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District 9)' 한 편으로 SF 영화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엘리시움(Elysium)'.

닐 블롬캠프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디스트릭스 9'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SF 영화로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꽤 잘 짜여진 사실성과 개연성으로 전세계 SF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결말에서는 후속편을 강하게 암시하였기에, '디스트릭트 10'을 기다리는 SF 매니아들은 상당히 많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 9의 후속편은 없다'고 선언했고, 그의 차기작으로 밝힌 '엘리시움'이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이번 엘리시움의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의 미국 'LA'의 모습은 전작의 배경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외된 계층이 살아가는 빈민가, 슬럼가의 모습은 매우 닮아있어서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열악환 환경을 그려내면서 역시 전작처럼 계층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 또한 비슷합니다. 다만 전작이 '가난한 난민 외계인과 부유한 지구인'사이에서의 갈등은 한 지구인이 겪는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류 계층사이의 갈등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그려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hand-held camera의 시각으로 움직임을 쫓는 장면들이나, SF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첨단 무기와 장비들 역시 엘리시움이 디스트릭트 9과 땔 수 없는 연관성을 느끼게 합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을 통해 인류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면, 엘리시움에서는 그런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 격차에 따른 '건강와 의료'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을 포함해서 영화 속 LA의 빈민들이 엘리시움에 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생명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 문제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화된 몇몇 나라들에서 빈부 격차에 따라, 생명 유지의 기본이 되는 '의료 서비스'에서도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가 던지는 생명과 희생의 메시지는 그럴싸 하지만, 개연성에서는 부족합니다. 영화 속 복선들로 결말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점도 아쉽습니다. 100여분이라는 조금 부족했는지, 막판에는 성급하게 결말로 달려가는 기분입니다. 엘리시움 내에서의 알력 싸움이나 등장 인물들의 갈등에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점은 뭔가 빠진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샬토 코플리'가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변신을 꽤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는 악당 두목보다는 두목의 끈질긴 수하('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타스크림'정도)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액션 스타가 된 '맷 데이먼'은 무난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조디 포스터'의 비중이나 분량은 '용두사미'가 되어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맥스(Max)와 프레이(Frey)가 어린시절, 프레이가 맥스의 손에 그려준 그림(?)에서 두 사람의 이니셜 F+M은 결국 Female과 male, '모든 인간' 의미한다고 생각되네요. 어린 맥스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고 말한 늙은 수녀의 모습은, 그들의 근원인 지구를 천대하며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거주자들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과학기술을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충고와도 같이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