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곡 '입맛이 없어요'가 들려주는 첫인상은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처럼 조금 거칩니다. 인디씬에서 시니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몇몇 여성 솔로 뮤지션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첫곡의 거친 인상을 지나면 이어지는 곡들은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타이틀인 'From, Paris'는 여성 보컬 특유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파리에 두고온, 고백하지 못한 남자친구의 연애 소식을 풀어낸 노래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여러 여성 듀오들이 지향하는 '달콤씁쓸함'이 역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의미하듯 '파리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소재로한 점은 소소하면서도 참신합니다. 'As for Me'는 역시 최근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한 곡씩은 불러보는 분위기있는 보사노바풍의 곡입니다. 'Paradise'는 제목처럼 천국같이 행복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동행'은 어떤 곡보다도 이 여성 듀오의 진솔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보컬 최인영은 앞선 곡들에서 곡마다 다른 톤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다른 어떤 곡보다도 애교나 기교가 빠진 담백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더불어 왕세윤과 함께 쌓은 코러스는 여성 듀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Happy birthday waltz'는 제목처럼 생일축하 왈츠곡입니다. 왈츠의 느린 세 박자는 듣는이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들을 전달하기에 좋은 선택입니다. 마지막 곡 '우리가 있던 시간'에서도 여성 듀오 '스웨덴세탁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 듀오 특유의 듣기 좋은 보컬/코러스는 당연하고, 두 사람이 쌓아낸 아름다운 화음은 다른 여성 듀오와 차별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EP를 관통하는 소재는 '사람이 머무는 혹은 머물던 자리'라고 생각되는데, 그 빈 자리에 대한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너무 과잉되지도 않고 너무 무덤덤하지도 않은, 적절하고 절절한 감정 표현은 이 듀오의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스웨덴세탁소'의 첫 EP "From, Paris". 밴드 이름이나 앨범 제목처럼 유럽의 정취를 물씬 느껴지는 앨범은 아니더라도, '상상 속의 유럽'같은 낭만과 여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는 앨범이 아닐까요? 인디씬의 '여성 듀오 붐'의 후발 주자로 등장해서 그 '붐'이 잠잠해진 요즘, 다른 여성 듀오들보다 더 빛나는 별이 될 '스웨덴세탁소'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