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스포일러가 가득할 수 있으니, 이미 보신 분들이나 그런 것에 상관없으신 분들 혹은 볼 생각이 없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살인의 추억'의 '살인'과 '괴물'의 '가족'을 조합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Mother)'.

이 영화를 풀어나가는 두 가지 코드, 바로 '우연'과 '광신(狂信)'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말한 우연한 한 마디가 우연한 사건, '살인'의 시발점이니까요. 그리고 그 우연이 맞춘 퍼즐은 우연이 아니었죠. 더불어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과 영화 밖에서 '광신'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등장인물의 믿음에서 그 광신이 느껴지는데,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습니다.

봉감독은 전작 '괴물'에서 관객들에게 쌓아두었던 믿음, '가족은 언제나 우리편'이라는 믿음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이자 가족인 '마더(김혜자)'와 아들 '도준(원빈)'이 사이에서도 적용되는 '가족은 언제나 우리편'은 마더와 관객을 함정에 빠뜨립니다. '우리편'이라는 모호한 선악의 경계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야겠습니다. '마더'는 '살인의 추억'의 '미궁'과 '괴물'의 '괴물'을 조합한 영화입니다.

'우연'과 '광신'의 화학작용은 결국 사건의 진실을 '미궁'으로 몰아넣습니다. '가족에 대한 광신', 혹은 '가족애'라는 '괴물'이 미궁을 만들어내구요. '괴물'이 가족 밖의 재난을 통해 '가족애'를 확인하는 영화였다면, '마더'는 가족애를 통해 '괴물'을 확인하는 영화입니다. '괴물'이 우리 바깥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라면, '마더'는 우리 내면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덕적인 개인들이 모여만든 집단 '국가'가 결코 도덕적인 집합이 될 수 없듯, 선량한 개인들의 집합인 '가족'도 그럴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아니 반대로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엄마'나 '어머니'같은 정겹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 제목이 아닌 차갑고 단정적인 느낌의 '마더'를 사용한 의도도 궁금합니다. 일부 종교에서 신을 '아버지', 영어로는 'father'라고 부르듯이 어머니에게 '신성성'을 부여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녀의 (아들에 대한)절대성'이 사건의 불씨가 되고, 그 절대성이 (반어적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버리죠. 또, '마더'의 그 이질적인 느낌의 정서적 거리감은 마더(김혜자)의 변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합니다.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문구처럼 '선량한 어머니'에서 '다른 존재'로 변하는 그 변화를 내포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마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영상이나 연기보다는 그 메시지로 기억에 남을 법한 영화입니다. 반전은 충격적이지만 이미 '올드보이'의 전율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충격은 크지 않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