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Titanic)'으로 영화사에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2년 만의 신작 '아바타(Avatar)'.
수년전부터 제작 소식과 각종 추측이 무성했던 영황 '아바타'는 우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매우 컸던 영화였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무려 12년만의 신작이라는 점과 감독의 필모그라피에 새로운 행성을 그려낸 본작과 비슷하게, 바닷속 세상을 신비롭게 그려낸 '어비스'라는 작품의 실패가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오랜 제작 기간이 작품의 뛰어남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 너무 많은 정보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었다는 점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약 두 달전에 드디어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지나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마치 '온라인 게임의 동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또 다른 논란이 되었죠. 그리고 드디어 이번주 17일 개봉하면서 전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추청 제작비가 최소 '3억 달러(최대 5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답게 영화 내낸 보여지는 CG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아니, CG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요. 이미 2000년대 초반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두 삼부작이 CG의 신기원을 만들어지만 두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상들이었는데 반해, '아바타'가 행성 '판도라'의 모습은 원색의 또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은 해병대 출신으로 작전 수행 중 부상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고, 아바타 프로젝트에 우연한 기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행성 '판도라'에서 외계종족의 몸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다시 '걷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트릭스'와 같은 거대한 가상현실처럼 '꿈과 현실'의 모호함에 고민하게 됩니다. 둘 다 현실이지만 외계 종족을 통해 겪는 체험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이기에 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하반신 불구라는 현실보다 외계 종족을 통해 겪는 꿈이 더욱달콤합니다. 외계종족의 이름이 우리말로 '나비'라는 점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호접지몽'이 바로 제이크 설리가 겪는 모습인데, 호접지몽이 바로 '나비의 꿈'이라는 뜻이기에 한국인들에게는 영화 속 상황과 사자성어가 묘한 일치를 이루게 되죠.
올해 개봉한 '디스트릭트 9'에서도 그랬고 이제는 SF영화에서 지구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아바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천명의 지구인 중 주인공(외계인 측 지구인 중 유일한 전투형?)과 양심적인 과학자들과 조종사 등 몇몇을 제외한 지구인의 사고방식, '자원을 위해서 협조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은 마치 미국의 최근 모습(이라크, 아프카니스탄)을 은근히 비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들은 미국인이고 장소만 지구에서 행성 판도라로 바뀌었을 뿐이죠.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나비 종족의 모습은 인류의 역사에서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아프리카인, 아시아인 그리고 북아메리카 인디안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족사회에 족장과 주술사, 제정분리로 이끌어가는 사회와 각종 의식들은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 등의 부족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영혼의 나무를 섬기고 모든 생명체들이 이어져있다는 나비 종족의 사상은, 대지모 신앙과 샤머니즘, 물아일체 사상 등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부족이름에서는 토테미즘도 느껴집니다.
제목 '아바타(Avatar)'의 이중적 의미도 흥미롭습니다. 신이 인간의 몸을 빌려 현세에 나타나는, '화신(化身)'을 의미하는 본래 뜻이 최근에는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죠. 행성 판도라를 침략하는 지구인의 입장에서 인간과 나비 종족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탄생시킨 아바타 프로젝트는 분명 가상사회의 분신과 마찬가지 입니다. 후반 영화에서 보여지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케릭터가 죽는다고 플레이어가 죽지 않듯이, 아바타가 죽는다고 그것을 조종하던 인간이 죽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나비 종족의 입장에서 아바타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난 '제이크 설리'는 신이 현세에 나타난 '화신', 그 본래의 의미로 다가갑니다. 종족에게 닥친 위기에서 부족을 규합하고 종족을 구한다는 그들의 신화 혹은 전설처럼, 그리고 제이크 설리를 흔들리게하는 나비 종족의 '네이티리'의 증조할아버지처럼 말이죠.
나비 부족 연합을 무참히 괴멸시키던 침략자(인간)의 우세는 행성 판도라의 대자연이 보낸 짐승들의 공격에 의해 역전됩니다. 거대 초식동물들의 돌격은 우아하고 통쾌하며, 포식자 육식동물이 네이티리에게 꼬리를 내리고 교감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찡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행성 판도라의 모든 것들이 서로 공생하는 '공동체'임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죠.
역시 저도 지구인이지만 지구인의 대패가 이렇게 통쾌하게 느껴지니,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성공적입니다. 화려한 볼거리 외에도,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지구인에게 자연보호과 공생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다시 전하는 영화 아바타, 별점은 4.5개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아바타 (Avatar) - 200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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