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적 및 음반 쇼핑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예스24를 둘러보다가 호기심에 구입한 책 '제리'.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장르문학을 제외한) 국내 문학인데, 2010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사실 광고문구에 '치명적인 성애 묘사'라는 말에 더욱 끌려서 구입해보았다.

무엇보다도 확실히 신세대답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노래방 도우미'는, 흔히 남성들끼리 노래방에 갔을 때 부르는 '여성 도우미'가 아닌, 여성들이 부르는 '남성 도우미'도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흔히 '호빠'라고 불리는 곳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광고 그대로, 내 나이 또래의 남성 들이라면 사춘기 시절 한 번 즈음은 접해보았을, '야설(야한 소설)'에 버금가는 성애 묘사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99.9% 남성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야설들 과는 달리 여성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성애 묘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까?

남성 노래방 도우미와 여성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섹스는 책장을 넘기는 손을 무겁게 하고 글을 읽는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광고 문구인 '파괴적이고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누구나 알고 경험하고 있지 않을까? 그 어두운 솔직함,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고 싶었기에 내 마음이 불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섹스의 묘사와 심리의 흐름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다. 혹시 작가 자신의 경험담은 아닐지?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생생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결말은, 소위 '루저'들의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치닫는 불행한 결말 같아 답답했다. 소위 '스펙'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취업과는 동떨어진 삼류 대학교 야간반을 다니는 대학생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변질된 밤문화의 최하위층 남성 도우미를 하는 청년,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어쩐지 읽는 내내 조금은 촐싹되는 느낌의 '제리'는, 요즘 티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조권'의 이미지와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