다. 진짜 응급한 환자로 들것에 실려서 내릴 정도라면 구급차는 뒷문이 응급실 입구 바로 앞에 오도록 주차한다. 심각한 교통사고, 뇌출혈, 추락, 혹은 심근경색 같은 환자들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입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차할 때면 '혹시나'는 '역시나' 그렇다. 들것에 실려오지만 앉아 있는 사람들이나 아예 응급구조사들이 이용하는 옆문으로 내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오히려 앞서 이야기한 진짜 응급환자들 보다 더 많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배탈이 났다거나,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거나, 더 황당하게도 목에 가시가 걸렸다고 한다.(물론 그런 경우에도 진짜 응급한 경우가 드물게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여러분의 가족이 갑자기 쓰려져 정신을 잃었다.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이 의심된다고 하자. 누구나 당연히 119에 전화하겠고, 응급출동을 요청할 것이다. 그런데 구급차가 다른 응급구조로 출동할 수 없다면 기분이 어떨까? 더구나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도착해서 한 가족이 생사의 경계에 있는데, 배탈이 났다고 구급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현재까지도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한 평범한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값비싼 갖가지 검사를 동원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배탈이 나서, 코피가 나서, 목에 가시가 걸려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는 동안, 우리의 이웃이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는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