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성인지, 정부와 언론의 물타기인지 모르겠지만 '월드컵'에 뭍혀서 우리나라와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더 중요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좀 조용한 느낌이다.

얼마전 KBS에서 보여준 'FTA 12년,멕시코의 명과 암'을 보고나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사실 이번 한미 FTA에 대해 자세히 몰랐지만(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나의 입장은 'FTA 견제'가 되어버렸다. 미국과의 FTA 채결 후 멕시코의 모습은 '자신보다 더 큰 기생충에게 당하고 있는 꼴'이었다.

정부가 FTA를 협상하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에의 '요구 사항'들, 특히 '개성공단 섬유류의 '한국산 인정'도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이 아직도 섬유류였나?, 이 요구 사항이 인정되어 관세가 없다고 해도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섬유류를 지금처럼 수출하고 있을까?, 등 여러 의문이 든다. 10년 후, 20년 후 아니 그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요구 사항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WTO(World Trade Organization)'와 'FTA(free trade agreement)', 국경 없는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단체와 협약이다. WTO, 말이 좋아 자유무역을 위한 '세계무역기구'이지 사실 강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특히 '미국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다고 본다. FTA도 마찬가지로 말이 좋아 '자유무역협정'이지 강자의 구타에 대항해서 가드를 올리는 약자에게 '가드도 못하게 하는 협정'이 될 수도 있다.

'국경 없는 자유무역'이 노리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국가 기능의 붕괴'일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보면 지구촌 축제 '월드컵'은 WTO와 FTA의 최대 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월드컵은 철저히 국가 단위로 팀이 결성된다. 많은 선수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는 것인 '영광스러운 일' 혹은 '당연한 일'로 생각할 것이고, 부상이 아닌 '말도 안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표팀 징집을 거부할 경우 온 국민의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많은 '국민'들은 월드컵 기간,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집에서 TV로 축구 경기를 시청하면서 자신의 국가를 응원하고 그런 행위들을 통해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국민으로서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월드컵'은 무의식적으로 국가를 재인식시키고 국가의 의미를 강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으로 단결된 국민의 의식은 외세의 압력에 저항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WTO와 미국이 '허울 뿐인 자유무역'의 전파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FIFA의 해체'와 '월드컵 폐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 월드컵은 WTO와 FTA의 적이 될 만하다. FIFA는 거의 IOC와는 달리 미국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는 국제 스포츠 기구이니...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월드컵을 국민의 FTA 보는 눈을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점,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