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았습니다. 알렉산더... 많이 망설였지만 조조영화 한 편 값에 3시간을 때울 수 있다면 좀 재미없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감독은 올리버 스톤, 주연은 콜린 파렐과 안젤리나 졸리, 발 킬머 등이지요. 올리버 스톤이야 뭐낙 유명한 감독이고 문제는 주인공 대왕 '알렉산더'에 콜린 파렐이 적격이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콜린 파렐의 좀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는 대왕에게 필요한 카리스마와는 좀 맞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우려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라지더군요. 올리버 스톤이 그려낸 알렉산더는 카리스마와 정렬이 넘치는 '전쟁광 알렉산더'가 아닌 '이상주의자 알렉산더'였습니다.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가르친 지나친 절제는 틀리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욕망을 추구하는 그런 사람이지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콜린 파렐의 유약함이 우려가 되었지만 보고 왜 그가 알렉산더로 캐스팅되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알렉산더, 그의 이상주의, 아슬아슬한 이상을 펼치는 모습을 표현하는데는 콜린 파렐이 적격이었습니다.
3시간 가까이 되는 대작답게, 여러가지 볼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난 도시 바빌론은 정말 멋지더군요. 황무지 전투씬도 상당히 신경쓴 흔적이 느껴지구요. 마지막 전투씬은 대단하지만 참혹합니다. Vangelis가 참여한 사운드에서는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Vangelis의 곡이라는 느낌이 좀 강한게 흠이지만 도시와 군대, 자연의 웅장한 광경들과 잘 어울리구요.
알렉산더가 시도했던 '세계시민주의' 그리고 '헬레니즘'이라는 동서문명의 만남, 그의 이상을 보면서 어쩌면 그는 (그가 살던 시대에 비해) 너무 일찍 태어난 이상주의자가 아닌가 합니다. 그 시대에 그가 시도했던 일들이 2천년 이상 지나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지나친 이상주의는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하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알렉산더는 동방원정에서 돌아와 열병에서 죽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탄생은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 필립의 죽음과 어머니의 야망 등은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와 연관시켜 이야기 되고 있지요.
기대 이상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별은 4개 정도를 주고 싶네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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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 200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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