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는 꾸준히 독서를 시작했다. 그동안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꽤 쌓이기도 했고, 뭔가 습관을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큰 계획은 없었으나, 읽다보니 '환상문학(SF/판타지/신화 등)' 1~2권을 일고 '일반 문학' 1권을 읽는 루틴이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나,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 시리즈의 첫 두 권,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토 케이카쿠의 '학살 기관'까지 꽤 많은 환상문학으로 분류한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일반 문학으로 읽은 두 권의 책은 바로 지금 남기는 짧은 독후감에서 이야기하려는 것들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 꾸준히 모으고 있고 꾸준히 읽었으나, 최근 국내에서 정식 발매된, 한 10권 정도는 읽지 않고 쌓이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목이 포근해 보이는 두 권을 읽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과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두 권으로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 국내에 먼저 소개되었던 '반짝 반짝 빛나는' 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이 쓸쓸하거나 기괴했던 중단편 모음집들과도 다르다. 이제는 정말 '가족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두 단편이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등장할 법한 특징적인 여성들이 두 소설에도 등장한다.

일본인 남자와 러시아인 여자의 인연에서 시작된 한 집안 3대의 이야기를 다룬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가운데 마지막까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2권으로 나뉘었던 '좌안'을 제외하면 가장 긴 호흡의 이야기일 듯한데, 3대 10명 정도의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다지 길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가장 푸근한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각기 다른 세 자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는 조금 다른 가족의 이야기다. 앞선 소설이 러시아 혼혈 세 남매가 중심이라서 일본과 영국 사이 정도의 가족 느낌이었다면, 이 쪽은 현 세대 일본 가족의 모습일까? 우선 개성이 강한 세 자매의 모습은 최근에 보았던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좀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 자매는 에쿠니 가오리의 어떤 소설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느낌이기도 했고. 어찌되었건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아직 읽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들이 몇 권이나 더 있다. 다음 루틴에도 이어서 읽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