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베스트셀러 '세계대전 Z'의 작가 '맥스 브룩스'의 책은 두 권이 더 국내에 번역되었는데, 모두 '세계대전 Z'와 관련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세계대전 Z 외전'이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작가가 '세계대전 Z'를 발표하기에 앞서 내놓은 책으로 가상에 바탕을 둔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분류되는 점이 흥미롭니다. '덕(덕후) 중에 최고의 덕은 양덕(양키 덕후)이고, 양덕 가운데서도 밀덕(밀리터리 덕후)가 으뜸이다.'라고 하는데, 보통 총기 등의 무기류의 소유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 '밀리터리 덕후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정에 맞는 '생존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가상의 적으로 '좀비'를 내세웠지만, '좀비'가 아니더라도 '치사율이 높은 심각한 전염병'이나, 핵전쟁 혹은 핵발전소 폭발 같은 '방사능 유출 사고', 아니면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대규모 폭동이나 전쟁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지식들로 가득하다. 앞서 밀덕을 언급했듯이, 무기와 전투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물론 인간으로서 생존에 필수적인 지식들도 포함되어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밀리터리 덕후 +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될 수 있게 하는 안내서라고 할까? 물론 진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서적을 통한 학습과 훈련, 그리고 실전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헤매지 않고 지름길을 알려주는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입문서'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밀리터리 덕후는 물론 생존 전문가와는 더욱 동떨어진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책이 쓰여진 시간적 순서대로 '세계대전 Z'보다 먼저 읽으려면 상다히 따분한 내용일 수도 있는데, '세계대전 Z'를 먼저 읽고나서 읽는다면 그 내용들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심각한 망상에 빠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비관주의자거나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커다란 사태에 대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법하다. 물론, 지금 당장 '세계대전 Z'에 대한 대비를 시작하지 않더라도, 읽고 숙지한다면 몇 일 혹은 몇 주는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겠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무지'이니까. '가이드'라는 이름처럼 일종의 '실용서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좀비에 대비하는 지식을 얻으면서 따라오는 '마음의 평안' 혹은 '든든함' 덤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기록에 남은 좀비 공격 사례'를 읽고 있으면 '좀비'는 가상의 질병이 아니라, 형체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현실로 다가온다. 꽤 많은 사례들이 실려있는데,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기록되었고, 꽤 여러 민족과 문화에서 좀비 혹은 그와 비슷한 존재들에 관한 전설이나 민담 등이 전해져 내려오는 점을 보면 단순히 공상으로 치부할 수도 없지 않을까? 우리가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일처럼, 좀비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세계대전 Z 외전'은 제목처럼 '세계대전 Z'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다. 다만 보고서나 다큐멘터리 같았던 원작에는 실릴 수 없었던 다른 성격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본편이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체험담을 전달하는 형식이었기에, 인터뷰 형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거나 인터뷰로는 밝혀질 수 없는내용들을 담았다. 본편에도 작품 속 저자가 수집한 내용들 가운데서 삭제된 부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삭제된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는 책이 이 외전일 수도 있겠다.  특히 인간이 아닌 종족의 입장에서 바라본 좀비 전쟁은 신선했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사가(Twilight Saga)'처럼 뱀파이어 열풍에 편승한 느낌도 있지만, 판타지가 아닌 다분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생존'의 문제에서 바라본 좀비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은 참신하다. 더불어 맥스 브룩스라는 작가의 다른 역량도 조금 살펴볼 수 있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혹시 이런 현대 판타지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