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는 똑같이 흐르지만, 때로는 객관적으로 같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에서도 그렇다.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가면 주관적인 시간은 빠르게 흐를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를 것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마전 울산과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이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왕복 700km가 넘는 자가 운전 여행으로는 쉽지 않은 경로였다. 인천에서 울산, 남한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여행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여정이었다. 새벽에 출발하여 오랜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었을까? 가는 날은 시간의 상대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울산 정자항에 둘러 대게를 사고 경주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100km가 넘는 2차선의 고속도로는 규정속도가 110km/h이지만 구간에 따라서는 추월을 위해 120km/h이상까지도 달릴 수 밖에 없었다. 2차선 구간을 지나 4차선 혹은 5차선이나 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시간의 상대성은 그렇게 다가왔다. 2차선을 110km/h로 달리다가 4차선 위를 90~100km/h로 달리고 있을 때, 체감 속도는 4차선 위에서 1.5배에서 2배 가까이 느리게 느껴졌다. 고작 10~20km/h 정도의 차이였고,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어났을 뿐인데 내가 느낀 주관적인 시간은 어느 때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조금 느리게 흐르는 필름처럼.

고속도로 주행의 지루함일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나는 불편한 2차선 보다는 운전하기 편한 4차선을 선호한다. 단순한 시간적인 변화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상대성의 상대성이랄까? 천천히 흐르던 고속도로 위의 풍경은 새로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