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소년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W'의 'Where the story ends'



'대중음악' 혹은 '주류음악', 속칭 '가요계'에서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Where the story ends'가 'W'로 개명하고 2005년 발매 앨범 'Where the story ends'. 길었던 밴드 이름의 의미 '이야기가 끝나는 곳' 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의 마지막에 자주 쓰이는 어구라고 한다.

'사랑 노래'가 대부분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가요계'에 노골적인 '사랑 노래'도 없이 도전장을 던진 'W'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밴드일지도 모르겠다.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가 가요계를 점령한 상황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만족시키고, '스타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뮤지션에 의한, 뮤지션이 하고픈' 음악을 들려주는 ('W'의 현 소속사이기도 한) '플럭서스 뮤직'의 다른 밴드들 조차도 사랑 이야기가 주류거나 아예 '사랑'을 이름으로 한 밴드도 있는 상황이니...

잡설이 길어졌다. 이 앨범 'Where the story ends'가 들려주는, 흔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한다.

앨범 첫곡부터 '소년세계' 제목부터 소년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고 가사를 들어본다면 면도를 잊은 '수염'과 시큼한 '암내'까지도 빼먹지 않는 '소년 예찬곡'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렷한 콧날 거뭇한 수염 소년
투명한 숨결 시큼한 향기 소년

기억해다오
윤기 없는 삶에 찌든 채로
이 세상에 길들여진 채로
그저 시시한 어른이 된 후에라도


잠깐 가요계에서 '소년'의 입지를 '소녀'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대표적인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두 곡에서 '소년'과 '소녀'라는 키워드로 곡 제목을 검색해본 결과 두 사이트에서 모두 '소녀'쪽이 약 2배에 가까운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년'은 가요계에서 비선호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마나 다행인 점은 아저씨에 비해서는 좋은 처지였다는 점이었다. '아저씨'와 '아가씨'를 비교 검색해본 결과 '아가씨' 쪽이 약 4배에 달했다. 지방 각지의 '아가씨'를 보유하고 있는 가요계에서의 '아가씨'의 입지와는 달리, '아저씨' 검색결과는 대부분은 동요였다.

'W'는 '소년 찬양'에 그치지 않고 소년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한 dancable한 'Everybody Wants You'를 배치하고 있다.

Boy meets girl, and Girl meets boy, 끝없는 이야기들
마음껏, 내 기운껏, 그래 뭐, 그 까짓 것
Dancing Queen, Dancing Jive, 완벽한 Disco guide
보이니? 너 들리니? 이렇게 Everybody wants you!


마치 영화 속에서 보이는 70년대 즈음의 '로라장'에서 들려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소년 응원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은하철도 999'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은하철도의 밤'. 아마 소년의 로망을 위한 곡이 아닐까? 사실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의 동화로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이 동화에서 소년 '조반니'는 유일한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마젤란 은하행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그 사실은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쳐가는 만남과 또 이별의 추억으로
빛나는 은빛 별들의 바다

마젤란 은하행 열차
푸른 달의 뒤편을 지나

나의 친구 캄파넬라
너의 마음을 잊지 않을게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여행, 아마 소년시절 누구나 꿈꾸어 보았을 우주비행사에 대한 철 없던 '소년의 꿈과 로망'을 위한 또다른 찬양가라고 하겠다. 하지만 'W'는 단지 '꿈같은 소년 시절'에만 안주하지 않고 '소년의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조금 엉뚱한 제목일 수도 있겠지만 '푸른비늘'을 살펴보자.

뛰는 너의 심장은 강철 아가미
여린 너의 솜털은 푸른 비늘로

다시 빛나기 시작해
이제 너는 돌아가네

푸른 너의 바다로 고운 달빛 아래 하얀 거품으로
흩어지는 너의 모습


'성장'을 내포한 가사는 결국 가족과 친구, 학교 등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성장해야하는 소년의 운명을 비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곡, 제목부터 어른도 아이도 아닌 존재가 된 소년 즉, '경계인'으로 소년에게 마지막 충고를 하고 있다.

나의 눈은 밝고 나의 귀는 항상 세상을 향해 열려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 두렵지도 않아 언제나처럼 바람이 부는
이 곳에서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바로 그 길을 선택했으니
때론 끌어안고 때론 구별하며 나의 진심과 나의 균형을
노래할 수 있는 자유

지루한 다툼 차가운 그늘 속에도
나의 진실은 여기 맴돌고 있으니

이젠 사라지길 부디 그러하길 너의 이름과 너의 기억들
다시 보게 되길 나를 달래주던 제주의 바다 또 빛의 대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W'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년'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W'의 멤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 앨범은 나이든 소년이 나이들 소년에게 보내는, 소년이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 소년의 마음으로 들려주는 노래들, 가요계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소녀적 감수성에 빗대어, '소년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2006/09/22 01:08 2006/09/22 01:08

encoding of 20050909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구입한 W의 2집.

이전의 스타일에서 많이 바뀐 변질 논란이 있었던 피아의 3집.

2집의 화려한 모습, 그래서 더욱 아쉬운 거미의 3집.

덩달아 구입해버힌 빅 마마의 2집.

잊고 있었던 덩달아 추출한 빅 마마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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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5 17:14 2005/09/15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