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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 위치한 '복합 대안 문화공간', '빵'을 아시나요?

썡뚱맞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바로 '빵'에서 발매한 '빵 컴필레이션 3 : History of Bbang'입니다. 빵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1994년 이대 후문 근처에서 시작하여 2004년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긴 복합 대안 문화공간입니다. 왜 '복합'이자 '대안'이냐면, 보통 밴드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라이브 클럽들과는 전시회 및 인디영화상영회도 빈번하게 열리는 곳이 바로 '빵 '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는데, 제가 빵을 알게 된 때가 그리고 이 블로그 bluo.net을 시작한 때가 바로 2004년 말이기에 '2004년'은 저에게 참으로 의미깊은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빵에세 제작한 세번째 컴필레이션인 이번 앨범은, 인디씬에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인, 두 장의 CD에 총 31곡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발매된 '강아지 & 고양이 이야기'와 '12 songs about you'같은 상당한 수준의 컴필레이션들처럼 특정 컨셉에 맞춰지기보다는 순수히 '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독특합니다. 그렇기에 밴드들의 소속 레이블을 초월하여 만들어진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었구요.

31곡이라는 어마어마한 곡수때문에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빵을 많이 방문했지만,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가운데 한번도 못 본 뮤지션들도 몇몇 있을 정도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밴드의 곡 위주로 소개하겠지만, 그렇다고 소개되지 않은 곡들의 완성도나 떨어지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남미음악을 들려주는 '소히'의 '물음표 그리고'는 얼마전에 소개했던 '미안해'와 더불어 2집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녀의 1집이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의 괴리로 인해 많은 실망을 주었던 터라, 그 이후 보여준 그 간극을 줄여가는 모습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 말에 1집을 발매했던 '어른아이'는 '감기'로 참여했습니다. 제목 옆에 써있는 'since 2000'으로 봐서는 그 즈음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랜된 곡인가 봅니다.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의 밴드 사운드는 라이브나 1집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Body Pops'는 '골든팝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곡입니다. 올해 발매된 EP를 통해, 그들의 방향이자 밴드 이름을 통해도 들어나는 복고풍의 팝을 들려주었던 터라, 'Body Pops'에서 들려주는 변모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비트와 짧은 가사의 반복이 제목처럼 몸을 흔들만한 디스코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미 한국을 초월한 위용의 골든팝스였지만 이 곡을 통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혹은 이 곡이 '골든팝스'의 곡이라기보다는 밴드의 프로젝트 '바디팝스'의 곡이라고 불러야하는 건 아닐까요?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는 '로로스'는 '성장통'으로 참여했습니다. '로로스' 특유의 심금을 울릴 만한 서정성은 여전하지만 보컬의 녹음 상태는 좀 아쉽습니다. 이제 앨범 발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클럽 공연에서의 모습처럼, 과연 앨범을 통해 그들의 포텐셜을 폭발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Morning After(alterante version)'은 제목 그대로 'Morning After'의 다른 버전입니다. 원곡은 작년에 발매된 2집 'Folk, Ya!'에 수록되어있고, '플라스틱 피플'다운 쿵짝거리는 포크곡으로 밴드의 리더 '김민규'가 불렀습니다. 하지만 alternate version에서는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집니다. 낮게 깔리는 윤주미의 보컬과 일렉기타의 배치는 잘 만들어진 Rock number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제인'의 솔로 프로젝트 '피카'는 'Open Your Eyes'라는 곡을 부릅니다. 클럽 공연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대 이상의 트랙으로, 살짝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게 하네요.

긴 휴식을 마치고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는 '페일슈'는 'Wait'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진솔한 보컬의 음색과 희망찬 스트링에서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올드팝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제는 빵에서 볼 수 없는 '빅데이커민'은 'She's My High'라는 곡을 남겼습니다. 저 단 한번으로 공연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던 이 밴드의 곡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보컬도 여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멜로디 라인도 좋네요.

'Mellville st.'는 영국을 다녀온 후 더 진지해지고 차분해진 '흐른'의 노래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거리 속에서 이방인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지만 도시는 모두 잿빛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요.

'뜨거운 감자'라고 불릴 만한 '어베러투모로우'는 역시 독특한 제목의 '관심법'을 들려줍니다. 독특한 제목이지만 가사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멤버 '호라'가 '추남조합장'이라는 이름으로 모 가요제에서 불렀던 '버스메이트'만큼이나 '현대인의 고독'이 느껴집니다. 관심법이라는 능력이 있으면 참으로 좋을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좋지만도 않겠죠?

이 긴 여행의 마지막은 빵의 대표 밴드로 성장한 '그림자궁전'의 'I'm nobody'입니다. 올해 발매된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림자궁전의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곡입니다. 가사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감(눈, 귀, 코, 손끝 등)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대'라는 존재를 잃은 절망감 혹은 존재의 허무함을 'Nobody'라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구요.

음반의 제목처럼 특별한 컨셉을 갖고 제작한 음반이 아니기에,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목처럼 '빵'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앨범으로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겠구요. 최근 빵에서 공연하는 주요밴드의 '도감' 및 빵의 최신 경향을 한꺼번에 훓어볼 수 있는 푸짐한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구요.

거침과 세렴됨, 아마추어와 프로, 정지와 흐름... 그 중간 즈음에 '빵'이 있고 '빵 밴드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이 있고 이 앨범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제목은 'history'이지만, 빵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빵을 알고, 빵을 기억하고,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장 소장하면 좋을 앨범, 별점은 3.5개입니다. 이번 주말에 '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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