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움직이는 자동차'(이하 '뇌파 자동차')의 실현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외국의 발명대회에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이 뇌파로 움직이는 RC카를 구현해냈고, 자동차 업계도 뇌파로 조종하는 이동수단(vehicle)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이미 '자동차(automobile)'이라는 이름처럼 진짜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완성 단계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관련 법규가 비미하고 교통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는 등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뇌파 자동차'는, 운전하는 방법이 손과 발을 이용한 '고전적 운전'이 아닌 뇌파 즉, '생각'을 이용하기에 그런 논란에서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도, 고전적 운전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병행된다면, 일상의 운전 뿐만 아니라 'F1' 같은 레이싱 부문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의사, 특히 재활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도 '뇌파 자동차'는 꽤나 흥미로운 기술이다. 뇌파로 조종 가능한 휠체어나 보조 기구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기능을 비롯한 뇌의 전반적인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척수의 손상으로 사지 혹은 하지를 쓸 수 없는 환자에서 휠체어를 대신하거나 그 이상의 기능을 보여주는 보조 기구로서의 미래가 상당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뇌파 자동차와 더불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엑소슈트'와의 결합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전동휠체어가 척수손상 환자들의 '발'을 대신하고 있고, 예전에 비해 크기는 줄어들었고 배터리 효율도 개선되었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들은 아직도 많다. 계단을 대신할 휠체어 램프가 없는 상황도 많고 가파른 경사가 있는 경우 휠체어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동휠체어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장애인 전용 운송수단이 아니면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다. 하지만 '뇌파로 조종하는 엑소슈트'라면,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다리를 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물론 내구성이나 모터의 강도, 그리고 배터리의 부피와 효율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다. 조금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머지 않은 미래에 상당히 개선 될 것이다. 전동휠체어의 부피와 무게 수준에서 충분히 그것을 대체할 만한 엑소슈트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의학적'인 혹은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해보고 싶다.

인간의 '두 발로 서서 걷는 능력' 혹은 '걷기'는, 평범한 인간이 아주 어린 시절의 '걸음마 단계'를 지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연스럽다'는 우리 인간이 걸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먼 곳을 바라보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심지어 시각과 사고 능력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 책을 읽더라도- 큰 노력 없이 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다른 걸으면서 동시에 하나 혹은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행동에 집중할 때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유지하고 마음대로 보폭이나 속도를 바꿀 수 있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역시 '자연스럽게'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도 있다. '뇌'가 조절하는 '걷기'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유연하게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뇌파로 조절하는 엑소슈트를 이용한 걷기'는 '자연스러운 걷기'와는 뇌의 처리과정이나 뇌파가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사 '걷다'와 그의 타동사 형태인 '걷게 하다'가 다른 것처럼, 뇌에서 명령하는 '걷기'와 '걷게 하기(걷게 조종하기)'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걷기를 시작한다면 뇌의 운동피질, 주로 사지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전기적 신호로 명령이 전달되겠고, 운동피질에서도 뉴런을 통해  척수로 그 명령을 전달하여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측정 가능한 '뇌파'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걷게 하기' 혹은 '(뇌파 엑소슈트를)조종하기'의 뇌의 명령은 '걷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대뇌 피질에서 활성되는 영역이 당연히 다르겠고, 척수로 내려가는 명령도 필요없기 때문에 뇌파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뇌파 엑소슈트'가 상용화된다면 그 조절은 어느 뇌파에 맞추어야 할까?

물론 환자 개개인의 따라, 뇌파 엑소슈트의 조절 뇌파를 '걷기'에 맞추는 경우도, '걷게 하기'에 맞추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의 유연한 작동'을 고려한다면, '걷기'에 맞추는 편이 엑소슈트를 조정하기에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척수 손상이 발생하고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난 환자의 경우에, 뇌가 '걷기'를 생각하고 팔과 다리를 작동하게 하는 과정은 일반인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는 자연스러운 '걷기'가, 척수 손상 환자에게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닌 '상상 속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척수 손상으로 부터 긴 시간이 지났을 경우, 뇌가 '두 다리로 걷는다'는 명령을 잊고 '걷는 상상'으로 대신하여 작동하거나, 뇌의 명령 처리 과정이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척수 손상이기 때문에, 척수를 통해 팔과 다리로 명령이 전달되는 과정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과로 환자가 상상하는 자신의 '바디이미지(body image)'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걷기와 관련된 뇌파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신체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선수들의 경우 특정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동작들과 그 동작들에 사용되는 근육과 관절의 위치(고유 수용감각;proprioception)는 그것들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부위에 강하게 각인된다고 한다. 그래서 숙달된 운동선수들이 상상만으로도 가능한 훈련,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이 가능하다. 수준 높은 운동선수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운동할 때의 활성되는 대뇌 피질 영역과 이미지 트레이닝할 때의 대뇌 피질 영역이 매우 높은 정도로 일치한다. 그렇게 상상만으로, 실제적인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 없이도, 운동 피질을 훈련하고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가 이미지 트레이닝의 근거이다. 물론 아무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효과를 볼 수는 없다. 엄청나게 반복적이고 전문적으로, 흑 '선수 수준으로' 단련한 사람이나 가능한 훈련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하다면, 그 반대로 척수 손상 환자의 바디 이미지 변화와 그로 인한 걷기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의 기능 변화/상실도, 충분히 근거 있는 예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재활의학이 '뇌파 엑소슈트'와 가장 긴밀하게 접촉해야할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표준화 된다면, 뇌파 엑소슈트도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동일한 자동차'처럼 그 자체로는 의사가 크게 간섭하거나 조절할 구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엑소슈트를 작동하는 부분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이 필요하겠고, 바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단순히 작동 뇌파를 선택하는 점 뿐만 아니라, 환자가 척수 손상 후 본인에게 맞는 뇌파 엑소슈트를 착용하기 전까지, '걷기'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를 조절하고 훈련하여, 그 기능을 잃지 않고 뇌파를 유지하는 부분이 재활의학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