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수요일) '신종플루(신종독감)'에 대한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이번주부터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수요일에 우선 환자에 직접 접촉하는 의사와 간호사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시행하였습니다. 아직 병원에 입고된 백신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지,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일반직원들은 다음주에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몇 일 전, 출근길 버스안에서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50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 '신종플루'로 인해 난리도 아니죠.  5000명, 물론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수 개월동안 사망자 수가 5000명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세계적으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요?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넘지 않을까요? 지구상에 기아로 인해 하루 세 끼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1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만 보더라도 기아로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죽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나, 기아로 인한 사망자 수에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습니다. 신종플루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교통사고와 기아로 목숨을 잃은 수는 최소 수백배는 될텐데 말이죠.

물론 기아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일이 아니기에 무감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좁은 국토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차와 그로 인한 교통체증과 에너지 낭비, 그리고 매일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483명이라고 합니다. 8월 중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30여명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한 현재까지 약 2개월 반의 시간이 흘렀는데, 올해도 그 추세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신종플루 사망자의 약 3배에 가까운 100명은 되지 않을까요? 무려 3배나 위험한데도 우리는 3배나 난리법석이지는 않습니다. 당장 모든 자동차들을 격리수용하고 자동차들에게 기름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취를 취하고 있지도 않구요.

여기에는 어떤 경제 논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동차는 이제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자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거대 석유자본들(원유 생산부터 정유까지 담당하는 모든 기업들)의 검은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유독 신종플루에 난리법석인 언론들에는 신종플루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검은 손이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검은 손은 언론의 입을 막고, 또 다른 검은 손은 언론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그 뒤에 숨어있을 '자본주의라는 논리' 때문이겠죠. 자본주의의 힘으로 우리는 더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고, 더 긴 수명을 누릴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고 있나요? 자본주의 논리로 지구 반대편에서는 기아가 발생하고, 기아가 없는 곳에서는 교통사고와 같은 또다른 위협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 우습게도 고도로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보다 소위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더 높은 행복지수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가 미래에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까요? 우리의 마음을 더 배고프게 만들게 행복보다는 욕심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매년 국민의 행복지수와는 전혀 비례하지 않는 '경제 성장율'과 '경상수지 흑자'만을 떠들어대는 언론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경제 성장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나요? 더 행복해지고 있나요?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상당히 많아보이지만, 실상 기존의 독감(플루)도 보고되고 통계화 되어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전세계적으로 보면 신종플루 사망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신종플루 백신의 충분한 임상 시험 기간을 거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구요.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를 보고 우리는 원하지 않았던 제품을 소비하게 되듯, 전세계 언론을 통한 '신종플루 광고'를 보고 우리는 또 다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의사들마저도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시각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