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유명한 말이다. 그리고 요즘에 더더욱 와닿는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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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많이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직접 식자재를 구입하는 식자재 가격도 만만치 않게 높은 점이 크지 않을까 한다. 애를 키우는 집에서 장을 보고, 손질해서 요리하고, 설거지 등 뒷정리까지 생각하면, 주말에 한두 끼 정도는 나가먹는 일이 편할 때도 있다. 어른 둘 세살짜리 아이 한 명이서 한끼 2만원 정도면, 이제 '선방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저녁 식사로 집 근처 가성비가 괜찮은 돈까스 전문점에 갔다. 이미 몇 번 갔던 음식점이고 평소에도 잘 되는 집인 줄은 알았지만, 30분 정도 대기 해야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집 근처고 다른 곳 가기도 뭐 해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메뉴판을 보니 최저임금 인상에도 가격은 그대로였다.

주방에서는 보이는 인원만 6명이 바쁘게 요리하고 있었고, 홀에서도 서빙 및 안내를 위해 움직이는 5명은 정신 없어보였다. 설거지 등을 생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몇 명이 더 있을 수도 있겠다. 동네 음식점들을 자주 다니지만, 이렇게나 기다려서 먹고 이렇게나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은 처음이다. 이렇게나 잘 되어가는 덕분에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인력 조정으로 버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자재 가격 자체가 낮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결국 영세 자영업자을 벼랑으로 몰고,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대형 음식점만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작은 식당들은 이미 '맛집'으로 자리 잡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최저 임금 상승의 여파로(인건비 상승이나 식자재 가격 상승)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겠다. 맛도 평균 이상은 하는 큰 식당들이 가격을 안올리고 버티기에 들어들어가버리면, 가격을 올려버린 작은 식당들은 절대적인 가격으로 커녕 '가성비'로도 극복하기 쉬워보이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몇 년 안된 비교적 최신식 아파트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경비 인력이 적인 편이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인력 감원 없이 근무 시간 조정으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 하지만 무인 경비와 자동화가 덜 된 오래된 아파트들의 경우 대규모 경비원 해고의 소식이 들린다.

경비원 아버지도, 식당에서 일하던 어머니도, 편의점/PC방 등에서 일하던 자녀도 모두 해고당한 다음, 생활고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느 일가족의 이야기가 조만간 들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