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세 번째는 역시 '한희정'의 'Dawny Room Live 3'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Dawny Room Live 3는 이틀로 기획되었기에 하루만 가봐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틀을 다른 컨셉으로 진행한다기에 모두 예매할 수 밖에 없었죠.

크리스마스답게도 눈내리는 25일의 첫 번째 곡은 그녀의 노래 'Acoustic Breath'였습니다. 첫곡부터 24일과는 다른 시작이었죠. 그리고 '러브레터'와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우리 처음 만난날'로 이어지는 셋리스트는 24일이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다면 정작 25일은 진정한 그녀의 라이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곡의 슬픈 느낌은 이별 후의 회상이 아니라, 권태기에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라네요.

이어지는 '산책'까지 순서는 달랐지만 모두 24일에 들을 수 있던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를 두겠다던 그녀의 말처럼 Dawny Room Live다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 있게 시작한 곡은 바로 '존 레넌'의 'Oh my love'였습니다. 은은한 Oh my love가 끝나갈 부렵 갑자기 곡은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로 이어졌죠. 바로 메들리였습니다. '달려야 하니'에서 '아기공룡 둘리'로 이어졌고,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지금까지 했었던 깜짝 커버곡 모음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마무리하면서 그녀의 엉뚱한 팔색조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게스트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원래 예정된 게스트가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25일에 참여할 수 없게되었다네요. 그래서 그녀는 기지를 발휘하여 깜짝 게스트를 갑작스럽게 섭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게스트는 바로 그녀의 팬들로, 그녀의 홈페이지에 기타연주 동영상을 올린 '하얀상자'군과 인터넷방송을 하는 '세티스'양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얀상자의 연주와 세티스와 한희정의 목소리를 '회상'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한 곡이 더 이어졌는데 바로 '솜사탕 손에 핀 아이'였습니다. 이 곡에서는 깜짝 게스트들이 더 등장하여 관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그녀의 팬들이 일어사 춤과 각종 악기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팬과 함께하는 진정한 팬미팅같은 게스트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24일에 '2009 더러운 Award'가 있었다면, 25일에는 '2009 더니덕후 Award'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되었고 첫 번째는 '앨범' 부문으로 그녀의 앨범을 가장 많이 산 팬에게 상이 주어졌습니다. '시리.'양이 가장 많이 샀으나 한희정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탈락하였고 다른 팬에게 상이 주어졌죠. '공연' 부문에서는 가장 공연을 많이 본 팬에게 상이 주어졌구요. 마지막은 바로 '사심' 부문이었습니다. 한희정, 그녀에게 사심이 가장 많은 팬에게 주는 상인데, 왠지 요즘 외롭다는 그녀의 사심이 느껴지는 부문이기도 했습니다. 24일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시상식이 끝나고 1부의 마지막 곡은 '잃어버린 나날들'이었습니다.

2부의 시작은 커버곡이었습니다. 바로 '에디뜨 피아프'의 'What might have been'로 24일에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이었지요. 24일에도 들을 수 있었던 커버곡 'Cheek to cheek'이 이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크게 나지 않았던 1부와는 다르게 조금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24일에도 있었던 신곡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쓸쓸했던 그녀의 2009년 가을 이야기 '어느 가을', 신곡이라고 하기에는 오래된 '우습겠지만 믿어야 할', 최신곡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이별 노래 '잔혹한 여행'이 이어졌죠. 이 곡들은 2010년에 발매될 그녀의 두 번째 EP에 모두 수록될 예정이랍니다. 어느덧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이 찾아왔고 그녀의 EP 수록곡들로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한 글자이자, 받침의 차이로 큰 의미의 차이가 있는 두 곡 '끈'과 '끝'이었어요.

역시 앵콜은 24일과 마찬가지로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4일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그녀가 아는 곡들, 바로 그녀의 곡들이 위주가 되었던 점이죠. '넌 여전히 아름답구나'라는 가사가 너무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멜로디로 남아'를 시작으로, 아직 가사가 만들어지지 않은 '따이따이송', '앨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까지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늘어지는 앵콜이였죠. 여기에 무려 세 곡을 더 들려주어서 앵콜이 아닌 3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거짓말이었어요'라는 가사가 그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자주 인용되는 '드라마', 언젠가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복숭아라도 사갈까', 진짜 마지막은 '반추'였습니다.

24일, 25일 이틀동안 평소와는 다르게 시크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 어쩌면 그녀의 그런 모습은 2009년 많은 공연을 보여주었기에 2010년에는 앨범에 집중하기로 한 그녀가 팬들에게 남기는 아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 더구나 푸른새벽 시절부터 앨범 작업이 빠르지 않았기에, 한동안 팬들과 만나기 어려울테니까요. '끈'과 '끝', 그녀와 그녀의 팬들은 질긴 끈으로 이어져있겠지만, 당분간 만나는 것은 25일로서 끝이 될 테니까요. 2010년에 찾아올 그녀의 새로운 EP를 기대하며, 아쉽지만 2009년의 기억들을 갖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