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썼던 '이상주의, 전체주의, 히틀러'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글이 과거에 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이야기었다면, 지금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붉은 함성'을 기억하는가? 2002년  이후에도 종종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2002년의 영광들, 그리고 그 화면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껴보았는가? 그리고 대정벌을 이뤄낸 '광개토대왕'의 드높은 기상에 그리움을 느껴보았는가? 공감한다면 한번쯤은 귀 기울여보자. '붉은 광기(狂氣)'와 '무의식 속의 국가주의'를.

과거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3S', 즉 'Sex, Screen, Sports'를 이용했다는 것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의도적이건 우연이건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은 이 '3S' 중 'Sports'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로 보인다. 모든 TV와 신문은 온통 '월드컵' 뿐이었고, 국민들의 머릿 속도 역시 그랬다. 그 덕에 무능한 정부와 정치인들, 불안한 경제에 대한 불만들은 모두 망각한 한 해였다.

어떻게 그렇게 쏠려갈 수 있었을까? 온 국민을 사로잡고, 거리마다 언청난 자발적인 인파를 동원한  '붉은 함성' 혹은 '붉은 광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민 전체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불안과 불만에 대한 '국가주의적 표출'은 아니었을까?

국가간의 전면적이고 소모적인 전쟁이 잠시 사라진 지금,또 자본주의를 업은 다국적 기업들이 맹활약하면서 국가간의 경계와 국가의 의미가 점점 모호해져가는 지금, '월드컵'을 통한 국가간의 대결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국가대표팀'은 희미해져가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의 재교육, 강화하고 '월드컵 축구'는 그야말로 국가를 대신하는 '전쟁'과도 다를 바 없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정말로 '월드컵'은 수 많은 세계인을 광기로 몰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그 '광기'의 크기는 충분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이 거의 없기에 그렇게 부르지만, '국사'를 배우면서 그런 '나약함'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상황은 현대에도 다르지 않아서 세계 초강대국들에 둘러쌓여 있고, 위로는 우리의 '불만 많은 형제'가 있기에 국민의 느끼는 '잠재적 불안 혹은 불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경제 상승율을 뛰어넘어 치솟는 물가와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는 사회문제들은 더 이상 '경제 성장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탕발림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앞서 이야기했던 '국외적 불만(혹은 불안)'과 더불어 '국내적 불만(혹은 불안)'으로 커가고 있다.

이 두 불만들을 잊게 하고 자긍심까지 심어준 '2002년 월드컵의 영광', 그리고 영광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 '광기'. 아마도 아직까지도 '단일 민족 국가'에 가까운 우리나라, '한민족' 고유의 정서라는 '한(恨)', 그 울분의 '국가주의적 표출'이 아닐까?

자 모든 재료가 갖추어졌다. '국외적 그리고 국내적인 불만들'혹은 '단일 민족의 울분'과 '잠재된 엄청난 광기'. 어쩐지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상황이 떠오른 사람은 나 뿐일까?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재료들을 잘 이용할 '주술사의 혀'와 우리 민족의 운이 좋다면 얻을 수 있을 '기가 막힌 상황들'이다.

'기가 막힌 상황들'을 이야기하자면, 그 중 하나가 바로 '극적인 통일'이다. 민족 정서가 완전히 완해되지 않은,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훌륭한 촉매'가 될 것이다. 지구 상에 유일한 '한민족 단일 국가'의 도래는 국내적으로는 '국가의식'과 더불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고 국외적으로는 주변 강대국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또 통일 이후에 찾아올,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격차같은 문제들은 '국내적 불만' 가중시킬 것이고,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은 주변국들의 역사왜곡과 국경문제 등에 일침을 가하면서 '국외적 불만'도 커질 것이다. 다른 '기가 막힌 상황'으로는 세계를 뒤집을 만한 '신기술의 발견'이 있겠다. 아마도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이나 신무기, 신물질의 발견 정도라면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마지막, '주술사의 혀'가 필요하다. 바로 사리사욕에는 눈 멀지 않은 '이상 군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광기어린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마도 그는 지독한 '이상주의자'이자 냉철한 '국가주의자', 뜨거운 '민족주의자'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글 '이상주의, 전체주의, 히틀러'의 내용처럼, 역사 속에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전체주의'와 야합(野合)한 경력이 있고 '이상주의'에게 '전체주의'의 유혹은 너무다 달콤하다 못해, 지구 상에서 '이상(理想)'을 이룩할 '유일한 방법'으로까지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런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부하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때 '불만들'은 주변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광기'는 속으로 쌓아두었던 불을 뿜기 시작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들은 불만의 방향을 돌리고 책임을 지워 온 국민들의 의식과 무의식 속 '폭발직전의 화약고'를 터뜨리기에 너무나 매혹적이다. '한(恨)의 광기'와 더불어 이 땅의 남성들은 한번은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점'도 그 시기에는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상주의'에 살짝 발가락을 담그고 있는 나 자신도 '주술사의 혀'에 이끌려 전장으로 뛰어가지 않을까 싶다.

'대중선동'의 전문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 매우 매혹적인 인물이다. 한번 검색해 보시라. 그리고 그의 연설 동영상을 보시라. 그것을 보면서 미국의 락밴드 'Marilyn Manson'과 그의 노래들이 떠오른 사람이 또 있을까? 'Marilyn Manson'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선동성(煽動性)'을 느껴보았는가? 그가 '나치(Nazis)'에게 빌려온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패션만이 아닌라, 선동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