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풍이 몰아쳤던 2002년은 저에게는 '뉴에이지(New age) 열풍'이 시작된 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뉴에이지 뮤지션 '이루마'를 시작으로 미국의 'Brain Crain'와 'David Lanz', 일본의 'Isao Sasaki'의 음반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Yuki Kuramoto'의 음악들은 큰 감흥을 얻을 수 없었지만, 아직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았던 한 캐나다 뮤지션에게 끌렸습니다. 그 뮤지션이 바로 'Steve Barakatt'이었습니다. 이미 그의 곡들 중 'Day by day', 'Whistler's song'은 귀에 익은 곡들이었습니다. Steve Barakatt은 캐나다 퀘백 출신의 뮤지션으로 뉴에이지 계열이지만, 중창단과의 협연이라던지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등 밴드 사운드와 조우하는 행보는 크로스오버 뮤지션에 가깝습니다.

그 당시 제가 가장 먼저 구입한 Steve Barakatt 앨범은 유명곡들이 수록된 앨범이 아닌, 바로 당시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보 'All about Us(2002년)'였습니다. 사실, 지금은 Steve Barakatt의 모든 앨범들이 정식발매되었지만, 당시에는 2장의 정규앨범과 (아마도 한국을 위해서라고 생각되는) 베스트앨범 성격의 'Rainbow bridge the collection'이 발매된 상태였습니다. 보통 지난 음악들을 찾아듣기보다는 새 음악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제 음악감상에서의 일종의 철학(?)이 반영되었지요. (지금은 대부분의 앨범들이 정식 발매되어서, 'All about Us' 이전 앨범들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첫 곡 'All about Us'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젊음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유명 뉴에이지 뮤지션들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나이인, 앨범 발매 당시 30세(73년생)를 생각했을 때 그의 세련되고 진보적인 시도와 소리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지는 'No Regrets'는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섹소폰과 어우러진 긍정적이고 로맨틱한 사운드는 '후회하지 않아'라는 제목과는 역설처럼 들립니다. 이 역설에 대한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이 곡은 사랑하고 난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밝은 것은 그럼에도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하고 소중히 생각하고 있기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그 시간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No Regrets)'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또 그렇기에 그 시간들이 이렇게나 눈물나도록 로맨틱하게,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마음가짐이야 말로 그 시간들에 대한 예의일 테니까요.

'Jardin Secret'은 Steve Barakatt의 출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제목입니다 'Jardin'은 영어로 'Garden' 즉 정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그는 캐나다 출신이지만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퀘벡'의 출신이니까요. 우리말로 하면 '비밀 정원'정도가 될까요? 앞선 두 트랙을 생각하면 상당히 차분하고 조용한 트랙인데, 비밀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그 정원에서 비밀스러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을 표현하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피아노 선율에서 느껴지는 그 사랑이, 어쩐지 애달프고 서글픈 이유는 무엇일까요?

'I'm sorry'는 '미안해요'라는 제목과는 모순되게도 슬픔의 감정이 아닌, 싱그럽고 맑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아마도 두 연인사이에 큰 다툼이 있은 다음날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곡이 아닐까 합니다. 거센 비바람이 치는 밤새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의 공기는 분명 싱그럽고 상쾌할테니까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다툼이 있은 뒤, 두 사람의 사랑도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요?

'Sould Attraction'은 웅장한 코러스를 사용하여 '영혼의 끌림'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Hoping She would be there'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처럼 투명한 피아노 연주로 그 감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Angel over Me'는 기쁨의 감정을 소소하지만, Steve Barakatt의 특기인 '로맨틱하게' 들려줍니다. 이어지는 곡들에서도 Steve Barakatt, 그의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째즈풍의 'Temptation', 리듬이 두드러진 'Sunrise'는 그의 젊음, 젊은 뮤지션다운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정한 기념품을 의미하는 'Tendres Souvenirs'에서는 오래된 연인으로부터 날아온 여행 기념품을 통해 전해지는 애틋한 감정을 수필처럼 그려내고, 이어지는 'You were so close'에서는 그 멀어진 연인에 대해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 끝에 절절히 녹아있습니다.

수 많은 뉴에이지 뮤지션들이 보통 슬프고 서정적인 감성을 연주하고 들려주는 점과 비교할 때, Steve Barakatt은 분명 그 '보통'과는 다른 뮤지션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밞은', '진취적인', '긍정적인', 이런 형용사들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의 음악 전반에 깔려있는 '로맨틱(romantic)'한 감성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로맨틱'이라는 단어가 어렇게나 잘 어울리는 뉴에이지 뮤지션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전까지 '로맨틱'하면 떠오르는 악기는 '섹소폰'이었고, 뮤지션은 '섹소폰의 사나이'인 'Kenny G'였습니다.)

지난 인연과 지난 사랑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쁨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앨범 'All about Us'는 이제는 헤어진 연인들과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가장 빛나던 순간들을 기억해'라고. 누구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모두가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사랑, 그렇지만 그 '영원하지 않음'때문에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은 사라지겠지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서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다시 사랑하게 합니다. 한 사람과 만든 하나의 사랑은 사라지지만, '사랑' 그 자체는 언제나 다시 태어나 계속되기에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인류의 마음 속에 계속됩니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어처구니 없고 경악에 가까운 '보컬 앨범'을 내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Steve Barakatt의 행보를 보면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