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찾아온 '황진이'.

드라마는 약간 보았지만 확실히 영화 속 '황진이'는 드라마의 그 황진이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황진이는 재색과 가무를 겸비한 '화려함'으로 승부했다면 영화 '황진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한복부터 노랑이나 빨강이 아닌, 푸른색과 검은색 등 '중후함'을 느끼게 할 만한 색상들로 '송혜교'의 미모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시각적 효과들 뿐만 아니라 내용의 전개나 황진이의 활약(?)도 화려함보다는 왠지 비장함에 가까웠구요.

황진이가 '기생'이 되는 과정은 황진이의 기구한 운명을 묘사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에 잠시 홀렸는지 갑자기 돌변하는 인물들은 좀 아쉬웠습니다. 벽계수나 서경덕과의 인연은 너무나 짧게 지나가서 '세상을 발 밑에 두겠다'던 황진이의 비장한 독백을 무색하게 했구요.

드라마 '황진이'와 비교하여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작이 다른 만큼, 영화 속 황진이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마져 '화려함'을 강조했다면 드라마의 다이제스트 판이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황진이를 지금까지 기억하게 하는, 여러 지체높은 양반들과의 이야기는 비중이 너무 작아 '황진이'라는 조선시대 '풍류 여걸'의 무용담을 느낄 수 없는 점은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자 혹평의 꼬투리가 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북한 출신 작가의 원작을 기본으로 하여,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화려함이나 무용담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각색을 통해 '풍류'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영화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놈이'의 계급투장을 상징하는 말 '사람 사는데 못갈 곳이 어디 있겠느냐'입니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함께 극장가에도 사극이 끊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덧칠한 일명 '퓨전사극'들이 괜찮은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영화 '황진이'가 '퓨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풍스러운 시각적 멋의 전달을 넘어서진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