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의 청춘이 청춘에게 보내는 연가, '옥상달빛'의 '28'.

작년(2010년) 1월에 발표된 '옥탑라됴'로 가장 뜨거운 여성 듀오로 올라선 '옥상달빛'이 큰 기대 속에 2011년 4월 첫 정규앨범 '28'을 발표했습니다. '28'이라는 앨범 제목은 84년 생 동갑내기 두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의 올해 나이와도 같은 숫자입니다. 밴드 '10cm'의 발음 '십센치'를 발음할 때 주의가 필요하듯, 28(이십팔)의 발음도 요주의입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Dalmoon'입니다. 'dalmoon'은 옥상달빛의 클럽 주소이기도 한데, 우리말로 '달문'은 '달무리'의 사투리이기도 합니다.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기타연주는, 대지를 촉촉히 적시던 비구름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은은한 달빛을 떠오르게 합니다. 편안한 보사노바 연주와 두 멤버의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입니다.

데뷔 EP '옥탑랴됴'의 첫 곡부터 '안녕'을 고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어쩐일인지 '안부'를 묻습니다. 흥겨운 왈츠의 세박자와 '박세진'이 또렷히 선창하고 '김윤주'가 아련하게 되받는 구조는 친근한 동요를 떠오르게 합니다.

'없는게 메리트'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제목에서부터 EP의 '하드코어 인생아'처럼 '88만원 세대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잔잔한 모던포크 여성 듀오의 입으로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가는 뜬 구름같은...'이라는 충격적인 한 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하드코어 인생아'의 임팩트를 기대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없는게 메리트'에서는 오히려 발랄한 멜로디로 88만원 세대의 '찬란한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려했다면 큰 욕심이 아니었을까요? 해학을 담으려했던 '없는게 메리트, 있는게 젊음'이라는 가사는 'A는 B이고 C는 D이다'라고 문법적 해석을 생각한다면 '메리트는 없고 젊음은 있다'라고 들리기까지 합니다. 분위기 환기에는 성공이지만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입니다. 이 곡은 정말 '메리트'가 없네요.

평이하고 무난한 사랑노래 '보호해줘'를 지나 '그래야 할 때'는 오히려 이 앨범을 대표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EP에서 김윤주의 보컬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반대로 박세진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경향인데, 이 곡 역시 그렇습니다. '안부'처럼 박세진이 주고 김윤주가 받고 결국 같이 부르는 진행은 지난 EP의 'Another Day'나 '외롭지 않아'처럼 여성 듀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Azure Ray가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앨범 제목은 '28'이지만 앨범에는 같은 제목의 곡은 없고, 대신 3이 줄어든 '25'이 있습니다. EP의 '가장 쉬운 이야기'처럼 친구들과 함께했고 잡담까지 포함된 원테이크(one take) 트랙으로 앨범 제작비 절감을 위한 두 멤버의 눈물겨운 노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이야기'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25'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두 멤버가 만났던 25세의 시작을 노래할지도 모르겠지만, '25'을 '28'에 담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의 제목을 '25'로 하고 두 멤버가 27세에 발표한 EP '옥탑랴됴'보다 2년 앞서 '진짜 25세때' 발표했다면 좋았을 법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피로를 풀어주는' 모 음료처럼 달달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가장 짧은 곡이지만, 아마도 두 멤버가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려고 했던 위로의 메시지가 가장 간결하면서도 또렷하게 담겨있는듯 합니다.

'똥개훈련'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잔잔하게 추억을 되세기는 시작은 좋지만, 애처로움을 극대화하려는 후렴구는 어쩐지 우습습니다. 순수한 아이의 똥개훈련이 아닌 악랄한 아이의 강아지를 괴롭히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너무 색안경일까요?

'고요한'은 역시 여성 보컬의 장점이 빛나는 곡입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사기스러운 조합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컬을 더욱 빛나게 하고, 여성 보컬과 만나면 그 장점이 더욱 빛나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들려주는 분위기와 구성은 이 듀오의 본래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빌려온 느낌이 강한데, 개인적으로는 'Alice in Neverland'의 첫 앨범에 수록되었고 '장필순'이 불렀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오르네요.

'옥탑라됴2'는 바로 EP에서 두 멤버의 재치가 빛났던 '옥탑라됴'의 후속편입니다. 역시 두 멤버가 주고 받는 입담과 자화자찬이 재밌습니다.(더불어 이 듀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작처럼 역시 다음 트랙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는 제목 그대로 두 멤버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마지막 '그래야 할때 (string version)'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랙입니다. 앞선 원곡이 어쿠스틱이었기에 'string version'이라 하면  현악 편곡으로 보컬에 현악 연주를 더한 곡을 생각하는게 보통인데, 이 트랙은 제목 그대로 '현악으로만' 진행되는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듣기 좋은 트랙이지만, 앨범 전체를 생각했을 때는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최근 주목을 받은 후속작 가운데 이렇게나 '소포모어 징크스'가 철저하게 느껴질 만한 앨범이 있었던가요? 기교적인 면에서 여성 듀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지만, 앨범의 구성과 메시지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개별적으로 들으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앨범의 각 곡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그 접근 방법은 너무나 산만하여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EP '옥탑라됴'의 임팩트가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흐릿합니다. 별점은 3개입니다.