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과 '우안', 두 남녀 중인공 중 남자 주인공이 '소후에 큐'의 이야기를 다룬 '우안'.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작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의 발표 10주년을 기념하여 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좌안'을 먼저 읽고 난 느낌은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 '데아우치 마리'의 이야기를 다룬 '좌안'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주인공(아오이와 준세이)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이 차지하는 비중과는 다르게, 마리에게 큐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답게도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상대방은 큐가 아닌 여러 남자들이었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남자는 마리와 큐에게 모두 중요한 인물인 '소이치로' 정도였다.

하지만 '큐'의 이야기에서 '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큐의 인생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마리의 그림자. 그렇기에 비극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기에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 결코 만날 수 없는 강의 양쪽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형과도 같았던 소이치로의 죽음으로 큐에게 찾아오는 죽음들은 그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만들고, 더불어 그의 초능력은 그에게 평온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인 마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조숙한 큐의 철학자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쿠니 가오리보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이 솔직히 더 유려하고 재미있다. 더불어 연애성장소설이었던 '좌안'과는 다르게 초능력과 철학이 곁들여져서, 상당히 깊이 고뇌하는 성장소설이 되었다. 연애가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리의 이야기에 비하면 큐의 이야기에서 사랑이랑 중심 주제가 아닌듯하다. 사랑도 인생이라는 큰 강의 지류로서 큐의 성장에서 배우고 사색해야할 대상이라고 할까?
 
좌안 1권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끝난 우안 1권,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