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의 마스코트 '뎁(deb)'의 홀로서기 1집 'Parallel Moons'.

2008년 3월에 발매된 '뎁'의 데뷔앨범은 여러모로 '묘한' 앨범이었습니다. 같은 소속사(카바레 사운드)이고,뎁과 함께 유명해진 '페퍼톤스'의 2집 'New Standard'도 같은 2008년 3월에 1주일 차이로 발매된 점이 그렇습니다. Parallel Moons가 2008년 3월 18일에 발매 되었고, 페퍼톤스 2집이 1주일 뒤인 3월 25일에 발매되었습니다. 또, 페퍼톤스의 EP와 1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뎁의 비중은 2집에서는 크게 줄어서 페퍼톤스 2집과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타이틀부터 독특한 'Parallel Moons', '평행하는 달들'은 평행우주를 떠올리게 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독특함을 보여준 그녀의 개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평행 달들처럼 그녀도 평행우주 다른 편에 존재하는 또다른 그녀와 교신중일지도 모르죠. 그 교신 내용들을 살펴보죠.

첫곡 'Scars into Stars'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앨범의 시작을 들려줍니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가사는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었던 그녀의 정신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이상한 서커스가 펼쳐지는 놀이동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Golden Night'는 페퍼톤스의 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팝-락 넘버입니다. 흥겨운 베이스 라인에 키보디와 미디 사운드, 적당한 발랄함과 희망으로 가득찬 느낌은 역시 '페퍼톤스의 뎁'답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페퍼톤스 2집의 'Drama'와 비슷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유쾌함으로 이어지는 'Astro Girl'은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그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astral'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astro는 바로 astral에서 왔을 것이라고,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추측해봅니다. '길거리의 불량소녀 뎁'하면 떠오르는 아코디언도 적재적소에서 빛이 납니다.

'일랑일랑'은 탱고풍으로 역시 아코디언이 멜로디의 주가 되는 트랙입니다. 흥겨운 리듬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애수가 느껴집니다.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탱고, 많은 민속음악들에는 각 민족의 애수가 담겨져있는데,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앞선 '일랑일랑'에서도 느껴지던 점이지만 '도파민'에서는 확연히 '성인 취향'으로 넘어갑니다. '페퍼톤스의 뎁'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당황할 수도 있는 변화입니다. 그리고 절절한 애수는 지속됩니다.

베이스가 인상적인 째즈풍의 '9세계'에서 길거리 소녀는 어느 째즈바의 보컬로 변신해있습니다. '치유서커스'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사가 됩니다. 흔들리는 느낌의 오르간 소리는 불안감을 더해줍니다. 제목만큼이나 화려하게 시작하는 '야간개장', 하지만 째즈풍으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놀이동산의 두근거림을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성인 취향에서 잠시 길거리로 빠져나오는 출구를 찾은 기분입니다.

다시 상쾌한 느낌의 '푸른 달 효과'를 지나 앨범의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이 이어집니다. '얼음성'의 화려함은 '야간개장'과 닮아있습니다. 동양적인 서정성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미로 숲의 산책'은 마지막 곡답게 한적하고 무난하게 진행됩니다.

앨범을 살펴보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묘합니다. 처음 네 곡은 페퍼톤스의 뎁에서 솔로 뮤지션 뎁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가운 트랙들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트랙들은 혼란에 빠뜨리며, '혹시 이런 음악이 진정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더불어 혼란스러운 트랙 구성은 한 곡 한 곡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합니다. 앨범이라는 테두리 혹은 주제 안에서 모인 곡들이 아닌, 지금까지 뎁의 단독 작업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전반부의 트랙들이 들려주는 그녀의 모습은 작업중이라는 2집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게 합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