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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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가 준세이의 10년 전 약속에 대한 기다림이었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준고의 기약 없는 7년의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딴 소리 하자면, 왠지 두 작가가 써 내려간 이 소설이 '냉정과 열정사이'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이자 이벤트성이 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사람은 나 뿐일까? 조만간 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한국어판 출판을 담당하는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한국 남성 작가의 공동 집필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헤어짐 후에 홍이 좋아하던 '윤동주'의 시를 이해해가는 준고의 모습은 왠지 약간은 억지스럽다고 할까? 바로 내가 이 책이 '이벤트성'이라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시'란 감정의 약속이자 언어의 마술같은 것이어서,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국어로 쓰인 시를 접하는 것이 아닌 외국어로 접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고 다른 문화의 외국인이 그 외국어로 번역된 시를 읽는 다면 변역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이나 어감의 변질이 거의 반드시 동반될 수 밖에 없기에 이해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왠지 이 소설에 대한 딴지글이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읽을 만하다. 준고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준세이의 그것과 닮아있고 그래서 결국 두 사람사이의 끊어진 시간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것을 이어내고 만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들에서 보여지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또 다른 전형이라고 할까?

홍이 좋아했던 것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해해가는 과정들에서 끊어진 시간의 연결고리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 준세이가 명화 복원이라는 작업을 통해 시간을 되살리며 했다면, 준고는 이 작품을 통해 그것을 해냈다. 준고와 홍의 단절, 그보다 더 골이 깊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앙금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때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
2006/03/25 20:40 2006/03/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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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아침, 신문에서 두 여성 작가의 책 소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내 관심을 끌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썼다는, '냉정과 열정 사이'같은 형식의 소설,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었다.

결국 난 그날로 책을 주문했다. 서적 구매에 거의 유일하게 이용하는 Yes24에서 이 책 두 권과 '나니아 연대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틀 후 아침 책을 받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친절한 지영씨'

작가 공지영의 책은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처음이었다. '츠지 히토나리'가 쓴 남자편보다는 공지영이 쓴 여자편을 먼저 빼들었다. 그녀의 첫 느낌은 매우 친절했다. 간결하면서도 문장과 문장사이를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에쿠니 가오리'의 '아오이'와는 달리 공지영의 '홍'은 장황한 만큼 감정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풍부했고 막힘 없이 정말 '물 흐르듯' 읽을 수 있었다.

'이별 전에 있던 일들'

제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지만 '홍'의 이야기는 '이별 전에 있던 일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홍은 과거의 그와 함께 했던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이별 전에 있던 것들과 관련이 없을 수 없겠지만 홍의 '사랑 후'는 결국 '이별 전'의 거울이다.

'그녀의 이야기'

여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막힘없이 물길을 따라갔지만 그 물에 흠뻑 젖을 수 없었다. '조금은 기적같은 내용이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처럼 내용은 너무도 바르게, 아니 결국 그럴 수 밖에 없게 흘러간다. 연애소설이 다 그런 것이겠지만... 좀 더 독자의 상상에 맏겨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2005/12/31 02:20 2005/12/3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